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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묵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안에서 생활하는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은 사회속의 자아를 페르소나라고 정의한다. 일종의 가면을 쓴 인격이다.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행동하는 자아와는 다르다. 이 개념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가 찾아온다. 청년작가 김판묵이 오는 31일까지 군산시 쿤스트 하우스에서 11번째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를 연다. 이번 전시는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비춰지는 거짓과 감춰진 진실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어긋나고 모호한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초상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김판묵 작가는 작품노트에 나에 대한 질문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며 반복된 성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기준으로 존재하는 껍데기라고 회의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아는 나의 모습과 나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나 사이를 맴돌며 이해할 수 없는 사회와 개인의 아이러니한 현상들을 보여준다고 부연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24 17:03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부포의 간섭을 떠난 쇳소리들의 격투

사금이란 제목처럼 네 명의 꽹과리 주자가 주인공이었다. 웃다리 농악의 임광식, 남원농악의 유명철, 정읍농악의 유지화, 김천금릉빗내농악의 손영만. 두 분이 80세를 넘겼고, 한 분은 그 문턱에 다다랐다. 출연진을 보고 나는 해바라기의 영근 씨앗을 떠올렸다. 고령의 스승들이 여문 씨앗으로 중심을 떠받치면, 반주를 맡은 제자들이 젊은 기운으로 초록의 잎과 노란 꽃잎을 피워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 전에 만난 조세훈 연출자는 이번 기획 의도가 농악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꽹과리 연주와 노랫소리에 초점을 두려고 부포 상모조차 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까만 전립에 연꽃송이나 연꽃봉오리 모양의 깃털 부포나 한지를 잘게 자른 종이술을 달아, 뱅뱅 돌리기도 하고 곧추 세우기도 하고 끔쩍거리기도 하며 재주를 보이는 것이 부포 상모 놀음이다. 꽹과리 연주는 부포를 움직이는 목과 하반신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어서, 상모를 쓰면 빠르기는 몸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거나 부포를 돌릴 수 없을 만큼 느려질 수가 없다. 부포 상모는 상쇠의 몸과 꽹과리 가락 전체를 지배한다. 이제 상모를 벗어버렸으니 한층 자유로운 몸동작과 쇳소리를 만날 터였다. 네 명의 상쇠는 상모도 삼색띠도 없이 흰 바지저고리 위에 조끼만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 전체 출연진의 입장굿으로 한 차례 시끌짝한 뒤 유명철, 임광식, 손영만, 유지화 상쇠가 반주단과 함께 순서대로 올랐다. 무대 양 옆 객석에서 지켜보는 다른 팀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숨길 수 없는 승부욕으로 정수리 끝이 팽팽해지고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형형한 안광이 뿜어졌다. 비록 노구이지만, 농악이 무형문화재나 문화유산이라는 상징권력을 부여받기 전 오로지 기술만으로 승부를 봤던 상쇠들끼리의 대결이었다. 30년쯤 연배가 차이 나는 젊은 상쇠는 공연 신발인 미투리를 벗어던지면서까지 이 세 선배들에게 대적했다. 잰지래 잰지래, 땅그랑 땅그랑, 뚜르땡 뚜르땡, 차부랑 차부랑, 쇳소리는 각기 달랐지만 부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4인의 꽹과리는 리듬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한껏 자유로웠다. 자갈자갈 나긋나긋하니 멋을 내다가 어느 순간 천장을 꿰뚫듯이 빠르고 강하게 치달아 올랐다. 한여름 소나기가 물방울을 튕겨내듯 몰아치는 손놀림과는 달리 입가에는 미소가 은은했다. 한창 꽃기운 돋을 나이의 체구 좋은 장구잽이와 북잽이는 알 굵은 땀방울을 후두두둑 떨어뜨리는데, 머리칼이 하얀 상쇠는 앞줄 관객과 눈을 맞추며 자꾸만 방싯방싯 웃었다.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파마머리 상쇠의 얼굴에도 자꾸 미소가 번졌다. 나 오늘 쪼까 신났어!라는 흥겨움 가득한 한 마디에 꼼짝없이 앉아만 있던 마스크 쓴 관객들도 파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길 없는 탄식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안으로만 차오르던 흥과 신명이 박수소리로 쏟아졌다. 사각의 무대는 축제판이자 아레나였다. 1시간 10분간의 공연은 끝이 났고, 격한 흥분의 오르내림으로 나의 정신은 멍해져 버렸다. 해바라기 꽃밭인 줄 알고 구경을 갔다가 이빨 사나운 맹수들이 가득한 사파리를 체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여성농악단 연>, <여성농악 예인구술집, 향기조차 짙었어라>, <농악 현장의 해석>(공저) 등의 저서와 신체기억을 매개로 하는 공통되기의 활동, 농악,나금추 부포놀음에 나타나는 세습무, 권번, 극장 문화의 혼효 양상. 정동 이론으로 본 농악의 공감각적 현존과 신체 운동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1.10.21 17:01

현대 공예가들이 꾸미는 CHROMA - 공예의 언어展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여성 현대 공예가 5명이 오는 31일까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기획초대전 CHROMA-공예의 언어를 연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CHROMA로, 색의 3속성 중 하나인 색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채도를 의미한다. 이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두 다른 소재와 주제로 작업하지만 같은 채도의 색상처럼 현대 공예를 함께한다는 공통점에서 찾아냈다. 전시에는 시대에 따라 작품의 소재와 제작 방식, 형태적 특성과 개념 등을 달리한 공예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강정이, 김완순, 김이재, 송수미, 유경희 등 5명의 현대 공예가다. 강정이 작가는 원형에서 영감받아 백지조형토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원형에서 돌아봄, 내면을 향한 다독거림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의 상징과 염원을 발견했다. 김완순 작가는 한지의 물성이 좋아서 한지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가 이번에 한지가 아닌 가죽을 활용한 것은 현 사회구조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기 위해서다. 김이재 작가는 전통과 현대인의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을 냈다. 한지와 실크 프린팅의 만남, 아크릴물감과 한지, 면사, 노방, 구리의 만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송수미 작가는 김이재 작가처럼 다양하게 재료를 조합했다. 주로 밝은 색보다는 무채색을 사용했다. 사람, 자연, 우주와의 인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유경희 작가는 누에의 원형에서 삶의 단면을 봤다. 선의 형태로 길이를 유지하고 있는 소재를 사용해 접고, 주름을 잡고, 비틀고, 볼륨감을 주어 변형했다. 김완순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를 매개로 우리의 일상 속 가치와 동시대인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표현하는 5인의 현대 공예가들의 의식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이 작품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보고, 느끼고, 그리는 이재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이재원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세 번째 한국화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이재원 작가가 여행하면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손으로 그린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그의 과감한 붓 터치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먹과 다양한 색의 조화와 물을 만나 옅어진 색들이 보는 이들에게 여행 당시의 설렘을 선물한다. 두 번째 개인전(1980) 이후 40여 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의미가 특별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힘이 되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전시회 장소를 미술관이 아닌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로 정한 이유기도 하다. 이 작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작품이 있고,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예술을 하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동지애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가는 관람객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옥마을에 사람이 많기도 하고, 뜻깊은 장소를 모색하다가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출생인 이재원 작가는 전주 문화방송(MBC)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신간] 아동문학가 서재균 산문집 ‘멀고도 먼 길’

하근이 떠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배시시 웃고 서있는 모습이 생생하다. 세월이 가면 잊힐까 했으나 아직까지 환영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따라 하근이 보고 싶다.(문학평론가 오하근을 생각하다 일부) 아동문학가 서재균이 동료 문학인들과 쌓은 추억과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산문집 멀고도 먼 길(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격동의 시대에 교사로, 언론인으로, 문학인으로 살아온 서재균은 동료 문학인들과의 교유를 소중히 여긴다. 때문에 어린 시절 함께 쌓았던 추억부터 이들이 좋아했던 문학인, 고통을 감내하며 탄생시킨 문학작품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많은 순간들을 글 속에 녹여낸다. 특히 50년 우정을 나눈 문학평론가 오하근과의 일화는 현실처럼 생생하고, 그의 스승인 고(故) 천이두 선생(원광대 교수), 소설가 홍석영 선생(원광대 교수), 고(故) 이병기 선생에 대한 회상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 전이곤 시인과의 일화를 말하는 대목은 그리움이 담겨 있고, 그의 술버릇에 대한 기억은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글도 있다. 1부 길이다. 이 장에서는 제목처럼 소년시절에 대한 회상, 오랜 친구, 고향길,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수록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문학작품에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어린이들을 여러 가지 생각은 하고 있으나 생각할 만한 글은 과연 한 편이라도 남겨 놓았는지, 또 나의 아동문학의 나이테가 너무 부끄럽지도 않았는지라는 구절은 자신의 문학인생에 대한 반성과 일종의 겸양지덕을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개인사가 드러나는 산문을 비롯해 동화 꼭두쇠까지 총 22편의 글이 실렸다. 1935년 무주에서 태어난 아동문학가 서재균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원으로 13년을 지냈다. 이후 전북일보사에 입사해 기자, 차장, 부장을 역임했으며,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전북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과 수석논설위원을 지냈다.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라북도 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김영일 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고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51

[신간] 정병렬 시인의 6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꽃 한 송이가 시다. 그 수많은 이파리가 첩첩이 쌓아 올린 이야기, 한 권 소설을 한 편의 시꽃으로 피워 내는 일에 혼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인생길 가다가 가다가 꽃밭은 만난다면 행운이겠지요. 이 시집 한 권이 드넓은 초원 어딘가에 꽃밭이었으면 합니다.(시인의 말 일부) 정병렬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이 시집은 만찬,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죽필 받아쓰기, 내가 짊어진 천국, 죽음이 하는 말,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정 시인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쇠똥구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나무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죽음까지도 생각한다. 그는 어렵고 우울한 소재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온종일 폐지를 줍는 손/굽은 허리 툭툭 치며 바라본 서녘 하늘/그 누가 내놓았나 붉은 노을 황혼이 타네//(중략)//오늘 저녁 치 목숨 고이 받아 안고/발걸음마다 절뚝 절뚝/고삐를 푸는 저녁(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소재호 시인은 이 시집에서 이미지들의 연계는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킨다. 붉은 노을은 붉은 지폐로 은유 되는데, 그것 또한 절뚝거리는 남루한 삶의 수당으로 상징되고 있다. 소시민의 눈물겨운 삶이 불타는 황혼으로, 아이러니의 화염으로 귀의하는 형상화의 시는 절묘한 화법이다고 설명했다. 정병렬 시인은 전북 순창 출신이다. 지난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엄동의 계절이 당선됐다. 저서로는 시집 <설원에 서다> 등 다수와 산문집 <희망시 인내동 사랑가>가 있다. 그는 표현 신인작품상,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0.20 17:23

[신간] 뭍사람 김유석 시인의 제주 이주 여행기 ‘이주 여행자’

김유석 시인의 제주 이주 여행기가 담긴 시집 <이주 여행자>(천년의 시작)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우리는 풀밭 옆 돌집을 빌려, 너에게 간다, 화산과 소나기와 돌개바람과, 풍경에 스며,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시집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내 생동감 있게 제주도를 노래한다. 너무 멀어 말 막힌 데는 아니게/콘크리트 성곽 에워싼 동네도 아니고/한 번 가면 쉬이 돌아올 수 없는 곳이기에/(중략)//피란처럼/귀향처럼/육지를 떠나왔다/사랑했던 이들을 떠나왔다(이주자들 일부) 전라북도 오수에서 자고 나란 김유석 시인에게 도시 생활은 고향 상실의 상태와 같았다. 제주로의 이주를 피란, 귀향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에게 도시는 전쟁터이고 영원한 타향이기 때문이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내륙의 농촌에서 태어난 이주자에게는 대도시나 제주도나 모두 고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위 시의 화자가 제주도를 귀향지로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본향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로의 이주는 곧 생명으로의 귀환인 셈이다고 말했다. 김유석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2021년 서정문학, 문학의 오늘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0.20 17:23

낙하산 기관장의 공공기관 분투기

공공기관이 처한 현실과 속사정을 보여주는 경영 에세이가 출간됐다. 윤태진 전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최근 <낙하산 기관장의 공공기관 분투기>(일월일일)를 냈다.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부임한 저자가 3년의 임기 동안 직원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신생기관을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서술했다. 우선 낙하산 기관장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낙하산 인사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기관장으로 내정되고 익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에 부임했을 때, 지역 언론과 주위에서 눈총을 받았다. 저자는 책에 어떤 기준으로 전문성을 거론하는지도 모르겠고, 국가 공공기관 기관장을 임명하는데 왜 꼭 전북 출신이 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썼다. 지역 연고도 없고 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뒷담화에 개의치 않고 소신대로 기관 개혁을 밀고 나간다.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일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해에 50%에 불과했던 기관 예산의 국비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첫해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냈다. 재임 동안 기관 내 지원센터 수와 직원 수를 2배로 늘리고 예산 규모는 4배로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저자는 공공기관을 향한 사회적인 시선도 반박했다. 편안한 직장이라는 동경이 피상적인 이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공기관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IMF 이후 강도 높은 민영화나 기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통폐합이 지속돼,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공공기관은 존폐 위기에 처한다. 임직원들은 감독기관과 공무원들에게 시달리고, 자치단체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책은 1장 혁신의 적은 내부에 있다, 2장 낙하산 기관장의 분투, 3장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다, 4장 슬기로운 공공기관 생존법, 5장 공공기관의 화양연화는 가능한가 등 총 5장으로 돼 있다. 저자 윤태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중고를 마치고 단국대학교 지역개발학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교육보험, 삼성물산, 한국건설관리공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2006년부터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실장과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소리 공책의 비밀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이유로 나는 일곱 살 때까지 이사를 열세 번을 다녔다고 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 가득 차다라는 느낌, 두 가지가 있다. 처음으로 본 상여 행렬과 추수 때 집 마당이다. 비가 왔었는지 질퍽한 진흙길 위에 상여는 유난히 느리게 갔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상여 뒤를 길게 늘어선 무리만큼이나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상여 위에서 종 치는 할아버지, 상여 뒤를 따르는 상주들의 울음, 마지막 가는 고인을 배웅하는 사람들로 길 위가 가득 찼다. 그리고 추수하는 날은 집채만 한 가마솥에서는 연신 뿜어내는 김만으로 마당은 그득했다. 그때는 뭐였든 서로였고, 함께였던 정서 때문이었을까! 임실에는 그때처럼 모두 함께 하는 필봉굿이 남아있다. 그곳 3대 상쇠였던 고 양순용 보유자의 희생과 노력, 계승 정신이 명맥을 잇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과 떡과 술을 나눈다는데, 이는 고인의 유언이었다. 풍물놀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중도 온전히 하나 된 나눔인 것이다. 동화작가 윤미숙의 『소리 공책의 비밀』은 임실의 필봉 농악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갈등 속 두 소년의 화해와 성장하는 모습은 족히 큰 감동과 긴장감을 준다. 개인적으로 윤미숙 작가는 20년 전에 한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었다. 늘 조용했고, 무슨 생각인지 깊이 빠져있는 듯 보였다. 그때만 해도 동화작가가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연히 그가 대교문학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침착하고 잔잔한 그의 이미지답게 꼼꼼한 짜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읽다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인연의 감회였을까! 읽는 내내 몇 번의 소름 돋는 전율을 느꼈다. 즐겨 쓰던 챙 넓은 모자는 사라지고, 멋들어지게 반백이 된 머리색이 스쳐 지났다. 글을 쓰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 있었을 모습이 겹쳐졌다. 책 속, 진성의 일방적인 갈등은 참 감칠맛을 냈다. 청력을 잃은 먹이의 노력은 보려하지 않고, 천재성이라 단정해 시기 질투하는 진성의 숨겨진 내면은 헝클어졌다. 드러내지 않고 경쟁하는 모습에 갈증이 날 정도이다. 반면에 가장 절박함 속에 이뤄낸 간절함으로 소리를 그려내는 먹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리를 그리는 모습은 전통을 잇고자하는 이들의 갈망과 절묘한 맞춤이었다. 간신히 물에서 구한 먹이가 열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마당으로 나와 기원이라도 하듯 임실댁이 소고 없이 춤추는 모습이 나온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양손을 가슴께에서 한 번 부딪치면서 머리 위로 올린 다음, 얼굴을 스치듯 내려 가슴에 모았다. 두 손을 가슴에서 모았다가 다시 크게 벌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춤을 추었다. 마당을 돌며 당면한 위기로 쌓인 상념을 떨쳐내듯 마음을 정화한다. 마치 의식과 같은 장면이다. 기원을 담은 몸짓을 그려낸 작가의 섬세함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글 속에는 나오는 비그이 비설거지라는 예쁜 순우리말은 이야기 흐름에 맞춰 살며시 스며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임실 필봉 농악을 실감나게 그려낸 것은 이야기 속 먹이만큼이나 깊이 빠져 있었을 것이다. 전통을 이어온 이들처럼 작가 또한 이야기 내내 흐트러짐 없는 일치가 이 동화의 핵심이 아닐까싶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10.20 17:18

[신간] 외갓집 추억 담은 ‘외갓집 유자나무’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과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인 조택수 수필가가 첫 수필집을 냈다. 이 수필집은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보냈던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외갓집 풍경은 한 장의 정겨운 시골 풍경화처럼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집은 훈훈한 인생과 따뜻함이 배어있는 추억의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우물가의 유자나무는 어머니를 회상케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훗날 외갓집을 다시 찾았을 때는 유자나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글 전반의 주제의식이다.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작가와 작품은 본시 하나라며 작품은 작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작가의 철학적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르가 되었든 간에 작품에는 작가의 삶이 깊은 우물에 비친 얼굴처럼 심오하게 비쳐져서 거울처럼 영롱하게 반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택수 작가는 지난 2015년 서울노인영화제에 <회상>이란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했고, 3년 후 <시선>의 신춘문예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월간 수필과 비평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석사를 수료하고, 현재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 정읍시 지방재정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 최기우 어린이희곡 발간

온 가족이 소리 내 함께 읽으면 좋을 희곡 한 편이 나왔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최기우 작가가 쓴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문학동네)이다. 매년 두 번 바닷물이 갈라져 길이 생기는 전남 진도의 신비한 현상과 영등할매 설화에서 착안해 쓴 작품으로, 2017년 5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초연된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된 동명의 국악극을 누구나 읽기 쉽게 다듬었다. 관객들이 무대로만 만나 온 작품을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진도 바닷가 호동마을엔 방귀를 잘 뀐다고 소문난 뽕 함마니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호랑이 떼가 나타나 마을을 휘젓고 다니자 사람들은 바다 건너 모도로 떠난다. 홀로 남은 뽕 함마니는 방귀 힘으로 호랑이들과 맞서다 친구가 되고, 호랑이들은 그간의 못된 장난을 뉘우친다. 한편, 호동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뽕 함마니를 두고 온 죄책감과 그리움, 배고픔에 괴로워한다. 이 소식을 들은 뽕 함마니는 밤낮없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이에 감동한 용왕이 진도와 모도를 잇는 바닷길을 열어 준다. 신비한 현상에 얽힌 설화, 방귀로 호랑이와 맞서다 친구가 되는 반전, 고갯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생원의 사연, 너나없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것들을 안겨 준다. 또 마당극의 무대 활용 방식과 입방귀연주단의 역할, 풍물과 민요 가락 등 전통극 요소들을 극에 녹여내 멋과 정취를 드러냈다. 특히 진도 지역 사투리의 차진 맛, 밀고 당기듯 주고받는 대사와 몸짓의 신명, 곳곳에 부려 둔 익살과 해학, 노랫말에 가락을 붙여 보는 데서 오는 재미가 아이들을 현대적으로 해석된 전통극의 세계로 성큼 다가서게 한다. 최기우 작가는 어린이들이 희곡 문학을 즐겁게 경험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쉽고 재미있게 연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장면을 더하고 다듬었다라면서 전체 이야기는 4막 11장이지만 하나의 막으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최기우 작가는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으며, 그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10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저서는 희곡집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안숙선 명창, 2021년 문화예술발전유공자 은관문화훈장 수상

남원 출신 안숙선 명창(72)이 2021 문화예술발전유공자 정부 포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하는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해 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은관문화훈장은 금관문화훈장에 이어 2등급에 해당한다. 안숙선 명창은 창극, 완창 공연과 현대적인 무대까지 다채로운 공연활동 및 후학양성 및 기관의장으로 우리 소리를 알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로 국악 전문 복합문화시설 조성, 춘향제 제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악에 대해 널리 알렸다는 평이다. 앞서 안숙선 명창은 국가문화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9년에 옥관문화훈장(4등급)을 수여받은 바 있다. 남원 산동면 출생인 안 명창은 지난 1979년 국립창극단 입단을 시작으로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6년 남원 춘향제 춘향국악대전 대통령상, 1998년 프랑스문화부 예술문화훈장, 2011년 의암주 논개상, 2013년 만해문화예술부분 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김선찬
  • 2021.10.19 17:31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56)어휘와 어법에 천착, 비평의 새 길 연 오하근 평론가

오하근 평론가 오하근 평론가는 1941년 전라북도 김제시 성덕에서 부 오해준과 모 선준량 사에서 3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제초등학교 졸업하였고, 김제중학교와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1964년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부안여자고등학교와 전주해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으며, 1975년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군산공업전문대학(현 호원대학교) 교수를 거쳐 1982년부터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를 재직하였다. 1989년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김소월 시의 상징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85년 뉴욕의 주립대학과 연변대학의 교환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오하근 평론가는 어려서부터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며, 중학교 다닐 때 『무정』, 『유정』, 『단종애사』와 『원효대사』 등 이광수 소설을 섭렵하였다. 전주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시인 신석정, 김해강, 백양촌 선생이 소개되는 광경을 보면서 찬탄과 경이에 빠졌다고 술회한 바 있다. 전주고 1학년 때 서라벌예대에서 주최하는 전국고등학교 현상문예에 시 「옛날」이 당선되었는데, 담임 선생님 옆자리에 앉은 신석정 선생이 이를 크게 칭찬해주었다고 한다. 바로 그 순간부터 운명과도 같은 신석정 시인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석정 선생을 모시고 강인한, 오홍근, 강일부 등과 함께 맥랑시대라는 동인회를 결성하여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하였다. 1960년 전북대학교에 입학해서는 그는 의외로 소설을 썼고, 3학년 때는 전북대학신문사 주최 현상문예에 소설 「신화」 가 당선되었다. 당시 그와 함께 시에 당선된 장지홍, 수필에 당선된 김형진은 훗날 오하근이 주축이 된 『문예가족』의 멤버가 되어 많은 활동을 하였다. 대학 시절 김교선, 이기우, 천이두 등의 지도로 문학평론에 몰두하였으며, 마침내 1981년 『현대문학』에 「불, 그 영원한 조합」이라는 평론이 추천 완료되었다. 그 후 그는 우리 문단의 깐깐한 평론가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해석의 오류로 먹칠 된 작품들에 대한 바로 잡기에 앞장서면서 한국문학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연구 저서들을 다수 출간하였다. 『김소월 시어법 연구』를 비롯하여 『한국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현대문학(상, 하)』 등의 역작을 저술하였다. 그는 1970년대 초 석정 선생의 추천으로 시 부문에 등단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사양하고 그로부터 10여 년 후 평론으로 등단하여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여 년 이상 평론가로 활동하였다. 그는 부안여고에 재직하면서 「국정 중학 국어에 나타난 오류」(신동아)와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타난 오류」(전북일보)를 발표하여 당시 교과서의 문장, 문법, 표현법 등 수많은 오류를 지적하여 바로잡게 하였다. 오하근 평론가는 작품 속의 어휘와 어법에 집요하게 천착함으로써 새로운 평론의 길을 열었다. 그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김소월 시업법 연구』(1995)를 비롯하여 많은 평론에서 작품의 어휘와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끈질긴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어느 선각자의 도전과 좌절」이라는 글에서는 현대문학사에서 외면당했던 많은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여 우리 문단을 풍성하게 하였다. 호병탁은 『문예연구』(2018년 96호)의 기획 추모특집 「오하근론」에서 그가 한국 문학사에 끼친 공로를 두 가지 관점에서 밝힌 바 있다. 첫째는 작품 속의 어휘와 어법을 제대로 잡아주어 작품 해석의 물꼬를 제시하였다. 특히, 문학작품 중에서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작품, 해석에 논란이 있는 작품, 고착된 오류가 있는 작품들을 골라 오류를 바로잡아 올바르게 해석하는 물꼬를 열었다. 다음으로는 전 북문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이라고 하였다. 2010년 『전북현대문학』 상ㆍ하 권을 상재하여 전북지역 문인들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개진하여 전북문학의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현대문학의 초창기 유엽(柳葉,1902-1975)으로부터 시작된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전북문학사를 다듬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최명표는 「자세히 읽기와 지역에서 살기」라는 오하근 추모 기획특집에서 그의 공로를 김소월 시 정본화 작업으로 소월 시 연구의 활로를 모색하였으며, 전북문학을 정리한 점이라고 하였다. 문신은 오하근의 비평은 어김없이 진정성이라는 해석이 뿌리를 내렸다고 하면서 오하근은 해석의 힘을 사랑했고, 해석의 힘으로 비평의 지평을 열어가고자 했다라며 그의 비평적 진정성은 후학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오하근은 이렇듯 평론에 굵직한 획을 남겼으며 크게 영달할 기회가 있었지만, 한평생 고향에서 후학들 지도와 연구에 전념하다가 76세 되던 해인 2017년 11월 17일 밤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생전 고인과 함께했던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청운사 주지 도원스님을 비롯하여 동인회 문예가족, 전북대 국문과 제13회 동기생들, 금요회, 맥랑시대 가족들은 2019년 5월 3일 김제시 청운사 연지에 오하근 평론가 문학비를 세우고 그의 문학을 기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호병탁의 사회로 서재균 오하근문학비건립추진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안평옥 시인의 추모시 낭독이 있었다. 그의 제자 오용기은 『문예연구』(2018)의 추모특집에서 늘 함께했던 스승과의 사별을 안타까워하면서 스승의 문학적 열정을 다음과 같이 회억하였다. 선생님 웃음소리 기침소리 사이로 쟁쟁하게 되살아올 문학의 혼과 열정을 기다리렵니다. 평생을 두고 선생님께서 나누신 인정과 지성에 감동한 많은 분들이 살아 있는 백과사전을 무심코 찾다가 문득 빈자리 허전하게 더듬게 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은 그냥 가신 것이 아니라 봄 잎이 녹음 되고 단풍으로 천지를 채운 뒤 욱욱청청한 숲에 침잠함으로써 오히려 새 날 다시 뽀땃이 암냥하는 순리로 돌아오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 문예연구 96호(2018 봄)

  • 문화일반
  • 기고
  • 2021.10.19 17:26

서울을 산책하며 공간의 기억을 담다

사라져 가는 서울 근현대 건물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작가 김동욱이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서울, 심야산보(深夜散步)Ⅱ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가 인적이 끊긴 밤 시간에 담은 건물들의 모습 20여점을 선보인다. 주인공인 건물은 심야의 거리에서 가로등 불빛에 생경한 외벽과 창틀을 빛내며 쟁쟁한 풍모로 드러난다. 종로와 을지로, 한강로 그리고 서울역 부근에 열차의 대열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열한 상가주택들이다. 후줄근하고 기가 빠진 듯한 저층의 콘크리트 타일 건물이나 격자창 혹은 격자 틀로 건물 앞면을 구획한 3~5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거나 단독으로 있는 모습, 거대한 빌딩군 후면에 웅크린 품새로 있는 장면을 작가는 찍었다. 이 건물들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말이나 1960년대 초중반에 지어져 과거 수도 서울의 대도시 가로 경관의 상징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사진을 통해 과거의 도시역사, 일상역사의 지층을 발굴할 수 있다. 작가가 심야산보라고 명명한 이유도 과거 근대의 시간을 적립하기 위해서다. 기억이 쌓이지 않는 지금 시대의 삶과 공간에다, 찍고 적고 기록한 옛 건물 사진과 자료를 통해 과거의 시간을 발굴하고 꺼내놓는 작업이다. 김 작가는 도시에 밤이 오면 낮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며분주히 움직이던 자동차의 행렬, 생계를 잇기 위해 바쁘게 오가던 사람도 사라지고 어둠에 묻히면, 신축빌딩 사이에 남루하게 서있던 오래된 건물이 당당하게 다가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가 어떻게 생기고 바뀌어 왔는 지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작가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은 서울, 심야산보, 사진풍경등 21차례 열었으며, 단체전은 서울로맨스, Seoul soul of Korea등 24차례 참여했다. 저서는 <서울, 심야산보(深夜散步)>, , <農民: 또 다른 백년을 기다리며>가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2008년과 2009년 송은미술대상 입선이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19 17:09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삶…모토분국제사진전

아트앤컬쳐코리아(이사장 곽풍영)가 주최하는 모토분 국제 사진전이 오는 24일까지 크로아티아 모토분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 Pet Kula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The World Breathes again(세상이 다시 숨 쉬다)이다. 전시에 참여한 9개국 31명의 사진가는 코로나19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과 주변을 기록했다. 한국의 박영삼 작가는 서울 도심 속 차들을 일상의 멈춰짐과 이어짐으로 표현했다. 백미숙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춘포의 골목길에서 본 대문 밖에 세워진 빗자루에서 타인의 배려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한국인의 정서를 사진에 담았다. 모토분 아트 갤러리 Pet Kula David Matkovic 대표는 이번 모토분 국제 사진전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 전시다. 이스트라반도에서 오래되고 아름다운 모토분을 찾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감동적인 전시를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트앤컬쳐코리아 곽풍영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작년을 제외하고, 2021 로마국제사진전에 이어서 크로아티아 모토분에서도 국제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다. 한국 사진작가들의 독창적인 사진 작업을 해외에 소개하고 각국의 작가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18 17:16

국립무형유산원, “영상 보고 힐링하세요!”…영상 콘텐츠 5편 공개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이종희)이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에 휴(休), 무형유산 무형유산 영상 콘텐츠 5편을 공개했다. 휴(休), 무형유산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국립무형유산원이 제공하고 있는 비대면 힐링 콘텐츠 서비스다. 이번에 공개한 나답게, 평택농악 이수자 김지훈 ON과 육아빠, 평택농악 이수자 김지훈 OFF에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로 사는 삶과 한 사람으로 사는 삶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다. 코로나19를 살아가는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고민과 일상을 영상 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그려냈다. 나전국화덩쿨무늬 북엔드는 올해 <무형유산 UCC 영상 공모전> 당선작으로, 나전칠기 기법을 활용하여 생활 소품인 북엔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자연과 무형유산에서는 자연의 재료가 전통공예 기술을 거쳐 일상의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를 보여 준다. 빈녀난타품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인 연등회의 기원 설화에 대한 그림자 애니메이션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앞으로도 국민이 일상 속에서 무형유산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지속해서 서비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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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0.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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