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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除夜)

박인환 논설위원

기해(己亥)년 마지막 날을 맞았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제일(除日)’이라 했으며, 섣달 그믐날 밤을 ‘제야(除夜)’ 또는 ‘제석(除夕)’이라 했다. ‘제(除)’는 ‘옛 것’을 없애고, ‘새 것’을 내는 것을 의미했다. 이날이면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했다. 가는 해를 먼지 털 듯이 털어내고 묵은 것을 다 쓸어버려야 액(厄)이 모두 물러나고 새해에는 복이 깃든다고 믿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제야의 풍습은 세계 각 나라 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대도시 마다 불꽃놀이등 요란한 행사를 벌인다. 그 중에서도 마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제야행사가 특히 유명하다. 11시59분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대형 크리스탈 공인 ‘제야의 공(New Year‘s Eve Ball)’이 옥상에서 낙하함과 동시에 형형색색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엄청난 색종이가 휘날리면서 절정을 이룬다.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서양의 제야행사와 달리 동양의 행사는 비교적 차분하다. 우리도 과거 사찰에서는 중생의 백팔번뇌를 없애기 위해 108번 타종했다고 한다. 이 풍습을 이어받아 서울 보신각을 비롯 전주 풍남문 등 전국 곳곳에서 그믐날 자정에 33번의 타종으로 새해 첫날이 왔음을 알린다. 33번의 타종은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天)에게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

이제 기해년도 저물어 간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을까마는 특히 2019년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언제 올해 만큼 ‘혼동’의 시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치· 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온 나라가 대립과 갈등으로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년 한국 사회의 변화 궤적을 비교적 적확하게 짚어온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올해처럼 가슴속에 와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교수들이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조’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로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인데, 두 머리가 서로 질투를 하면서 상대를 죽이려고 독이 든 열매를 먹이지만 함께 죽는다는 얘기다. 상대를 죽이고 나만 살고자 한다면 결국 공멸하게 되는 ‘공동 운명체’라는 의미다.

‘조국 사태’로 표출된 정치· 이념의 양극화는 해가 바뀌어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4월 총선을 맞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으로 갈린 ‘진영논리’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와 국민통합을 저해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정치권과 미디어 그리고 유권자들 개개인의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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