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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리 전북지회장 한국영화인협회 신임 전북지회장에 나아리 씨가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북지회는 지난 5일 공석 중인 전북지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대의원 21명 중 14명이 지지한 나아리 씨를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전북지회장 선출은 추대 형식이 아닌, 회원들에 의해 선출된 최초의 회장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나 지회장은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예원예술대 연극영화학과 객원교수, 전북과학대학교 방송연예미디어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나 지회장은 정체된 전북 영화와 영화산업, 영화인협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뤄내겠다며 현재까지 전북영화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영화제가 없었다. 전주군산정읍지부가 협업해 회원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당선 포부를 밝혔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오는 11일 오후 4시 전북지역 작고 문학인을 추념하는 세미나를 연다. 매년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작고일에 맞춰 진행하는 이 세미나는 연구자들에게 전북 작고 문학인의 너르고 깊은 문학 세계를 듣고, 전북 문학의 힘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다. 올해 주목한 문학인은 최명희 소설가와 익산 출신 최창학(19412020) 소설가, 정읍 출신 박찬(19482007) 시인이다. 전주가 고향인 최명희 소설가는 전주와 남원을 배경으로 쓴 장편 혼불을 비롯해 전주천과 소리꾼을 소재로 한 장편 제망매가, 경기전을 공간으로 삼은 단편 만종 등 전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 최창학 소설가는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중편 槍(창)을 시작으로 1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며 혼불문학상 수상자인 권정현박정윤 소설가를 비롯해 김미월조경란천운영편혜영하성란 등의 문학인을 가르쳤다. 1983년 월간 <시문학>에 상리마을에 내리는 안개는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찬 시인은 언론사 기자로 오래 근무하면서 시집 <수도곶 이야기>, <그리운 잠>, <화염길>, <먼지 속 이슬>, 기행집 <우는 낙타의 푸른 눈썹을 보았는가> 등을 냈다. 세 작가에 대한 연구는 문학박사 서철원엄숙희문신 씨가 맡았다. 제20회 혼불문학제를 겸한 이날 세미나의 좌장은 우석대 문창과 송준호 교수가, 토론은 문학박사 권은영박태건 씨가 맡아 연구에 힘을 보탠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은 작고 문학인 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최명희최창학박찬 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는 의미가 크다라며 우리의 연구가 작고문학인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기회가 되고, 더 많은 학자의 본격적인 학술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연구자들만 모여 진행하고, 이후 결과물을 공유한다.
구 국군광주통합병원 건물에서 열린 GB 커미션 전시에서 카테르 아티아의 설치 작품. 마네킹의 다리 모양도 결국 인간의 상처와 치유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AI 시대의 예술은 무엇이 될까? 인공지능이 사회를 통제하고, 생산과 분배를 정의하며, 인간보다 훨씬 냉철하게 효율적으로 세상을 관리할 수 있다는 미래의 세계를 상상해 볼 때에 인간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고유의 인간 가치를 추구해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저버릴 수 없다. 지능 로봇이 뭐든 알아서 척척 진행시킬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인간은 로봇과 달리 꿈을 꾸고,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사소한 권력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에게 예술적 표현 욕구는 발현되고 있었다. 구석기시대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은 인간이 여체를 빌려 종족 번식을 풍요하게 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비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실 그 당시에는 예술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한다는 고민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원하는 바를 형상화시켜서 주술적으로 비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의 원형을 보여준다. AI 시대에는 다시 인간의 강렬한 존재 의식이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동안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시 했던 이성적 통제와 기억 및 관리 시스템을 AI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면, 인간은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서 절실하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기실 인간 고유의 본능과 욕구 그리고 도덕성 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역에 한정된 것일 수도 있다. 로봇에게는 그러한 문제들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혼란을 가져오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로봇에 맞춰서 세상을 살 수는 없다. 로봇이 인간적 문제에 맞춰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끊임없이 발전하게 될 때에 언젠가 로봇이 인간을 철두철미 관리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아마도 AI 시대에는 예술가가 인간의 문제에 대하여 절절하게 표현하는 일이 잦게 될 것이다. 끝까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답게 살고 그 고유의 가치를 추구해 갈 수 있을까? 자칫 인간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 외마디 소리조차 못한 채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출 수도 있다. 유토피아를 추구하다가 정반대의 블랙홀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들이 전주에 모인다. 전주우진문화공간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공연을 15일부터 19일까지 총 5일간 소리판을 연다. 이번 무대는 무엇보다 명실상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소리꾼이 참여한다.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 명창이 김소희제 춘향가를 15일 선보인다. 춘향가가 최초로 나온 문헌은 영조30년 만화본 춘향가다. 춘향가를 잘 부른 역대명창으로는 판소리의 가왕으로 뽑는 송흥록을 위시해서 가객치고 즐겨부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안숙선의 춘향가는 만정 김소희로부터 이어지는 바탕이다. 안 명창은 김소희 명창에게 소리만 배운게 아니라 판소리와 소리꾼의 운명을 계승했다. 16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인 전정민 명창이 박초월제 수궁가를 선보인다. 전 명창은 수궁가 초입부문부터 산신제 지내는 대목까지를 부른다. 전 명창의 수궁가는 송흥록 명창에서 비롯되는 동편제 소리다. 판소리를 가리켜 수리성의 미학이라고도 하는데, 전정민은 멋스러운 너름새와 또렷한 가사전달, 편안하게 판소리 한바탕을 타고난 수리성으로 이끌어내는 매력을 가졌다. 또 계면조의 애원성과 방울목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미산 박초월 명창의 수궁가를 회상하며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17일에는 올해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이난초명창의 강도근 바디 흥보가가 울려퍼진다. 이 명창의 소리는 사설의 이면과 형용 동작을 정확하게 소리로 표현하며, 수십 년 간의 수련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기교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동편제의 거장이란 말에 걸맞게 집터 잡는 대목 에서는 시원한 우조 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하며, 다른 바디와 달리 제비노정기가 자진모리 장단으로 되어 콩 튀기듯 장단을 가지고 노는 대목이 가장 매력적이다. 두손합장같은 계면 소리 또한 풍부한 성음과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신금을 울리고 박타는 대목 에서는 시원한 통성과 맛깔스런 재담 섞인 아니리 또 한 일품이다. 4일인 18일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적벽가) 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이 박봉술제 적벽가 (군사 싸움타령에서 부터 장승타령까지)를 선보인다. 송순섭의 적벽가는 송만갑-박봉래-박봉술로 이어진 소리다. 박봉술의 소리는 분명한 소릿길과 남성적인 건축으로 평가되는데 이를 온전히 계승한 명창은 송순섭 명창이다. 19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적벽가) 보유자인 김일구 명창의 강산제 심청가가 펼쳐진다. 김 명창의 심청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으로 내려요는 심청가다. 박유전의 호가 강산이었기에 강산제 심청가라 부른다. 슬픈 계면조의 소리가 주조를 이루고, 힘과 기교를 겸비한 김 명창의 소리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한국 서단을 이끌어갈 서예 꿈나무들이 실력을 뽐낸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2020 서예꿈나무전이 오는 10일까지 완주 청운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꿈나무전에는 고창초, 전주 대정초, 김제 청하초, 전주 김연서예학원, 정읍 필그림학원의 서예 꿈나무 62명이 참가한다. 그동안 방과 후 학습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담아 한글, 한문,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서예를 지도한 김제 청하초 강진아 교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묵향에 푹 빠져 열심히 서예를 배우고 연마하는 먹물 묻은 고사리손을 보며 전북 서예의 꿈과 희망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획 전시가 정기적으로 개최돼 무한한 꿈을 가진 어린이들이 서예와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껴 전북 서예의 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꿈나무전은 격년제로 짝수 연도에 특기적성 프로그램 운영 초등학교와 학원 등의 신청을 받아 개최한다. 전시회에 드는 모든 경비는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한다.
한지문화진흥원과 일본 가나자와시가 주최하는 제19회 전통공예 교류전이 8일부터 13일까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교류전은 전주의 전통공예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방문단 없이 전주의 전통공예 작품만 전시한다. 한지공예품과 목조각, 전통 자수, 전통 침선 등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니공예 체험과 일본의 우쓰와와 한지를 결합한 체험도 진행한다. 한지문화진흥원 김혜미자 이사장은 전주 작가들이 열심히 제작한 작품을 보고, 전주의 아름다운 공예와 고즈넉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시가 전주시의회의 위탁운영 연장 부결에 따라 전주역사박물관 및 어진박물관의 직영운영 준비에 돌입했다. 직영 전환이 되면서 박물관 소속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는 전주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에 대한 직영운영을 위해 인수인계 절차에 돌입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27일 시의회가 시가 제출한 박물관 위탁운영 연장건을 부결시킨 데 따른 것으로, 전주역사박물관과 어진박물관은 지난 10여 년 간 (사)전주문화연구회가 민간위탁받아 운영했다. 시는 박물관 직영운영에 따른 운영방식 및 예산, 고용승계 부분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운영방식을 검토 중이라면서 고용승계에 대한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직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무기간과 채용방식 등을 꼼꼼히 검토해 승계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것은 인사팀과 협의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박물관 소속 직원들은 다른 문제보다 고용승계부분을 놓고 불안해 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용승계 기준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승계 범위와 임금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물관 내 한 직원은 당초 계약시점보다 이른 이번 달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인수인계를 하더라도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시가 해고없는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어 고용승계는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도 승계가 이뤄진다해도 단기 계약직인 6개월에서 1년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사실상 당초 진행된 업무를 마치고 나가라는 뜻밖에 안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명확한 결과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다음 직장을 구하거나 박물관에 남을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빠르게 고용승계에 대한 범위가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 박물관에 소속 된 직원들은 관장을 제외한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학예사 5명, 사무직원 2명, 건물 및 시설관리자 5명으로 구성돼있다. 평균연령은 사무직 29.8세, 관리직 67.2세이며, 평균근무기간은 사무직 1년 6개월, 관리직 5년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그간 위탁시기에 맞춰 3년 계약을 통해 근무했고 관리직들은 시간파트타임 근로자 형태이다.
유봉관 시인 지난 5일 한국생활문학회가 주관한 제25회 한국생활문학상 비대면 시상식에서 유봉관 시인이 승냥이 나라 외 2편으로 작품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매우 수준 높은 시들로, 유 시인은 늘 의식의 불을 밝히는 시인이다며 특히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구석구석을 통찰하는 습성이 베어있는 시인으로 앞으로 독보적인 시인이 되길 기원한다고 평가했다. 유 시인은 빛도 안 들어오는 흙집에서 시작한 아침이면 피곤하고 저녁이면 지치는 30여년의 책읽기가 밥벌이가 되고 작품상이란 수상을 하게 돼 감사하다며 더욱 분발하라는 긴 채찍으로 알고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고창출신인 유 시인은 남성고와 전북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유봉관번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생활문학회 전주지회장과 시문학 연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아름다운 산 좋은 만남> 외 4권의 저서가 있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12일 오후 4시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2020 국립무형유산원 송년 공연 쇼쇼쇼를 진행한다. 올해 송년 공연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국민의 심신을 위로하고 활력을 주기 위한 흥겨운 공연이 준비됐다. △혼성 민요 록(Rock) 밴드인 추다혜차지스 △ 연희컴퍼니 유희와 킹스턴루디스카가 만나 결성한 유희스카 △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연희예술 창작팀 연희점(店)추리 △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 안무를 맡는 등 독특한 음악적 해석과 개성 넘치는 안무를 선보이는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등 실력 있는 젊은 전승자들과 공연팀들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한 개성 넘치는 무대를 선보인다.
한옥마을의 길을 걷다 보면 학인당이라는 고택이 있다.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면 너무나도 평범한 골목 그리고 정문.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전통의 혼이 있다. 빛바랜 사진 속 백범 김구 그리고 해공 신익희. 더불어 소리판을 즐겼다던 대청마루 등 오랜 시간 전주에서 전통예술을 공부했고 또한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다가오는 전라북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민족혼의 올곧음은 바로 그것이었다. 학인당은 전라북도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조선 성리학자 조광조의 제자 백인걸 11세손인 백낙중에 의해 1905년부터 2년 8개월 동안 지어진 아흔아홉 칸의 거대한 고택이다. 궁중 건축양식을 차용하여 압록강과 오대산에서 공수한 금강송으로 집을 지었다. 물론 일제강점기에 어떤 사연으로 그러한 큰집을 어찌 지었나 하는 생각도 있겠지만 그 사연은 참으로 올곧다. 대한제국의 어려운 시기에 백낙준은 고종 즉위 이후 경복궁 중건사업에 집안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고 그러한 친분에 이러한 큰 저택을 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유로 지어진 민간 최고의 저택 학인당은 다시금 한민족의 단결과 복원을 위한 역사 현장으로 사용되었고 그 용기의 정신과 흔적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00년대 전주대사습놀이는 일본 내정간섭 속에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명맥이 끊어지게 된다. 이러한 소리판을 잃어가던 명창들에게 용기와 설 자리를 열어준 곳이 바로 학인당이다. 학인당의 주인 백낙중은 대청마루와 방을 모두 개방하여 공연장으로 변환시켜 민족예술의 혼을 지속시켰다. 또한, 해방 이후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요인들이 묵고 가는 영빈관 역할을 하게 되는데 백범이 초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전주에 내려왔을 때 당시 백낙중 자신이 기거하던 안채를 기꺼이 내줬다고 한다. 백범이 머물다간 방 옆으로는 해공 신익희 선생이 머물다 간 방이 또한 자리하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조선지(朝鮮池)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 모양은 한반도의 좌우가 뒤집힌 모양이다. 그 이유는 학인당이 지어질 무렵 조선은 이미 일본의 침탈을 받고 있었고 그러한 나라 잃은 슬픔에 연못을 뒤집힌 한반도의 모습으로 짓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금 세상이 뒤바뀌어 조선의 국권이 회복되기를 기원했던 것이다. 1908년 지어질 당시 학인당은 2천여 평 부지에 지어진 아흔아홉 칸 저택이었지만 현재는 530평 7채만이 남아 전승되고 있다. 일화로 학인당의 단면을 또 논하자면 지난 1970년대 용인민속촌의 조성을 위해 이 집을 통째로 옮기기를 제시하며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거액을 내놓고 두 차례나 팔기를 권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고택은 전라북도를 지키며 꿋꿋이 우리 가슴 속 깊이 예술혼을 지키고 있다. 우리의 민족혼처럼 올곧게 말이다.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
오강숙 작품. 오강숙 작가가 한지조형전 소통-공존의 이유를 개최한다. 6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오 작가는 내면의 감정을 한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했다. 그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위질과 축척이라는 작업 과정 안에 한지가 가지는 물성적 우수성과 지칠 줄 모르는 작가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치 새의 깃털처럼 작업된 한지는, 이웃하는 다른 색깔의 한지들과 연결과 연결을 거듭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며 살아야만 공존할 수 있는 삶의 이유를 나타내고자 했다. 또 원이나 사각 테두리 안에서 미로처럼 구획된 이미지들은 선이나 면으로, 때로는 색의 단계적 변화로 표현돼 화면에 리듬감과 깊이감을 더해 준다. 오 작가는 예원예술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한지미술을 전공했다. 전주한지조형작가협회, 예원한지조형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화가 조현동의 제54회 개인전 시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오는 13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제작발표해왔던 자연-순환-이야기, 공감-채집, 자연-경계를 주제로 한 작품 25점이 선보인다. 특히 근작 자연-경계는 자연의 질서를 넘어 비가시적 세계로까지 확장된 작가의 작품관을 보여준다. 1987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3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온 그의 작업에선 조화가 두드러진다. 그는 풍경과 정물, 동양적 기법과 서양적 색채, 구상과 비구상, 전통과 현대, 평면적 묘사와 입체적 화면 등 서로 상반된 요소들을 그림으로 어우른다. 실제 작품의 색채는 단청, 회화, 복식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 색채감, 색채기법에 바탕을 둔다. 이에 분리된 화판의 조합 등 현대적인 공간 구성과 조형 어법을 더해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했다. 이 화면 안에는 삶과 자연에 대한 관찰, 그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다양한 상징물로 집적돼 있다. 그림 속에 항상 등장하는 꽃을 비롯한 식물, 나비와 새는 각자 존재성을 극대화한다. 또 자연-경계와 같은 작품은 기하학적 요소들이 공간과 차원을 분할하며 현대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늘 작품에 임하며 동도서기(東道西器), 법고창신(法古創新)에 기본 사상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현대문화를 작품에 반영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라미술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우진청년작가회 회장, 군산대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경희 예술감독 겸 전주시향 상임지휘자(숙명여대 음대교수) 2년이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이렇다 할 연주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여성 지휘자라는 편견이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사라졌으면 합니다.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1930년대 저명한 베를린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안토니오 브리코. 한국의 안토니오 브리코라고 불리는 전주시립교향악단 김경희(61)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숙명여대 음대교수)의 말이다. 현재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아니꼽게 보기도 했다. 모 지역 객원 지휘자로 나갔을 때는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게 직접 들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공채를 거쳐 전주시향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을때는 파격적이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됐다. 45년이나 되는 시향 역사상 여성 상임 지휘자는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였음을 직접 입증했다. 그가 전주시향을 맡는 동안 지역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고전 음악부터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낭만음악과 기교와 음악의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현대음악까지 잘 소화해 내는 시향으로 이끌었다. 그는 전주시민, 전북도민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요구와 갈망에 대해 여자인 제가 지휘하는 모습을 관중들이 생소해 하시기도 했지만 생동감 있고 관중과 청중과 교감하는 연주를 보고 처음에는 점잖게 박수만 치시던 분들이 기립박수와 브라보를 외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했다. 김 지휘자가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건 초등학생 때. 전교생이 모인 조회에서 4/4박자 애국가를 지휘하며 묘한 설렘을 느꼈다고 한다. 부산 동래여중 기악부 바이올린 주자 시절, 우연히 TV에서 본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의 삶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김 지휘자는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데, 코로나19로 많은 연주를 들려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전주시민, 전북도민들에게 베토벤을 위주로 한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지휘자는 숙명여대 작곡과를 졸업 후 독일 베를린국립예술대학(Hochschle der Kunste Berlin) 지휘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1989년 대전시향 초청 오케스트라 지휘세계에 등단해 세인들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첫 활동을 시작했고 1991년 서울시향 신진지휘자로 초청돼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에 입문했다. 이후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 등 전국 지자체 시향과 우리나라 유수 오케스트라를 다수 지휘했고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채리티챔버오케스트라, 서울페스티벌앙상블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여성에게 문턱이 높았던 지휘계의 인식을 허물어 오며 여성가족부 주관 역량 있는 예술인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정부로부터 도전한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명곡들이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서 울려퍼진다. 전주시립합창단은 제140회 정기연주회를 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연다. 합창단은 슈베르트의 대표작 중 총 24곡을 엄선해 이날 선보인다. 특히 연가곡인 겨울나그네는 그가 작고하기 1년 전 독창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번 합창단의 연주에서는 그레고르 마이어에 의해 바리톤 솔로와 합창,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된 버전으로 무대에 올린다. 독일음악에 정통한 지휘자 김철의 지휘로 이뤄지는 이번 공연 제1부에서는 노련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바리톤 양준모 연세대 교수가 함께한다. 제2부에서는 풍부한 음성과 세련된 음악으로 감동을 보여주는 바리톤 김대수 울산대 교수가 호흡을 맞춘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생각나고이란 주제로 기획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는 관계 의존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기회로 삼고자 기획됐다. 전시의 주제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감정인 외로움, 쓸쓸함 등을 일부러 마주하는 데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감성빈, 성애바, 소빈, 주소이 작가가 참여했다. 4명의 작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콜라보를 이뤄 더욱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후문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감성빈은 슬픔을 대면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작품에서 드러나는 큰 슬픔을 통해 관람자의 작은 슬픔이 위로 받는다. 성애바의 영상 작품 <사람의 눈 속에서 떠다니는 아주 작은 부유물>은 각각의 개인들만이 볼 수 있는 시지각적 빛과 이미지를 작가만의 독특한 모션 영상으로 표현한다. 소빈은 닥종이 인형으로 잘 알려진 작가로서 추억과 그리움을 엄마와 소빈이야기로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주소이는 인간 내면 속 고독을 환상적인 배경에 얼굴 없는 인물을 배치해 비현실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성애바, 소빈, 주소이는 남원의 지역 작가로서 전시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은 만조와 간조처럼 밀려오고 빠지면서 균형을 유지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외면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생각나고 전시는 2021년 1월 21일까지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장객 전원에 대해 발열 체크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다.
작품설명: 장수지역의 고랭지 배추와 채소로 담근 김치를 그렸다. 화가는 김치는 한 가족의 삶이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식문화 풍습이며 한국적인 따뜻함을 녹아 있는 소재라고 말한다. 대가족의 종부였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김치에 대한 애정을 감칠맛 나게 표현했다. 미술가 약력: △송보영은 서울세종청주장수에서 9회 개인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전시미술대전, 대한민국 혁신리더 최우수 작가상을 받았다. /작품 해설=문리(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문화마실 공모사업과 관련,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해당 팀장을 직위해제했다. 재단은 자체 규정 제24조(직위해제) 4항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현저히 재단의 이익에 반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당시 사업팀장이던 A팀장의 직위를 해제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A팀장은 재단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해충돌 논란은 재단이 지난해 추진한 공모사업 선정자가 당시 해당 사업팀장이었던 A팀장의 배우자로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업무가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와 상충해 공정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 재단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재단의 장에게 해당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나, 팀장의 사적 이해관계 신고는 사업 선정 8개월 후에야 이뤄졌다. 당시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특혜 시비가 일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월 열린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상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지적됐다. 하지만 전북도와 재단은 최근 문화마실과 관련한 사문서위조 등 민원이 제기된 뒤에야 조사에 착수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문화마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대리 서명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경찰은 사문서위조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 재단은 경찰 내사 및 수사결과 등에 따라 추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 속에는 사람이 있다. 눈물과 한숨으로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 없어 애태우는 이웃이 있다. 법의 보호를 바라는 약하디 약한 사람이 있다. 법으로 지배하고 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있다.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다. 법보다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법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그만큼 법은 치열하게 의사와 이해관계가 대결하는 자리이고 사람들의 삶이 충돌하는 곳이다. 법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이다. 송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 법이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책에서는 학교 생활과 학생의 인권, 헌법과 사법제도, 군인의 인권 보장 등 인권과 헌법에 관해서도 다룬다. 법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성찰도 엿보인다. 그는 책 제목을 사람만을 위한 법이라고 한 것은 법이 철저하게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아울러 법이 사람의 한계 안에 있음을 비판하고자 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공법학회와 한국헌법학회 고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60년 동안 붓을 잡고, 40여 년 동안 서예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온 서예가이자 서예학자인 전북대 김병기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수필이 있는 서예-평화축원오유(傲遊)>를 출간했다. 서예와 수필의 절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에는 김 교수가 창작한 150여 점의 서예작품 사진과 100여 편의 길고 짧은 수필이 수록돼 있다. 그는 서예작품의 소재로 택한 문장의 깊은 의미를 풀어 쓰고, 그 글을 택한 이유를 잔잔한 분위기의 수필로 표현했다. 책의 제1부는 축원이다. 서예를 통해 남이 잘되기를 축원하는 내용의 작품들을 모았다. 결혼과 장수, 이사, 개업 등 각종 축원의 글을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수필을 통해 글의 출전과 함의를 상세히 밝히면서 자신의 생각도 풀어 놓았다. 예를 들면, 중국 송나라 때 학자인 사마광의 독락원기에 나오는 말인 명월시지(明月時至) 청풍자래(淸風自來)를 결혼을 축하하는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부부란 밝은 달이 때맞춰 떠오르니 맑은 바람이 제 스스로 불어오듯이 서로 눈빛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통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2부는 김 교수가 서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 여러 예를 들면서 서예가 곧 평화임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수록했다. 눈을 삼켜서라도 마음의 불을 끄자는 다짐을 표현한 탄설(呑雪), 물건으로 인해 내 마음이 손상을 입는 일이 없게 하자는 뜻을 담은 불이물상성(不以物傷性) 등 50여 점의 작품이 실렸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와 한자를 통래 나눈 이야기들과 노모를 모시는 과정에서 겪은 일과 얻은 생각들을 서예작품으로 표현하고, 그에 덧붙여 쓴 수필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제3부에는 오유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오유는 무례한 오만을 범하면서까지 내 맘대로 살자는 뜻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뼈대 있게 놀자는 뜻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제3부에는 오유 정신을 그대로 담은 대형 예서와 초서 작품이 다수 수록돼 있다. 광개토태왕비체와 청나라의 이병수, 조선의 추사 김정희 선생 필획을 응용해 큰 글씨의 예서로 쓴 병풍서 등은 오유의 정신이 담긴 작품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인류는 안으로 수렴하는 문화보다는 밖으로 발산하는 문화, 내적 성찰보다는 외적 표현, 정적인 문화예술보다는 동적인 연예나 스포츠에 더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예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벼가 싹을 틔운다. 하늘의 숨결을 느끼고, 땅의 속삭임을 들으며 생명이 자란다. 인간이 공손히 손을 모으면 그 마음이 스미어 천지감동의 순간이 인다. 그때 벼가 여문다. 모든 생명의 처음과 끝인 쌀의 기원.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이어가는 아리랑 가락처럼 쌀 한 톨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진 들판, 징게 맹갱 외에밋들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왜놈 돈 20원 받아먹고 팔려 갈 신세에 처한 방영근과 그 어미가 김제에서 군산으로 가는 풍경을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라고 적었다. 소설은 이곳을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착취로 고초를 겪는 민중과 애국지사의 삶,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은 친일파의 실상을 그린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땅마저 빼앗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국내외로 떠돌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눈물 나는 역사. 그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민초의 숱한 고난과 끝없는 좌절과 눈물겨운 투쟁의 여정이다. 책장을 넘기면 하늘과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행과 간이 지평선처럼 아슴아슴하다. 광활 갯벌과 동진농장은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시린 역사를 단적으로 일러준다. 1924년 일제는 김제 동진농장 간척지 개간을 위해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다. 간척지의 염기를 제거하고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을 막아 운암저수지를 만들고, 간척지까지 길고 긴 수로를 연결했다. 이듬해 그 벌판에 전국의 이주민을 쏟아냈다. 정읍, 여산, 백구, 태인, 옥구, 익산 이 땅 구석구석에서 땀과 눈물로 키운 쌀들은 가마니 채 징용되듯 끌려와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그 쌀을 싣고 일본으로 떠나는 배들은 눈물 꽤나 흘리며 뱃고동을 울렸을 것이고, 군산 앞바다 물결은 운반선을 가로막으며 철썩철썩 가슴을 쳐댔을 것이다. 떠나가던 쌀들은 농부들이 부르던 아리랑 가락이 목에 걸려 가슴이 아리고 저렸을 것이다. 그 가락은 태산이고 파도이면서 애간장 타는 속울음이고 천 리 밖의 넋을 부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천지간에 다 아는 노래다. 때와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가락을 달리하며 부를 수 있는 신통한 노래이며, 제각기 가사를 엮어가며 새록새록 신명을 돋울 수 있는 가상한 노래다. 차례로 가사를 엮을 때면 논마지기가 더 있고 없고, 집칸이 더 크고 작고, 인물이 더 잘나고 못나고 하는 따위가 없다. 아리랑 가락은 누가 시작하든 곧 합창이 된다. 서러움이 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도 달래고 힘겨운 것도 이겨낼 수 있게 한다. 광복 75주년, 쌀은 여전히 이 땅 곳곳을 떠돈다. 쌀에 얽히고설킨 분하고 억울하고 야속한 일들은 농심을 성나게 하고, 벼 가마니를 방패 삼은 야적시위로 이어졌다.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고 엉덩이가 씰룩거리도록 아리랑을 더 크고 재미지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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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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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현 우석대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결산! 전북문화 2025] ①희비 교차한 전북 미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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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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