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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언어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언어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은 진화의 산물일까, 아니면 신의 선물일까? 목회자인 김준수 작가가 신간 <에덴의 언어>(북센)를 출간했다. 하늘의 언어, 땅의 언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언어의 기원을 탐색한다. 작가는 신과 인간, 종교와 과학,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답변하면서 언어의 속성을 드러낸다. 에덴의 언어가 지금도 존재할까?, 혹시 히브리어에 그 자취가 묻어있는 건 아닐까라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도 건드린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 견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책에 인문학과 신학적 요소가 섞여 있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지 않고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절묘하게 통합하는 지점이라며 과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는 서로 배타하고 경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아하고 절제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준수 작가는 지난 1998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책은 비소설 부문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달렸고, 그해 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어갔다. 저서로는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바른말의 품격> 상하권, <말의 축복>, <그래도 감사합니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12 18:15

[신간] 전봉준 장군의 숨겨진 가족사

사료는 역사 연구의 기본 자료지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송정수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출간한 <전봉준 장군과 그의 가족 이야기>(혜안)에 나온 표현이다. 증손자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혀지는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인간 전봉준을 집중 조명한다. 부제처럼 송 교수는 증손자 전장수(1958년생) 씨의 증언을 중심으로 사료가 전하지 않은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장군의 선대가문, 전봉준의 소년기 일화, 아내와 자식 이야기, 혈손들의 행적, 여동생의 이름 등이다. 특히 전봉준 장군의 가족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던 여동생의 이름이 전고개(1861~1951)로 증언된 사실은 눈길을 끈다. 전고개는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사발통문에 서명한 20명 중 한 사람인 정읍 지역 두령 손여옥의 부인 이름이다. 전장수 씨가 전봉준 장군의 생가로 알려진 고창 당촌을 방문한 사실도 흥미롭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인 1994년을 전후해서 생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거쳐 확인됐는데, 이를 다시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당촌 마을의 진입로가 현재와 달리 남쪽에 있었고, 소나무 숲을 지나 들어갔으며, 집 모양은 일자집이라는 증언 역시 자세하다. 전장수 씨의 조부와 부친이 달성 서 씨에 대해 반감이 강했다는 사실도 관심을 모은다. 전봉준에게 사형판결을 한 재판장이 법무대신 서광범이어서다. 재판장 한 사람이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생사여탈을 결정하진 못하지만, 후손 집안에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겨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부친 전익선 씨는 부인인 서 씨와 이혼까지 했다. 송 교수는 책에서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전봉준 장군의 자녀와 후손의 고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전장수 씨가 지난 2005년 유족 등록이 반려된 일을 조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전 씨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경남도청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송 교수는 책 출간을 계기로 조속한 시일 내에 유족으로 등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송 교수는 책에 전장수 씨의 증언만 채록해서 소개하진 않았다. 전봉준 장군과 그 가족에 관한 각종 문헌자료를 망라해서 검토하고 실증연구를 수행했다. 책 뒤에는 많은 주석을 붙여 논지 전개의 근거를 밝히며 전문 연구의 형태를 취했다. 저자인 송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베일에서 벗어나는 전봉준 장군>, <중국근세향촌사회사연구>, <중국 정사 외국전이 그리는 세계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12 18:14

[신간] 고재흠 수필집 ‘청림인생’…구순에 피워낸 창작 열정

구순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창작 열정을 보여주는 고재흠 수필가가 다섯 번째 수필집 <청림인생>을 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청림인생 △숲의 서정 △두 얼굴의 바다 △술이 보낸 계고장 △반계 선생의 실학과 생애 △희비가 엇갈린 대나무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순간의 진실한 모습, 대자연을 관찰한 실상을 느낌대로 표현해 보여준다. 고 수필가는 젊은 시절에 밥보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등산과 장기, 바둑, 당구, 여행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영위했지만, 지금은 글쓰기를 유일한 취미로 삼고 있다. 젊은 날 누렸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가는 나이 듦의 과정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날마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배출된 과거급제자에 관한 효죽문집, 노봉문집, 죽와문집을 비롯해 자신의 회고록 등을 발간할 계획이다. 고 수필가는 세월이 갈수록 수필 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래도 수필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수필 쓰기를 통해 작가 정신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안 출생인 그는 2000년 월간 문학공간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 행촌수필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초록빛 추억>, <대자연의 합주>, <한민족의 문화>, <달력 속 숨은 이야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5.12 18: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경종호 시인 - 박성우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시적인 것들을 만나곤 한다. 그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시로 빚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후자를 시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난 시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눈 맑은 사람이면 모두 시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도, 시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도 참 좋아한다. 오늘은 시인이고, 시적인 것을 항상 곁에 두는 시인의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박성우 시인의 산문집 마음 곁에 두는 마음]이다. 희노애락. 우리는 어떤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할까? 기쁨, 화, 슬픔, 아니면 즐거움. 모두 기억하고 살 수는 없겠지. 그래도 기억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인지라 잊혀질 것은 적당히 잊혀질 것이고, 남는 것은 또한 남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꽤 중요했던 어떤 순간들이. 권영상 시인의 누가 지우개를 주면서 라는 동시가 생각난다. 지우고 싶은 날이 있으면 지우라는. 그리고 시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아이는 선뜻 지워버려도 좋은 날은 내게는 없었습니다 하고 말한다. 박성우 시인의 마음 같다. 이 책에는 80편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80여 개의 기억들을 꺼낸다. 오후 3시에 찾아오는 고양이, 녹색 어머니회 아침 봉사, 상추를 문 앞에 놓고 가신 할머니, 모교의 학교에서 청소부 일을 하신 어머니, 봉제공장에서의 20대, 밥 한 끼 같이 먹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얘기하듯, 나른한 오후 커피숍에 앉아 식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중얼거리듯 풀어낸다. 몇 년째 나는 1년에 한 번씩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처음 글쓰기를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 이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단하고, 중요한 것만이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나는 그것이 아닌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재밌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내 사소한 이야기가 최고의 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을 만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또한 읽는 것을 즐기는 누구나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12 18:12

[신간] 남원문화원 ‘남원의 산하’

남원의 265개 산과 38개 하천의 지명과 역사를 담은남원의 산하가 발간됐다. 남원문화원(원장 김주완)은 지난해 남원의 산과 하천을 조사해 그 결과물로 1500페이지 분량의 남원의 산하를 상하권 2권 1책으로 발간했다. 남원의 산하는 여암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를 기본으로 남원지역 16개 읍면동의 이름 붙여진 산을 지난 1년간 답사하며 산 이름과 이칭을 조사하고 일제가 왜곡시킨 명칭에 대한 고유지명을 찾는 운동의 일환으로 발간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남원 16개 읍면별과 동지역으로 분류하고 체계는 대분류 백두대간, 중분류 정맥, 소분류 지맥, 기타분류 분맥 순으로 정리했다. 특히 남원의 산하 조사단(단장 김정길)은 조사과정에서 요천의 발원지인 무룡샘을 발굴 정리하고 백두대간에서 남원구간의 시작점인 삼계봉 발견, 마한이 진한과 변한의 난리를 피해 달궁으로 숨어들어 72년 간 다스렸다는 새로운 왕궁 터로 추정되는 궁터를 발견했는데 이는 이번 조사단의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이번 발간된 남원의 산하는 산 이름, 높이, 위치, 산세와 산의 개요, 산경과 수경, 지리적 위치, 인문지리와 주변문화, 문화유적을 소개하고 있으며 산행 시 코스와 교통안내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는 남원의 인문지리 총서라 할 수 있다. 김주완 남원문화원장은 이번 책자는 짧은 조사 기간임에도 현장 답사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은 결과물이다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원의 산과 하천뿐만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함께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문화원은 남원의 산하 지리연구가이며 숲 해설가인 김정길 씨를 단장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각 읍면동 지역을 조사하며 91명의 자문을 구하는 등 폭 넓은 조사 활동을 가졌으며 발간된 책자는 기관단체를 비롯 학교, 향우회, 도서관, 문화원 등에 보급한다.

  • 문학·출판
  • 신기철
  • 2021.05.12 17:50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6) 근원적 고통을 문학으로 풀어낸 시인 이목윤

이목윤 시인은 1936년 완주군 소양면에서 태어났다. 전주공업고등학교 토목과를 졸업하였으며 스무 살 때 갑종간부 133기(1956년) 공병 소위로 임관하였다. 1960년 한미연합 기동 훈련 중 부대원의 실수로 지휘자인 이목윤 중위는 포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 되었다. 포탄이 폭발하면서 오른손을 잃었고, 얼굴에 큰 화상(火傷)을 입었다. 1963년 육군 대위로 퇴역하면서 국가유공자가 되어 귀가했다. 그리움 대신 두려움 앞서 갈아타는 역사(驛舍)마다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가네. 포화에 이지러진 이 몰골 발길 돌려도 어디 숨길 땅 없어 밤을 기다려야 돌아가는 길 사립문을 펼치니 우리집 누렁이는 짖어대고 동생마저 날 몰라보고 놀라 달아나네 나여... 입안 가득 돌던 침을 삼키고 장승처럼 서 있는 날 바라보던 어머니는 통곡으로 얼싸안네 -「귀가」 전문- 집으로 돌아오는 시인의 마음은 매우 불안하고 복잡했다. 그 두려움은 기차마저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간다고 표현하였다. 하근찬의 『수난이대』에서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역(驛)으로 마중을 나갔다가 목발에 의지한 아들 진수를 보고 에라 이놈아!하고 울먹이던 만도의 모습이 연상되는 시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 빠지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틈틈이 책을 읽으며 글을 썼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그 이듬해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1964년에는 〈문예가족동우회〉를 결성하면서 문학에 빠져들었다. 1967년에는 『문예가족』이라는 문학 잡지를 발간하였으며 중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유인실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영혼의 반짇고리』의 시평에서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닌 평생의 고통 콤플렉스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 겪었던 참혹함은 그에게 실존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시인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하였으며 존재의 구원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유독 절대, 무한, 영혼이라는 시어가 자주 보이는데, 그것은 시인이 평생을 통하여 그토록 갈망했던 새로운 세계라고 하였다. 한때라도 꽃처럼 피어서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새처럼 노래를 불러 땅끝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회한을 쏟아 밤이 무너지는 울음 울게 한 적 있는가 과연 시인답게 살았는가 체면 털고 인정 털고 몇 사람이나 그렇게 대답할까 해 저무는 산모롱이에서 손가락을 깨물어 본다. -「나에게 묻는다」 의 전문- 그래서 시인은 늘 자신에게 다그쳤다. 비록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지만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아울러 한 번이라도 새처럼 회한을 쏟아 울어 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시인의 삶은 자기 존재의 토대를 인정하면서 지향해야 할 세상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도자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문학을 반려로 삼아 시를 썼으며, 그동안 첫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1992)를 비롯한 『별 밭이랑에 묻고』(1996), 일역(日譯) 시집 『귀택(歸宅)』(2000), 『지리산 연가』(2004), 『차나 한 잔 더 드시게』(2005), 『영혼의 반짇고리』(2014), 『은하계 아내별 통신』(2019) 등을 출간했다. 그후, 시인은 유년 시절의 고향 완주군 소양면의 아름다움과 전설, 설화 등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고향 이야기를 조곤조곤 쏟아내어 『소양천 아지랑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소설까지 쓴 시인은 내친김에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전에 써 두었던 단편소설들을 묶어 『비둘기자리 별』이라는 소설집을 냈고, 이 외에도 8편의 소설을 남겼다. 2015년 7월 19일 제6시집 『영혼의 반짇고리』를 내고 역사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집필하고 있는 사이에 사랑하던 아내 김남순 여사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게 된다. 아내를 살뜰히 보살피지 못한 것을 자책하였지만, 때 늦은 자책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먼 하늘에 천둥이 울고/ 도시 숲이 노랗게 부서져 내리네(그의 시 「시인의 아내」의 일부)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아내를 보낸 후 한동안 허송세월하다가 그의 자서(自序)에서 밝히듯 2019년 마지막일지 모르는 시집 『은하계 아내별 통신』을 출간한다. 은하계 안에 든 아내와 화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는 시인의 모습이 비친다. 이 무렵부터 시인은 몸이 시들시들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이는 스스로 마누라 곁으로 가고 싶어 애자져하는 병이라 하였다 한다. 설움도 원망도, 두려움도 다 벗어놓으니 우리의 이별은 이별이 아님을 봅니다. 당신이 먼저 가고 내가 뒤따라간다는 약속일 뿐입니다. 이승살이가 그러했듯이 저승살이도 당신이 먼저 가서 짐 들여 살림 정리하고 문간에 청사초롱 밝히려고 앞서 간 줄 압니다. 우리는 이별이 아닙니다 따순 밥상에 편한 잠자리 내주던 당신 다음 세상은 내조와 외조를 바꿔 살자던 당신의 농담에 당신이 무안해져 속절없이 먼저 떠난 줄 알기에 다시 만나는 저 세상은 꼭 당신이 낭군, 내가 아내 되는 약속드립니다. -「이별이 아닙니다」의 전문 시인은 2021년 2월 18일 아내가 있는 은하계로 떠났다. 시인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이승의 역사를 마감하고 은하계로 가서 부인 김남순 여사를 만났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은 시인의 약속대로 내조와 외조를 바꿔 알콩달콩 지내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아내를 보내고도 5년 넘게 더 살면서 전북 문단의 어른으로 모범을 보이셨다. 항상 문우들을 아끼고 보살폈으며 말년이 이만큼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은 / 나를 얼싸안고 얼러리 둥둥 / 사랑을 나누는 문인들 덕이라네(그의 시 「노을이 아름다울 수 있음은」의 일부)라며 문인들과의 사랑과 우의에 늘 고마워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11 19:06

“동학농민 탐관오리 영세불망비 안내문 설치해 악행 기억해야”

동학농민혁명기념일(5월 11일)이 127주년을 맞은 가운데 혁명을 유발한 탐관오리들이 전북에 세운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치적비)에 안내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신이 저지른 폭정을 숨기고 선정을 베푼 관료로 남기 위해 세운 위장 송덕비(頌德碑)지만, 풍화작용으로 훼손돼 이들의 역사적 악행이 감춰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도내 자치단체는 관할에 있는 비석의 존재나 성격조차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1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전북에서 확인된 선정비나 영세불망비는 67기다. 이들 가운데 균전사 김창석의 영세불망비 4기(독자 오동표 씨가 최근 발견한 비석 2기 포함)와 전운사 조필영의 영세불망비 1기(오 씨 지난 10일 발굴 비석)가 관심을 모은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기에 앞서 전라도 백성들을 상대로 악행을 저지른 탐관오리들의 비석이기 때문이다. 당시 세곡담당관리였던 김창석과 조필영은 전라도에서 세곡을 징수할 때마다 불법항목을 만들어 백성들을 가혹하게 수탈했으며. 이로 인해 유배를 갔다. 그러나 고종은 조용해지자 둘을 사면시켰고, 이들은 자신의 악행을 숨기고자 백성들을 부추겨 공덕비를 세웠다는 말도 전해진다. 완주, 김제, 정읍에 있는 이들 비석들은 굵게 새겨졌으나 풍화작용으로 훼손돼 읽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비신의 윗부분과 귀퉁이가 깨진 것도 있다. 일부 자치단체 면사무소와 지역 주민들은 비석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훼손상태가 심해져 완전히 알아볼 수 없기 전에 비문의 내용을 기록한 안내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동학농민혁명을 야기한 탐관오리의 전횡과 기억을 사료화하자는 것이다. 실제 동학농민혁명 당시 탐관오리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졌던 조병갑의 선덕비는 경남 항얌군역사인물공원안에 안내비와 함께 서 있다. 앞서 동학혁명 120주년이 되는 지난해 함양군 의원들이 함양인의 선비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며 철거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현재는 잘못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자는 의미로 보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원광대 사학과 명예교수)은 안내문을 설치하기 전 발견된 영세불망비에 대한 정확하고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탐관오리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살아있을 때 백성들을 압박해서 세웠는지, 혹은 후손들이 세웠는지에 따라 비석이 갖는 역사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물의 집안과 관련한 시비문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5.11 18:08

무주최북미술관, 특별전 ‘공예의 숨결’ 연다

무주전통공예 공방에 입주한 7명의 작가들이 특별전 공예(工藝)의 숨결을 준비했다. 무주최북미술관에서 30일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회에는 △보석화 공방 김기철 화백(한국화 명인)의 석채화 △진묵도예 김상곤 작가(우수기술숙련자), 지평요도예 남상수 작가, 다현재 박선율 작가, 화강도예 윤숙 작가(도예가, 설치조각가)의 도예작품 △오산공방 소순수 작가(충북명인)와 동곡 국악기 허희철 작가(무형문화제 제19호 악기장 이수자)의 국악기 작품 등 30여 점이 전시된다. 김기철 화백은 최북을 비롯한 유관순, 안창호 등 위인들의 모습을 천연 돌가루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김상곤 작가의 금태진사다완, 진사요변대병등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미와 오묘하게 느껴지는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상수 작가의 차반, 분청지통, 재유각호 등은 자연미와 질감을 살린 색감과 형태가 매력적이다. 다양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박선율 작가의 작품들은 재질을 가늠하기 힘든 색채 표현이 신선하다. 윤숙 작가의 그리움, 2월의 나무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절제미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든다. 소순수 명인의 교방고, 좌고, 대형장구, 허희철 작가의 산조아쟁, 거문고, 산조가야금 등의 국악기들은 그 소리가 궁금하리만큼 전통 기법으로 정교하게 제작돼 눈길을 끈다. 무주최북미술관 양정은 학예사는 무주에 둥지를 틀고 작품 활동을 하시는 작가들인 만큼 이번 전시회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며 자연이 아름다운 무주와 어우러진 공예의 숨결을 느껴보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전시·공연
  • 김효종
  • 2021.05.11 17:31

완주 산속등대미술관, 예술로 기후변화 심각성 알린다

개관 2주년을 맞은 완주 산속등대미술관이 오는 31일까지 전주기상지청 협업 전시 기후환경 그리고 우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상기후환경을 주제로 하는 회화 작품, 세계기상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기상청 주최로 열린 제38회 기상기후 사진 공모전 수상작 36점, 기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비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은 사진, 회화, 타임랩스 영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모전 수상작 주요 작품으로는 안개 낀 도심의 몽환적인 풍경을 담은 대상작 안개주의보를 비롯해 구름의 기이한 현상을 포착한 구름 모자 쓴 산방산과 반영, 갑작스러운 북극한파로 폐사된 숭어 떼의 모습을 찍은 숭어 떼 얼린 북극한파 등이 있다. 또 계절의 기운과 현상을 담은 박정숙 작가의 여름 서정, 선지영 작가의 벚꽃, 카를로스 아라나 작가의 빗속을 걷다, 리아 갈레니 작가의 온도 상승 등도 전시된다. 오는 29일에는 전시 연계 행사로 기후환경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로 한 제1회 산속등대미술관 사생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미남 관장은 예술이 주는 간접화법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일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느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10 18:00

국립무형유산원, 일상을 위한 일탈·기원·신명을 담은 공연

국립무형유산원이 오는 14일과 15일 유산원 앞마당에서 전통연희 판놀음 청춘연희 공연을 한다. 유산원의 전통연희 판놀음은 전통적인 연희 무대인 판에서 하는 놀이를 공연으로 꾸민 것이다. 특히 올해 공연은 청춘연희를 주제로 젊은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중심이 돼, 더욱더 활기찬 무대로 신명과 활력을 전달할 예정이다. 첫 공연은 14일 오후 7시 천하제일탈공작소가 준비한 가장무도: 일상을 위한 일탈로 시작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강릉단오제, 북청사자놀음, 강령탈춤, 송파산대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산오광대 등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국 각 지역의 탈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다음날인 15일 오후 2시에는 전통연희 창작집단 푸너리의 구룡이 나르샤: 일상을 위한 기원이 펼쳐진다. 강릉단오제의 단오굿을 재해석해 굿이 가지고 있는 연희적음악적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보여준다. 마지막 공연은 15일 오후 4시 한누리연희단의 삼도농악-일상을 위한 신명으로 서울경기, 전라도, 경상도 지역의 농악을 하나로 엮은 공연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가락과 몸짓을 해체해 분석하고, 동시에 대중의 흥미를 이끌 수 있게 재조합했다. 공연 사이사이에는 버스킹 공연과 체험 행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직접 종이 가면을 만들어 쓰고 배워보는 흥겨운 탈춤 체험과 남사당놀이 덜미 공연이 마련돼 있다. 탈춤 체험은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백세종
  • 2021.05.10 18:00

박물관·미술관 주간, 경기전에 온 미술가들

전북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화두를 던지며, 예술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현덕, 고보연, 김수진, 김영란, 이일순, 정하영 작가가 함께하는 전시 경기전에 온 미술가들-리스타트 Rest+Art가 11일부터 16일까지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교동미술관은 2014년부터 전시 경기전에 온 미술가들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전시, 특강, 체험 프로그램을 엮어 선보이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ICOM 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이어진다.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박물관의 미래: 회복과 재구상 주제 연계 프로그램은 전국 11개 지역, 21개 프로그램이 선정됐는데 교동미술관이 전북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램은 전시와 특강, 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11일부터 16일까지는 전시, 14일부터 22일까지는 현대미술 특강과 업사이클 체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강현덕 작가의 36.5는 코로나19로 일정한 온도나 거리를 유지하며 깨달은 관계의 적정선에 대한 작가적 시각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저온과 고온 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해야만 이 세상을 더불어 순리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하영 작가는 노란 해먹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란 해먹은 밝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시 돋친 듯 불편함을 야기한다. 작가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교동미술관 김완순 관장은 이번 전시가 지친 일상과 마음에 위로와 안식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상에서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나가고자, 좀 더 윤리적이고 사회연대적인 방법들을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10 18:00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아동화에 대하여 ④

또 당연하다는 듯이 너는 나를 닮아 그림에 소질이 없나보다.고 한다. 그 아이는 나중 미술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나 반복적으로 돌아 오는 미술 시간에 뭔가를 그려야 하는데 자꾸 위축되기 마련이다. 나중에는 손바닥이나 도화지의 일부분으로 가리고 그림을 그린다. 거기다가 선생님이 아이의 자신감을 회복해준다고 옆에 가서 잘한다거나 무슨 충고를 하면 더 위축되어 미술시간이 생지옥 같아진다. 이런 아이들은 공동작업을 시켜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한 화면에 4~5명을 투입하고 문제의 아이는 상대적으로 쉬우나 넓은 면적을 하게 하여 공동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려요. 색칠공부를 사다 주면 선 밖으로 절대 색상이 나가지 않게 칠하거든요. 울화를 유발시키는 뻔뻔함이다. 이건 사람을 순응화시키려는 식민 교육 사상이다. 자유롭게 그린 그림, 정확한 해설이 정답이다. 소풍을 다녀와서 소풍을 주제로 그리게 하는 것보다 소풍가기 전에 소풍을 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그리게 하는 것, 시장을 주제로 예고없이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보다는 미리 예고하고 시장에 들려보고 나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또 어떤가? 서양에서 미술을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이 이를 기술이라 여겨 맨 먼저 공대에 미술과를 두었던 것까지 일제를 닮았다는 것이 서럽지 않은가? 프뢰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obel, 1782~1852)에 의하면 6세까지가 유아기이다.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칭찬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지는 잘 몰라도 우리의 아이들을 춤추게 한다. 그렇게 그리면 안 된다거나 살에는 살색을 칠해야 하고 몸에서 팔의 비례는 어떻다는 등의 발언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런 주문은 상상력을 배제하고 개념화만 만들뿐이다. 성인의 잣대로 아이들의 그림을 잴 수는 없다. 어린이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엄마를 보지도 않고 엄마를 그리다가 차츰 엄마를 바라보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다. 유아일수록 마음속에 이미 그려진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5.10 18:00

부안청자박물관, ‘부안중학교 기증유물’ 기획전시

부안군은 지난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부안청자박물관에서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부안중학교에서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한 49점의 유물을 소개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전시유물은 부안중학교 기증유물 일괄품으로 2015년 부안청자박물관이 국립전주박물관으로부터 장기대여를 받은 유물이다. 대여유물은 총49점으로 고려청자(靑瓷) 14점, 고려 철유자(鐵釉瓷) 1점, 중국 원나라 자기 6점, 고려시대 청동거울(銅鏡) 1점, 조선시대 분청사기 20점, 조선시대 백자 7점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청자는 부안 진서리와 유천리에서 제작된 참외모양 주자, 호, 단지, 연판무늬가 새겨진 발 등이 있으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도 부안과 인근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릇의 종류(器種)는 병, 호, 항, 반구편병, 매병, 완, 발, 제기발, 주자, 합, 접시, 전접시, 대합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에서 완, 발, 항, 접시, 주자는 차를 마시거나 우려내는 등 차도구로 사용된 그릇이며, 찻잔의 일종인 완과 발은 총26점으로 기증유물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부안중학교 일괄품은 기증주체가 부안중학교라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와 같다. 1990년 국립전주박물관 개관 이전인 전주시립박물관 시절 1963~1980년대 즈음 전주시립박물관에 기탁됐다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며, 학교 측에도 이와 관련한 자료나 단서는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40~50년간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부안중학교 기증유물의 실체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기증을 통해 문화유산을 공유하고자 하였던 문화의식이 높은 부안사람들이 있었음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며 이번 기획전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홍석현
  • 2021.05.09 19:4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