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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코로나19로 미뤄진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을 재개하고 양국 교류의 물꼬를 잇는다. 소리축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두 나라의 전통예술을 4개의 레퍼토리로 얽어 영상 콘텐츠로 선보인다. 판소리와 태평무, 설장구, 아쟁, 태평소 등을 러시아 예술장르와 접목해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리축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 측에 편곡한 악보와 설명을 보내고 그들의 연주 장면을 영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오는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이 영상을 배경으로 한국 연주자들이 실제 연주를 펼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물은 후반 작업을 거쳐 다음 달 양국 SNS와 유튜브, 공중파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개한다. 곡은 우도농악의 꽃이라 불리는 오채질굿으로 시작해 화초장 타령, 엇모리 볼레로, 아리랑의 순서로 이어진다. 오채질굿은 농악 가락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가락으로, 소리축제는 설장구 4대 편성으로 작품의 도입부를 장식한다. 뒤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해진다. 엇모리 볼레로는 러시아의 대표 발레곡인 볼레로와 한국의 대표 장단인 엇모리의 이질적인 조합 위로 러시아 발레와 한국 태평무가 음률을 탄다. 발레리나 아나스타시아 트리피노바와 한국무용가 복미경 씨가 출연한다. 총연출을 맡은 소리축제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만의 장점을 살려 이질적인 두 나라 음악과 예술을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내, 좌절의 시간을 딛고 새로움과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예술인들의 갈망과 열정을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전주미술관이 오는 28일까지 영원히 빛나는 별Ⅶ_근대 작고 작가전을 열고 묵로 이용우(1902~1952) 작가를 조명한다. 묵로 이용우 작가는 만 9살부터 그림을 시작한 신동이었고, 일찍이 실험적 작품을 선보였던 대담한 화가였다. 전통 화제를 기본으로 삼으면서 빠른 필치와 감각적인 색감으로 뛰어난 화격을 보여줬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당시 묵로 이용우의 그림을 선호했던 전북 화단과의 관계로 그는 625 피난지로 전주를 선택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장지는 전주 교외의 남고산에 있다. 김완기 전주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은 개인 소장품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묵로로 호를 바꾼 이후 방황하던 시기인 1930~1940년대 작품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계기로 학계에 새로운 자료들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주미술관에서 사전 예약 뒤 관람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더 보자. 음식물이나 의약품은 대개 갈색이나 녹색의 병에 들어 있다. 비타민을 파괴시키는 자외선과 적외선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북창(北窓)의 방에 청색 톤의 도배는 더욱 추워 보이고 남창의 경우 황색 톤을 하면 우리는 나른해한다. 색은 또 고문에도 사용된다. 빨간 방에 넣어 놓고 금속끼리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고문 방식이다. 우리의 감각기관 시각, 미각, 청각, 촉각, 후각, 육감 중에 80%가 시각이고 그 다음이 7%의 청각이다. 나머지 감각 기관은 극히 미미하다. 신체를 구타하는 방법이 초기 단계에서는 흔히 사용되나 자기를 이원화시키는 사람에게는 안 통할 수도 있다. 즉 맞고 있는 자기와, 맞고 있는 자기를 바라보며 위로하는 자기로 이원화 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고문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게 하는 고문 기술이 바로 색채를 이용한 시각고문, 그리고 병행되는 청각 고문이다. 두 가지 고문을 다 하는 것이 그리스 독재 정부에서 사용되었던 것은 분명하고 우리나라도 빨간 색의 고문이 도입되어 있었음을 당시 야당 정치인이 밝혔다. 하루를 지나니 눈을 감아도 빨간 색이 보여 운운 했던 것 같다. 고혈압 환자는 정말 견디지 못할 고문이었을 것이다. 옛날에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관절을 넣었다 뺐다 했다는 기록을 신문에서 본 일도 있지만 그 고문도 기초적인 고문이었을 따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스키부대의 군복은 흰색이며 사막 부대의 군복은 올리브색이고 정글을 누비는 부대의 군복은 노랑과 녹색이 얼룩진 정글복이다. 약속된 색도 있다. 빨강은 서시오. 녹색은 가시오, 황색은 조심 또는 준비하시오,이고 청색은 유럽, 황색은 아시아, 흑색은 아프리카, 녹색은 오스트레일리아, 적색은 아메리카인 오륜기하며, 빨간 기미를 띤 주황색은 신학, 그냥 주황색은 공학, 분홍색은 음악, 황금색은 이학, 청색은 철학, 자색은 법학, 녹색은 의학, 흰색은 문학, 흑색은 미학, 미술은 브라운 등은 서로 약속하여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이는 대학 졸업식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남원시는 이번 선정이 광한루원(2013~2014)에 이은 두 번째 쾌거이다. 이번에 선정된 100곳의 명소 중 미술관은 총 3곳(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산)이다. 하지만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작은 규모와 운영 예산, 개관한 지 만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성과를 보여줘 더욱 놀라는 일로 여겨진다. △ 생명력 넘치는 힐링 공간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에 개관한 이후 첫 해 2만9319명, 2019년 5만6031명이 찾았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따른 수 개월의 임시휴관에도 불구하고 4만2501명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찾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단시간에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 생명 작가라고 불리는 남원 출신 김병종(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천대학교 석좌교수)의 기증 작품이 보여주는 생명의 에너지가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들은 뉴스 영상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과 영부인 접견실에서도 보이고, 드라마와 신문지면에서도 자주 등장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아, 이 작품!이라며 탄성을 지른다.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블루로 사회 곳곳이 신음하는 가운데 자신의 그림으로 치유의 삶을 선사하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년이라는 나이차를 넘나들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교감을 나눠 화제를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연작시에 김 명예교수의 그림을 쓰겠다는 뜻을 피력해 코로나 블루를 이기기 위한 예술인들 간의 의기투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역동성 있는 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경관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이유 중 하나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관람객들은 미술관에 졸졸 흐르는 계단형 수경(水鏡)을 마주치자마자 무거움 마음을 내려놓는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가득하고, 멀리 지리산의 푸근한 산맥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김병종의 생명 작품을 감상하게 되면 삶 자체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각종 기획전시를 통해 얻는 예술적 영감은 지친 삶을 회복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11번의 기획전시와 15번의 부대행사를 개최하고 역동성 있는 미술관으로 성장해 왔다. 김병종 기증작품 특별전-회상, 회향을 시작으로 FOCUS 이성자 프랑스 하늘에 수놓은 은하수, 예술편력: 김영태 누군가 다녀갔듯이, 최근 폐막한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생각나고가 대표적이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이번에 관광100선에 선정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실제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타시군에서 찾는 외지 관람객들로 인해 인근 숙박시설과 요식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여행을 갈 때 주로 찾는 SNS를 검색해보면 남원 관광지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미안커피 #서남만찬 #광한루원 #아담원이 꼽히고 있다.
경북 문경시가 후백제 견훤 역사유적지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도 관광자원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국사기> 등 문헌사료를 통해 드러나는 후백제 왕도로서의 상징성, 기존에 축적된 고고학 자료 등 관광객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할 만한 조건이 일정 부분 갖춰졌기 때문이다. 다만 후백제 왕궁터의 위치 비정 등 역사적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어 충분한 고증과 연구성과 축적이 관광자원화를 위한 선결 과제가 될 전망이다. △ 문헌사료에 나타나는 후백제 왕도 전주 각종 문헌사료에서는 후백제 수도 전주의 존재가 잘 드러나고 있다. <삼국사기>권 제30 열전 견훤에 따르면, 견훤은 900년 나라의 도읍을 완산(전주)에 정하고 후백제 왕이라 칭했다. 관부(官府)도 설치했으며 직책까지 나눴다. 영토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주의 인구 확충을 위해 신라 등에서 노획한 포로들을 옮겼으며, 백제 부흥을 선언할 때 고조선-마한-백제 계승의식을 드러냈다. 조선 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완산지>에는 토성과 왕궁 등 전주에 존재한 도성관련 시설의 존재가 드러난다. 사료는 도성 고을의 방향, 읍성(邑城)을 쌓을 때 사용한 석재, 궁터, 도성의 규모와 방어체계, 도시 구조 등을 보여주고 있다. △ 고고학적 발굴성과와 의미 고고학적 발굴 성과도 점진적으로 거두고 있다. 전주시와 전주국립박물관, 도내 학자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고학적 조사를 벌여 전주성 명문 연꽃무늬 수막새 기와(동고성). 노송동의 후백제 도성 흔적, 오목대 성벽 등을 발굴했다. 후백제 역사 연구의 단초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 2015년 오목대 동쪽과 남서쪽 지점에서 발굴된 성벽 외벽 기저부는 후백제 성터를 역사적 실체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1940년대 간행된 <전주부사>에 표시된 후백제 도성의 성벽이었으며, 후삼국 통일을 위해 전쟁이 잦았던 상황을 방증해주는 토석혼축(흙과 기와를 마구잡이로 섞어 쌓는 방식)양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연와문 수막새와 어골문(魚骨文) 기와 등이 출토됐는데 후삼국 시기(9세기)와 고려 전기 양식과 유사했다. 후백제 유물이 주로 발굴되는 동고산성장수 침령산성 출토품과도 상통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도 전주시와 고고학계에서는 서고산성과 남고산성, 무릉 등 후백제 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전문가들 관광자원화 필요, 역사 왜곡은 주의해야 문헌사료와 종래 발굴 성과를 토대로 관광자원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백제 왕도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확한 고증과 규명을 전제로 한 관광자원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정 부분 성과는 거뒀지만 문헌사료가 부족하고 고고학적 성과도 시론적 검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백제 도성왕궁 위치도 전주역 동쪽 길, 동고산성, 물왕멀 일대. 중노송동 인봉리 등 여러 갈래로 나뉘는 상황이다. 우석대학교 조법종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콘텐츠 개발을 통한 관광자원화를 주장한다. 조 교수는 관련 유물유적이 도시 개발과정에서 덮였기 때문에, 유적지를 기본으로 관광자원화에 나서는 건 힘든 실정이라면서 학계에서 검증된 연구 성과 중 하나인 후백제 전주왕도의 사령(四靈) 수호개념(기린용거북봉황)을 캐릭터로 콘텐츠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구대학교 박은경 호텔관광학과 교수(문화관광 전공)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비롯한 지역의 유적들은 관광상품화할 가치가 있고 그 만큼 중요하다며다만 유물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 상태로 관광자원화 할 경우 이런 부분을 바로 잡는 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 지난해 6월 이후 공석이었던 전주국립박물관장이 임명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은 홍진근 국립춘천박물관 관장(57)이 신임 박물관장으로 취임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임기는 1일부터 시작한다. 경북 고령 출신인 홍진근 신임관장은 계명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전공은 신라가야 고고학이다. 홍 신임관장은 지난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 학예연구사를 시작으로 국립대구박물관 관장,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 부장, 국립춘천박물관 관장 등을 지냈다. 앞서 전주박물관은 천진기 전 관장이 지난해 6월 30일 임기를 마치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발령된 뒤 7개월 가까이 후임관장이 임명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방 국립박물관 13곳(경주공주광주김해나주대구부여전주제주진주청주춘천익산) 가운데 유일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기간 공석인 경우는 전주가 유일하다며 이유는 내부 사정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운영체제의 문제, 대외 업무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지적사항이 제기됐다. 도내 박물관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학예실장 직무대행체제로 웬만한 일은 처리할 수 있다면서도 대외교류 등 관장이 주도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본명 김영자) 시인이 제32대 전북문인협회장에 오르며 또 한 번 유리천장을 깼다. 전북문인협회 역사 59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이 된 것이다. 김 회장은 김제예총 회장도 역임했는데, 당시에도 시군 여성 예총회장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가 내딛는 발걸음은 자의든 타의든 지역 문단에서는 큰 변화로 읽힌다. 이 변화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문화와 관습, 제도 속에서 의미 있는 징검다리를 놓는 일임엔 틀림없다. 이제 후배 여성 문인들은 그가 놓은 징검다리를 밟고 강을 건널 것이다. 1일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그를 지난달 29일 전북일보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전북문인협회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전북문인협회장으로 취임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감정이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나 걱정도 되네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막상 내 앞에 그 일이 다가오니 좀 걱정도 돼요. 물리적인 힘의 부족도 있고, 1000여 명이나 되는 문인들의 개성을 과연 조화롭게 엮어낼 수 있을까? 서로 상충하는 의견들의 어디쯤에서 접점을 찾을 것인가? 이런 걱정들도 앞서네요. - 어떤 마음으로 전북문협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셨나요. 원래 시스템 구축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문단에 들어와서 활동한 지가 30년이 조금 안 되는데 한 번도 시스템이 바뀐 적이 없죠.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제가 대한민국 평균 수명을 누린다면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 안에서 또 30년 가깝게 문단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좀 재미없는 미래였지요. 문학이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면, 문학의 궁극이 인간의 구원이라면, 혹은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면, 시스템이 가진 폭력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 전북문협, 김제예총 등 전북 첫 여성 회장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데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일단, 시대 상황이 저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은 거지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여성의 능력이 인정받는 시대적 상황에 편승한 부분이 많고요. 또 하나는 조그맣고 겁 없는 여성 문인에게 길을 내어주신 문단의 여러 어르신과 선후배 문인들의 배려에 기댄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냉정해요. 사회 어느 곳에서나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발휘해야 비로소 동등하게 보아주는 편이죠. 저를 믿어주신 많은 문인과 특히 후배 여성 문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전북문협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 59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취임했다는 소식에, 도내 문단이 남성 중심이었다는 걸 재인식하게 됐습니다. 사회적 편견, 차별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많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의 집합소인 이 문단에 와서도 여성이어서 들어야 하는 거친 언사들이 있지요. 예를 들면 드세다는 말은 여성에게만 쓰는 말이지요. 똑같은 상황에서 남성에게는 다른 언사를 사용하지요. 이런 말들을 제법 들었습니다. 또 전북문협 회장에 출사표를 내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화장을 해라였지요. 그럴 때마다 과연 저 언사는 여성은 화장하는 것이 예의다는 말인지 아니면 여성은 화장이나 하고 다소곳하게 있으라라는 말인지 헷갈렸지만, 발화 상황에 맞추어서 저 스스로 해석해야 했지요. 어찌 됐든 둘 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들어 있는 말이지요.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북문협을 이끌어갈 생각이십니까. 저는 수직에 대한 유별난 거부감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승진을 꿈꾸지 않은 것도 수직구조를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누군가가 수직의 힘으로 누르면 쓱~ 빠져나가 버리거나 이탈해 버립니다. 예술과 예술가를 좋아하는 것도, 수직의 폭력성이 상대적으로 덜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나이가 들다 보니 어떤 단체를 맡아야 하는 때가 종종 오기도 하는데요. 저는 단체를 맡으면 일단 수평적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합니다. 수평의 힘이 제일 단단한 힘이지요. 단단해서 오래 가는 것이지요. 수직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언제고 무너져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수직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수직을 먼저 배웠지요. 수직을 통해 권력을 얻고, 수직으로 사람을 다루는 구조에 젖어있지요. 누추하고 허름하게 보이지만, 위계질서가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수평의 힘으로 사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현재 전북문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를 해결할 복안이 있으시다면. 다행히도 전북문협 내부적인 문제는 없는 편입니다. 굳이 문제점을 들어본다면, 전북문협의 운영이 지금까지는 전주 중심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리적 여건이나 문인의 분포도 등에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운영은 지역문협을 변방으로 내몰거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전북문협 스스로 문학적 영토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을 해결하려고 저는 전북문협의 행사를 지역문협과 함께 하려 합니다. 전북의 각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그 지역 문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회를 한 달에 한 번은 가질 예정입니다. 또 지금은 사회적 형편으로 자주 모이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로 만나 작품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물을 기회마저 강제로 박탈당한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모임을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북문협의 모든 행사를 작은 행사로 바꾸어서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일단 매월 건지산에서 작은 문학 행사를 열 생각인데, 문인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도민과 함께 하는 무대입니다. 해서 도민과 문인 사이의 접경을 늘리고 이를 통해 전북 문학의 역량을 키워볼 요량입니다. - 전북문협 고령화, 즉 젊은 문인들이 쉽게 유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젠 등단하지 않아도 자신의 글을 쓰고, 표현하는 매체들이 많아졌습니다. 매체의 다변화가 첫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현세대는 집단생활을 좋아하지 않죠. 포스트코로나 시국에는 더욱더 소집단으로 움직입니다.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에 밀집, 집단을 싫어하죠. 이러한 세대적 특징으로 인해 젊은 문인들의 유입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는 문단이 중년 이후 취미 생활로 하는 분들 위주로 굳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끝으로, 코로나19 속 문학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면. 에포케(epoche)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판단 중지라고 할까요? 문학의 궁극은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사람이 곧 삶이지요. 잃고 또 잃어도 살아야 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해도 시도해야 하는 것이 삶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학으로 깊어지고 문학으로 치유 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치유라는 것 따로 있나요? 좋은 글을 읽는 일, 말을 줄이고 자신을 응시하는 일, 자신을 가만히 안아주는 일이지요.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지부장 유대준)가 제8회 전주문학상 본상에 심재기 시인, 문맥상에 안영 수필가, 공로상에 정재영김은숙박선애 시인을 각각 수상자로 선정, 지난 30일 전주 문화공간 여원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전주문인협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진행했다.
전북도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2022 한국 관광 100선에 도내 6곳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정된 6곳은 익산 미륵사지, 전주한옥마을, 진안 마이산, 내장산 국립공원, 옥정호 구절초 지방정원(정읍구절초테마공원),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등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 5회째를 맞는 한국 관광 100선에서 전주한옥마을은 5회 연속(2013~2022), 진안 마이산과 내장산국립공원은 4회 선정되며 한국 대표 관광지로써 다시 한번 자리를 확고히 했다. 익산 미륵사지와 옥정호 구절초 지방정원(정읍구절초테마공원),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올해 처음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익산미륵사지는 2020 한국 관광의 별에 이어 2021~2022 한국 관광 100선까지 연이어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며 명실상부한 관광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옥정호 구절초 지방정원(정읍구절초테마공원)은 꽃을 테마로 한 공원으로 여유 넘치는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떨치는 향기로운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젊은 층에 이미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명성이 나 있는 곳으로, 건축과 미술 작품의 미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윤여일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도내의 안전하고 깨끗한 관광지를 지속해서 홍보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도민과 외래방문객을 위한 관광지를 꾸준히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북 문경시가 후백제 견훤 역사유적지 개발을 통한 후백제 성역화를 본격화하면서 후백제 수도인 전주시가 관광자원화 선점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주시가 후백제 관련 도성절터산성 등 다양한 유적과 문헌을 보유하고도 이를 엮는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시는 지난 26일 시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추진해온 견훤대왕 역사유적지 개발 종합정비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후백제 초대왕인 견훤의 출생지를 스토리텔링하고 역사유적지를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역사유적지 개발은 견훤 탄생 설화와 관련된 문경 가은읍 갈전시 아차마을 중심의 아차마을권, 견훤의 활동과 관련된 희양산성과 근암산성 등 전장유적권, 견훤의 전설과 활약상이 남아있는 말바위와 견훤산성 등 궁기말바위권 3권역으로 나눠 추진할 예정이다. 탄생 설화가 있는 아차마을권에는 후백제 민속촌과 테마영상 전시관, 둘레길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문경시 관계자는 견훤대왕 역사유적지를 정비하고 후백제 역사를 복원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종합정비계획 기본 방향과 사업 대상지 분석, 예산 확보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시가 이처럼 견훤 설화 등 지역에 산재한 유적지를 정비해 역사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굴하겠다고 나선 반면, 전주시는 수년째 후백제 유적 발굴조사에만 치중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등 관광자원화 측면에선 뒤처진 모양새다. 그동안 전주시는 후백제와 관련해 서고산성 남서성벽 발굴조사, 우아동 도요지 발굴조사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서고산성남고산성무릉 발굴조사와 동고산성 국가 사적 지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고학적 연구를 통한 유물, 유적 재정립 작업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지역 고고학계와 문화관광 인사들은 유물과 유적을 잘 정비하는 것 못지않게 의미를 부여해 관광자원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문경시가 후백제 성역화를 본격화한 만큼 후백제 수도인 전주시가 역사적문화적 이슈를 뺏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는 900년부터 936년까지 36년간 후백제의 수도로, 후삼국시대 격동의 중심지이자 찬란한 문화를 펼쳤던 역사가 잠든 지역이다. 왕궁과 도성 체계를 갖춘 후삼국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대사습 명창들 종묘대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다. 옛 국가였던 조선의 궁중 사당에서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의식으로 국가적인 제사 중 가장 규모가 가장 큰 궁 안의 행사였다. 종묘대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납일 등 1년에 5번을 지냈다. 현재는 매년 양력 5월 첫 번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봉행 되고 있는데 1969년부터 종묘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되었다. 제향 행사는 제사 전의 준비과정과 임금이 출궁하여 종묘에 이르는 어가행렬, 제례 봉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중 종묘대제의 연행에 치르는 음악(제례악)과 춤(일무)은 그 귀함과 소중함을 함께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정되어 있다. 이러한 의식행사인 종묘대제는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되었고 200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옛 조선의 궁 안에는 종묘대제란 큰 의식이 존재했다면, 궁 밖 백성에게는 대사습이란 유명한 행사가 있었다. 대사습놀이는 조선 시대 판소리, 백일장, 무예 대회 등 민중의 종합 경연대회로 출발했다. 제19대 임금 숙종(1661~1720) 시절 마상 궁술대회와 영조(1694~1776)대 물놀이, 판소리, 백일장 등 민속 무예 놀이를 종합해 총칭하며 불렸다. 재인청과 가무 대사습청을 설치해 전주에 4군자청을 신축하고 최초로 대사습놀이를 연 뒤 민중의 연례행사로 개최했으며 철종 무렵엔 여러가지 놀이와 함께 나라 제일의 소리꾼을 뽑는 판소리 경연이 이루어져 대중의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전승이 끊어지게 되었고 1974년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의 발기 및 성원으로 1975년 복원되어 궁 밖 민속예술 명인명창을 등용하는 전통문화의 큰 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전라북도 전주시는 전주대사습놀이라는 궁 밖 전통문화의 가치를 드높이고 궁 안의 종묘대제인 예악과 견주어 민중 의식과 예술을 공유하고 보존하기 위해 비전과 중장기 계획을 만들었다. 그 계획은 바로 체계적인 육성보전에 힘을 더하기 위한 전주대사습놀이의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이었다. 조선 시대 궁 안 선왕의 종묘대제 의례 행사는 국립국악원 그리고 종묘대제 봉행위원회와 종묘제례악보존회를 통해 오래전 국가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고 체계적인 보존과 계승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궁 밖 대표적인 민중 행사인 전주대사습놀이도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을 부여받아 풍패지관(豊沛之館) 즉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원지라는 근본으로 지역 전통문화의 역사와 전승을 더욱 견고히 하고 백성과 함께했던 선왕의 의意를 찾아 이어가야 하겠다. 그것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국악을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학자의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선유 시인 창작21작가회가 제1회 작가상 수상자로 이선유 시인을 선정했다. 이선유 시인은 1952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2016년 <창작21>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초록의 무늬>를 출간했으며, 시옷 동인과 창작21작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시인은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은 영혼에 밥을 주는 일이라고 누군가 말했다며 어느 때는 푸른 이마의 맨살을 허방처럼 만져지는 설렘으로, 흔들릴 때도 그늘 속을 걸을 때도 위로가 되고 삶의 의미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길을 열어주시고, 분에 넘치는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님과 창작21 선 후배 작가님들, 시로 맺어진 모든 인연들, 아낌없이 격려와 응원해 주신 분들과 함께 기쁨 나누고 싶다며 엎드려 겸허한 자세로 야윈 영혼에 밥을 주며, 하염없이 걸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오는 3월께 서울 문화공간 온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기홍 화백(62)의 대숲 개인전이 다음 달 2일부터 28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문을 여는 문화공간 향교길68이 개관을 기념해 준비한 전시로 이 화백의 작품 가운데 대나무만을 모았다. 대숲 연작과 대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붉은 대숲과 하얗게 눈에 덮인 대숲 그리고 병풍형으로 준비된 10폭의 연작 등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다. 통나무에 대숲을 그린 소품도 마련했다. 이 화백은 대나무와 옥수수의 화가로도 불린다. 바람에 일렁이는 대숲과 석양에 홀로 나부끼는 마른 옥수수가 그를 상징한다. 바람 속에 또는 석양 속에 외롭게 서 있지만 의연하다. 그는 그림으로 줄곧 세상과 싸워왔다. 민중미술에 참여해 세상을 바로 잡는 일에 앞장섰다. 그의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는 대숲과 옥수수는 이 땅의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작품 속에 일관되게 등장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소재, 바람은 곧 냉엄한 세상, 세파일 것이다. 내 작품의 소재는 자연입니다. 대나무와 옥수수 그리고 작은 들풀 속에 세상을 담고 싶습니다. 그 작고 흔한 것들,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항상 주변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사실화처럼 세밀하다. 그는 댓잎 하나하나를 수묵화처럼 친다. 일일이 붓을 줘 살려낸다. 하나하나 살아나는 댓잎은 꿈틀거리고, 그의 대숲 그림 속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는 작품 소재를 만경강과 동진강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대서사시를 떠올리게 한다. 가을 들녘의 모악산에서 보여준 것처럼 장엄하고 화려하고 깊다. 그 울림을 강에서도 찾고 있다. 이기홍 화백은 전주 출신으로 전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장으로 전북 민중미술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은 그동안 조미진 전통자수 명장의 작업실인 향목을 활용한 공간이다. 1층은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 2층은 사무실 과 휴게공간, 3층은 조 명장의 전통자수 전시실과 작업실로 운영된다. 조 명장은 향교길68을 전시 공간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강연,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학 수필가 원로 수필가 김학(79) 씨가 28일 별세했다. 임실 출생인 고인은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전주해성중고 교사와 서해방송 프로듀서, KBS 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을 지냈다.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전북펜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 수필계의 원로인 고인은 40여 년간 수필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문하생을 길러냈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안골노인복지관,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신아문예대학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저서로는 <손가락이 바쁜 시대> <수필아, 고맙다> <지구촌 여행기> 등 수필집 17권,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 등 수필평론집 2권이 있다. 목정문화상, 전주시예술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한국현대문학 100주년 기념 문학상 수필집 부문 금관상, 원종린 수필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전북대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모악추모관.
이 땅에서 나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문화사학자 신정일 씨가 지난해 말 자신의 답사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신작 에세이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른 것들> (상상출판)과 동학을 재조명한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 (걷는 사람)이다.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른 것들>은 유년시절부터 도보 답사가가 되기까지 그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세월은 가고 추억만 남는다엔 그가 기억하고 있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겼다. 할머니와 산초를 따러 가던 기억, 덕태산 자락 골짜기에서 가재 잡기, 생계를 위해 먹었던 도토리밥 등 여러 가지다. 이같이 추억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는 나는 자연대학교에서 배웠고 자연대학 총장이다로 귀결된다. 2장 모든 것이 행복이다에서는 그가 답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김지하 시인의 아내인 김영주 선생, 예전 아파트에서 살 때 만났던 사람 등 다양한 삶에 대해 깨달음을 주었던 인연들을 이야기하며 인생의 해법을 모색한다. 3장 후회 없이 돌아가다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원효의 본업경소서 등 그가 읽었던 고전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성찰한다. 책 말미에는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해 나 외에는 모두 스승이다라는 말로 끝맺는다.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는 동학사상이 민족 사상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그렸다. 신정일 씨는 동학의 시초인 경북 경주 구미산의 용담정에서부터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책은 동학 12대 교수진 수운 최제우 선생과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삶을 돌아보고, 동학 운동이 경상도부터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지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책을 마무리하는 장에는 사람을 섬기고, 자연을 섬기고, 세상의 모든 것을 섬기는 그 섬김과 모심을 통해서만 세상은 밝고 건강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는 구절로 정리한다. 돈과 명예, 권력 등 세속적인 욕망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인의 삶에 동학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신정일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이사장이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으며,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을 걸었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삼남관동대로를 도보로 답사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올랐다. 저서로는 신택리지,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신정일의 동학답사기 등이 있다.
가부장제와 가족주의가 작동하는 근대 농촌마을에서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와 그 아들의 심정을 그려낸 소설 <아버지의 아들>(인간과 문학사)이 출간됐다. 책은 월성어른이라 불리는 부유층인 종선과 그의 처 월성댁, 이들 사이에 태어난 영필영미영문, 종선과 월례네의 부적절한 관계로 태어난 단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내용은 2012년 봄 종선의 아들인 영문과 단중의 동생인 단아가 만나 50여 년 전 일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불륜으로 태어난 단중이 자살을 택한 이유, 단중의 어머니인 월례네가 인민군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비극 등 여러 갈등구조가 그려진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 소설은 역사 상상력에 의해서 쓴 소설이기보단 인간 이해를 위한 감성적 상상력으로 쓰여진 로맨스 소설이라며 한시대나 역사 등을 반영한 소설들은 그 시대가 지나면 가치를 소멸하게 된지만 인간의 근본문제룬 소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10년이 지나도 읽혀진다고 말했다. 전북대 명예교수인 이상휘 작가는 2020년 계간 『문예연구』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경종호 시인이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을 엮어냈다. 사진과 시의 절묘한 결합이 형형하게 빛난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이미지)언어와 함께 문자언어로 표현한 디카시. 시의 영역을 확장한 멀티언어예술로 많은 작가가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와 동시 작품을 쓰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 시인도 이러한 디카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작업해왔다. 시인의 사진 소재는 풀과 나무, 동물 등 자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시적 소재들로 자연물 자체를 노래하기보다는 사진으로 포착된 자연물들을 자신의 시적 세계를 드러내는 알레고리로 사용한다. 손을 내밀면 가장 먼저 상처에 닿습니다// 눈에 밟힌 물고기들// 가망가망 집을 만들며 오는 길이었습니다 (물길 전문) 좁다란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물줄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이 흘러오면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은 흙이 갈라져 틈새가 벌어진 곳, 드러난 식물의 뿌리, 깨어진 돌의 절단면이었을 것이다. 즉 사물의 상처다. 이렇듯 시인은 가엾고 여린 것들에 눈길과 마음을 준다. 복효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준 사유의 세계는 다양하다며 존재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섭리나 진리에 대하여, 참다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와 역사의 실상에 대하여, 자아의 본래 면목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 시인의 시도는 디카시의 표현 방법과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신인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를 펴냈다.
이희두 시인이 시집 <세상이 왜 이래>를 펴냈다. 총 6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11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인은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사람들에게 절망 속 희망을 이야기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이 시인은 새해를 맞았지만 지구촌 사람들이 지금도 귀한 생명을 빼앗기고 있으니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19를 이기자고 무릎 꿇고 기도한다며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요즘같이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을 살펴보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자는 국제환경문학 대표로 전북환경대청상, 대한충효대상 제전회장 등을 맡고 있다. 1979년 한국공보 시 부문으로 등단해 시집, 동시집, 설교집 등을 다수 냈다.
지난해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최기우 작가의 희곡 조선의 여자가 한국극작가협회와 도서출판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에 선정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조선의 여자는 태평양 전쟁과 일본군 위안부, 창씨개명, 신사참배, 미군정 등 해방을 전후로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 동심과 도박판을 전전하다 딸을 팔아넘기는 아버지 막봉, 아들의 일본군 입대를 막기 위해 후처의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는 것을 모른 척하는 본처 반월댁, 아들을 낳아주기 위해 들어온 후 딸을 낳고 식모처럼 사는 세내댁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서로를 옥죄며 거칠고 불편하게 살아간 이들을 통해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곁의 여성들을 중심에 두었다. 지난해 전북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 올랐으며, 각각 최우수작품상과 작품상(은상) 등을 받았다. 전북연극제 당시 심사위원들은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다룬 희곡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며 위안부 문제의 비극적 시선을 국가의 폭력에 의한 가족의 해체와 붕괴로 접근한 극의 구성과 이야기의 탄탄함, 연기력의 앙상블, 간결한 무대 연출 등 창작초연작품의 완성미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최기우 작가는 2001년 귀싸대기를 쳐라를 시작으로 정으래비, 은행나무꽃, 교동스캔들 등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100여 편을 썼다.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2회), 전북연극제 희곡상(4회) 등을 수상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흐린 날 오후, 늦은 산책을 나갔다. 안개 낀 호수 공원을 느리게 걸었다. 축 늘어져서 아무래도 힘이 나질 않아, 이럴 때 누군가 등이라도 토닥여준다면, 글쎄. 깊은 숨을 몰아쉬며 비척비척 걸을 때 청둥오리 떼가 얼어붙은 호수 위로 내려앉았다. 쉬어 가는구나. 나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키 높은 메타세쿼이아를 올려다보았다. 안개에 잠겨 나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 대신 안개에 잠긴 나무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우는 바람 소리, 주먹 쥐고 일어나, 작은 나무 같은 인디언 이름이 떠올랐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작은 나무로 불릴 텐데 괜찮을까. 이름이 한정하는 개인의 특징을 생각하다 사이를 두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영혼의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랄 테니까 작은 나무여도 괜찮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아메리카 인디언 중 체로키족인 작은 나무가 조부모와 살면서 체로키족의 생활방식을 배우는 이야기다. 정부에서 지정한 인디언 보호구역이 아닌 깊은 산에 살면서 다섯 살 꼬마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는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운다. 계곡을 흐르는 물, 새, 나무들의 언어를 배우고 일부러 걸음을 늦춰 아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할아버지를 통해 진짜 어른의 모습을 배운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듣고 문학을 배운다. 진짜 어른처럼 보이던 할아버지도 때로는 욕을 하고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절제와 사랑 가득한 조부모가 위스키 업자들이 찾아와 분란을 일으키자 그들을 조용히 쫓아 보내는 방법도 배운다. 소수자, 약자이기에 고통받고 왜곡된 역사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룬다. 작은 나무에게 나쁜 일이라곤 없다. 매번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조부모와 떨어져 고아원에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늑대별을 통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디에 있든 우린 함께 있는 것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배운다. 이번 생은 망했다처럼 소비되는 생이 아니라 p.657<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와 같이 죽어가는 이의 삶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재생산 되는 것도 본다. p.657<언제나 앞장서서 걷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이 끝장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작은 나무는 깊은 절망감에 쌓였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세상이 끝장난 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너나없이 힘든 시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니 공허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작 자신은 받지 못한 위로를 건네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주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변에 말로 전하지 못했던 위로를 서평으로 대신하고 싶어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어두울지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위로가 담긴 책을 고르던 중이었다. 지인(소설가 권효진)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놓자 그녀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이후, 아름드리미디어에서 나온 그 책을 구매한 뒤에야 포리스트 카터라는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오래 전에 읽은 아파치족 추장의 생애를 다룬 <제로니모>의 작가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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