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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 하는 국립박물관

요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지방에서 청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한다. 가속화되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좋은 직장에 이어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그다음으로 꼽고 있다. 문화향유 기회가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주요 고려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여 역사적인 고도와 지방 거점도시 13곳에 국립박물관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핵심 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지만, 지역 내 소도시에까지 촘촘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지역 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감한 사업을 계획하였다. 바로 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익히 알려진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를 꾸려, 지방 소도시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해 전시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요한 전시품을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선뜻 내어놓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이 지역 간 문화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가 바로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이다. 신라금관, 농경문청동기, 상형토기, 조선백자, 고려청자를 주제로 한 6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기획과 전시장 조성은 물론 연계 교육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국립지방박물관이 대상기관 선정, 전시품 운송과 설치 및 관리를 담당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립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 국립과 공립박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한 전시는 상·하반기 각기 6곳, 모두 전국 12곳의 공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 전시가 6월 18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백자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시지만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예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관람객이 찾을 만큼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하니, 지역의 문화향유에 대한 갈증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반기에는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신라의 화려한 금관과 금제허리띠, 그리고 ‘이사지왕尒斯智王’이 새겨진 칼을 소개하는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시가 장수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처음 시도해 본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부족한 점도 있을 터이나 첫 도전에 호응이 좋아 용기도 얻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도 국립박물관은 지방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하며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찾아갈 것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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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15:06

완주·전주 통합논의 불법 용납 안 돼

완주·전주 통합논의 과정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김관영 지사가 완주군민과의 대화에 나섰다가 대화의 장이 마련된 완주문예회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철수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500여명은 완주문예회관 내외부를 미리 장악한 후 출입문까지 봉쇄해 김관영 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며 “통합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완주군 없애려고 왔나’, ‘김관영은 완주군에 오지마라’, ‘완주군민에게 물어는 봤어’라는 원색적인 글이 새겨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군의원들은 ‘통합결사반대’라는 띠를 어깨에 두르고, 김관영 지사의 군의회 방문을 막았다. 김관영 지사는 이 같은 사태 속에서 언론과 만나 “군민들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반대·찬성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또 냉정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지사는 이어서 “물리적으로 입장 자체가 되지 않고 안에서는 500여명의 군민들이 기다리는 이런 상황이 발생해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해 찬성·반대 의견들을 폭넓게 수렴·분석해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완주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앞으로 군민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출입 방해에 그치지 않고, 군민과의 대화를 준비한 완주군의 무능과 방조를 크게 드러낸 총체적 부실행정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완주군은 지사의 출입을 방해하는 상황을 방조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완주군수의 수회에 걸친 설득에도 전혀 의견을 굽이지 않는 통합 반대단체의 행위는 가장 비난 받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군의회는 찬성과 반대 양측의 군민여론을 공정하게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반대 입장에 서서 군민여론 형성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지사와 군민 간의 소통을 막는 행위는 민주적 대의제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반대 집회와 시위에 참여한 사람, 또 이를 주도한 세력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완주군은 공정하고 원활한 소통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므로 건전한 토론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요즘 완주·전주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은 심각한 공포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고 한다. 반대론자들이 찬성론자들에게 거친 언사를 하며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마을에서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하며 외출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집단적인 위해는 민주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요소이다. 더욱이 주민주권의 현장인 마을에서 집단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지역사회의 건전한 소통을 가로막고 풀뿌리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완주군과 군의회, 관변단체들이 대거 완주·전주 통합논의 과정에서 반대를 하니 찬성론자들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에 찬성하는 주민이 공포감을 느끼고 통합에 반대하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생각을 갖게 한다. 찬성하면 보조금과 정부 지원혜택 등에서 제외되거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참여가 제한되는 것은 큰 박탈감을 갖게 할 것이다. 이처럼 공포감을 조성하는 주체와 이유, 그 강도 등을 분석하고 대처해야만 완주·전주 통합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주민이 당당하게 위해상황에 항의하고 시정을 해나가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전북자치도 감사기관과 경찰 등은 이러한 상황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된다. 완주·전주 통합은 모든 관계자들이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숙 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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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15:06

“현명한 전주시민과 함께, 전주대변혁 이룰것”

전주는, 대변혁을 시작했다. 과감히 과거의 틀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전주의 큰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우선 전주의 해묵은 숙제였던 전주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터 개발이 내년에 첫 삽을 뜨면서 전주 대변혁의 역동이 시작된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컨벤션 센터 착공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호텔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MICE 복합단지로서 전주와 전북특자도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하고, 곁에는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이 들어서 시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옛 대한방직터는 민간사업자와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전주의 랜드마크가 될 타워 건설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다.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전주 경제의 재도약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선8기 전주시는 전주 경제의 판을 바꿀, 산업단지 대전환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올해 3천억 규모의 ‘노후거점산단 경쟁력 강화사업’에 선정되면서 낙후한 산업단지가 혁신적인 미래산업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탄소융복합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파격적인 세제·재정지원 등 강소기업들이 모여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팔복동 산업단지 내 주거 및 문화시설 확충으로, 머지않아 시민의 삶이 머무는 첨단산업도시 모델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다. 또한 영화영상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준비하며 지역경제의 판도를 바꿀 강한 근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주의 큰 꿈에 있어 지역의 풍요로운 역사·문화자산을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건 역사·문화자산을 지역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재창조하여, 이를 토대로 자산의 가치는 한층 높이고 시민의 삶은 더 윤택하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전주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추진,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전주 고도지정 및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 계획 등 장기적인 문화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천오백만 관광객을 넘어선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아중호수, 덕진공원, 완산공원, 모악산 4대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광객이 오래 머물고 갈 수 있는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시민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상공인을 위한 1,700억원 규모의 ‘전주 희망더드림 특례보증’과 원금상환기간을 연장하는 ‘전주 희망더드림 안심연장’, 폐업 소상공인 ‘다시서기’ 등 지역경제의 중심인 소상공인의 위기극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총 363억원 규모의 혁신성장 펀드 조성 및 기업애로 통합지원 체계 구축 등 시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아울러, 치매 조기검진과 치료관리 지원을 전 시민 대상으로 확대하고, 공립 치매전담형 종합요양시설 건립 추진 등 대한민국 제1의 치매안심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주거 부담에 힘겨워하는 청년을 위한 ‘전주형 청년 만원주택’, 지역 취업을 지원하는 ‘청년기업반’ 운영 등 누구나 살기 좋고,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주시민은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민선 8기 전주시는 그 열망에 적극적으로 발맞춰 나가겠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20년, 30년 뒤 전주의 경제와 위상을 다시 우뚝 세울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우직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현명한 전주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대변혁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전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범기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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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8 09:59

출구가 안 보이는 '전북 홀대'

"국토부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수백 개 자치단체가 나오는데 전북은 도를 포함해 14개 기초단체가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국토 아닙니까. 버렸습니까" 익산의 이춘석 의원이 현 정부의 도를 넘어선 전북 홀대에 울분을 토해내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동료 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지역 정치권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강조했다. 국토부 신규 사업 6건에 사업비 20억도 채 안되는 규모에 담겨진 윤석열 정부의 전북 홀대를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는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싸워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뿐 이겠는가. 지난해 잼버리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전북 홀대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초기엔 민주당 텃밭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그 뒤 전개되는 상황은 설명이 안된다. 실제 도민들이 매스컴을 통해 국책 사업에서 전북이 번번이 누락되는 걸 보면서 타 시도와의 형평성 때문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바이오 특화단지 무산 때도 중앙 부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정부 정책의 불신만 키웠다. 전북이 신청한 오가노이드 분야는 생태계 환경 미흡으로 6곳 신청 지역을 아예 배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신청을 받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며 지역 차별 논란만 불거졌다. 초미 관심사인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대광법) 과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 계획에서도 전북은 빠졌다. 이렇게 정부 정책에 대한 도민 불신이 깊은 것은 과거 정권의 소외 차별과 오버랩 되는 탓도 크다.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정서로 이어지고 다시 정부 차별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주 정읍에서 열린 대통령 민생토론회도 눈에 띄는 성과없이 전국 27번째 행사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대통령과 소통하는 기회라 큰 기대를 걸었지만 되레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만 커졌다. 행사 내용도 의례적 수준에 그쳐 정부에 대한 실망감만 재확인 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정부 여당의 기류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운신의 폭이 커져야 한다. 국정 파트너로서의 여야 관계와 다수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현안 해결의 교두보 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의 필수 사업마저 자꾸 탈락함에 따라 도민들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역대급 호우 피해 대책을 비롯해 자영업 소상공인 생계 지원, 중소기업 연쇄 부도 등 생존 차원의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엄중한 골든 타임에도 여야는 전당대회에 올인하며 정치적 헤게모니에만 집중했다. 정치 혐오증만 더해가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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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7.25 18:10

[금요수필]외할머니와 복숭아

큰아들 내외가 힘겨운 듯 끙끙거리며 들어왔다. 자식들이 가져온 것들을 보면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다. 오늘은 상자 안에 볼연지 붉게 칠한 복숭아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예쁘다. 나는 복숭아를 보면 외할머니를 만난 것 같다. 복숭아는 과식을 해도 탈이 없어 좋아한다. 할머니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면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서 자랐다. 복숭아 농사는 여름 한 철이라 온 식구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늘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날 같다. 새벽에 일어나 복숭아를 따서 포장해 예쁜 상자에 넣어 동네 모정 앞에 세워둔 자동차에 실어 보내야 하루 일손이 끝난다. 잘 가라 손 흔들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과수원 일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할머니는 바구니에 복숭아를 한 아름 담아 집집마다 나눠 주면서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전화를 하셨다. “얘야! 복숭아 따는 날이니 아이들과 함께 와서 가져가거라."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애틋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출가한 외손자까지 챙기시는 할머니셨다. 복숭아는 비타민A와 C, 펙틴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면역력을 키워주며 피로를 풀어주는 유기산, 간 기능 개선과 혈액순환 개선 및 피부미용, 기능 개선에도 좋아 여름철 과일 중 황제라고 불리고 있다. 그걸 많이 먹고 자라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는지도 모른다. 나는 외가에서 태어났으며 6.25도 외가에서 보냈다. 여름방학이 되면 책을 짊어지고 외가로 달려갔다. 온 식구가 과수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나도 과수원에서 지냈다. 어느 날 저녁 밤하늘 별을 보면서 과수원 움막에서 지냈다. 외할머니는 모기장 안에서 심청전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 그리고 「춘향전」의 이야기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할머니는 부채질을 해주시며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는 노래도 불러주셨었다. 60년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제인 듯 눈에 선하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시다 바스락 소리가 나면 멈추셨다. 그리고 내가 무서울까 봐 할머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시고 한참 뒤에 손전등을 켜고 기침 소리를 내니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도망치고 있었다. "할머니, 복숭아 도둑이지요?" "아니다. 동네 청년들이 저녁에 놀다가 배가 고프니 '서리'하러 온 것 같구나." 도둑이 아니라서 졸였던 가슴이 확 풀렸다. 할머니는 소탈하고 겸손하며 정이 많으셨다. 세월은 훌쩍 지나갔어도 할머니에게서 받은 따뜻한 정은 아직도 내 마음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언제나 다정다감했던 외할머니는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 살아계신다. 지금은 그 '서리'를 '도둑'이라 한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다. '서리'는 전통 시대 풍습의 하나로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하며 주로 밭에서 했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점에서는 '도둑'이라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도둑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라'는 행위의 주체가 여러 명이며 재미로 하는 것이고, 규모가 작은 먹을거리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장난끼 서린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른들은 그 행위에 대해 묵인해주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여름에 복숭아를 보면 틈틈이 동화책을 읽어 주시면서 자장가를 불러 주셨던 외할머니 모습이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김금례 수필가는 <수필시대>를 통해 등단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가톨릭문학회, 한국미래문화회원 가톨릭 신앙체험공모 사랑상, 행촌수필문학상, 전주시 시민강좌시장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꿈의 날개를 달고>, <꿈의 날갯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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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8:05

자격∙면허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입영일자 연기가 가능한가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단체에서(자격기본법에 따른 국가공인 민간자격 포함) 시행하는 자격시험, 면허시험(운전면허 시험 제외)을 보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시험일정까지 입영일자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입영일 5일 전까지 병무청 누리집(http://mma.go.kr) → 병무민원 → 현역/상근 → ‘입영일자 연기원 신청’에서 본인이 응시하고자 하는 시험의 접수증이나 수험표를 첨부하여 입영일자 연기를 신청하거나, 접수증 또는 수험표를 지참하여 지방병무청에 방문 후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를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연기가 제한됩니다. 첫째, 운전면허시험 등 상시 또는 연중 접수하는 자격·면허시험 응시자는 연기가 제한됩니다. 둘째, 병역나이 28세 이상자가 국가공인 민간 자격시험에 응시할 경우도 연기가 제한됩니다. 셋째, 응시하려는 시험이 정기시험이라도 동일 종목의 상시시험도 함께 시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입영일자 연기가 불가합니다. 만약 1년에 여러 번 시행하는 자격∙면허시험이 아니라 연 1회 시행하는 시험인 경우, 응시 기회가 적고 장기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전년도 응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동일 자격∙면허시험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2회까지 연기할 수 있습니다. 해당 시험을 처음으로 응시하는 경우 1회째 연기 시에는 접수증이나 수험표가 반드시 필요하나, 만약 작년 시험에 응시한 이력을 증빙할 수 있다면 해당 시험의 접수 일정이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접수 일정까지 연기가 가능합니다. 만일 응시하고자 하는 시험이 1차와 2차로 구분되는 경우, 1차 시험 합격 여부를 해당 지방병무청 담당자에게 유선 등을 통해 알리고 합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이어서 시행하는 다음 2차 시험 일정까지 입영일자 연기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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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7:00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현관문을 나섰다. 마을은 아직 조용하다. 비가 왔다. 우산을 폈다. 비가 잘 온다. 착실하게 온다. 마음이 착해진다. 우산 위에 빗소리와 오동나무, 가죽죽나무, 고욤나무, 오갈피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각각 다르게 일정하다. 바람이 없다. 빗소리가 마을을 불안하게 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꾀꼬리가 아무 일 없는 소리로 노래한다. 참새들이 마당 잔디에서 무엇인가를 물어간다. 할미새가 지붕 끝으로 날아와 앉았다. 자태가 곱다. 파랑새 새끼들 다 길렀는지 나는 연습시킨다. 집 앞에서 종길이 아재를 만났다. 이른 아침인데 벌써 논에 갔다 오신다. 고라니와 멧돼지 방지를 위해 논 가에 둘러놓은 전선 줄 전기를 차단하고 오신다.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왔네요.” 그랬더니, “말보다 적게 왔고 만.” 하신다. 종길이 아재가 집 앞 콩밭에 들어서며, “어젯밤에 또 고라니란 놈들이 왔다 갔고 만, 이놈들은 꼭 콩 새순을 똑똑 따먹는 당게” 하신다. 강가로 나갔다. 돌아가신 당숙모네 밭에 이장이 콩을 심어놓았다. 이장 부인이 콩밭 풀을 매다 말았다. 다른 급한 일이 생겼었나 보다. 뽑아 모아둔 풀과 호미가 비 맞는다. 이장이 우리동네 농사를 다 짓다시피 한다.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토닥토닥 차분하다. 강가에 섰다. 물이 조금 불었다. 물이 다리를 넘어간다. 어제 온 비와 보태졌다. 붉덩물이다. 어디서 갑자기 소낙비가 왔나 보다. 강 건너를 보았다. 칡넝쿨들이 묵은 밭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감싸버렸다. 감나무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큰 돌들이 물에 잠겨 물살을 일으킨다. 오늘도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제일 끝집인 양식이네 집을 지났다. 양식이는 아직 출근 전이다. 전주 누나네 집 식당 일을 돕는다. 현수네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온다. 현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했는데, 어제는 회관까지 걸어오셨다. 집 안에서 새어나온 목소리가 정상이 되셨다. 현수네 집 위 이장네 집도 불이 켜져 있다. 이장 말소리가 들린다. 일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재호네 집 앞을 지났다. 찬수네 빈집터에 풀이 우북하다. 찬수네 집 앞 논을 메꾸어 찬수 여동생이 새로 집을 짓고 있다. 집이 다 되어간다. 오래 묵은 태환이 형 빈 집터를 지났다. 태주네 어머니는 딸네 집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빈집으로 오래 있어서 마당에 풀이 많이 자랐다. 마당 가 죽은 대추나무에 참새들이 앉아 있다. 태금이네 빈 집 마당 풀이 자라고 했다. 주성이 네 집도 고요하고, 점순네 집도 고요하다. 마당에서 흰 개가 자기 집에서 나를 내다보고 있다. 마을회관도 정자도 아직 조용하다. 정자 마루에 부채와 파리채와 물병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사람들이 페트병에 물을 넣어 목침처럼 베고 낮잠을 잔다. 리모델링 하는 만조 형님네 집을 지나 우리 집 앞을 지났다. 우리 집 담에 능소화꽃이 땅에 떨어져 비를 맞는다. 집 앞 텃밭에 참깨꽃이 희게 피었다. 밭 가에 옥수수가 내 키를 넘게 자랐다. 곧 옥수수를 따겠다. 판조 형님에 집 부엌 쪽문에 불이 환하다. 창문 너머로 텔레비전 사극 속 격노하는 왕 앞에 도열한 장수들 얼굴이 심각하다. 종현이네 집 마당에 웬 승용차가 있다. 누가 왔을까? 못 보던 차다. 당숙모가 안 계신 당숙모네 집은 적막하다. 오래 묵은 세곤이네 빈집 담에 담쟁이넝쿨이 무성하다. 마당에는 개망초꽃이 빗속에 모여 희디희다. 현미네 집 앞에 차가 있다. 출근 전이다. 한수 형님네 집, 종길이 아재네 집을 바라보고, 다시 마을 큰길로 나왔다. 바람이 일었다. 마을 앞 커다란 느티나무 밑을 지날 때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크다. 강물이 출렁인다. 옥수수잎과 참깨꽃이 심하게 흔들린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고 새들이 조용하다. 그때다. 후두두 굵은 빗방울이 얼굴을 때린다. 집으로 뛰었다. 먼 곳에서 천둥이 으르렁거린다. 나라에 큰비가 온다고 한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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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7:00

언니, 안녕

여러 지역을 다니다 군산에 자리 잡으며 속으로 가장 많이 되뇐 단어는 ‘언니’였다. 이모도, 선배도 하물며 엄마도 아닌 언니라는 호칭에 담기는 친근하면서도 기댈 수 있는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다. 관광지의 맛집에서 현지인들만 아는 메뉴를 시키는 것처럼. 군산살이 7년 차, 의지할 수 있는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말은 ‘00 님’이라고 하지만 ‘00 언니’라고 속 발음한다. 월명동에서 사람들이 편히 드나드는 방앗간 역할을 하며 여러 소식과 필요한 사람 간 연결을 해주는 책 언니, 인생의 풍파를 거닐며 어떤 일에도 초월한 미소를 보이는 호탕하기 그지없는 왕 언니,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발칙한 마음이 들 때 찾아가서 속 풀이를 하면 깜찍한 해법을 제시해 줘서 결국 세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청 언니.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언니들이 필요할 것이다. 스포츠에도 언니가 있다.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말이 불길처럼 번진 여성 스포츠를 사랑하는 J는 언제나 언니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는 언니는 조금 늘어트려서 ‘언니이-’로 발음한다. 호칭을 마무리하는 길이와 부호에 따라 감정이 드러나는데. 경기에 진날은 ‘언니..’, 걱정되는 날은 ‘언니..!’, 너무 멋진 날은 ‘..! 언니!’다. 세상 곳곳의 언니들을 찾아 헤매며 어릿광대 역할을 하던 나도 어느새 언니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굴고 싶다가도, 대부분의 모임에서 내가 연장자가 된 걸 알아차리면 사회적 얼굴을 갖춘다. 그럴 때 명확한 얼굴이 아닌 추상적인 ‘언니’가 더 그리워지지만, 내가 누군가를 불렀든 다른 이가 나를 ‘언니’라고 부를 때면 내가 받았듯, 모든 걸 주고 싶어진다. 우는 아이를 어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손에 화려하고 소리 나는 모든 걸 들고 흔드는 사람처럼. 그대,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 나 그대에게 언니가 되리. 백은선 시인의 시 중 <언니의 시>가 있다. 두 번째 문단에서 “언니, 언니가 그렇게 썼잖아 나는 그걸 읽고 언니,”라고 언니를 애틋하게 부르기 시작하여 계속 반복하는 이 시는 ‘언니’라는 호칭이 가지는 판타지의 결정이다. 시의 화자처럼 왠지 나도 “언니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원히 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니”와 경험을 한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시 속의 ‘언니’라는 호칭에 담긴 간지러운 느낌을 이해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런 언니 예찬의 글을 쓰다가도, 슬픔과 화가 담기는 ‘언니’의 세계도 있다는 걸 떠올리면 가슴이 뻐근해진다. 반성매매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H에게 ‘언니’는 다른 의미이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유령 같은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친구는 밤에 바삐 움직인다. 군산에도 ‘언니’들이 있다. 대명동·개복동 성매매업소화재참사(2000년, 2002년) 이후 언니들은 사라진 것 같지만, 우만컴퍼니 사무실이 자리 잡은 월명동의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언니들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 새벽, 주차된 차로 걸어가는 나를 향해 “언니, 노래방 어디 가야 해?”라고 묻는 취한 남자를 마주친 골목. 남자들은 왜 ‘언니’라고 부를까. 온몸에 소름 돋는 징그러움을 떠오르다보면 ‘언니 최고’보다는 그저 얌전히 모든 언니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고 만다.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출판사 우만컴퍼니 대표 △김나은 대표는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이자 출판사인 우만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으며, 군산시청년정책위원회와 군산시청년협의체 위원과 함께 전북양성평등센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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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5 16:59

파출소 설치 기준, ‘범죄예방’ 효과 우선시해야

생활여건을 따질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주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범·치안시설이다. 신도시가 조성되면 주민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시설도 바로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다. 대규모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거주 인구 3만명을 훌쩍 넘어선 전주 에코시티에서도 치안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래전부터 주민 민원이 빗발쳤지만 경찰은 지구대나 파출소 신설 계획을 선뜻 세우지 못했다. 예산·인력 문제와 함께 지구대 및 파출소 설치 기준 때문이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파출소 신설을 위해서는 관할 면적과 인구, 112 신고 건수, 5대 범죄 발생 건수 등 4개 항목 가운데 3개 항목 이상이 동일 급서 지역 평균의 70% 이상에 해당돼야 한다. 경찰청이 상위 법령을 근거로 정한 기준이다. 전주 에코시티의 경우 인구 기준은 충족했지만, 관할 면적과 112 신고 건수, 5대 범죄 건수 등의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는 존재 자체만으로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치안시설 설치 요건에 가장 중요한 범죄 예방 효과는 빠졌다. 범죄가 자주 발생해야만 치안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중병에 걸린 사람에게만 치료약을 처방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경찰은 에코시티에 파출소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파출소를 이전하는 형태로 신도시 치안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전주 송천동 지역 절반의 치안을 맡고 있는 송천2파출소를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지연될 소지가 있다. 파출소를 이전하더라도 조직과 인력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기존보다 훨씬 증가한 치안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치안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 지구대 및 파출소 신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나는 이유다. 범죄자 검거도 물론 경찰의 역할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범죄 예방이다. 경찰청에서 정한 현재의 기준대로라면 지방 신도시 지역 파출소 조기 신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범죄가 빈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경찰 인력을 확충하고, 파출소 설치 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 당연히 범죄 발생 건수보다는 범죄 예방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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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25 13:05

폭염속 쓰레기 처리 삶의질 크게 좌우한다

폭염과 폭우에 시름하는 요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사소한 거 같아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핵심은 행정기관과 처리업체의 주도면밀한 시스템 구축과 신속 정확한 처리인데 시민들의 의식 또한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시민 각자가 얼마나 성의있게 공동체 의식을 갖는가에 따라 도시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다. 전주시가 오는 8월 1일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청소행정 효율화를 위해 기존 권역별 청소 책임제를 전면 개선키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주요 개선 사항은 앞으로 한 업체가 한 개동을 책임 수거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또한 12개 권역으로 나눠 대행 8개와 직영 4개 권역으로 구분해 전주지역 전체를 전면 권역별 청소책임제로 개선한다. 철저한 준비끝에 시행하는 만큼 앞으로 전주시의 청소행정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당장 주변 현실을 보면 너무 심각하다. 무더위 속 전주시내 골목길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방치되면서 벌레가 생기고 악취를 풍기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도시 곳곳 골목길에 있는 쓰레기장 주변을 보면 쓰레기봉투 수십개씩 쌓여있는 것은 기본이고, 물티슈, 일회용 컵 등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곳도 많다. 무더위와 기나긴 장마로 인해 가뜩이나 불쾌한 생활환경은 주변 곳곳의 쓰레기 관련 악취와 창궐하는 벌레 등으로 인해 짜증 그 자체다. 쓰레기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주시나 수거 업체만을 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음식물을 섞어 버리는 등 아직도 시민의식은 갈 길이 멀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됐을 경우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주택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음식점, 노래방 등 상가들이 많은 곳에는 미처 수거되지 않은 일반쓰레기봉투와 재활용 쓰레기들이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옥마을, 고사동 영화의 거리, 서부신시가지, 전북대학교 구정문 등 전주시가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한 4곳을 제외하면, 쓰레기 수거는 계절과 관계없이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8월부터 쓰레기 수거체계가 바뀌면서,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쓰레기의 경우 매일 수거하게 되지만 행정기관과 업체, 시민 모두의 협조가 있어야만 우리 생활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음을 한번 더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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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25 12:32

대광법은 위헌이다!

대광법! 법 이름이 좀 길긴 하지만,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말합니다. 보통 ‘광역교통법’이나 ‘대광법’으로 부릅니다. 아마 이번 4월 22대 총선거 과정에서 시민들께서 가장 많이 들으셨고, 궁금하셨던 법률일 것입니다. 대체 이 대광법이 무엇인데 이리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대광법은 우리나라 대도시권을 수도권, 부산 울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그 지역에 광역교통시설 정비를 위해 국고를 지원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모두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별시∙광역시와 그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대도시에만 국고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1997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광역 교통망 구축을 위해 177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비가 지원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북에는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전북은 대광법에 의한 국고지원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광주와 광역교통 통행량과 조건이 비슷한데도, 전주는 도청이 있는 대도시지만 대광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던 것입니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광역시가 없는 강원도도 대광법과 별도로, 올림픽을 치르면서 교통망 개선 등에 수 조원을 지원받은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국 전북만 수십 년째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한 결과, 이제 전북은 ‘교통 오지’라는 오명도 얻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사이 전북이 얼마나 ‘교통 오지’가 되었을까요? 전북은 전국 GRDP 비중이 1985년 4.4%에서 2021년 2.6%로 감소했고, 1인당 지역 총생산은 최하위(2925만2000원)로 추락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전북 인구는 1960년 대비 37.9%가 감소하여 149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북은 광역지방자치단체로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게다가, 교통 혼잡으로 발생하는 시간 가치·차량 운행 비용 등의 교통혼잡비용은 광주, 울산, 대전보다도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 등이 포함된 지방 철도망 확충 계획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전북만 제외했습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제122조는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북이 오랫동안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헌법에게 물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북차별법’이 된 대광법은 위헌적인 법률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7월 1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전북 국회의원들이 대광법 적용 대상을 도청소재지가 있는 50만 이상의 도시로 하는 개정안을 냈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북도민들이 일어나 외쳐야 합니다. 정치인들도 전북도민과 함께 외쳐야 합니다. 전북인의 자긍심을 세우고, 당당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평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저도 외칩니다. 전북만 차별하는 대광법은 위헌이다! /이성윤 국회의원(민주당·전주시을) △이성윤 의원은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며 서울고검장·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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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4 19:33

올림픽 신화의 주인공 전북

며칠 전,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전주고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도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축구, 야구 등 인기가 많은 구기종목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고 야구부가 무려 39년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갈수록 취약해져만 가는 전북 체육에 분명 청신호를 던져주는 일이다. 지방도시에서는 선수부족, 재정난 등 악재가 한두가지가 아니기에 전주고 야구의 전국대회 정상은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프로야구 태동 전, 고교야구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우승컵을 들어올렸을땐 익산역에서 전주까지 35사단 지프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다. 한때는 전북에서 군산상고, 전주고, 전주상고 야구부가 치열한 지역예선을 벌이곤 했다. 전주고 야구 전국대회 제패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루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파리올림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출신은 9개 종목에 걸쳐 14명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데 사격 김예지, 배드민턴 서승재, 공희용 등은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도민들이 응원을 보내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특히 김관영 지사는 역대 전북지사 중 처음으로 올림픽 참관 차 현지를 방문하고, 전북인으로선 최초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선수단장으로 참가하기에 전북 출신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듯하다. 이번 올림픽에는 시도지사 중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등이 참석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대 올림픽 개최도시 시장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하계 올림픽의 인기가 크게 시들었으나 예전엔 메달 하나에 전 국민이 울고 웃었다. 그 중심에 전북 건아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1984년 제23회 LA올림픽때 복싱 신준섭, 레슬링 유인탁 선수가 전북인으론 첫 금메달을 따냈고, 88 서울올림픽때는 복싱 김광선, 탁구 양영자, 핸드볼 임미경, 이미영, 손미나 박현숙 등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992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역도 전병관, 배드민턴 박주봉, 정소영, 핸드볼 이미경, 임오경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고, 1996년 제26회 애틀랜타올림픽때는 배드민턴 김동문 선수가 역시 금메달을 확보했다. 이후 2004년 제28회 아테네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2관왕) 이성진을 비롯, 배드민턴 김동문, 하태권 역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때는 양궁 박성현, 야구 이진영, 정대현 등이 정상에 섰으나 2012년 제30회 런던올림픽때 양궁 최현주를 끝으로 전북 출신의 금메달 행진은 중단됐다. 과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선수중 누가 12년만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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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7.24 15:33

서울과 전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보자

몇 해 전 이맘때 비긴어게인 경기전 버스킹이 있었다. 역사의 도시이자 전통 문화를 간직한 전주에서 여름날 밤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한옥마을인가 했더니 궁궐같은 전각에 궁담길 옆 오래된 나무가 세월의 깊이를 보여준다. 하마비와 외삼문 그리고 홍살문이 보이는 전형적인 서울의 고궁과 같은 운치있는 풍경이다. ‘경사스러운 터에 지어진 보물 같은 공간’이 경기전(慶基殿)이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 어진과 조선왕조실록 보전기적비가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전주가 지켜온 조선의 자긍심이 바로 경기전이다. 경복궁은 알아도 경기전은 잘 모른다. 더구나 한양도성 관문인 숭례문은 가 보았어도 전주성 정문인 풍남문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1907년 성문과 성벽이 헐린 후 전라감영 전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문이 풍남문이다. 서울 숭례문 및 흥인지문과 규모 및 옹성이 비슷하다. 풍패지향(豐沛之鄕)은 조선왕조의 발원지 전주 이씨 본향인 전주다. 그리고 호남제일성 전주성 남문이 경기전 옆 풍남문이다. 600여 년 전 이성계가 남원 황산대첩에서 승리 후 전주 오목대에 올라 조선 창업을 구상하며 풍년가로 종친과 하늘에 고했다. 전주와 서울은 다른 듯 같은 계획적 역사·문화 도시다. 오래된 역사가 있어 동네마다 도성과 읍성에 얽힌 이야기가 풍성하다. 한양도성에 한강이 있다면, 전주성에 전주천이 있다. 한양도성 안 왕이 사는 경복궁과 창덕궁이 있듯, 전주성 안 왕의 어진이 있는 경기전과 풍패지관 전주 객사가 성안에 있다. 또한 숭례문 옆 남대문시장이 있듯, 풍남문 밖 남부시장이 시민과 관광객의 먹거리를 보장하고 있다. 도성 안 서촌 한옥마을과 북촌 한옥마을처럼, 읍성 밖 한옥마을이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멋스러움과 여유로움까지 선사한다. 서울과 전주는 가톨릭 역사도 비슷하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본당이자 상징은 김범우 토마스 집터인 명례방에 지은 명동성당이다. 1898년 대한제국 시대 우여곡절 끝에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이 도성 안 명동대성당이다. 1791년 신유박해 때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등 호남 지역 많은 가톨릭 신자의 순교 터에 전동성당(殿洞聖堂)을 지었다. 풍남문 밖 전동성당은 호남 지역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건물이다. 전동성당의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은 풍남문 성벽이 헐린 후 화강암과 성돌이 주춧돌로 사용되었다. 전주 없이는 서울도 없다. 전주가 본관인 조선왕조 시작이 태조 이성계이듯, 조선왕조실록의 대기록을 지킨 전주사고(全州史庫)가 조선의 명맥을 이었다. 서울 한양도성은 600년 역사를 간직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한다. 한양도성에 있었던 사대문(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과 사소문(혜화문·광희문·소의문·창의문)에 훼철된 성문을 복원하고, 소실된 성벽을 이으려고 한다. 600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풍패지향 전주성도 복원되기를 바란다. 전국 팔도 중 가장 크고 웅장했던 전라감영 건물들과 전주성 사대문(풍남문·패서문·완동문·공북문)도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전주와 서울은 사실 비슷하다. 두 도시는 공간적으로 멀지만 시간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과 대한민국 전통을 간직한 전주는 해외 관광객과 국내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다. 가서 머물고 보고 배우는 역사·문화·생태도시로 접점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최철호 소장은 한양도성 전문가로 양천문화재단 비상임 이사·(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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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4 15:08

완주·전주 상생발전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지난 7월 22일과 24일은 전북 발전에 획기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2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완주·전주통합 추진을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관영 지사는 특히 “주민서명에 의한 시·군 간 통합 건의는 전국 최초의 사례로, 행정구역 통합과 같은 중차대한 과제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선진 모델이 전북에서 시작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관영 지사는 또한 “완주군민들의 통합건의서 제출로 통합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주민 주도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서, 모두가 바라는 상생발전방안을 제시해 주시길 기대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완주·전주 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로서는 먼저 김관영 지사가 주민투표 건의를 제대로 평가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사실 주민투표건의 서명을 받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다른 통합운동단체들과 협력하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주민투표법' 등의 규정과 절차를 지키며 주민투표건의에 성공했다. 완주군의 건의서명 적격 여부 등의 확인을 거쳐, 김관영 지사가 주민투표 절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주·전주통합추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통합운동단체로서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통합에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도 다지게 됐다. 여기서 2013년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 사례를 보면, 옛 청원군 지역 민간단체가 먼저 지역 의견을 수렴해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청주시 민간단체와 전격 합의해 통합의 물꼬를 텄다. 합의된 75개의 상생발전방안은 '통합 청주시설치법'에 따라 구성된 ‘상생발전위원회’가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현재 73개 사업이 완료됐다. 필자는 통합 청주시 사례를 따라하면 완주·전주 통합도 성공하고, 양 지역의 주민도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관영 지사는 “주민들 스스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합리적인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통합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로서는 이 원칙을 끝까지 아니 통합 이후에도 굳게 지켜나갈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 8일 완주·전주 상생발전 20대 사업을 전북자치도와 전주시에 제안한 바 있다. 주요한 것을 얘기하면 △완주 군민이 현재 받고 있는 혜택은 통합시 출범 후에도 10년 이상 유지 △완주군민이 우려하는 혐오·기피시설은 완주 부지에 들여오지 않는다 △통합시청사를 완주군에 건립, 통합시청사 부지는 완주군민 여론조사로 결정한다 △(현)완주군청은 완주구청으로, 도·시 단위 공공기관, 시설 이전 △전북특별자치도는 통합 시 출범 후 대규모 국가 산단을 완주지역에 조성하고 현대자동차급의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 등이다. 우리 단체는 완주군민이 걱정하는 바를 조사하고, 뜻을 물어 대안을 수립해, 그 대안을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완주군에 제시할 것이다. 두 번째로 24일 전북자치도는 완주‧전주 통합건의서와 도지사의 의견서를 지방시대위원회에 정식 제출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 김관영 지사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을 만나 '지방자치법' 상 특례시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에서 50만명 이상 도시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완주·전주 통합에 적극 공감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익산에 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완주·전주 통합은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 상황과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행정 체제 개편 방향과 부합하여 통합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완주·전주 양 지역 주민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통합방안을 제시할 때 행정기관은 적극 도와줄 것이다. 3대 폭탄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완주지역의 교육 복지 농업상 특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또한 읍면별로 대표사업을 선정해 지역개발을 앞당기도록 하자. 완주·전주 주민 스스로 통합을 주도하는 게 이번 완주·전주 통합의 시대정신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여러 차원의 완주·전주 상생발전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이미숙 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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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4 15:08

폐지 모아 나눔실천, 80대 어르신이 주는 울림

폐지를 수집해 모은 돈으로 5년째 기부를 이어온 80대 어르신의 나눔실천이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전주시 중앙동에 거주하는 홍경식 씨(81)다. 그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정부에서 받은 긴급재난지원금 40만원에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모은 돈을 더해 100만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당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은 전주 지역 첫 번째 기부자였다. 이후에도 그는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이어왔다. 지난 23일 전주시복지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한 게 일곱 번째로, 기부금은 총 800만원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에 불과하다. 생계를 잇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홍경식 어르신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행복한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우리 사회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의 기부와 사회공헌활동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들의 ‘억대 기부’보다 폐지 줍는 어르신의 100만원 기부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나눔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눔은 남을 배려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덜어주는 것이다. 홍경식 어르신은 “기부할 때 가장 행복하다. 여생이 끝나는 날까지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다리도 허리도 아프지만 폐지를 계속 줍는 것은 기부할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를 그의 소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고령인데다 여건도 좋지 않은 홍경식 어르신이 5년 동안 꾸준히 전해준 지역사회 기부 소식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의 뜻깊은 나눔 실천이 우리 사회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해 이웃사랑의 큰 물결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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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24 12:44

열대야에 고통주는 오토바이 굉음 단속하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심야에 배달 오토바이 등의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가뜩이나 더위로 짜증이 나는데다 오토바이 굉음까지 겹쳐 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오토바이는 소음기를 불법개조한 경우도 없지 않다. 지자체와 자치경찰 등은 합동단속을 통해 여름철 무더위로 짜증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줬으면 한다. 전주를 비롯한 도내 대부분 지역이 밤에도 25가 넘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밤늦게 음식을 배달해 먹는 사람들이 있어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는 오토바이 굉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대개 밤 늦은 시간에는 창문을 열고 잠을 청하는데 이러한 소음공해로 잠을 설칠 수 밖에 없다. 이들 오토바이들 중에는 머플러(소음기)를 개조한 경우도 있어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오토바이 소음 단속 기준은 105dB이다. 열차 통과시 철도변 소음이 100dB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느슨한 기준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105dB을 초과했을 때 뿐만이 아닌 인증·변경인증 표시값보다 5dB을 초과해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 소음·진동관리법의 개정을 통해 소음단속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야간 시간대 소음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차등규제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소음과 배기가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전기 자전거 보급과 충전시설도 늘렸으면 한다. 이와 함께 6월부터 기초지자체가 소음 단속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반기마다 점검 실적을 보고토록 한 만큼 자치경찰 및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과 합동점검을 벌였으면 한다. 이밖에도 일부 주택가에서는 개들이 밤늦게 짖는 바람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벌어지는 폭죽놀이로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새벽시간에 예초기를 돌린다든지 편의점 야외테이블에서 밤늦게 고성방가하는 행위 등도 단속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소음공해는 시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더욱이 주변이 고요한 야간에는 소음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도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무더운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자치경찰 등이 노력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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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24 12:01

김 지사가 쏘아 올린 완주 전주 통합의 찬성론

김관영 도지사가 완주군과 전주시 행정통합에 대해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지사는 "완주 전주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지역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에 선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민선 8기 공약으로 의중을 밝힌 바 있는 김 지사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통합의 필요성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찬반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공식석상의 첫 입장 표명은 향후 찬반 양측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엄중한 시기 주목받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밝힌 지지 표시는 통합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김 지사는 22일 도청 회견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절차적 진행 과정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2일 완주군으로부터 통합 관련 주민 서명부가 전북도에 전달되면서 도지사로서의 입장 표명을 분명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입장이 통합 찬성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도는 이번 주 중 지방시대위원회에 완주· 전주 통합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사는 "완주와 전주는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도 그동안 동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피해 의식 편차가 크다" 면서 이제라도 생활, 교통, 경제권 등을 하나로 묶어 차별 없는 행정 서비스를 공유해야 한다며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주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혐오시설 유치와 부채 차이에 따른 재정 악화 등 논란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완주 전주 지역의 장단점을 보완해 지방소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국가 지방 전략에 따라 메가시티로 가느냐, 올해 출범한 전북특자도의 특례를 최대한 활용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지방소멸 위기와 함께 시군의 소지역주의로 몸살을 앓는 전북 상황도 결코 여의치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의 지속 가능한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내부 갈등 해결이 급선무다. 완주 전주 통합도 마찬가지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7.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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