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정치와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면서 진영과 지역, 세대와 계층, 성별로 극한 대결과 갈등 양상이 펼쳐졌다. 특히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소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그것도 1%에도 못 미치는 단 0.73%, 24만7077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렸다.
유사 이래 초접전에 개표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개표방송 종료 직전까지 가슴을 졸이면서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긴 쪽에선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아슬아슬하게 진 쪽에선 허탈한 패배감을 맛봐야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단순 다수제 방식을 채택한 우리 선거제도에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대선 주자 가운데 제일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다 보니 대표성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 직선제 이후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 지지를 받은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투표자 수의 과반 득표를 한 유일한 당선인이다. 그는 득표율 51.55%로 과반을 넘겼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8.9%에 그쳤다.
13대 대선 때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36.64%라는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15대 대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40.27%, 19대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08%, 14대 때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41.96%, 17대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8.67%, 16대 때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48.9%를 얻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단순 다수제의 대표성 문제로 인해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는 나라가 많다. 프랑스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폴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현재 88개 국가에서 결선 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도 결선 투표제를 도입했다면 대통령이 뒤바뀔 수도 있었다. 13대 대선 때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 누구와도 양자 대결 시 패배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3자 선거 구도로 인해 어부지리 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안으로 대선 결선 투표제를 제안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다당제 구현을 위해 결선 투표제 도입을 주장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결선 투표제는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2번 투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사표(死票) 발생 방지와 대표성 부여 등 장점이 많은 만큼 정치 개혁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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