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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2024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주혜 작가의 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에서 만난 문장이다. ‘내가 기록한 나와. 내가 기록 속에 가두어놓은 나와.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매는 나와.’(본문 중) 헤어질 수가 있다는 말은 흡인력이 강했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면 지면 위로 건져 올려 일광욕을 시켜야할 것이다. 옭아매는 어제로부터 벗어나야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는 쉰 살이 넘은 여인이다. 남편이 정당 당원의 한 여성을 스토킹 하면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다. 운영하던 학원은 문을 닫게 되고 단란했던 가정도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다. 딸마저도 엄마를 원망하며 독립한다.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부와 단절한 채 내면의 동굴에 빠져 허덕인다.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를 겪으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동굴에 숨어드는 것과 일기 쓰기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글방 선생님은‘일기를 쓴다는 것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라며 숙제를 내준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만해집니다.” 삶에서 가치를 찾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가장 구체적인 통찰을 할 수 있는 것이 ‘일기 쓰기’임을 강조한다. ‘나’는 ‘시옷’이라는 인물을 설정해 소설 같은 일기를 쓴다. 1971년생인 시옷의 유년은 유복했지만 아빠의 부도로 불우해진다. 교동의 마당 넓은 집을 떠나서 철둑 너머보다 더 깊숙한 군경묘지 옆으로 이사를 한다. 합창단복 오천 원이 없어서 겪는 수모, 편견으로 가득 찬 지휘자 선생님을 비롯한 무서운 어른들, 계엄령으로 인해 곳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총부리, 몽둥이와 방패를 든 전경들, 그들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데모꾼들 밑에 깔려 의식을 잃은 친구 애니, 신경질적인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친구 윤수, 최선을 다해 살던 윤수의 자살 앞에서 고단했던 그의 삶을 애도하는 동생 수호, 여전히 애증의 관계인 엄마. ‘내가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고.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다가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겉보기와 달리 속은 무척 시끄러웠을 거라고. 여러 번 무너지고 또 무너졌을 거라고. 그래도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하면서 그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갔을 거라고.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이제야 겨우 알겠다.’ (본문 중) ‘나’는 일기 쓰기를 통해서 유년의 상처들을 만나고 그 윗목의 시린 감정들을 토닥여준다. 비로소 ‘나’는 엄마의 폭폭함을 이해할 수 있고 딸과도 소통이 시작된다. 봄과 여름이 포개지는 이 계절에 ‘시옷’과 함께 읽고 쓰면서 내 안의 ‘시옷’과 화해하고 새롭게 출발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빈다. 어떠한 감정도 글로 옮기면 내 안의 ‘시옷’이 견딜만한 힘을 줄 것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김여울 작가의 동화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아동문예)가 출간됐다. 아동의 감정과 정서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동화집에는 표제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를 비롯해 ‘부싯돌의 꿈’, ‘보리쌀과 사장님’등 총 9편의 동화가 실렸다. 저자는 떠돌이 강아지 까망이와 유쾌한 샘골 할머니, 선한 영향력으로 고향 이발관을 지켜온 달재 아저씨, 부와 명예를 축적했지만 남에게는 인색한 부자까지 각 동화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등장시켜 교훈과 감동을 전달한다. 온 세대가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한혜연 작가가 그린 삽화도 수록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여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자꾸만 자꾸만 걷고 있었다”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더욱 멀리 달아나는 모양도 형체도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도 파란 바람을 감아 올리며 덧없이 이름 모를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여울 작가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초록마을에서는>, <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 <그리운 시절>, <무지렁이>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동화집에 그림을 그린 한혜현 작가는 그림동화책 <빨간 연필>(공저)과 그림책 <집오리 높이 날다>, <비탈을 구르는 게으름쟁이>등에 참여했다.
어린이들과 호흡하며 일상 속 동심을 포착한 시인들이 엉뚱하고 행복한 동시 나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소소하고 심심해도 소중한 어린이들의 하루하루를 담은 동시집<바로 너야>(책고래)가 46번째 ‘책고래아이들’ 시리즈로 출간됐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동시집은 여섯 시인이 모여 제작했다.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동심을 알아차리는 마법사 같은 여섯 시인이 참여해 그 마음을 동시로 풀어내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띠띠 띠띠/ 띠띠띠 띠띠띠/ 7시만 되면 나와 싸우듯/ 달려오는 소리 괴물/ 매일매일 무장하고/ 방어태세 갖추지만/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소리 괴물의 강력한 공격에/ 백기를 흔든다/ -알았다,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동시 ‘알람’ 전문) 총 6부로 나누어진 동시집은 매일 아침 늦잠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깨우는 ‘알람’ 괴물과 수학 문제를 풀다 뭉툭해진 연필의 ‘머리 깎는 날’ 등 누구나 한 번씩 겪어봤을 일상을 담은 60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참여 시인으로는 초·중학생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해력 수업 등 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전북동시문학회 소속 기옥경·김혜숙·박경희·박영주 시인과 더불어 그림책으로 아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오송이 시인, 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한송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책장마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삽화 작업에는 이윤정 작가가 함께했다. 이번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이번 동시집을 '아이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동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섯 명의 시인의 동시는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다양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동시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여섯 시인의 아이들다운 발상으로 동심을 표현한 이번 작품은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동시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박기관 상지대 행정학부 교수가 첫 시집 <엄마 그리고 유년의 동진강>(박영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평소 대학에서 사회과학 연구와 강의에 치중해 온 박 교수가 그동안 틈틈이 작성해 왔던 시들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시집은 ‘제1부 유년의 동진강’, ‘제2부 굴비와 엄마 생각’, ‘제3부 연주암 가는 길’, ‘제4부 저문 강에서’, ‘제5부 협재 마을에서 부치는 편지’ 등 총 5부로 엮여, 박 교수에게 <한국계간문학>의 신인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동진강’을 비롯한 16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의 시(詩)들은 내 영혼이 입은 상처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집 속 모든 작품은 내 짧은 인생 항로에서 부딪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이다”라며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상처에 파고든 슬픔이라 때론 가슴 시리도록 아팠다. 어쩌면 꼭꼭 감춰두었던 내 내면의 거울이기도 해, 세상에 드러낸다는 게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럽다”고 말하며 발간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부하고 권태로운 일상에서 만난 문학은 컴컴한 터널 속, 한 줄기 탈출구 같았다”며 “어렴풋이 비춰 오는 빛이 광명(光明)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는 희망의 빛일 것이다. 이제 한동안 침묵하고 외면해 왔던 사연을 시어(詩語)로써 고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계간문학>으로 등단한 박기관 교수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지방의회도 인사청문회를 한다>, <문화행정의 이해>, <한국지방정치행정론> 등이 있다.
제18회 바다문학상 영예의 대상에는 박홍재 시인의 시 ‘새우’가 선정됐다. 본상은 서운정 수필가의 수필 ‘달무리 뜨는 바다’가 뽑혔다.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경희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한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은 청·장년기를 바다에 헌신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이 바다의 소중함을 문학적으로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바다문학상 운영위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작품공모 접수 결과 총 435명이 1202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시 부문에 332명이 996편, 수필 부문에 103명이 206편이 접수됐다. 제18회 바다문학상 대상의 기쁨을 안은 박홍재 시인은 “몇 줄의 언사로는 어머니의 생을 서푼 어치도 적어낼 수 없겠지만 삶의 터전인 바다를 통해 파란의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려 했다”며 “어쭙잖은 시를 선택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본상에 선정된 서운정 수필가는 “많이 부족한 저에게는 풀 한 포기, 길가에 돌멩이 하나, 들판에 바람까지도 마음의 양분이었다”며 “글을 써가면 언제나 격려해주신 모든 스승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한다”고 전했다. 김경희 수필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수필의 명품을 쓰지 못한다 해도 한 글자 한 글자 감동적인 작품을 새기도록 노력하며 문학 인생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바다문학상 대상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순금 10돈,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본상은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는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한편 제18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아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염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촉구하면서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투쟁했지만, 동학의 의미와 가치를 축소시키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헌법 전문에 담아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토대가 된 동학농민혁명의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기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에 불을 지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대표가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혁신당에서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 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조국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 △검사 영장신청권 삭제 등을 포함한 7가지 헌법 개정 사항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이 쏘아올린 개헌 논의를 민주당이 원포인트 개헌으로 받으면서 22대 국회에서 개헌안이 논의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 또한 헌법 전문에 수록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부정부패와 외세의 침탈이 극에 달한 국가와 민족의 절대위기를 극복하고자 반봉건‧반외세 기치를 들고 대규모로 일어선 국민항쟁의 혁명운동이었다. 동학의 '인내천·사인여천'과 보국안민제 폭구민의 민권 실천은 자주와 평등을 강조하며 오늘날 민주주의 실현에 역사적 근원으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동학혁명은 일본 침략군과 맞선 항쟁이자, 3·1운동과 임시정부로 계승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동학혁명 정신의 역사적 근거를 헌법 전문에 담을 수 있도록 정치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헌법 전문의 시작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에 근거한다고 수록돼 있고, 3·1운동은 동학혁명을 계승한 제2의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이윤영 관장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혁명군 총대장은 '전봉준'이었고, 혁명군 대통령은 '손병희'였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천도교와 기독교 불교 측 민족대표 33인의 대표가 동학 3세 교조 손병희 선생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장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7인은 동학혁명 당시 동학대접주 출신이고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도 동학접주 출신이다. 동학농민혁명은 3·1 독립운동으로, 3·1운동은 임시정부로 4·19혁명과 5·18 민주정신으로 계승된 것"이라며 "역사의 줄기에서 헌법 전문 수록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경식 선생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로 이해됩니다.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감성이 누구보다 예민했기에, 우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을 해달라고 부추겼습니다. 그러면서 그를 고통의 장안으로 몰아넣은 공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1일 재일교포 고(故)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의 추모식 ‘서경식님과의 동행’에 참석한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의 말이다. 향년 72세의 나이로 지난해 12월 18일 우리의 곁을 떠난 고인은 재일조선인 2세다. 그는 고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산자(디아스포라)로서 한일 양국에 국가주의·식민주의를 넘어서기를 촉구해 온 인물이었다. 고인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났다. 이후 와세다대학 불문과에 재학 중이던 1971년,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형 서승과 서준식이 군사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는 일을 겪었었다. 잔혹한 고문을 받으며 1980년대 말까지 오랜 세월을 옥중에서 보낸 형을 위한 구명 운동을 바탕으로 고인은 민주화 운동과 일본인의 역사적 책임 등을 묻는 저술과 사회 활동에 평생을 힘써왔었다. 이처럼 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 ‘디아스포라 지식인’ 고(故) 서경식 교수를 기리는 추모식이 21일 전주고백교회당에서 열렸다. 이번 추모식은 지난 2011년부터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와 한상열 고백교회 목사, 고인의 형인 서승 씨가 고인을 한국의 땅에서 추모하며 기억하기 위해 마련했다. 추모식을 기획한 정주하 교수는 “지난해 별세 소식을 듣고 선생님께서 계신 일본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일본 절차에 따른 장례를 치렀다”며 “하지만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셨던 선생님의 생전 뜻을 기리기 위해 한국 땅에서 추모의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형인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와 고인의 아내인 후나하시 유코 씨,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 한상열 고백교회 목사 등을 비롯한 30여 명의 방문객이 자리했다. 서울·대구·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식을 찾은 이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전하며 소개했다. 이후 추모 공간 한가운데 놓인 고인의 유품인 검정 중절모가 얹혀 있는 소나무 조각을 둘러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고인을 기억했다. 방문객들은 고인과의 관계, 인연 등 모두 달랐지만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마음은 닮았다. 이날 고인의 형인 서승 교수는 ”타인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여기며 살아온 막냇동생이 먼저 떠날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동생은 제 마음속 나만의 경식으로 존재하듯, 다른 이에게는 저마다 다른 경식이 존재할 것이로 생각한다. 각자의 서경식을 품고, 동생에 관한 기억을 간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사인 함께 읽기> 출간을 기념해 필진 52명을 비롯해 전국의 인문학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열린다. <김사인 함께 읽기>는 김사인 시인의 오랜 친우인 이종민 전북대 명예 교수의 발의와 고료 기부 등으로 시작되어 3년여에 걸친 원고 수집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모악출판사에 간행됐다. 책에는 천양희, 최원식, 장석주, 이숭원, 윤지관, 임우기, 송재학, 조용호, 유용주, 김해자, 안상학, 복효근, 오창렬, 이병초, 유강희, 박연준 등 문학인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도 원고를 보태 작가 연구와 작품 연구의 모범적 사례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3일 저녁 7시부터 전주교육대학교 교사교육센터 내 마음연구홀에서 김완준 작가의 사회로 열리는 북 토크쇼 ‘김사인, 한 권의 책이 되다’ 에는 필진 53명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문학 서평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평 전문가 김미옥 작가, <불멸의 이순신>과 <황진이>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 <부엌>의 작가이며 중동 전문가이기도 한 오수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 한국 미술계의 거장 유휴열 화백과 평소 ‘책 많이 읽는 희극인’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전유성 등도 자리를 함께해 독자들과 만난다. 박남준 시인이 이날 가수로 초대받아 무대를 채우는 것도 이채롭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전북대 이종민 명예교수는 “이번 행사는 김사인 시인을 구심점으로 선후배 문인들의 만남과 인문사회학과 예술인들의 만남,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이란 다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전북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성과 창의성 그리고 문화적 포용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가 21일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올해 키워드와 공식 포스터를 공개했다. 올해 소리축제의 키워드는 ‘로컬 프리즘:시선의 확장(Local Prism: Enlarging Perspectives)’이다. 전북자치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로서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선언적으로 표방하며, 전북예술과 예술가를 주요 키워드로 삼아 세계적 시선부터 시대·세대·장르·지역적 해석의 시선까지 다양한 프리즘으로 탐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와 함께 다른 로컬음악(월드뮤직)과의 대화와 다른 음악 장르(클래식, 대중음악)와의 만남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전하며, ‘전북예술’을 확장된 시각으로 다채롭게 해석해 우리에게 전해진 전통의 가치와 동시대적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포스터는‘SORI’, 각 글자에 의미를 담아내 도형으로 형상화한 소리축제 로고의 도형을 활용했다. 여기에 올해의 키워드인‘로컬 프리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소리축제 로고는 전통과 현대의 이어짐을 형상화한‘S’, 널리 퍼져나가는 우리 소리의 이미지를 담아낸‘O’, 한국의 전통매듭을 차용한 문양 속 전통과 현대가 축제의 장 안에서 화합하는 의미를 담은‘R’, 동시대 한국의 소리를 미래로 확장하겠다는 소리축제의 의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표현한 ‘I’로 구성돼 있다. 또한 올해 포스터는 소리축제의 브랜딩을 위해 고유한 정체성을 시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올해 축제는 8월 여름에 개최되는 만큼 축제를 더욱 뜨겁게 즐겨보자는 콘셉트의 붉은 계열 색상을 통해 뜨거운 강렬함을 강조했다. 한편, 올해 소리축제는 오는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에서 개최된다.
5인 5색 작가전시회 '흙에 그리다'가 26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박미숙, 배옥영, 채은숙, 최정희, 김영란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도자기와 붓의 만남을 컨셉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영란 작가는 초대의 글을 통해 "도자기와 붓의 예술적 의미와 실용적 가치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행복과 사랑으로 바라만 보아도 기분 좋은 심상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국악원)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2024년 상반기 목요상설 가·무·악’의 다섯 번째 무대를 연다. 전석 무료. 국악원 관현악단이 무대를 꾸밀 이번 공연 주제는 ‘협주곡의 밤’이다. 독주 악기와 관현악(오케스트라)의 조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에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이태영 객원지휘자가 협연자와 관현악단과의 궁극의 조화를 끌어내 관객과 연주자의 감정선을 연결한다. 먼저 관현악단은 판소리 춘향가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춘향(작곡 임교민)’을 연주하며 공연의 문을 연다. 지난해 도립국악원 위촉곡이었던 국악관현악 ‘춘향’은 광한루에서의 첫 만남부터 갑작스러운 이별, 변 사또에 의한 고난과 역경 등을 순수 악기만으로 표현한다. 두 번째 무대는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바림(작곡 박영란)’이다. 박달님 관현악단원이 협연 무대에 올라 가야금과 관현악 상호 간의 미묘한 음색의 변화를 선사한다. 이어 박상후 관현악단이 대금 협주곡‘비류(작곡 황호준)’을 선보이며 장쾌한 음색으로 관중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네 번째 협연 곡은 소아쟁 협주곡 ‘아라성(작곡 조원행)’으로 김은 비상임 단원이 나서 애잔하고 진한 아쟁의 음색을 전한다. 마지막 무대는 해금협주곡 ‘Poruna Caveza, Czardas(작곡 비토리오 몬티 / 편곡 이용탁)’이 장식한다. 무대에는 김나영 관현악단원이 영화 여인의 향기 OST로 널리 알려진 Poruna Caveza와 헝가리 민속 춤곡을 토대로 작곡된 Czardas(차르다시)를 연달아 연주한다. 티켓 예매는 도립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남는 좌석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완주문화재단이 21일부터 복합문화지구 누에 아트홀에서 ‘식문화와 쉼’을 주제로 2개의 특별 공예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도자, 한지, 목공, 금속, 섬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공예작가 27명이 총 120여 점의 작품을 풀어놓았다. 기획전 ‘완주의 식(食, 識, 飾)을 담다'는 음식과 문화, 예술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로컬푸드 성지인 완주를 ‘먹다’, ‘꾸미다’, ‘해석하다’의 세 가지 주제로 표현해 완주의 일상 속 식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특별전 ‘흙과 금이 빚은 쉼(休)'에서는 도예가 진정욱 작가의 달항아리와 금속공예가 노병득 작가의 소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포용성과 단단함을 표현한다. 달항아리의 소박한 형태와 소나무의 강인한 모습은 자연의 본질을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편안하고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전시는 ‘2024 공예주간’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며 오는 6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정읍시가 운영하는 달하미술관(신태인. 연지,수성 3개소)에서 21일부터 오는 7월 24일까지 지역 작가지원 2차 전시회가 열린다. 2차 전시는 권경용, 은수련, 오정석 작가 작품 14점이 선보인다. 달하미술관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나 문화공간에 위치한 통유리로 둘러싼 컨테이너 형태의 야외 전시 공간으로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도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역작가 지원 전시를 통해 작가의 예술 활동 진흥과 전시 공간 부족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작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달하미술관 신태인에서는 권경용 작가의 ‘정읍의 별별 이야기-은하수 이야기’展이 펼쳐진다. 작가는 고요한 밤의 별빛과 은하수를 담는 순간의 설렘과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정읍의 별과 은하수를 촬영하고자 했으며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을 작품에 담았다. 연지에서는 은수련 작가의 ‘수채화 산책’展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멈춰 있던 자신을 산책 중 떠오른 생각과 영감을 작품에 표현했다. 수성에서는 오정석 작가의「기묘한 풍경」展이 개최된다. 자개, 한지, 먹, 아크릴, 오일을 혼용해 다층적인 시점을 표현하며, 삶의 의미와 관계를 통찰했다. 이번 전시는 휴관일 없이 진행되며 신태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지·수성은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장이 부임 한 달 만에 또 다시 교체되면서 지역사회가 혼란스럽다. 특히 국립무형유산원장의 직급이 기존 고위공무원(1~3급)에서 서기관(4급)으로 강등되자 세계 최초 무형유산 복합행정기관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유산청은 윤순호 국립무형유산원장(55)을 17일부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국 국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부임 한 달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후임으로는 국립무형유산원 박판용 무형유산진흥과장(57)이 부임했다. 4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원장 자리를 지난달 부랴부랴 채우더니, 다시 한 달 만에 수장을 교체하고 직급마저 고위공무원에서 서기관으로 낮춘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사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산원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직제 축소와 잇단 수장 교체는 조직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무형유산국을 전주로 배치해 오히려 국립무형유산원의 위상과 조직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문화유산 정책의 패러다임 확장 기조에 맞춰 무형유산국이 전주에 자리를 잡으면 무형유산의 거점지로 확실히 도약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형유산국의 전주 배치는 정치권과 여론 공세에 떠밀려 나온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립무형유산원과 무형유산국이 동등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조직개편에 따르면 국립무형유산원은 국가유산청장 직속 산하기관이다. 국립무형유산원장의 직급은 4급 서기관에 해당한다. 반면 무형유산국은 4개 과가 소속된 별도의 국으로 무형유산국장은 3급 고위공무원에 속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유산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립무형유산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에 직제 축소 등으로 인한 지역사회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만들어지게 됐다. 아무래도 무형유산국 조직 규모가 크고 국장 직급도 높다보니 국립무형유산원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형유산국과 국립무형유산원이 서로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무형유산원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으로 전환되면서 조직 구성이 바뀌게 됐다"며 "무형유산국과 국립무형유산원이 협업해 조직과 위상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카세트테이프 속 엄마의 목소리로 녹음된 팔복예술공장의 역사가 창작뮤지컬로 되살아났다. 카세트테이프 공장이었던, 팔복예술공장의 역사를 담은 음악극 ‘엄마의 카세트테이프’가 지난 18일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것. 전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작품은 지난 2021년부터 3년에 걸쳐 수집된 지역민들의 구술자료들과 최정 작가의 시나리오가 만나 세상에 나온 것이다. 당일 오전 11시에 시작된 음악극이었지만,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매표와 동시에 극에 몰입하게 됐다. 입장하자마자 관객들에게는 ‘정옥’, ‘혜정’, ‘계남’, ‘점례’ 등 하나같이 정겨운 이름표가 부여되며, 1989년 썬전자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설정 속에서 극은 진행된다. 엄마 ‘선희’의 유품을 정리하던 딸이 엄마의 추억이 보관된 상자 속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엄마의 젊은 시절을 마주하며 전개되는 이번 공연은 몇 가지 차별성을 지닌다. 팔복예술공장 A동의 옥상을 무대로 한 공연은 일반적인 액자식 무대 구성을 벗어나,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 옥상 한 가운데에 관객석을 배치하고 관객석을 둘러싼 4면을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이 장면에 따라 몸을 움직여 관람하는 몰입형 공연으로 제작돼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희로애락을 나눈다. 또한 공연 종료 후 약 60분 동안 진행되는 스탬프투어도 팔복예술공장 곳곳에 남아있는 과거 ‘카세트테이프 공장’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전해 이 공연을 즐기는 또 다른 요소로 꼽힌다. 약 90분 동안 진행되는 공연은 그 시절 여공들이 겪은 열악한 근로환경,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는 내용과 함께 그들의 우정과 연대, 희망과 꿈 등을 담아내며 407일간 치열했던 삶의 투쟁을 그려낸다. 이처럼 이야기 속 인물들은 역사가 조명하는 위인이나 영웅은 아니지만, 현재의 전주를 만들어준 작은 영웅들을 기억하게 한다. 한편 첫 공연을 마친 ‘엄마의 카세트테이프’는 앞으로 총 9회의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상반기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하반기에는 9월 7일부터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운영된다. 전석 1만 원.
현초 이호영 초대전 '서화동원소품전'이 다음달 2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9번째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작가는 붓에 먹을 듬뿍 묻혀 나무판에 붓질의 질감과 먹의 농담을 살려 작업한 소품 30점과 한지에 그린 평면 작업물 10점을 선보인다. 특히 윤곽선을 강조하지 않고 먹이 번지게 해 발묵을 통해 얻어지는 찰나의 순수성을 표현하며 수묵의 세계로 인도한다. 오랫동안 서예에 몰입했던 현초 선생은 한글서예 연구에 전념하면서 다양한 한문서체의 선을 한글에 접목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한글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선의 묘미를 살려내고, 고전서체를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의 서체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예를 내재화한 후 회화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천과 젯소 등의 재료를 사용하며 파피에 꼴레같은 조형기법을 활용하여 서양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서예와 한국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셈이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은 글씨와 그림이 같은 기원을 가지며 본질적으로 그 근본을 같이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동양에서 붓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같이 사용하여, 서예(書藝)와 회화(繪畵)가 하나의 예술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초 선생은 이러한 의미에서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예적인 필선을 살리고 간결하고 활달한 필치를 보여준다. 현초 이호영 선생은 작가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는 나만의 소유한 선에 의지하여 특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며 "붓으로써 기세를 취하고 먹으로써 운치를 취하며 허와 실, 소와 밀을 조화롭게 표현함으로써 묘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이다"고 밝혔다.
정읍시립국악단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초청으로 오는 25일 오후 5시 18분, 광주 ACC 열린마당에서 창무극 ‘천명’을 공연한다. 창무극 ‘천명’은 동학농민혁명 주제의 작품으로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정읍’과 녹두장군 ‘전봉준’을 알리고 그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는 창작 전통예술 작품이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념하기 위한 민주·인권·평화 마당극제에 초청받아 진행될 이날 공연에서는 과거 150여 명이 넘는 출연 인원과 2시간이 넘는 70여 분의 시간으로 축소하는 등 새롭게 각색한 재구성된 무대로 꾸며진다. 이번 공연 대본을 각색한 김용호 정읍시립극악단장은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날 선보일 작품의 취지와 의미는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며 “원작에 비해 시간과 규모를 축소해 선보이지만, 정읍시립국악단만의 인원으로 배역, 연주, 무용이 가능하게 각색하고 음악을 재구성하는 등 민주·인권·평화란 주제와 함께 정읍시립국악단의 예술혼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 민주·인권·평화 마당극제는 ‘오월문화주간’ 문화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동학농민혁명, 제주4·3사건 등을 주제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동질적인 경험과 시대의 어둠을 문화로 새롭게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3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영예의 대상은 지정민씨의 ‘겹과 결’에게 돌아갔다. 전주시와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주최‧주관한 이번 전국한지공예대전에는 전통, 현대, 문화상품 등 3개 부문에 걸쳐 총 155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조현동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한지공예 전문가 9명을 심사위원으로 구성해 객관적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수상작은 △대상 지정민(전주, 53세) △최우수상 전학식(군산, 73세), 조은희(서울, 50세) △우수상 권효선(전주, 26세), 김미경(용인, 55세), 박진아(광주, 53세) 등이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지정민씨 작품은 시간의 충돌이 겹겹이 쌓인 흔적을 조형화한 ‘겹과 결’ 작품을 출품, 전통을 기반으로 한 줌치기법, 커팅기법, 코일링 기법 등을 활용한 창의적인 기법과 현대적 표현 및 조형성이 돋보여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동 심사위원장은 “이번 한지공예대전에 개성 있고 새롭게 시도된 현대적 작품이 많이 출품돼 한지공예가 공예문화의 발전과 확산에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대회를 통해 유구한 한지문화의 역사와 전통이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2시 한국전통문화전당 2층 공연장에서 진행되며, 수상작은 이달 24일부터 6월 9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전북개발공사에서 특별지정기탁한 3000만 원의 장학금을 임대주택 입주민 자녀 46명에게 지원한다고 20일 밝혔다. 진흥원은 기탁된 장학금의 용도에 맞게 전북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단지가 있는 전주평화 1동, 익산 송학동, 진안군 진안읍, 무주 설천면 행정복지센터의 협조를 받아 중·고생 32명과 대학생 1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된 학생에게 지원될 장학금은 1인당 중·고생 50만 원, 대학생은 100만 원이다. 장학증서는 장학생 선발에 협조해 준 행정복지센터장을 통해 대상 학생에게 전달되며, 장학금은 본인계좌에 입금된다. 자세한 사항은 진흥원 장학금 담당자(063-276-8309)에게 문의하면 된다. 한편 전북개발공사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사업을 시행 중이며, 전북특별자치도평생교육장학진흥원과 ‘전북특별자치도 인재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3000만 원을 진흥원에 특별지정장학금으로 기탁해 임대주택 입주민 자녀의 복지향상에 기여 중이다.
익산시가 어린이들을 위해 아시아 각국의 보석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다. 익산시 보석박물관(관장 한인경)에 따르면 개관 22주년을 기념해 오는 22일부터 8월 25일까지 어린이 특별 전시 '나라별 보석이야기(아시아편)'를 기획전시실에서 선 보인다. 이번 전시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보석에 담긴 특성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문화적 다양성 확대를 돕고자 기획됐다. 전시회는 우선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11개국의 보석을 선 보인다. 서아시아의 보석인 터키석과 청금석을 비롯해 사파이어, 루비 등 보석 7종의 원석부터 장신구까지 100여 점이 전시된다. 아울러 나라에 대한 소개와 특정 보석이 유명해진 지리적·문화적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어린이들이 전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7종 보석 엽서에 여행하고 싶은 나라와 이유를 쓰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체험도 준비했다. 한인경 관장은 "보석박물관 22주년 개관을 기념해 어린이 방문객들 눈높이에 맞춘 특별전을 준비했다"며 "많은 어린이가 방문해 좋은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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