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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생동감 느낄 수 있는 화사한 국악관현악 무대…영정치원(寧靜致遠)

봄의 생명과 일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염기남) 관현악단은 2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명인명창명무와 함께 하는 신춘음악회 <영정치원(寧靜致遠)>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권성택 관현악단장의 지휘하에 △최옥산류 가야금 산조 협주곡 바림△창과 관현악 임따라 갈까부다 △정가협주곡 편락편수대엽태평가 △전라삼현육각승무와 관현악 전라삼현육각 주제에 의한 롱 △사물협주곡 사기등 총 5개의 협연곡을 60명의 연주자가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백은선(가야금/관현악단)과 김세미(판소리/창극단), 변진심임환(정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문정근(승무/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전라삼현육각보존회(전라삼현/무형문화재 이수자), 천음(사물/대통령상 수상)이 참여한다. 염 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국악관현악단과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예인들의 협연 무대라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권성택 관현악단장은 매서운 겨울바람과 추위 속에서 피어 난 어린 꽃잎처럼 전통음악은 생명력과 따뜻함을 갖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도민들서 코로나 19에 지친 일상을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연은 국악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매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 거리두기로 진행한다. 또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도민을 위해 공연 영상을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4.18 17:21

고창군, 공공미술 프로젝트 마무리

고창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고창군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국가시책사업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예술계에 지속적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평범한 일상 공간을 군민들의 쉼과 휴식의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8월부터 도예, 회화, 목공,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8개 작가팀과 지역미술가 42명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했다. 각 마을별 프로젝트로는 △호암신월마을(고창읍)=별을 따자, 희망. 아이들이 꿈을 잡는 형태의 기둥을 제작. 사람의 형상 속에 마을주민들의 소망을 적은 돌을 넣어 공동체를 상징하는 작품 제작 △모양천북동촌동산마을(고창읍)=모양성 성곽을 모티브로 한 모양성 우편함(고비) 설치 △할매바위(아산면)=암벽가 모습을 송악으로 조경하고,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감상할 수 있는 그린바우 자연 조형물 설치 △마명마을=버스 정류장을 색다르게 꾸미고, 벽면에 주민이 직접 참여한 칠보작품 전시. 주변엔 마을안녕을 기원하는 도자 솟대를 설치 △운곡습지자연생태공원=수달, 다람쥐, 사슴, 고라니 등 동물의자 10점을 제작 설치해 아이들이 놀며 앉아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 제공 △화산마을(심원면)=하모니2121.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대대손손 번영하기를 바라는 염원 담은 석재조형물 제작 △신기마을(신림면)=빈 집의 구석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등이다. 군은 이번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그간 무의미했던 마을공터, 빈집, 레저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인지도 제고와 함께, 지역 명물장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백재욱 군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낡고 후미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손을 통해 힐링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지역 예술인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고 군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문화적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성규
  • 2021.04.18 17:03

전북 유일 합죽선 장인 김동식 씨, 무주서 기획전 개최

전북 지역 유일한 합죽선의 장인 김동식 씨가 무주에서 기획전을 연다. 무주최북미술관에서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부채를 만드는 기능을 보유한 장인)인 다산 김동식 장인의 합죽선 37점을 만날 수 있다. 대나무 한 올 한 올 다듬어져 탄생되는 합죽선은 그 자태가 경이로울 정도다. 둥근 바퀴 모양 형상의 합죽선(조선시대 궁중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재현하여 제작)을 비롯해 뽕나무에서 추출한 물로 염색한 한지 합죽선, 비단실크로 제작된 합죽선 등 다양한 합죽선들이 선보이고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합죽선 제작 공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대나무 진을 빼는 과정에서부터 사북(부채 머리를 고정하고 마무리하는 과정) 처리 과정까지 총 177개의 공정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기계의 혜택을 외면하고 그 옛날 외조부의 제작 방식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유일한 장인이다. 예전에는 합죽선을 만들기 위해 골선부와 수장부로 나뉘고 합죽방과 도배방 등 6방으로 나누어 분업화가 됐을 정도로 부채 산업이 활발했다. 현재는 모든 공정이 김동식 장인의 손을 거치고 있다. 김동식 장인의 기획전 바림이 분다 는 무주최북미술관과 전주부채문화관 공동 주최로 열린다.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일 동안은 무주군민들을 대상으로 합죽선 도배체험(종이 접어서 부채살에 붙이기)이 진행된다.

  • 전시·공연
  • 김효종
  • 2021.04.18 16:52

[전주국제영화제 특집] ② 올해의 화두 ‘스페셜 포커스’…코로나19, 여성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는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이다. 올해 주목한 주제는 코로나19와 여성이다.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에서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본다. 해외영화 5편과 한국 단편영화 6편 등 11편을 소개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한 해,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시대를 살았다며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에 코로나19 시대 삶과 고통,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을 상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에서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독립예술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감독 7명과 그들이 만든 영화 15편을 조명한다. 관습적인 영화 언어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스페셜 포커스를 포함해 올해 전체 상영작 중 41%가량은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많이 보이지 않은 이야기에 서서히 집중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들으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 다큐멘터리 작가인 아이웨이웨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이 봉쇄됐을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유럽에 체류 중인 아이웨이웨이는 우한에서 활동하는 여러 다큐멘터리 작가와 일반인들이 찍은 영상을 편집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또 중국 웨이단 감독의 다큐멘터리 <방주>는 그의 할머니가 누워 계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영화는 내적으로 깊은 정서적 일체감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병환이 자아내는 우울과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는 묘하게 공명한다.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티즌 K>, <암스트롱의 거짓말> 같은 문제작을 만든 알렉스 기브니 감독은 세기적 재앙 속 미국 정부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핀란드 미카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자비로운 밤>은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된 가운데 헬싱키의 한 바(bar)에서 세 남성이 모여 삶의 진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단순한 구성을 취한다. 실제로 촬영한 바 이름이 코로나였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진다. <코로나의 밀라노>는 이탈리아 정부의 오랜 봉쇄 조치에 힘들어하던 밀라노의 영화감독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다. 감독 57명이 각각 자신의 주변 풍경을 촬영하고 편집해 완성한 이 영화는 재앙 속에서도 발랄하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이윤지박재범 감독의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김규진 감독의 <새 가족>, 전제민 감독의 <배달하는 삶>, 김아영 감독의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제환규 감독의 <정말, 정말로 축하합니다>, 고선영 감독의 <미주> 등 한국 단편영화 6편도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들이다. 이탈리아 출신 체칠리아 만지니는 세계대전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첫 번째 이탈리아 여성감독이다. 영화제에서는 <미지의 도시>, <마리아와 나날들>, <스텐달리(스틸플레이)>, <습지의 노래>, <여자-되기>, <목의 굴레> 등 그의 초기 단편 6편을 상영한다. 1950~60년대 이탈리아의 풍경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한옥희 감독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실험영화 감독 중 한 명이다. 1973년 영화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김점선, 이정희, 한순애 등과 함께 여성 실험영화집단 카이두 클럽을 결성해 이끌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할 <구멍>, <중복>, <색동>, <무제 77-A>는 모두 그가 카이두 클럽에서 활동하며 연출했던 작품들이다. 20세기 이란의 대표 시인이자 뉴 시네마 선구자인 포루그 파로흐자드가 남긴 유일한 영화 <검은 집>. 이 작품은 타브리즈의 한센병 환자 수용소를 다룬다. 그는 직접 쓴 시를 내레이션으로 활용해 종교적 맹신이 한센병을 확산시키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바바라 로든 감독과 안나 카리나 감독의 대표작 2편도 빼놓을 수 없다. 바바라 로든의 <완다>는 길거리를 떠돌다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안나 카리나의 <비브르 앙상블>은 자유로운 히피 여성이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1990년대 뉴퀴어시네마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 아프리카계 미국 레즈비언인 셰럴 두녜이 감독이 연출한 <워터멜론 우먼>,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부모가 납치된 자전적 경험을 투영한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의 <금발머리 부부>도 올해 영화제가 주목한 작품들이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15 18:13

[신간]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 내인생의 음악편지

코로나 19시대 코로나 블루를 떨치기 위해 익숙하고 정겨운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들으면서 힘든 일상을 잊는 것은 어떨까. 한사람 사람의 음악과 관련된 추억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힐링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학교 영문학과 이종민 교수가 정년 퇴임을 맞아 음악 에세이<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내 인생의 음악편지>(걷는사람)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이종민의 음악편지를 받아 온 친구와 지인, 선후배, 동료들이 이 교수의 정년 퇴임을 맞아 화답으로 보낸 음악과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책은 각 사연마다 표기된 QR코드를 찍으면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돼 있다. 116명의 필자들은 내 인생의 음악을 골라 그 음악으로 기억되는 우정과 감사, 축하와 존경, 추억, 그리움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장면들을 감동적이면서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 장르가 언급된 것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과 만남은 핍진한 일상과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황홀과 기쁨으로 이어지며, 슬픔과 그리움에서부터 설렘과 열정, 내일을 향한 의지에서 지나간 일들의 아쉬움까지 인간의 삶이 지나갈 모든 감성과 경험, 지혜를 담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추천사에서 각각의 필자들은 강호의 고수들이고 이 고수들이 음악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는 글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라고 했다. 이 전 교수는 책에서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내 인생의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사연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즐거운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이 없으면 미래가 막연하고 추억이 없으면 과거가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이 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제대로 꾸기 위해서라도 추억을 소중하게 정리하고 간직해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완주 화산 출신인 이 전 교수는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과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장을 맡아 전주한옥마을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했다. 전북대 인문대학장,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학장협의회장, 전북대학교 인문역량강화사업추진단장을 맡아 대학의 인문학 토대 구축을 위해 힘썼고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호남사회연구회 이사장, 천년전주사랑모임 상임이사, 완주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완주문화도시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황금가지, 공저), <달궁 가는 길: 서정인의 삶과 문학>(서해문집, 편저), <이종민의 음악편지: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서해문집), <이종민의 음악편지 둘: 화양연가>(이지출판), <이종민의 음악편지 셋: 흑백다방의 추억>(범우사), <이종민의 추수객담: 미치거나 즐기거나>(이지출판), <변증법적 상상력: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4.14 18:07

[신간] 조선시대 양반의 솔직한 감정을 엿보다

저는 관찰사의 농간으로 지금 막 영남의 읍에서 유배지를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혹 하룻길을 갈 하인과 말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계묘년 12월 1일 저녁 누제 머리를 조아리며 아룁니다. 조선 경종 시기, 부여현감 권응이 부안 김씨 집안의 김수종에게 전한 편지다. 급박함이 느껴진다. 노비와 말을 구하지 못할 경우, 양반 입장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유배지를 옮길 때, 동행하는 나졸배들은 유배자의 행색이 초라하면 곧바로 무시하고 학대하기 일쑤였다. 양반출신 관료들은 이런 상황을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으며 미리 대비하려고 했다. 이같이 조선시대 양반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조선 고문서 연구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교수가 펴낸 <옛 편지로 읽는 조선 사람의 감정>(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이다. 저서에서는 부안 김씨 우반종가에 소장된 간찰을 활용해 양반의 일상사와 다양한 감정을 살핀다. 특히 유배를 경험했던 양반들에게서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는 흥미를 더해준다. 유배지에서 힘들 때는 지인들에게 말, 노비, 생활용품 등을 빌리기 위해 온갖 하소연을 하다가, 해배되면 은혜를 기억하며 후견인들과 계속 편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권응도 해배된 후, 말과 노비를 돌려보내는 편에 부친 감사 편지를 끝으로 김수종과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 전경목 교수는 서울로 돌아간 유배자들은 유배지에서 느낀 고마움 대신 그곳에서 겪은 괴로움만 고통한 기억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양반의 솔직함과 비통함, 집요함도 드러난다. 여과없이 분출되는 이런 감정들은 삶의 현실과 버무려지며 고스란히 나타난다. 인조반정 공신인 원두표는 자신의 며느리가 임신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안출신 명망가인 김홍원에게 첩을 중매해주기를 당당하게 요청하기도 하고, 김홍원의 큰 아들인 김명열은 평산부사로 재임하던 도중 아내를 잃자 친한 지인에게 여과없이 슬픔을 드러낸다. 밀려드는 청탁을 거부하지 못하는 현실과 약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경우도 나온다. 김명열은 평산부사를 지낼 때 토지, 노비, 농장관리 등 여러 청탁을 받지만 사회적 관계망 때문에 외면하지 못하고, 상관인 황해감사에게 수 차례 휴가 요청을 거부당했어도 반발하지 못하는 현실을 답답해한다. 이밖에 일상에서 피할 수 없던 기근과 돌림병에 대한 공포, 서울 정가의 민감한 소식과 불안에 뿌리를 둔 유언비어, 누명을 피하기 위해 비빌의 흔적을 지워야만 하는 불안함 등도 세세하게 드러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전경목 교수는 조선시대 고문서 연구를 통해 일상사를 규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고문서를 통해서 본 우반동과 우반동김씨의 역사>,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숨은그림찾기: 유희춘의 얼녀 방매명문>, <조선후기 소 도살의 실상>, <조선후기 탄원서 작성과 수사법 활용>, <양반가에서의 노비 역할>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14 18:02

[신간] 장욱 시인 ‘고하 최승범 시조시 연구’…스승에게 바치는 책

고하 스승님은 나에게는 밝은 등불이시다. 세상에 그 많은 좋은 말들의 홍수 속에서도 한 마디 죽편 같은 말씀은 큰 울림이 됐고, 내 삶의 지표가 됐다. 장욱 시인이 <고하 최승범 시조시 연구>란 책을 내놨다. 1988년 썼던 전북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 논문을 책으로 출판한 것으로 스승에게 바치는 선물과도 같다.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 시조론 강의 시간이 스승님과의 첫 만남이고, 가슴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 열강에 힘입어 새시조라는 시조시 동인을 구성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벌써 45년 전의 일이다. 저자는 최승범 시인이 1968년부터 1987년까지 출간한 8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시 형식을 고찰했다. 제1기, 제2기, 제3기로 나눠 그 변화 과정을 통한 시 형식의 확립을 살폈다. 제1기(제1시집~제3시집)는 형식의 모색기로 단장시조, 양장시조, 연첩시조 등이 나타났다. 3행, 6행, 7행, 8행, 자유형태 등 평시조의 형태도 다양했다. 제2기(제4시집)는 형식의 확립기로 8행 3연의 독자적인 시형을 확립했다. 제3기(제5시집~제8시집)는 연시조시로의 발전기로 연(聯) 단위의 구조를 형성해 자유시 형식에서 보이는 시적 구조체를 형성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최승범 시인은 8행시조시를 창출해 현대시문학사에 커다란 지평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시조시를 현대시의 위상으로 높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욱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를 펴냈다. 전주기전중 교장을 역임하고, 풍남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14 17:5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문신 시인 -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역사는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압축할 수 있지만, 기억은 한 줄의 문장으로 추려 쓸 수 없다. 역사는 과거형으로 마침표 찍어도 되지만, 기억은 쉼표를 찍어가며 거듭 살아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삶은 역사의 문장으로 기록되지 않고 영혼의 노래로 기억된다. 이것이 극작가 최기우의 희곡집 <조선의 여자>를 읽고 난 대체의 감회다. 작가 최기우가 기억해 낸 일은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사람들의 심연이지만, 그가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막이 시작하면 가난이야 가난이야. 웬수녀르 가난이야라고 송동심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탄식이다. 그러나 최기우의 손끝에서 야무지게 기록되는 것들은 진부한 가난 서사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적 윤리와 역사적 성찰의 부재야말로 뼈아픈 인간적 실책이라는 것이 <조선의 여자>에 기록된 기억이다. <조선의 여자>는 1943년 봄부터 1946년 겨울까지를 담고 있다. 기본 서사는 송순자, 송동심 두 이복자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서사의 본질은 제국화되어 있는 남성적 폭력의 허위성을 폭로하는데 있다. 가족 서사를 바탕에 둔 <조선의 여자>는 제국주의적 폭력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폭로하기 위해 가족 내 남녀의 권력 역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 송막동은 도박중독자로 반월댁, 세내댁 두 여성을 거느린다. 이 구도는 본부인과 첩을 공공연하게 거느렸던 전근대적 관계이다. 그러나 개화된 시대에도 이 구도는 아들 송종복과 두 딸의 관계 속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카피(copy)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 권력은 폭력으로 지탱된다. 송막동이 반월댁, 세내댁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 위안부 징발을 피해 부랴부랴 시집 간 송순자가 남편에게 당하는 폭력, 송동심이 헌병에게 당하는 폭력은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파멸시킨다는 작가의 관점이다. 위안부로 끌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송순자와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고 자신의 손목을 도끼로 찍어버리는 아버지 송막동 모두 제국주의의 폭력에 희생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상징폭력이 건재하며,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최기우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1945년 당시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문 낭독과 현재 일본 정부의 위안부 망언 관련 뉴스를 효과음으로 들려준다. 이렇게 반성할 줄 모르는 유령들이 환청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이 역사의 현장이다. 방심하는 순간 우리 역사는 왜곡된 기억으로 떠도는 사람 가죽 뒤집어쓴 승냥이들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길 것이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희미해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것이 기억을 기록해야만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기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진실을 얼마나 간절하게 지켜내느냐이다. 기록하는 사람의 양심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여자>는 작가 최기우가 기록한 우리 시대의 진심이고자 한다. 그 진심 속에 역사와 시대의 양심이 뜨겁게 살아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14 17:59

장수군 꿈꾸는 예술터 조성사업 진행 갈등

폐교한 장안초등학교(장수군 소재)를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으로 조성하는 꿈꾸는 예술터사업이 시행주체들의 갈등으로 지체되는 모양새다. 사업 시행주체인 장수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어온 전)꿈꾸는사업단이 지난 2월 취임한 조합 신임 이사장이 실시한 감사와 업무지시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꿈꾸는 사업단은 이사장의 행동이 자격 없는 감사와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고, 조합은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북 문화예술계는 이를 두고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지역 거점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장수군 등에 따르면,꿈꾸는 예술터는 폐교된 장안초등학교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장안문화예술촌을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 공간에서는 지역의 예술(교육)가들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앞두고 시행 주체들의 갈등으로 지체되는 모양새다. 전)꿈꾸는 사업단은 꿈터 사업이 조합과 이사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한 달이 넘게 멈추었지만 장수군청은 지속적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단은 이사장은 등기도 되기 전인 지난 2월 22일 사무실을 점검하고, 3월 23일까지 자격 없는 감사를 진행했다며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했고, 이사장의 직권남용과 월권행위는 계속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사업단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이사장이 본인의 허락 없이 업무를 진행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했다. 또 장수군청에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장수군은 어떤 중재나 상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2일까지 장수군청, 사업단, 조합 면담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반면 조합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서하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업무지시를 한 것이고, 감사 등 모든 절차는 변호사의 법률자문과 노무사의 자문을 받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단에서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했다고 하는 데, 조합은 열쇠를 제공받고 근무를 하라고 얘기했다며 오히려 (사업단이) 출근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가 끝난 뒤,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다며 (사업단에서) 왜 이런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수군청 관계자는 사태를 방관하지 않았고, 사업단하고 조합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려고 노력을 했다며앞으로도 서로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갈등을 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는 자칫 양측 간 기득권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고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양측이 지혜롭게 갈등 국면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13 19:05

전주·서울작가들 코로나19 팬데믹 ‘치유와 회복’ 말하다

전주현대미술관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한 특별작가초대전을 마련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초대전에는 강희원박영율송정옥윤현구이정란차경진 등 전주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6명이 함께한다. 회화, 설치,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희원 작가의 시선이란 작품은 미디어로 불멍(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바쁜 사회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보단, 비울 수 있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송정옥 작가의 봄이 온다는 마우스 인터랙션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다. 관객이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물감이 퍼지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작가는 길고 긴 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세계가 작동을 멈추고 몸도 마음도 겨울처럼 굳어버렸다며 여전히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파란 하늘 아래 눈 내리듯 살랑이는 꽃잎들이 따스하게 마음으로 스며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현구 작가는 폐책을 캔버스 삼아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태운 골판지를 캔버스화 했다. 골판지는 구간마다 쪼개져 부드럽게 파도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상징한다. 물고기는 황금빛을 달고 막힘 없이 오대양을 유영한다. 이붕열 큐레이터는 윤 작가의 작품에 대해 입체, 평면화의 장점을 다 갖추고 있다며 폐책 작업과 같은 효과와 더불어 재료의 확장성이라는 의도가 성공적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해진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극복의 메시지를 주고, 삶의 새로운 용기를 얻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4.13 18:53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4) 시대를 직시하고 구원(救援)을 노래하다, 석정(夕汀) 연구의 대가, 허소라 시인

시인 허소라(許素羅, 본명은 형석(衡錫), 1936-2020)는 1936년 3월 12일 전북 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499번지에서 부친 허재혁과 모친 송순엽의 3남 5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시인은 금산중앙초와 금산동중학교, 금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1960년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처 1988년 경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인은 전주신흥고와 군산수산전문대학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1984년부터는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과 문학연구에 매진하다가 2001년 퇴직하였다. 군산대의 대학신문 주간, 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맡아 대학발전에 이바지했고, 고려대학교 교류교수와 대만국립정치대학 객원교수, 중국연변대학 조문학과 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하였다. 시인의 글쓰기는 전북고녀(현 전주여고)에 다니는 누나에게 편지를 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남보다 일찍 글을 깨우친 그는 고사리손으로 누나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누나의 친구들이 이를 칭찬하자 더욱 고무되어 열심히 편지를 썼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독서와 습작으로 막연하게나마 문학에의 꿈을 키워나가던 시인은 전북대학교에서 신석정 시인을 만나면서부터 인생과 문학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스승 석정은 시인에게 시업(詩業)에 평생을 바치려면 저만한 인격, 저만한 자세, 저만한 애정을 지녀야겠구나 하는 객관적인 표본이 되었다. 석정 선생도 시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으며, 소라(素羅)라는 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시인은 1959년 8월 『자유문학』에 「지열」, 「피를 말리는 」, 「도정」 등 시 세 편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1964년 첫 시집 『목종』을 출간한 이래 『풍장』, 『겨울나무』,『아침 시작』, 『겨울밤 전라도』, 『누가 네 문을 두드려』, 『이 풍진 세상』 등을 출간했다. 산문집으로는 『흐느끼는 목마』, 『파도에게 묻는 말』, 『숨기고 싶은 이야기』와 평론집 『못다 부른 목가』 등을 펴냈다. 석정의 시 세계를 동경해왔던 시인은 저평가된 스승의 문학사적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서 한평생 석정 문학 연구에 매달렸다. 이러한 공로로 시인은 전라북도문화상과 전북대상, 백양촌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석정 시인과 맺은 인연은 석정 시인의 사후에도 이어졌다. 석정문학회 설립, 신석정문학제 개최, 『석정문학』발간, 신석정 전집 간행, 석정문학관 건립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2009년에는 『조선일보』에 신석정의 미발표시 「인도의 노래」를 발굴하여 공개하였다. 또한, 시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가시인, 서정시인으로 알려진 신석정 시인을 시대의 굴곡과 민족의 수난을 외면하지 않은 현실참여 시인, 또는 저항시인인 점을 일깨웠다. 시인은 늘 이렇게 다짐했다. 40여 년간 석정 선생 연구만 해왔는데, 석정이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진 점이 늘 가슴에 아렸어요. 푸성귀로 덮어 씌워져 있는 가시면류관을 벗기고 싶었습니다.라고. 허소라 시인은 1974년 7월 스승의 장례식이 끝난 뒤, 석정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표지도 없이 심하게 파손된 시집 여백에서 13편의 미발표 시를 발굴하였다. 이 작품들은 석정(夕汀)이 암장(暗葬)해 놓은 저항시였다. 가택 수색이라도 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들키지 않기 위한 석정 선생 나름의 고육책이 파손된 시집의 속의 여백이었던 것 같다. 시인은 일생의 스승이요 어버이 같은 석정에 대한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夕汀 스승 시비 앞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달을 보며」라는 시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나타냈다. 나보다 먼저 온 풀벌레 울음이 하얀 달빛을 실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마다 하고 마다 해도 세상은 지저귀며 다가왔다가 이윽고는 침묵으로 떠난다 보름달 바라보며 기울이시던 술잔, 오석(烏石)이 대신하여 세월을 떠받들고 밤마다 첨벙이던 어둠이 더듬더듬 연못을 빠져나와 음각(陰刻)의 비문 속으로 숨으면 산을 향해 길게 드리운 그림자 하나 단 몇 줄로 요약된 생애를 성큼성큼 건너뛰며 영원 쪽으로 가고 있다 누워 있음과 서 있음의 차이 그러나 눈 감아도 산이 되고 나무가 되어 우리를 겹겹으로 다스리나니 -「달을 보며」 허소라 시인은 그의 마지막 시집 『이 풍진 세상』을 펴내면서 첫 시집 『목종』(1964)의 자서(自序)를 쓸 때는 세상에 내놓는 최초의 연서인 양 수줍고 설레었는데, 근 20여 년 만에 내놓는 제8 시집의 자서(自序)를 쓰려니 마치 마지막 유서를 쓰는 듯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하였다. 오하근 평론가는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하여 그가 살아온 능욕의 구렁텅이에서 시대를 건지려 노력했고, 젊은이들의 기지와 풍자로 시대상을 조명하였으며, 또한 노년의 예지와 사랑으로 평화와 평등을 설파하였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시인의 삶은 아래 시 「진달래」에서 보듯 한세상으로 덮씌워 은폐되고 실제로 존재가 상실된 세상에서 은근과 끈기의 삶을 추구했던 것 같다. 진달래 타는 넋 봄도 지천으로 다발지고 사랑 그리운 날 너를 보니 한세상 진하게 글썽이고 -「진달래」- 허소라 시인은 지난해 12월 16일, 향년 84세로 영면하였다. 당시 김남곤(전 전북일보 사장) 시인의 「소라여, 소라여!」라는 조시(弔詩)의 내용처럼 지금쯤 허소라 시인은 그립던 석정(夕汀)님을 만나 목마 타고 흐느끼는 어여쁜 밀어들을 더 고운 이야기로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이준호 <허소라, 자기 구원과 시대를 증언하는 시>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13 18:13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주구묘의 성격

한국에서 주구묘의 발견은 마한의 분묘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나아가 백제문화와 뚜렷이 구별되는 마한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고고학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주구묘의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토기들은 마한 토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구묘가 분포하는 공간적 범위는 마한의 정치 문화의 영역과 일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구묘의 축조 방법을 보면, 우선 주구(도랑)를 굴착하여 그 흙으로 낮은 분구를 쌓아 무덤의 외형을 만든 다음, 분구의 중앙에 토광을 되파서 매장부를 만들고 시신을 안치한 후 다시 흙으로 성토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덤에서처럼 시신을 지하에 안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안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주구에서 옹관이 안치된 예가 있고, 분구의 대상부에서도 옹관이 안치된 예가 있어 다장도 이루어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곧 직계 혈연관계에 의한 가족장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주구묘는 마한 성립기의 토광묘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어 두 묘제는 계승적 관계 속에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없다. 곧 토광묘와 주구묘는 분묘 축조 전통이 전혀 다른 집단에 의해 축조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토광묘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철기문화와 점토대토기문화를 가지고 내려온 집단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헌 자료로는 『삼국지』와 『후한서』에 기록된 고조선 준왕의 남천 기사라 할 수 있다. 『후한서』 위서 동이전 한조에 조선왕 준(準)이 위만에게 패하여 자신의 남은 무리 수천을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와 마한을 공격하여 쳐부수고 스스로 한왕(韓王)이 되었다. 준의 후손이 절멸되자 마한 사람이 다시 자립하여 진왕(辰王)이 되었다라 하여 고조선 준왕계와 마한계는 계통이 다름을 적시하고 있다. 한반도 서해안 일대에는 마한 성립 이전에 청동기 문화의 중기에 해당하는 소위 송국리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주요 특징으로는 원형 집자리와 계란 모양의 송국리형 토기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보령 관창리, 서천 당정리, 익산 영등동 등을 비롯한 주구묘 유적에서는 송국리 문화의 유적들과 중복되어 발견되었다. 특히 주구 내에서 송국리 토기편들이 확인되고 있어 송국리 문화 단계에 주구묘가 특정지역에서 축조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목관 나이테 분석에 의해 기원전 445년으로 밝혀져 일본에서 야요이시대의 가장 이른 시기의 주구묘인 효고현(兵庫縣)의 히가시무코(東武庫) 2호분에서 출토된 한반도계 송국리형 토기는 일본 주구묘의 기원이 한반도에 있으며, 한반도 주구묘의 축조연대도 송국리 문화단계까지 소급될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서해안 일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청동기시대 중기의 송국리 문화단계에 이미 주구묘가 축조되고 있었고, 그것은 한(韓)문화의 뿌리라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마한 성립기 중심세력인 고조선계 준왕의 절멸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마한의 중심세력은 한의 기층세력으로 새롭게 부활한 주구묘 축조집단으로 볼 수 있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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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18:02

“개성 만점 손글씨로 쓴 편지·일기 뽐내요”

전국 초등학생 여러분! 나만의 독특한 손글씨로 글쓰기에 도전하세요!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 전북일보사가 대한민국 최고의 개성 만점 손글씨 주인공을 찾는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인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이 공모전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이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지난해는 전국 125개 학교(전북 39개교, 전북 외 86개교)에서 1246명의 학생이 1320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14년 동안 4만60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을 만큼 손글씨를 콘텐츠로 활용한 초등학생 공모전 중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과 의료진을 향한 감사의 글이 많이 응모돼 큰 울림을 줬다. 올해 공모전 역시 자신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일기가 대상이다. 멋있고 특별한 손글씨를 가졌거나 자신의 손글씨를 뽐내고 싶은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5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방문 또는 우편(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으로 제출하면 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전라북도교육감상을 주는 등 113명의 학생에게 상장과 상품을 선물한다. 수상 작품은 손글씨블로그와 최명희문학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게재되고, 10월 19일부터 3개월 동안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된다. 최명희문학관 전선미 학예사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씨에 새겨진 마음을 살피고, 평생 만년필 쓰기를 고집했던 소설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 열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4.12 17:52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 ‘속도’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전북예총)가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예총 소재호 회장은 12일 숙원사업인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13일 각 지역예총 설립 추진위원장을 위촉할 예정이다. 지역예총 설립 추진위원장에는 무주군 전선자, 장수군 오영하, 순창군 장교철 씨가 각각 선정됐다. 이들은 각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지역예총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예총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행정적 지원과 정책적 연구, 각종 행사 교류와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다. 현재 전북예총은 10개 협회(건축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영화음악)와 11개 시군지부(전주군산익산정읍남원김제진안고창부안완주임실)로 구성돼 있다. 무주장수순창은 예총이 설립돼 있지 않다. 예총이 설립되려면 장르별 3개 협회가 중앙으로부터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인준 조건은 협회마다 다르다. 현재 순창은 국악문인미술협회가 인준을 받아 설립 조건을 갖췄다. 장수는 국악문인협회, 무주는 문인협회가 인준을 받은 상태다. 소재호 회장은 지역예총이 설립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한데, 3개 지역 모두 예총 설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어렵지 않게 설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4.12 17:52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신처럼, 황제처럼, 노예처럼

콘스탄틴 브랑쿠지 '입맞춤' 편안한 여행을 최고의 사치로 여기는 루마니아의 은자 브랑쿠지(1876-1957)의 작업실에는 네가 예술가임을 잊지 말아라. 신처럼 창조하고, 황제처럼 주문하고, 노예처럼 일 하라.라는 글이 있었다 한다. 어쩌면 게을러질 수도 있는 자신을 다잡아 가는 글귀로 이만큼 처절하도록 절실한 말은 흔치 않다. 파리의 작업실에서 브링쿠지 자신을 역사적인 조각의 거장들과 비교하며 존경하는 숭배자들에게 그러지들 마. 그 작품들은 밥벌이로 만들어진 것들이야. 젊은 시절의 나 역시 그 모든 시간을 밥벌이와 해부, 그리고 모방이나 재현 속에서 손쉽게 그러나 스스로는 독창적이라는 생각 속에서 일을 했지.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부끄러웠어. 묘지의 비석으로 한 쌍의 부부를 닮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 거야. 닮은 것 보다는 서로 사랑했으나 이제는 땅 속에 묻혀 있을 모든 부부의 마음과 닮은 어떤 것을, 그 영원을 표현해야 했다는 말이지. 자신이 혼자서 일을 시키는 황제가 되고. 죽어라 일만하는 노예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신과 같이 창조해야 된다는 주문처럼 그는 제자도 조수도 없이 평생을 혼자서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 하며 보냈다. 그러면서 그가 그토록 노력하는 것에 걸맞게 상당히 빠른 시간에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양감으로만 재현되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벗어 버린 형태, 또는 기하학적인 형태에 접근하고 있었다. 1908년 파리에 온지 4년 만에 그는 몽빠르나스의 묘지에 있는 입맞춤으로 그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루마니아의 목동이었다가 미술학교의 최우수 학생이었다가 루마니아의 메달과 상금을 독차지 했다가 좁은 환경에 한계를 느끼고 더 넓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파리까지 걸었다. 별을 이불 삼아 노숙을 하며 무작정 걷다가 병을 얻어 류네빌에서 머물고 있을 때 파리의 루마니아 친구가 2루이를 보내주어 기차를 탈 수 있었고 1904년 7월 14일 지친 몸을 끌고 파리에 입성했다. 그래서 그는 평생 편안한 여행을 원했고 파리의 기차 시간표를 모두 외웠으며 나의 생애를 돌아보면 기적의 연속이었다는 말을 남길 수 있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12 17:52

고창지역 문화유산 4건 전북도 문화재 지정

고창군 죽림리 당촌마을의 전봉준 생가터 등 고창지역의 문화유산 4건이 전북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고창군에 따르면 고창 선운사 영산전(도유형 제277호), 고창 석탄정(도유형 제278호), 고창 삼호정(도유형 제279호), 고창 전봉준 생가터(도기념물 제146호)가 지난 9일 전라북도지정문화재인 유형문화재와 기념물로 각각 지정됐다. 이번 지정된 문화재들은 전라북도문화재위원회의 현지조사를 거쳐 문화재 지정예고(30일 간)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도문화재위원회에서심의 후 최종 확정됐다. 고창 선운사 영산전(高敞 禪雲寺 靈山殿)은 대웅전, 만세루와 함께 선운사를 대표하는 불전이다. 1713년에 2층 각황전으로 창건되었다가 1821년 단층으로 재건하는 등 연혁과 관련된 기록이 명확하고, 19세기 초 부불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고주 7량가 양식을 적용하면서 다른 사찰의 영산전 건물과 다른 형식의 구조, 공포, 평면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적 독창성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또 영산전 내에는 고창 선운사 영산전 목조삼존불상(도유형문화재 제28호) 및 16나한상과 함께 건물 내부 벽면에는 1821년 재건 당시의 벽화가 조성되어 있어 미술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등 건립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고창 석탄정(高敞 石灘亭)은 1581년 석탄(石灘) 류운(柳澐)이 낙향 후 학문 강론을 위해 건립한 정자(1830년 중건)다. 넓은 평야에 동산처럼 솟아있는 암반지대에 운치 있게 나무와 정자를 세워 유유자적하며 풍류와 학문을 즐기던 공간으로 전해진다. 전라북도 누정 중에서 창건연대가 빠르며, 정면 3칸, 측면 3칸, 홑처마 팔작지붕 등 건축물의 가구구조가 독특해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고창 삼호정(高敞 三湖亭)은 옥천조씨 삼형제(인호 조현동, 덕호 조후동, 석호 조석동)의 호(湖)를 따서 1700년대에 지었고, 1864년에 중건한 정자다. 정면 3칸, 측면 3칸, 홑처마 팔작집 구조 등 조선 후기의 건축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주변 경관이 우수하다. 또한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며 시를 쓰고 글을 읽으며 지냈던 당시의 유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로써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고창 전봉준 생가터(高敞 全琫準 生家址)는 동학사, 병술보 등 학술 고증과 많은 연구자들의 논문, 각종 학술조사, 학술대회, 촌로들의 증언 등을 통해 전봉준(全琫準, 18551895) 장군이 1855년 12월 3일 죽림리 당촌마을에서 때어나 13세까지 살았던 곳으로 확인됐다. 전봉준 생가터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혁명적 사건인 동학농민혁명을 도모하고 이끈 최고 지도자가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상징적인 장소로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유기상 군수는 이번 4건의 도지정문화재 지정은 민선 7기 취임 이후 문화재 지정승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며 고창군이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한반도 첫 수도 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준 사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심의 중에 있는 고창 무장기포지 , 고창 문수사 대웅전 , 고창오거리당산제, 고창농악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과 고창 상금리 고인돌군에 대한 도기념물 지정 등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창군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위상을 높여 나감과 함께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방안을 모색해 나겠다고 밝혔다.

  • 문화재·학술
  • 김성규
  • 2021.04.11 17:13

김예은 첫 개인전 ‘순수의 시대’…세상과 마주한 동심

삭막하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해맑고 엉뚱한 행동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은 나의 답답한 상황과 대조되며 재밌는 상상을 만들어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미소 짓길 바란다. (작가의 말)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장난을 치고,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어린아이와 마주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의 무표정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목마를 탄 채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아이, 정치가들의 권위적이고 도식적인 회의 석상에 앉아서 해맑게 웃는 아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과 대비되는 화면 속 어른들의 표정에선 생기를 찾기 힘들다. 순수의 시대란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예은 작가는 이렇듯 작품 속에서 해맑고 순수한 아이가 된다. 엉뚱한 상상은 그를 어른의 세계에서 해방시켜준다. 이일순 서양화가는 작가는 마치 박제된 듯한 각각의 일상에 아이의 웃음소리와 호기심 어린 손짓을 부여해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아이의 시선으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에서 작품 속 아이가 되는 순간, 내가 아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서로에게 관심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이의 모습은 꿈같은 환상이 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실에 지쳐 바래진 순수한 아이의 감정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서학동사진관에서 계속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11 16:5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