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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세력의 엇갈린 행보

완주 전주 통합 여정이 시작됐지만 추진 과정에서 찬반 단체의 엇갈린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찬성 입장에선 통합의 당위성만 역설할 뿐 눈에 띄는 움직임은 거의 없고 기자회견이 고작이다. 이에 반해 완주 지역 반대 측은 대놓고 공격적이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각에선 통합 과정이 가장 치열했던 2013년 찬성 단체의 역동적 활동을 거론하며 그 이상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함에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표정이 어둡다. 이처럼 상반된 두 단체의 추진 동력을 감안하면 3전 4기의 통합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세 번째 통합 실패의 교훈을 곱씹어 보면 거기에 해답이 담겨 있다. 당시 주민투표를 한 달 앞두고 전체 여론 조사에서 통합 찬성이 반대 보다 10%나 앞섰다. 열쇠를 쥐고 있는 완주 지역도 찬성 비율이 10% 가량 많아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반대 비율이 53.4%로 나타나 통합이 무산됐다. 그때는 완주 군수와 의회 의장이 투톱으로 통합에 앞장선 데다 전주시장도 솔깃한 당근책을 제시하며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그 같은 우호적 환경에서 관망하던 주민들이 투표를 꺼려 하고, 저인망식 맨투맨의 승부수를 던진 완주 정치권의 전략은 통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통합의 승부처인 완주 지역의 찬성 목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 권력의 중심축인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노골화 하면서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과의 오랜 인연과 이해관계도 엮여 드러내놓고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2013년 당시 통합 찬성에 앞장섰던 인사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전주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 측 내부 사정도 복잡하긴 매한가지다. 초반 분위기를 띄웠던 선도 세력과 자발적인 후원 그룹이 서로 변죽만 울릴 뿐 시너지 효과를 못내고 있다. 이 때문에 참신하고 역동적 이미지의 새로운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번 통합의 성패 여부는 절박함의 차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3번의 통합 실패가 말해주듯 명분과 실리가 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합의는커녕 갈등만 부추긴다. 먼저 거칠고 자극적 언사를 쏟아내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반대 단체에 맞서는 찬성 측의 단일 대오가 첫 번째 관문이다. 그럼에도 찬반 표대결에 앞서 2014년 퉁합을 이룬 청주시와 청원군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양측은 통합 전제조건으로 상생발전방안 5개 분야 75개 과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일종의 약속 이행을 담보하기 안전 장치로 10년이 지난 현재 92% 이행률을 보였다. 이렇게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상생발전방안을 통한 신뢰 확인 절차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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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0.03 16:48

가을이 왔어요

안개가 마을에 가득했어요. 강 건너가 잘 보이지 않았답니다. 천천히 걸어 강을 건너갔어요. 어제 그곳에 가보려구요. 틀림없이 알밤이 길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을 거거든요. 길에는 어제 보았던 민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제 그 달팽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민달팽이는 어찌나 느린지 가는지 마는지 분간을 할 수 없습니다. 민달팽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내 말은 늘 같습니다.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 ㅡ 졸시 ‘도중’ 전문-. 억새가 팼습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길가에 미국 쑥부쟁이꽃이 피어 있고 고마리, 물 봉선화 꽃이 피었습니다. 거미들이 길가 풀숲 여기저기 집을 지어 놓았습니다. 길목이 좋은 곳에 있는 거미 집에는 날 벌레들이 여러 마리 걸려 있고, 내가 보기에 별 고민도 별생각도 없이 얼기설기 허술하게 지은 듯한 집에는 거미줄이 텅 비어 한산합니다. 거미들도 집을 지을 때 부실 공사를 하는가 봐요. 꾀꼬리, 붉은 머리 오목눈이, 개개비, 박새, 직박구리, 딱따구리, 까치들이 안개 속에서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들의 아침도 사람들의 아침 출근길 만큼이나 부산합니다. 차가 한 대 내 뒤에 오고 있었습니다. 긴장했어요. 차가 자주 다니지 않은 좁은 길이거든요. 처음 본 차였습니다. 민달팽이 생각이 났습니다. 차는 그 지점을 이미 지나와 버렸습니다. 저기 저 앞길에 알밤들이 떨어져 있을 텐데, 어쩐다지, 어쩐다지 하다가 손을 번쩍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분은 바쁘다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내가 길바닥에 있는 밤을 줍는 1분만 늦추면 안 되겠냐고 했거든요. 알밤이 있는 길을 지나자, 생 밤이 차 바퀴에 갈려 툭툭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삐 걸어가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속살이 하얗게 터진 알밤들이 보였습니다. 용케 ‘로드 킬’을 피한 알밤을 주웠습니다. 길바닥에 있는 알밤 만 주워도 두 손이 가득 차서 왼쪽 호주머니에 넣고 풀 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알밤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알밤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알밤 송이들이 벌겋게 벌었습니다. 알밤나무를 발로 차면 알 밤들이 후두두 이슬 밭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알밤이 하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알밤 밭 같습니다. 정신없이 알밤을 주울 때, 여기도 툭 저기도 툭 내 코앞에도 툭 떨어지네요. 금방 땅에 떨어진 알밤은 정말 탱글탱글 예쁩니다. 어쩌면 저렇게 밤이 저절로 익어 벌어지며 땅으로 툭툭 떨어지는지 정말 신비롭습니다. 금새 왼쪽 호주머니가 가득 찼습니다. 어찌나 알밤이 많은지 금방 오른쪽 주머니도 가득 찼습니다. 나도 놀랐습니다. 바지 양쪽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가득 찼어도 땅에 떨어진 알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습니다. 아깝지만 더는 어쩔 수 없습니다. 주머니에 더는 들어가지 않아 양손에 알밤을 들고 집으로 갑니다. 주머니 가득한 알밤의 무게로 바지가 자꾸 내려가 걷기가 불편해집니다. 아까 그 차는 아직 돌아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길은 차가 더 갈 수 없는 막다른 소로 길이거든요. 민달팽이가 있던 곳을 지나갔습니다. 민달팽이 맨몸이 사라진 흔적이 길바닥에 뚜렷했습니다. 민달팽이는 죽으면 물이 되어 버립니다. 뼈와 살이 없어요. 안개가 사라진 말끔한 아침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산이 정갈합니다. 낮달이 가고 있네요. 달도 민달팽이처럼 가기는 가는데, 지구의 움직임처럼 체감하지는 못합니다. 노란 꾀꼬리가 강을 건너 하늘 높이 날아갑니다. 어젠지, 그젠지 문득 우리 살갗에 와 닿던 그 선선하던 바람이 새삼스러웠었습니다. 그 바람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온 바람이기에 어제와는 다른 바람이었는지, 그 바람은 잊어서는 안 될 바람이었습니다. 우리 입에서도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날이 달라졌다고, 이제 좀 살겠다고, 바람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것입니다. 내 생각이 달라지다니, 내 말이 달라지다니, 자연이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듣고 다른 말을 하다니, 우리가 놀랍지 않아요?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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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3 15:50

사회복무요원 복무중입니다. 현역병으로 복무를 희망하고 있는데 가능한가요?

사회복무요원이 현역(또는 상근)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질병치유 없이 현역으로 병역처분변경 신청이 가능합니다. 현역복무 신청 가능 대상은 사회복무요원 소집대기자와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이며 신체검사 없이 보충역에서 현역으로 역종만 변경되며 기존의 신체등급은 유지됩니다. 참고로 수형사유 보충역이나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보충역은 현역복무 희망신청 비대상입니다. 그리고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 중 향후 현역복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도 현역복무 신청이 제한됩니다. 현역복무 신청 방법은 병무청 누리집에서 '병무민원 – 병역판정검사 – 사회복무요원 현역복무희망 병역처분변경 신청 - 사회복무현역희망'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상근예비역 선발을 희망할 경우에는 상근예비역 복무에 체크하여 신청하셔야 합니다. 이때 상근예비역 복무 희망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현역복무 선택자 중 사회복무요원소집 대상자만 신청할 수 있으며,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은 상근예비역 복무 희망 신청이 제한되며 현역복무 신청만 가능합니다. 상근예비역 복무를 희망하였더라도 해당 주소지에 상근예비역 소요가 없거나 소요에 비해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되지 않을 수 있으며, 선발되지 않은 사람은 일반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됩니다.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변경된 사람은 신청을 취소할 수 없으나 이후 질병악화 등으로 현역복무가 곤란한 사람은 병역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다시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할 수 있으며 그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병역처분이 변경(또는 유지)됩니다. 다만 신장체중(BMI) 사유로는 재신체검사가 불가하오니 신청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상근예비역 복무를 희망하였으나 연말(12월)에 상근예비역소집 대상자로 선발되기 전에 현역병 입영을 원할 경우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및 각 군 모집병 지원을 통해 일반 현역병으로 입영도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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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3 15:50

난 웹툰작가이다 2

나와 형은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회와 함께 웹툰 원고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웹툰 플랫폼에서 공모전이 있었다. 광복 70주년 주제로 제작하고 있는 원고였지만, 상업성과 대중성을 고려해서 동양판타지 장르로 만들고 있던 중이어서 공모전에 출품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공모전 성격에 더 맞게 탈고를 한 뒤에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을 했다. 기다렸던 결과는...되지 않았다. 같이 일하고 있는 형과 씁쓸한 위로주를 하며 멘탈을 다듬고 다음 날, 다시 원고 작업을 하던 중에 메일이 하나 왔다. 공모전을 열었던 웹툰 플랫폼에서 온 메일이었고 내용은 수상은 못했지만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형과 나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있다. 담당자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미팅할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만나게 됐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설레는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당황스러움만 남았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아직 등단하지 않은 작가들이기에 연재의 신뢰를 할 수 없고, 작품도 가능성은 있지만 많은 수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큐베이팅'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몇 화 분량의 원고를 만들고 연재를 결정하자는 거였다. 내용으로만 생각해보면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설득도 되었다. 아직 등단하지 못한 예비 작가들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회당 고료는 20만 원, 또 원고를 만드는 동안 작품에 담당자의 많은 관섭이 있을 거라는 것. 당황스러웠다. 20만 원이면 한 달 꼬박 해도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돈으로 형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 또 분명 우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작품을 말 그대로 담당자 마음대로 수정을 쥐락펴락하겠다는 말이 굉장히 불편하고 거북했다. 물론, 대화 중에 느껴지는 담당자의 무시가 깔려 있는 태도도 한몫을 했었다. 생각을 해보기로 하고 형과 작업실로 돌아와서는 한동안은 둘 다 조용히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생각 끝에 형과 나눈 대화의 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인큐베이팅동안 이 작품에만 전념하라는 조건이 있는데 그 고료로는 도저히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작품을 우리는 아직 미숙하니 의도와 생각을 갖지 말고 시키는 대로 만들어라는 작업 형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고 예의 있게 거절의 메일을 담당자님한테 보내드렸다. 다음 날, 읽음이라고 써 있는 거 보니 메일을 확인은 했는데 우리에게 답장조차 안 해줬다. 시간이 지나고 웹툰 작가로 경험이 쌓였을 때 이때를 생각해보면 불공정 계약의 하나였다. 그 당시에는 웹툰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을 때라 예비 작가들이 많아질 때였다. 이 틈을 노려 실력은 있지만, 정당한 계약 내용이라든지, 최소한의 고료가 얼마인지 저작권의 이해가 없는 예비 작가들의 등단하고 싶은 마음만 건드려서 불공정 계약으로 웹툰을 만들어 팔던 게 흔할 때였었다. 그 담당자도 그중 하나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런 피해들이 속출하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공유하고 적극 활용을 위해 많은 홍보도 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진 문제지만, 그때 나와 형이 그 담당자의 손을 잡았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관련된 일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문체부에서 고시한 표준계약서를 꼭 참고하시길. /홍인근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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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3 15:49

[기고]달라진 전북교육에 바란다

정책은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교육 정책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지난 십여 년간 ‘아이들이 시험 걱정 없이 행복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평가를 등한시한 결과 전북의 교육 경쟁력은 전국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전북의 서울대 진학자 수가 80명인 반면 대구는 190명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물론 대학 입시 결과가 교육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의 기본적인 책무는 학생의 학력을 키우는 것이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전북에서 초등 총괄평가가 시행됐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평가가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들이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성취 기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있어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다. 최고의 장인이 만드는 제품도 검수 과정을 통해 완성도 높은 명품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 평가의 척도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의 과정 또한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학력신장을 위한 정책 변화 뿐 아니라 전북교육은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학부모로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존재하지만,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로선 이런 전북 교육의 몇 가지 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특히 진로·진학 컨설팅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비교해 입시전문가를 찾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 대상으로 하는 진로·진학 콘서트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히 진학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자아실현과 미래 설계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물론 사교육에서 이뤄지는 소위 일타강사들의 비싼 컨설팅과 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시절 학력 신장이나 진학지도에 소홀했던 만큼 진학전문가를 양성하고 학교 현장의 전반적인 입시지도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이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헤아려 빠르게 학생 맞춤형 진학지도를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학무모 입장에서 교육비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전북에듀페이’는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도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박수를 주고 싶다. 지난 6월 부터는 서점, 독서실 뿐 아니라 안경점, 교복점, 대학 원서 접수비 등 사용처를 확대해 학생 교육활동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학부모들도 경제적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은 학생 해외 연수다.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우리 아이들에게 세계를 경험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글로벌 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길 기대한다. 특히 지난 2년 간 전북 교육 경쟁력에 힘을 쏟은 만큼, 바른 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더욱 강화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지난 2년 간 전북 교육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정체되고 뒤쳐진 전북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혁신적인 도전에는 항상 반대와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북 학생들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그런 진통은 이겨내 주길 바란다. 학부모는 ‘내 편 네 편’으로 나뉜 교단의 갈등과 분열을 원치 않을 것이다. 편향된 이념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기를 바란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난 2년간의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정책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변화와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학부모로서 이러한 변화에 참여하고, 건설적인 비판과 제안을 통한 참여로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정유미 전북학부모협의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03 14:04

중단 잦은 군산∼제주 이스타 슬롯, 반납해야

군산∼제주 노선을 운항 중인 이스타 항공이 잦은 운항 중단으로, 도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반납받고 노선 운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항공사에 이를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을 탯자리로 출범했던 이스타 항공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일어난 현상이어서 안타깝다. 군산공항의 노선 정상화와 도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해서는 수익만을 추구하는 이스타항공과 선을 그었으면 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 동절기 잦은 결항과 여객수요 감소,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다음 달 27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군산~제주 노선에 대한 운항을 중단하고 국제선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에는 운항 휴지 신청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최근에는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에 실무 협약서 기간(2023년 9월~2028년 12월)이 남았음에도 이를 파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동절기에 상대적으로 여객 수요가 많은 동남아 노선을 운항한 뒤 제주 관광이 시작되는 4월부터 군산~제주 노선을 재운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군산∼제주 노선은 1일 이스타항공 2회, 진에어 1회 등 3회(왕복 6편)가 운항되고 있다. 그러나 동절기에는 이스타항공이 빠지고 진에어가 기존 1일 1회에서 2회로 늘려 운항키로 했다. 전북 출신인 이상직 전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2009년 1월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국제선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누적 탑승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표 LCC(저비용 항공사) 업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 위기에 부닥쳤다. 여기에 횡령·배임 문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경영난에 빠진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업체 ㈜성정을 거쳐 2023년 1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넘어갔다. 그동안 전북자치도 등은 이스타항공의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착륙지원금과 손실보전금을 지원했으나 운항 재개 1년 만에 다시 중단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진에어와 같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우호적으로 대처하는 항공사에 슬롯을 배정하는 문제를 냉정히 검토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0.01 17:41

난공불락의 최고 요새, 남원 운봉! 이제는 제2중앙경찰학교로!

최근 남원시가 경찰청이 추진 중인 제2중앙경찰학교 건립과 관련하여 전국 47개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 끝에, 충남 아산시, 예산군과 함께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최종 선정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원(南原)은 예로부터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어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 ‘천부지지 옥야백리(天府之地 沃野百里)’로 불리우던 곳으로 지명 그대로 남쪽의 근원이자 중심으로 통일신라시대 5소경 중 하나였고, 조선시대에는 남원도호부로 1군 18현을 관할 할 정도로 규모가 큰 도시였다. 특히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로 선정된 운봉은 풍수지리적으로는 조선시대에 저술된 정감록에 전쟁, 재해, 질병 발생으로부터 안전한 명당으로 꼽히는 십승지로 기록될 만큼 치안과 거주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게다가 운봉은 역사적으로 삼국시대 이래 난공불락의 최고 요새로 특히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고려 말 왜장 아지발도를 맞아 전투를 벌여 대승을 거둔 황산대첩의 전승지로 나라를 지킨 곳이다. 또한 6.25전쟁 빨치산 격전지로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의 인성과 소양을 습득하는 경찰학교로서는 최적지이다. 이와 더불어 백두대간과 지리산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운봉고원은 백두대간의 동쪽 고원지대로서 백제와 가야 및 신라가 교류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1500년 전 동서 교류의 현장을 오늘날 영호남을 잇는 길로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달빛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운봉은 지리산 천혜의 자연환경과 영호남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통로로 풍요와 희망의 공간이자 수천 년을 이어온 천혜의 요새로서 왜 남원이 제2중앙경찰학교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현재 경찰학교가 중부권인 충주에 위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제2경찰학교는 지역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른 후보지인 충남 아산시와 예산군은 같은 충청권에 속해 있어, 이 지역이 제2경찰학교의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지역 균형 발전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이번에 후보지로 꼽힌 남원 부지는 기재부 소관 100% 유휴 국공유지로 토지매입 부담이 없어 정부의 긴축재정기조와도 부합하는 데다 영호남 교통 중심지인 남원은 고속도로(광주대구, 순천완주)·고속철도(KTX·SRT)·2030년 달빛철도 개통 등으로 경찰학교 유치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영호남 남부권 경찰관 교육생들의 접근성과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설립 예정 부가 국유지로서 가진 용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원의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남원 운봉 지역이 제2경찰학교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경찰청에서는 2차 평가를 거쳐 연내 대상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으로 제2중앙경찰학교가 설립될 경우 신임경찰 연 5천명이 입교해 1년 가까이 머물며 교육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한 해 300억원 정도의 경제효과와 상주인력 300여명의 인구유입 등 지역에 많은 유·무형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다줘 남원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으로 지난해 폐교 서남대가 글로컬대학 30선정으로 소생됐듯,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로 남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권덕철 남원발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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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1 16:06

미술관과 도서관

전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색 있고 재미있는 도서관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도서관 등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결과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전주에서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도서관여행 등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어 언젠가부터 전주는 책의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미술관은 어떠한가. 책과 미술 작품은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영역 중 하나일 만큼 문화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리고 미술관과 도서관은 공공에게 문화의 기회를 공적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사립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여 문화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만큼 미술관 입장에서도 운영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있다. 1980~1990년대 옛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구석집, 적요쉼쉬다, 서학아트스페이스 등 여러 전시 공간들이 있고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에 오면 한옥마을은 누구나 다 찾고 있지만 서학동 예술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전주시에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미술관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서학동 예술마을에 위치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는 담쟁이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 감상의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면 풍부한 문화의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소규모 미술관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 등 규모가 큰 미술관만이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의 작은 미술관이 때로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미술관 입장에서도 지원을 받게 된다면 좀 더 책임감을 느끼며 품격있는 전시를 마련하고자 고심할 것이다. 셋째,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시 커뮤니티센터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면 한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과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가 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여 책의 도시가 된 것처럼 미술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된다면 더 생기있고 품위 있는 멋진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이 더디고 인구도 줄어 경제적으로 위축된 작은 도시이지만 정서적으로 예술적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 전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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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1 16:06

“제발 엄벌해 주세요”⋯ ‘모범시민’의 나라를 위해

#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렇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는 처음이다. 올 추석 가장 뜨거웠던 한국영화 ‘베테랑2’ 얘기다. 영화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악인을 직접 응징하는 ‘사적제재(私的制裁)’ 실행자와 동조자를 최종 빌런으로 설정하고, 뻔한 ‘정의구현’으로 끝을 맺는다. 10여년 전 강렬한 기억을 남긴 미국 영화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이 떠오른다. 불합리한 사법시스템에 분노한 남자의 치밀한 복수극을 담은 액션 스릴러다. 주인공은 범죄자를 무자비하게 처단하고, 연루된 판사와 검사‧변호사를 조롱하면서 사법체계의 결함과 모순을 꼬집는다.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극으로 치닫던 영화는 예상치 못한 불편한 결말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절차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반면 ‘베테랑2’는 결말이 명료하다. 얼핏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해놓은 답에 ‘진지한 고민’이 없다. 그래서 불편했다. # “딸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부디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고가 외제차 운전자의 159km 음주‧과속 사고로 열아홉 살 딸을 떠나보낸 유족들이 지난 8월 말 전주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울음을 쏟아냈다. 사고 직후 가해자는 법망의 빈틈을 노렸다.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고, 검찰은 범죄자의 음주 수치를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최저치로 낮춰야 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노련한 범죄자들이 악용하고 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심지어 신혼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는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물론 일면만 들춰내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다수 선량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렇다. 정말 온갖 사정을 다 챙겨주며 선처와 감형을 아끼지 않는다. 사형제도도 사실상 폐지했다. 관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법부의 판단이 끝나도, 행정부가 남발해온 면죄부, 사면·복권 제도가 남아있다. 속이 터진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억울한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한 범죄자의 출소 후 보복을 두려워하며 발을 뻗지 못한다.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나 일찍 출소한 흉악범·성폭행범들로 인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범죄자 인권보호에 부족함이 없는 나라다. 상식 밖의 판결을 받아들고 가슴을 치며 세상을 원망하는 피해자, 유족들이 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사적제재(私的制裁)’를 소재로 한 TV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 나오더니, 정의구현을 표방하며 이를 현실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튜버들이 늘어 논란이 됐다. 사법기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다. ‘사법 불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잔뜩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공권력과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사적제재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당화하거나 영웅시할 일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대중이 이런 불법행위에 열광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벌 수위가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다. 국민의 울분이 터져나와도 응답은 없다. 우리 국민 모두는 너무 쉽게 사회로 돌아온 범죄자들의 누범으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선 대법원 양형기준부터 국민 법감정에 맞춰 대폭 손질해야 한다.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그 뒤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이 피울음을 삼키는 모습을 보며 이 땅을 떠나고 싶은 모범시민이 더 늘어나기 전에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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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0.01 13:45

춤꾼 최선 선생의 무대

그가 무대에 섰다. 짙은 무대화장을 하고 멋진 초립을 쓴 남자 춤꾼. 눈빛은 빛났으나 살짝 들어 올린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올해 여든아홉 살, 최선 선생이다. 지난달 전주한옥마을의 전주대사습청에서 열린 전주시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발표 무대에 선생이 섰다. 허리를 다쳐 짧게 무대에 섰던 지난해와 달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호남살풀이 동초수건춤을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한 선생의 춤은 감동적이었다. 그의 춤사위는 이제 절정에 이르러서도 격정적이거나 동적이지 않다. 몸에 스며들어 그 자체로 춤이 된 몸짓 손짓 발짓이 마음 가는 대로 이어질 뿐이다. 객석에선 누군가가 ‘서 있기만 해도 춤’이라며 무대와 객석을 압도하는 그의 몸짓에 환호했다. 선생은 1935년생이다. 그의 어머니는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던 그를 최승희의 제자였던 김미화 무용연구소에 데려갔다. 여덟 살 무렵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6.25가 발발하자 전주를 떠났다. 배울 곳이 없어지자 전주국악원에서 우리 춤을 가르치던 기생을 찾아가 수건춤, 산조춤 법고춤, 승무를 배웠다. 남자가 춤을 춘다고 손가락질했던 시절이었지만 춤을 자신의 길로 삼았다. 어느 사이 춤꾼 최선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다시 정인방 선생을 스승으로 모셔 학춤 무당춤 등 정통 춤사위를 물려받았다. 그 뒤 선생은 지역에서 이어져 온 춤의 뿌리를 찾는 일에 매달렸다. 오늘에 이어진 <호남살풀이춤>이 그 결실이다. 살풀이장단에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실어내는 호남살풀이춤은 맺고 풀고 어르는 묘미와 고도의 절제미, 섬세한 발 디딤이 조화를 이룬다. 선생은 이 춤을 바탕으로 전라도 지역 권번과 기방에서 동기(어린 기녀)나 초립동(초립을 쓴 어린 남자)이 추었던 수건춤을 다시 정리한 <동초수건춤>을 내놓았다. 동초수건춤은 장구와 징, 구음으로 이루어진 장단에 맞춰 손에 작은 부채나 하얀 손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사위가 섬세하고 고운 이 춤은 지난 1996년 도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가장 튼실하게(?)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춤이기도 하다. 딸 지원씨가 뒤를 잇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춤을 더 널리 알리려는 선생의 열정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기회를 넓혀온 결과다. 선생은 어느 무대건 자신이 서는 무대에 심혈을 쏟는다. 해마다 열리는 이 합동무대에도 예외는 없다. 꼼꼼한 리허설로 오히려 스텝들을 긴장시키고, 사전에 무대 점검을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도 선생이 유일하다. 문득 90세에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춤꾼이 또 있었든가 궁금해진다. 선생이 한평생 지켜온 치열함이 그 힘 일터다. 들여다보니 ‘무대에 대한 예의’가 거기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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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10.01 13:45

파산직전 지방의료원 방치할 일 아니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빈사 상태를 넘어 파산직전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 부족은 물론, 재정난의 누적으로 인해 일부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올들어 의료공백이 장기화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의료 소외지역의 마지막 파수꾼인 공공의료를 활성화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을)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0~2023년 지방의료원별 회계 결산자료 등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들의 누적 진료비 적자는 무려 2조 969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료원은 이 기간중 86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으며, 남원의료원은 650억 원의 누적 적자로 신음하고 있다. 2023년 군산의료원은 약 200억 원의 적자가 났으며, 남원의료원 170억 원, 진안의료원 35억 원의 적자가 났다. 결국 지방의료원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군산의료원의 부채액은 약 172억 원에 달하고 있고, 남원의료원은 약 379억 원, 진안의료원은 약 16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속에서 나름의 활약을 했던 지방의료원은 결국 빚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단순히 코로나19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지방의료원의 운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감소했는데 이후에도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2019년 80.5%에서 지난해 6월에는 46.4%로 떨어졌다. 환자 감소는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방의료원 35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총 3156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인구 감소와 지방의료원의 경쟁력 부족은 이용률 저하를 부채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북지역 한 지방의료원 원장은 “과거엔 내과, 외고, 소아과, 산부인과를 주요 4과라고 했는데 옛말이 된지 오래”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결국 지방의료원이 민간 병의원이 못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30 14:58

기회발전특구 기업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지방에 기회발전특구를 조성하고,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해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정책이다. 기회발전특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능동적인 참여와 함께 기존보다 훨씬 파격적인 조세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물론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지 않은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일이다. 하지만 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세수 감소를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기회발전특구를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특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과 광주·전남·제주 등 비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지방특화형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을 공동 건의했다. 기회발전특구내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액의 한도를 없애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적용하던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기회발전특구에 창업하거나 수도권과밀억제권역내 기업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상속 문제를 안고 있는 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혜택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3월 중견기업 116곳을 대상으로 ‘지방투자 의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1.2%가 ‘정부가 지방 투자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확대하면 지방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주와 익산·정읍·김제 등 4곳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있다. 현재 특구 내 기업들은 법인세와 취득세 등의 세제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만으로는 우수 중견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비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정부에 ‘과감한’ 세제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인 기회발전특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수다. 우선 ‘가업상속공제제도’부터 개선해 특구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9 17:46

국감 스타가 되어야

중국이 양자강 주변을 발전시켜 국가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전북은 새만금사업을 미래발전청사진으로 여겨왔다.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불리웠던 이 사업이 30년이 지났어도 터덕거렸던 것은 착공 당시 여야가 정치적 흥정으로 추진한 탓이 컸다. 당초 농토를 확장하려고 추진했던 이 사업을 용도만 변경시켰지 정부 추진 의지가 거의 없어 지금도 개발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별로인데다가 인접 광주 전남 충남 정치권의 강한 태클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애를 먹었다. 일부 도민들은 새만금사업 하나에 전북도가 매달리다가보니까 지역발전이 더디었다면서 지역별로 사업을 다각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바깥에서 어떻게 지역발전을 모색해 나가는지에 둔감할 정도로 전북은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까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그 원인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DJ 노무현 문재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그 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만 입신양명하기에 바빴지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도민들도 억울한 일을 당할때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의기의 성냄을 과감하게 했어야 했지만 시늉내기식으로 그치고 제대로 하질 못한 것도 병폐로 지적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감투 쓰면서 잿밥에만 정신 팔렸지 전문성 부족으로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일당독식구조를 이루고 있는 지방의회가 아직도 이권이나 인사개입에 나서는가 하면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눈치만 살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똑똑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데도 민주화때 감옥살이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다보니까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지금도 민주당 유급당원만 몽땅 모집해서 갖고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풍토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북발전은 요원하다. 국감철이 돌아왔다. 지난해 잼버리대회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몰아 씌워 급기야 국가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할 길은 전북 국회의원들이 매의눈으로 사납게 국감을 잘 해야 한다.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만 전북도가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각 상임위에서 국정을 제대로 파헤치면 자연히 전북몫도 확보할 수 있다. 전북은 의원수가 10명으로 상임위에 중복 배정돼 전체 부처를 상대로 전북몫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다선 중진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긴축재정 상황하에서도 전북몫을 꼭 챙겨야 한다. 도민들이 민주당 후보들 한테 무한지지를 보내면서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전북몫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사법리스크로 자유롭지 못하지만 지난 총선 승리로 여의도대통령이 된 만큼 그 어느때보다도 전북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29 17:45

축제에도 ESG 경영을 도입하자!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는 제 28회 무주반딧불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각계의 후한 칭송을 받았다. 일회용품·바가지요금·안전사고 없는 3무축제에 ESG를 더한 결과였음이라 감히 자평해 본다. 축제를 준비하는 내내 축제에도 이제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가미한 책임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해 3無 축제(바가지요금, 1회용품, 안전사고 없는)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전국적인 이슈를 불러 모았던 무주반딧불축제가 올해는 또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ESG 개념을 도입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색다른 축제 매뉴얼과 기준을 제시했다고도 자부해 본다. 방문객 수와 경제적 이익을 중요시하던 기존의 축제에 대한 이해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SG를 통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사회의 비전을 키우며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 속에 무주반딧불축제의 브랜드가치를 크게 상향시킴으로써 지역민들에게는 자긍심을, 방문객들에게는 무주반딧불축제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ESG는 금융권에서 처음 나온 개념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3가지 핵심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관리구조(Governance)의 이니셜로 표기된다. 쉽게 말해, ESG는 수익만을 평가하던 기존 평가의 기준을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ESG는 결국 친환경적인 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 그리고 관리구조의 개선과 투명경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친환경적인 경영은 환경파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과 엮어 기후변화, 에너지 효율, 쓰레기 관리, 자원 소비, 탄소배출 저감 등과 같은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책임경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 외에 사회 공헌과 사회적 영향 등 보다 넓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관리구조 개선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여 비즈니스 리스크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자연을 알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며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무주반딧불축제 역시 지속 가능한 축제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소통의 축제다. 결국, 무주반딧불축제는 그 시작과 끝을 모두 자연과 함께, 사회와 함께,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공생 공존해야 성공한다는 교훈과 메시지를 준다. 주반딧불축제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축제들이 처한 상황에서의 분명한 기준과 가치관, 미래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의 매뉴얼을 뛰어넘는, 그래서 늘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가는 축제로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축록자불고토( )라는 말이 있다. 불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BC 179~122)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 17권 설림훈(說林訓)에 나오는 말로 사슴을 쫒는 자는 토끼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무주반딧불축제는 대한민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세계 무대를 지향하는 축제이기에 이리저리 한눈 팔 시간이 없다. 오로지 저 높은 한 곳만을 목표로 무주군민 전체가 비지땀을 쏟아낼 각오가 서 있다. /황인홍 무주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29 17:45

2025 멈춰버린 예술강사 지원사업, 이제 전북교육청이 나서야 할 때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비빔밥 같은 음식일까?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서 1위는 ‘K-POP’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을 꼽았다. 문화예술의 힘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19년 동안 한국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며 공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의 인적·물적 기반을 꾸준히 쌓아온 것이다. 그사이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 세계에서 주목받은 콘텐츠를 생산했다. 한류의 밑거름인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정부가 내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을 72%나 삭감한 것이다. 이기헌 국회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예술강사 사업 예산은 80억 8,700만원으로, 사업운영비와 처우 개선비가 각각 42억 500만 원과 38억 8,200만 원이다. 이 중 예술강사 인건비는 0원이다. 이 사업은 국고와 지방비, 지방교육재정으로 편성되는데, 전북은 지방비마저 책정되지 않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총 8개 분야로, 국악, 무용, 연극, 영화, 공예, 만화·애니메이션, 디자인, 사진이다. 전북은 778개 학교 중 599개 학교에 358명의 강사가 파견된다. 교육청마저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전북 지역 학교의 약 77%가 이 사업을 못하는 것뿐 아니라, 358명의 예술강사도 일자리를 잃는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훼손이다. 시 지역을 제외한 도내 지자체는 예술 관련 학원도 적고, 도시와 거리가 멀어 학교에서 직접 예술 강사를 섭외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과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데, 예술가들이 도서·산간 지역의 학생들을 직접 찾아갔던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멈추면 전북은 문화예술 소외지역이 아니라 ‘문화예술 폐쇄지역’이 된다. 초·중·고등학생에게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은 참여를 넘어 예술 행위와 예술작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사업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하며,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권을 박탈당한다. 방탄소년단 구성원 중 한 명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으로 무용 수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고백은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의 꿈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해준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년에 지방교육재정이 책정되지 않는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통째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가 된다. 현 정부는, 정권의 뒤바뀜에도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으로 유지됐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강사 사업 예산을 복원·증액해야 한다. 또한, 진영 논리와 여야 대치, 정치적 해석과 관계 없이 학생들이 온전히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영(문화예술교육가, 어린이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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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9 16:07

출판문화의 도시 전주

지난 7월 전주 남부시장에서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인 ‘2024 전주책쾌’가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제 막 시작된 행사임에도 이미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듯하다. 조선시대에 책을 유통했던 중개상인 ‘책쾌’를 독립출판 도서 박람회로 끌어와 연결한 것은 아주 탁월한 발상이라 생각된다. 사실 조선시대 전기에는 상업용 출판과 유통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의 중앙기관이나 지방의 관아를 중심으로 서책의 출판과 보급이 이루어졌다. 특히 전라감영은 경상감영과 함께 가장 많은 서책을 출판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 중기 이후 서책 출판의 주체가 확대되고 수요가 늘어나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판매를 위한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서책을 만드는 데는 나무를 다듬어 목판을 만드는 일부터 판각, 인출 등 단계별로 전문기술자가 필요하고, 또한 적합한 종이도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또한 제작된 목판을 보관・관리하는 데도 비용이 수반된다. 일찍부터 전주에서 출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질 좋은 종이가 생산되고 있었고, 지역의 생산력에 기반한 풍부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전기부터 전라감영과 전주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출판 기술에 조선 후기 경제력의 성장으로 수요층이 확대되고 상업의 발달이라는 변화가 더해지면서 상업용 출판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판된 책을 완판본이라고 한다. 출판 주체에 따라 전라감영이나 전주부에서 출판한 완영본(完營本)과 전주부본(全州府本), 사찰본(寺刹本), 사간본(私刊本) 그리고 민간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인쇄한 책인 방각본(坊刻本)을 아우르는 말인데, 좁게는 판매용 책인 완판방각본(完板坊刻本)을 이르기도 한다. 방각본은 서울을 중심으로 안성, 대구, 전주에서 주로 제작되었는데, 서울의 경판 다음으로 많은 종의 서적이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완판이라고 하니 책의 인쇄・출판에서 전주가 가지는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주지역에서 제작・유통된 완판방각본은 유학경전, 자녀교육용 도서, 가정 생활백과용 등의 비소설류와 한글고전소설류로 구분된다. 특히 한글고전소설류에는 영웅소설과 함께 지역에서 발달한 판소리 문화가 잘 녹아든 판소리계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에서는 해서체로 쓰여진 점, 내용이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쓰여지고 제목에도 적용된 점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들이 확인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올해 하반기 특별전시로 <서울 구경 가자스라, 임을 따라 갈까부다-조선의 베스트셀러 한양가와 춘향전>(10.1.~’24.1.5.)을 개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최한 한양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를 주제로 한 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의 순회전시인데, 본래의 전시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완판본 판소리계 한글소설인 춘향전을 더해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수도 한양의 풍요로운 모습과 전주의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지역에서 많이 찾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전시를 둘러보고 완판본문화관, 전주천년한지관 등도 함께 찾아 체험도 하면서 지역에서 자랑할 수 있는 전주의 출판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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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9 16:07

2차 공공기관 이전 빨리하라

총선을 앞두고 자칫 지역간 갈등 격화를 우려해 미뤄둔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조속히 구체화 해야할 때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게 지체된 결정’이라는 말처럼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가뜩이나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더욱 침체로 몰아넣는 행위인 만큼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지난 총선때 전국적으로 공공기관 이전 공약이 난무하면서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이 곧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에서 여야 합동 캠페인까지 벌이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펼쳐지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한껏 고조됐던것도 사실이다. 실례로 대전시의 경우 정부대전청사 유관기관과 과학기술·철도 등 지역 특화 기관 38개를 중심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시 관계자들은 해당 기관을 매월 3-4회 방문했다고 한다. 전북을 비롯, 전국 자치단체가 총출동하다시피한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전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각 자치단체가 얼마나 애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지 반년이 다돼가도록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사당 세종 시대가 가시화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세종 국회의사당 예정부지를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차원의 필수전략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기위해 2005년 계획을 수립,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고, 현재 2차 이전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2차는 말의 성찬만 있을뿐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 혁신도시가 구도심의 인구와 상권을 흡수해 혁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만큼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원도심으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현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날때까지 수수방관하면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만 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역 주민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가시적인 조치를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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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7 11:35

가을의 단상-책이란 무엇인가?

더위가 물러나고 가을이 온다! 천고마비(天高馬肥)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요, 천고인독(天高人讀)으로 사람에겐 독서의 계절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길 속에 들어있다는 책이건만, 독서인구가 줄어서 아예 책이 소멸할 거라는 전망이 팽배한 현실에서 되묻지 않울 수 없다. 도대체 책이란 무엇인가? 앙드레 지드가 말한 대로, ‘책이란 거울과 같은 것’ 불립문자인 책 거울로는 미진한 점이 없지 않지만, 책이란 추우면 한기를 막아주고, 더우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외로울 땐 가장 가까이서 서권기(書卷氣)로 나를 감싸주어서 오롯한 시간을 그와 함께 펼쳐 보내길 그 얼마였던가. 무한 허공이 있듯이 무한 생각의 책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나는 감히 책이란 인간에겐 의식주요, 그중에서도 나 자신이 입고 사는 옷이라서 동고동락했느니, 신간 서적을 펼치는 순간마다 저자의 도서관 하나가 문을 열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선물인가. 헌책이나마 그래도 옷이요 밥풀이 되어주었기로, 연애편지를 뒤져서 최상의 고백서를 일생이 모자라도록 쓰고 읽고, 쓰고 읽고, 평생을 희망의 옷깃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느니...부자가 부럽지 않고,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건, ‘책 옷’의 훈 짐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ㄱ자도 몰라보는 노치원 어른도 폐품으로 나온 서적 뭉치를 보면 반색을 하고, 단번에 리어카에 싣고 고물상으로 달린다. 도서관은 옷으로 넘쳐서 입하 사절이라니, 거세게 달려드는 밀물 공황장애랄까. 허풍산이 발병 난 몸뚱이, 불안한 뇌파만 살아서 울부짖는 뭉크의 ‘절규’ 같은 그림이 없어지지 않듯이 글자도 없어지지 않는다. 왜? 옷이니까. 입어야 사는 생명체니까. 그림 한 점이 많게는 수백억도 넘게 호가하는 현실에서 문자 한자의 예술성이 그림에 못지않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와 ‘어’는 절묘한 예술의 경지를 잘 보여주는 명화 중의 명화다. 보라, 어머니의 어는 이에 점을 안에다 찍었다. 아버지는 이에 점을 밖에다가 찍었다. 얼마나 안팎으로 절묘한 세상 원리를 나타낸 예술 글자인가. 나무 목자 목(木)은 사람이 십자가를 보듬고 섰다. 승천하는 기상이 목(木)소리까지 살랑살랑 사랑을 풀어내는 현상이 얼마나 절묘, 신통 방통인가?!. • 점 하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너’이고 ‘나’다. 님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남’에서 점 하나를 지워버리면, 그렇게도 기리는 ‘님’이거늘... 극과 극, 두 획 사람 人, 서로가 부족한 2/1이니, 의지 가지 청홍으로 만난 단짝이요. 음양 좌우 두 손, 요철凹凸의 길, 배와 배를 맞추는 통통선 기울지 않는 수평으로 출렁인다. 서로에게 원수가 아니라, 진실로 형평의 안정과 균형을 이루는 구원의 신이다. 이름하여, 청홍의 옷을 입고 하나로 휘돌아 나아가는 천생연분, 태극의 길이다. 옷을 입어야 사는 목숨, 책이 부자라야 우리 몸뚱이도 부유한 삶을 누릴지니, 책이 곧 우리들의 의식주요, 그중에서도 글자와 글자가 몸을 데워 주는 생기의 원천인 옷이라는 걸 망각하지 말지니. 오늘에 나 자신에게 외쳐 댄다. 화성 너머 은하를 넘어 ‘미래의 거울’, 출렁이는 파도 ‘책 옷’을 입고 찰랑찰랑 가잔 구나. 생명의 열망을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건너야 하는 고해의 바다 무쏘의 뿔처럼 찔러대는 파도가 바다를 철썩철썩, 책을 채워, 나를 채워 가잔 구나. 책을 읽는 것보다도 TV 같은 비디오에 접하면 접할수록 인지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지적했듯이, 책을 읽고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책을 존중하는 사회로의 열린 교육! 바로 지금이, 대자연 ‘책’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는, 일상의 독서 생활화를 제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막장의 시점이다. 대자연 만유를 읽어야 할 책!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 허공까지도 읽어야 할 공책 한 권!. 한 손엔 괭이를 들고, 또 한 손엔 드론의 책, 극과 극 청홍을 휘몰아 가는 상생(相生)의 길, 그게 곧 태극의 길 ‘책’이다. 드론을 채워 가는 이 가을의 단상, 온고지신(溫故知新) ‘책’을 삭여 먹으면, 밝아오는 생명의 정곡 진수를 털어내는 적멸일시 분명하다. 보라! 저 흩날리는 낙엽이랑 풀벌레 소리 이슬이 빛나는 책갈피마다, 열망의 끝에 불타는 ‘낙엽귀근’이자, 이 ‘가을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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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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