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김소영 '어떤 어른'
 얼마 전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장학생을 후원했고 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헌납했으며 인권, 문화, 역사를 위해 평생을 낮은 자세로 섬기면서도 대가를 바라거나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철학으로 묵묵히 촛불을 밝혀 온 그분을 보며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만난 책이 ‘2025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김소영의 <어떤 어른>이다. 오랜 기간 독서 교실을 운영해 온 김소영 작가는 수많은 어린이를 만나는 동안 ‘좋은 어른’이 되고자 애써왔다.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 닮고 싶은 어른, 때론 기대고 싶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노력했다. 작가는 어린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 아이들에게 물 한 잔을 줄 때도 가장 좋은 컵과 받침까지 준비한다. 어린이에게 비속어를 쓰지 않고 존대를 하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그런 소소한 배려와 넉넉함이 어른의 품격을 만든다고 강조하며 때론 ‘냉정한 비판 속에서도 품격과 유머를 잃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흔히 ‘좋은 어른’이 되려면 큰 업적을 세우거나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화려하거나 위대한 인물이 아닌, 일상 속에서 묵묵히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돌아보니 내 곁의 수많은 어른들은 성실하게 일상을 대하며 소중함을 일깨운 분들이었다. 봄이 오면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해서 싱그러운 봄을 먹이시던 어머니, 축의금 봉투에 정성스럽게 축하 편지를 써넣던 이웃 언니,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던 아저씨, 태풍 부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아주머니까지. 지금도 그들은 내 마음속 어른으로 살고 있다. 최명희 소설 <혼불>에서 “우리 사람의 정신 속에는 반드시 정신의 눈이라 할 혈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곳에 제대로 있고, 그 혈을 보는 눈이 밝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어른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의 눈’이란 단순한 나이나 경험이 아닌 성찰과 바른 도리, 세상을 품을 수 있는 품격을 뜻할 것이다. 내 주변의 좋은 어른들 또한 묵묵히 자신의 혈을 지키며 세상을 비춰온 그런 존재였다. 나 또한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어른의 모습을 갖추고 싶다. 소중한 일상을 성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일. 그런 수많은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품격이 빚어지고 그것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품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소중히 마음의 혈을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이웃에,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에 한 줌의 소금 역할을 하는,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떤 어른>은 바쁘고 거친 세상 속에서 느리더라도 바른 길을 걷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그런 길 위에서 품격 있고 고요히 빛나는 어른이 되도록 안내할 것이다. 다가오는 ‘전주독서대전(2025.9.5.~9.7)’에서 김소영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