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수도권 공룡화를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자는 취지로 2012년에 만든 전북 혁신도시. 전주 도심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계획 도시답게 주거 공간과 비즈니스 단지가 조화롭게 형성돼 있다. 입주 공공 기관도 널찍한 부지에 개성있는 건물이 어우러져 역동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 관련 연구 기관 등은 푸른 초원의 목장을 연상케 하며 탁 트인 느낌마저 준다. 이런 정부 기관 12개가 현재 둥지를 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눈에 띄는 외관에 걸맞게 이들 기관들이 당초 취지대로 제 역할을 하는 지 의문이다. 직원들의 도를 넘는 모럴 해저드가 심심찮게 여론 표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는 아직도 수도권 프레임에 갇혀 이방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온갖 특혜는 누리고 경제적 이익만 좆다가 망신 당하기 일쑤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2011년부터 공급된 특별공급 아파트 1만5760호 중 41.6%인 6천564호가 전매되거나 매매된 것으로 국감자료에서 확인됐다. 주거 걱정은 하지 말고 현지에 살며 업무에만 집중하라고 배려를 해줬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심지어 직원 4명 중 1명은 ‘특공’에 당첨되면 입주할 수 없는 기관운영 기숙사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심불량 직원의 이기주의 행태는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2019년까지 혁신도시 유입 인구는 5만262명이다. 이 중 수도권 거주자는 3796명으로 8%에 불과하고 타시도는 3%인 1705명이 고작이다. 나머지 4만4761명이 인근 시군에서 옮겨온 것이다. 특혜는 다 받으면서도 정작 본인의 기본 역할은 뒷전인 셈이다.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반감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입주 기관장들의 지역 상생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혁신도시 발전위원회·상생협의회도 이들 기관 참여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알맹이가 없다는 것. 얼마 전 열린 도의회―혁신도시 기관장 간담회에도 기관장 두 명만 참석해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상생에 대한 핵심현안 논의는커녕 애로사항 청취에만 그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들 기관 상생 전략에서 ‘지역업체 패싱’문제는 논란 소지가 크다. 구내식당 운영에 있어 대기업 독과점은 수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직영 기관을 뺀 4군데 중 국토정보공사를 제외한 국민연금공단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한국식품연구원이 대기업과 타지 업체에 맡기고 있다. 특히 2개 식당이 있는 국민연금은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생산 물품 구매 상황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공공 기관 2차 지방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원칙적인 지역상생 모델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벽을 허물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전략이 긴요한 때문이다. 말뿐인 지역 상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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