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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리듬감 선사…김여울 시조 시집 '나르시스의 봄'

밀도 높은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쌓아온 김여울 작가가 시조 시집 <나르시스의 봄>(도서출판 마음)을 출간했다. 아동문학에서 출발해 동시와 동화를 생산하던 작가는 소설과 시조 작품까지 영역을 확장해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시조시집에서는 시어와 행간의 간극을 촘촘히 메우고, 특유의 호흡과 개성 넘치는 시어를 배치해 언어적 리듬감을 선사한다. “경칩이 지났다지만 아직은 빙점의 땅/ 냉혹하게 굳은 땅 거죽을 갈라치고/ 뾰족이 고개를 쳐든 시퍼런 수선화 새싹// 볼수록 신비롭다 으슬으슬 차운 계절/ 겨우내 땅속에서 밀어 올릴 차빌 했나 봐/ 이제 곧 나르시스의 노란 웃음 보겠네”(‘나르시스의 봄’ 전문) 표제작 ‘나르시스의 봄’에서의 봄은 기존에 형성된 상징과 비유의 의미가 아니다. 작가가 생산해낸 개성적 상징과 비유의 세계를 펼쳐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추구하는 봄은 자연에서 얻은 생명력을 삶의 지표로 삼아 나가겠다는 자기 선언이기도 하다. 이동희 시인은 시집 평설에서 “김여울의 시에는 미학적 형용화법이 매우 다양하고 다채롭게 쓰여 있다”며 “특히 그의 시조 작품들은 자연에 동화되려는 순수지향성의 반응이 보인다. 그의 순결한 작업은 전천후 문학인으로서 무명을 깨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조시집에는 자연과 일상의 풍경,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등을 표현한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 작가는 1979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당선 이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으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초록마을에서는>, <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 <그리운 시절>, <무지렁이>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18 16:05

전북학연구센터, 열여섯 번째 전북학총서부흥백제국과 주류성' 출간

전북학연구센터가 고대 전북의 역사를 관통하는 국가, 백제의 ‘부흥전쟁’에 관련한 책을 펴냈다. 열여섯 번째 전북학총서 <부흥백제국과 주류성>이 그것이다. 책 집필에는 김병남 전북대 사학과 교수가 나섰다. 이번 전북학총서를 통해 김 교수는 ‘부흥운동’이라는 용어를 넘어 ‘부흥국 수립’이라는 시각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특히 부흥국 수립에 중요한 활동지인 주류성을 <삼국사기>,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등 문헌 사료를 통해 부안으로 정하며 부흥백제국 수립을 위한 활동 지역이 전북임을 보여준다. 또 백제의 부흥전쟁과 부흥국 수립을 위한 움직임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는 만큼 부흥백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를 전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번 전북학총서를 통해 단순히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부흥백제국과 주류성이 전북지역 역사와 문화의 태동, 나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사·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는 계기로 삼아 지역사의 자부심을 느낄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또 교과서에 담지 못한 주류성과 전북 지역의 관련성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고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읍 출신인 김병남 교수는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백제 영토변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종이박물관 국가기록원의 학예연구사를 거쳐 전북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마한의 시작과 꽃을 피운 땅, 전북>(공저), <사비백제사>(공저), <백제의 마한 세력 복속과 만경강 중상류 지역 진출> 등 다수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18 16:05

계간 '문예연구' 가을호 발간

전북 문단 중진작가의 문학적 생애를 조명하는 계간 <문예연구>가을호가 발간됐다. 매호 참신한 기획특집과 계간평이 실려 있는 문예연구는 이번 가을호 기획특집으로 '문학과 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수필가 김승종은 20세기 이후 전개되던 한국현대소설에 담겨 있는 다양한 한의 양상과 그 한이 지닌 의미와 기능을 살펴보았다. 주요 구성으로 해방 이전의 한국소설과 한, 해방 이후의 정국과 민족 최대의 비극, 해방 이후 한국소설과 한, 결론을 대신하여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타난 눈물과 웃음을 한바탕 걸판지게 버무린 한의 서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평론가 호병탁은 이청준의 '서편제'에 나온 기구한 운명의 판소리꾼 남매의 한을 통해 판소리 예술을 중심으로 한을 풀어냈다. 시인 문신은 신경림의 '농무'와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 코쿠' 두 권의 시집을 통해 이십세기 시에 담긴 한-서사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밖에도 최인수의 전주를 그리다에는‘동고사와 김부대왕절’이 그림과 함께 실렸고, 우리시대 우리작가 코너에는 이준연 아동문학가의 사진과 연보 문학세계를 다룬다. 새롭게 선보인 황태묵 선생이 집필하는 ‘전북잡지 100년’은 구국계몽을 주도한 호남학보를 중심으로 100년 전 전북의 잡지를 소개하고 있다. 문예연구 가을호 신인문학상에 추영 씨와 최경숙 씨가 당선돼 두 신인 작가의 작품과 심사평 등이 실렸다. 심사위원들은 시 부문 당선자 추영 씨 작품에 대해 "산문시를 기본 골격으로 시의 형상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작품은 호흡이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어 시상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또 수필부문 당선자 최경숙 씨 작품의 경우 "주제 면에서 자연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관점을 지닌 작품"이라며 "미사여구 없이 쓴 글에서 참신성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18 16:05

김봄 시인, 자연의 한 자락 엮은 시집 '꽃잎이 흔들릴 때' 펴내

“지고 나면 잊힐 당신이지만/ 흔들릴 때는/ 얼마나 긴 세월 돌고 돌아/ 왔는지 모르지만/ 누구나가 흔들릴 때/ 한 잎 후드득 떨어지는/ 울음 딛고서/ 평범한 사람처럼/ 지는 때를 알고 가는 당시/ 그렇게/ 꽃잎 흔들릴 때”(시 ‘꽃잎이 흔들릴 때’ 전문) 자연 친화적 상상력으로 시를 짓는 김봄 시인이 신간 <꽃잎이 흔들릴 때>(인간과 문학사)를 펴냈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돼 8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김 시인을 대표하는 ‘자연 친화의 감성’을 비롯해 ‘고향’, ‘가족’ 등에 대한 시인만의 정서가 녹아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6편으로 구성된 연작시로 시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한 편의 시로써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글감이 있거나 혹은 긴 시간 동안 하나의 테마나 모티브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연작시를 통해 시인은 ‘고향은’과 더불어 ‘길’, ‘갈대는’ 등 그 키워드에 대한 탐색과 함께 새로운 정서와 그 인식을 표현하기 위한 창작 의도를 전한다. 김 시인은<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국제펜클럽 회원, 글빛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손안에 드리운 햇살>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18 16:0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이경재'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시를 쓰고 아동문학가,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몇 해 전 인문학 강의에서 만난 그는 굉장히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공감백배를 누르고픈 강의와 많은 것을 안겨주는 사랑의 마음이 무던하게 묻어난다. 웃음소리가 넘치게 흐르고 편안하고 익숙하게 강의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가 시 에세이집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를 발간했다. 그는 시를 경영, 경제, 보험, 치유, 행복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연구하고 강의한다. 그는 “전 국민의 시인화 즉 초등학생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시를 쓰고 시와 함께 치유와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말한다. 이어 “많은 사람이 시를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해 시에 흥미를 잃거나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시 쓰기가 만만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시작 노트와 함께 시작법을 곁들인 시를 통해 창의력을 증진하거나 시를 써보고 싶은 분들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시를 감상하며 혹은 시작노트를 엿보며 자연스럽게 시를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는 게 괴롭고 힘들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창의성이 간절하게 필요하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신에게 시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딱딱하고 어려운 전공과목을 더 쉽고 재미있게 강의 하고 싶은 마음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기발하고 통찰력 넘치는 시를 동원해 강의를 하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시를 읽고 쓰며 시인이 되었다. 51편의 다양한 시편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도 있고 때론 뭉클함을 전해준다. ‘400만 원짜리 시조’ ‘항복하면 행복해요’ ‘땡땡이 넝쿨장미’ ‘넘어져도 괜찮아’ ‘찰밥 한입’ 등. ‘휴대전화’라는 시에는 내가 너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네가 나를 쥐고 있구나 처럼 무릎을 탁 치게 만들거나 머리를 한 방 얻어맞게 해주는 시들이 많다. ‘항복하면 행복해요’라는 작품은 미소를 짓게 한다. 친구 단체 대화방에 새해 인사를 남겼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아뿔싸 보내놓고 보니 오타가 있었다. 얼른 항복 말고 행복이요. ㅎ라며 다시 카톡을 보냈다. 시는 새해 인사를 나누는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인생에 시가 들어오면서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을 만난다. 시를 쓰면서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나를 성찰하며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도 하게 된다. 자신의 품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짐을 그는 말한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뒤 삶은 그것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는 내내 부드러움 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았다는 그. 부드러운 삶을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고 각을 세우지 않으려면 빨리 져 줄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오래 익을수록 인생은 맛있다. 천천히 차근차근 부드럽게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시를 쓰면서 내 인생이 맛있게 영글어 가는 것처럼, 시가 그의 인생에 창조적인 일상을 보듬는 열매로 오래 머물기를 바래본다. 김헌수 작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작가는 전북작가회의 작품상을 받았으며 글과 그림을 짓고 그리며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9.18 16:04

건설회사 CEO에서 화가 된 박재영, 일곱 번째 개인전 ‘물결 위에서(On the Wave)’

40여 년을 건축 전문가로 지내며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에서 전업 화가로 변신한 박재영 화백이 일곱 번째 개인전 ‘물결 위에서(On the Wave)’를 19일부터 2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연다. 월요일 휴관. 박 화백의 회화를 마주하면 처음엔 의아함이 인다. 자유분방한 붓 터치, 뚜렷한 색감이 엉켜 대상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유의 강렬함으로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푸른색이 기하학적 형태와 유기적 형태 등의 대조적 요소들과 자연스레 균형을 이루면서 새로운 감각과 조형성을 구축한다. 전업 화가로 변신한 지 10년이 된 그는 화면 가득 직선과 점, 선, 면으로 채우던 초창기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곡선을 품으며 동화적으로 바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의 실루엣을 최대한 덜어내고, 반추상의 오브제들을 담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색감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색과 색의 경계는 곡선으로 변해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가 되었다가 때로는 바람에 따라 눕는 나무가 되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즉흥적이지만 절제된 표현 방식으로 화면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억과 감정이 작품의 일부로 스며들어 새로운 심리적 공간으로 나타낸다. 화백의 반추상 이미지는 해체된 건축 공간 혹은 몽환적 풍경을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회화적 과정을 통해 과거 경험을 재사유를 하고, 동시에 현대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관계와 실존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화백은 작품들에 대해 "기하학적인 형태와 유기적인 형태, 두텁게 올려진 질감과 묽게 흘러내리는 물감의 공존을 통한 대비는 화면에 양가성을 부여한다"며 "이는 곧 내가 바라보는 삶의 과정이자 유기적인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하나의 회화적 행위로서 위치시킨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공과대학, 동 대학원 산업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박 화백은 40여년 간 대한조선공사, 한진중공업 등 건설업계에서 근무했다. 전업화가로 전향한 후 활발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모란현대미술대전과 대한민국 치유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9.17 16:09

부채의 맥 이어온 명장 솜씨는…'우리집 부채자랑-나의 바람扇(선)’

부채 소장자 정용식 씨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합죽선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합죽선은 그에게 일상에서 항상 함께하는 생활소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집에 항상 합죽선이 있었기에 소중한 물건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처음 합죽선을 구매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정 씨는 좋은 부채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기동(1930~2009) 선자장의 합죽선을 만나면서 합죽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 씨가 소장하고 있는 부채는 120여 점에 이른다. 실제 그는 이기동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선자장, 이신입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낙죽장, 박인권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선자장 명예 보유자, 박계호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선자장, 김동식 국가 무형유산 선자장 등이 제작한 부채를 소장하고 있다. 이에 (사)문화연구창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부채를 소개하는 기획 전시 ‘우리집 부채자랑-나의 바람扇(선)’을 10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월요일 휴관. 이번 전시는 부채 문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부채 소장 문화 확산 등의 취지로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개인 소장자 정 씨가 소장하고 있는 부채 70여 점을 선보인다. 부채 개인 소장자 정용식 씨는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조선시대부터 1970년 이전까지의 유물 부채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배귀남, 문영득, 라경옥 계보의 대표적 특징을 가진 합죽선과 담양의 접선을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부채의 맥을 이어온 명장들의 솜씨를 많은 분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9.17 14:29

전북 중견작가들의 연륜을 엿보다…서학동사진미술관 '초(超) : 녹슬지 않는 길'

서학동사진미술관(대표 이일순)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전북 미술계를 지탱하고 있는 김경희, 김신교, 차유림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초(超) : 녹슬지 않는 길’은 전북을 터전으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중견 작가들의 단단하게 다져진 연륜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21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30년간 임실군 신덕면의 폐교였던 오궁리 미술 촌에서 대표 작가로 활동해 온 김경희 작가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일상, 사유, 자연, 종교 등의 주제로 한지에 분채, 금분, 자개 등의 매체로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매체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업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판화 작품의 구조적 탄탄함과 칼 선의 생명력에 매료되었고, 자기 작품에 오롯이 새겨 넣었다. 특히 독특한 예술적 표현을 부각하기 위해 점토의 물성에서 꽃과 같은 생명의 주제가 메마른 드라이플라워로 전이되는 방식으로 물질과 생명의 본질을 동시에 드러낸다. 김신교 작가의 조형 언어는 캔버스 혹은 화판에 한지나 마대를 배접해 유화물감으로 그리고 물감을 겹겹이 쌓으면서 질감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작가는 색감에 대한 고찰과 화면 위에 정제된 자연을 풀어헤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자기 고백적이면서 내면에 충실한 직관성과 순수한 형질의 붓질은 작가가 선과 색채 자체의 표현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2000년대 전북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비구상 화단을 이끌었던 그는 공백기를 거치며 그 작품 활동과 근황에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비구상 회화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며 그간의 작업들을 예측할 수 있도록 펼쳐 보인다. 차유림 작가는 인간관계의 취약한 본질과 경계로 이뤄진 현대사회의 현실을 작품 안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해학이나 연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려내는데, 그 표현에 서도 회화 설치를 넘나들며 자유로우면서 에너지 넘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크게 4번의 변화를 거친다. 비구상의 무정형 작품은 점차 인간 형상으로 구체화하고, 여성과 자아, 정체성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감정의 섬세한 전달과 사회 비판적 시각, 그리고 표현의 자유로움을 통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화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이일순 대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표현방식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세 명을 모시고 전시를 열게 됐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초기 중기 현재에 따른 작품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재)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4년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 받은 사업으로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기획하고, 한준 작가가 객원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9.16 10:43

천주교 신앙 정착에 헌신, 김진소 대건안드레아 신부 선종

천주교 전주교구 김진소 대건안드레아 신부가 15일 선종했다. 향년 84세. 천주교 전주교구는 김진소 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이날 오전 6시 30분 선종했다고 밝혔다. 김진소 신부는 사제로 살아온 46년 세월을 교회사 연구에 오롯이 바친 인물이다. 천주교 전주교구에 따르면 1940년 충남 금천군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공대를 다니다 신학교에 입학해 1972년 서품을 받았다. 그는 70년대 초반 대건신학대학(현재 광주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한국교회사를 쓰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실제 전국을 떠돌며 자료를 수집했고 1983년 호남교회사연구소를 설립해 한국 천주교 신앙이 뿌리내리는 데 헌신했다. 김 신부는 1990년대 <전동 성당 100년사> <전주교구사> 등을 펴냈고, 지난 2012년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명예소장으로 활동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또한 한국고전문화원 학자들과 함께 수백 권에 이르는 '포도청등록(捕盜廳謄錄)' '추안급국안(推案及鞠案)' 등 신문과 재판 기록들을 국역했다. 저술과 연구뿐 아니라 천호성지 순교자 유해발굴 작업과 전주교구 순교자 5인에 대한 시복시성 청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빈소는 중앙주교좌성당(전주시 팔달로 251) 교육관에 마련됐으며, 입관 예절은 16일 오후 3시, 장례미사는 1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장지는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로, 승화원 화장 후 안치하게 된다. 삼우 미사는 20일 오전 10시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 전당 자비의성전에서 봉헌된다.

  • 종교
  • 박은
  • 2024.09.15 18:54

두려운 것들에 대한 해석⋯한준 작가, 22일까지 전주 한옥마을서 개인전

한준 작가의 개인전 ‘태세 : '그것'이 [이:름]이 되-려면,‘이 오는 22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사용자 공유공간 planc에서 열린다. 명료하고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것, 모호하고 불분명한 것들을 두렵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두려움에서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그것‘ 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정확한 명칭이 없는 대상들을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를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실제 작가의 작품 속 자주 다뤄지는 소재인 ‘동충하초’ 는 여름에는 곤충으로, 겨울에는 버섯으로 변하는 주체성이 역전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의 몸에서 동충하초가 자라나는 이미지 등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관념이 어떻게 개인을 잡아먹고, 사회의 숙주로써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 단순히 주체성을 잃고 무력한 상태의 인간을 관념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회화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차한 정체성을 재료와 공간을 통해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아닌, 명료하지 않은 개인의 서사를 정의하는 시도를 진행한다. 한준 작가는 “이번 전시는 불분명한 대상을 정의하려는 시도”라며 “개인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울음에서 시작해, 능동적으로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를 통해 불분명한 현상들과 개인의 교차적 관계를 탐구하고, 섣부른 판단과 정의의 불완전성을 인식함에도 불명확한 세계를 해석하고 규정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단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미지에 대한 공포를 덜어내는 것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09.15 15:38

[안성덕 시인의 '풍경']고향역

1970년대 초 대도시에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통일벼가 보급되기 전, 식구는 많고 논밭은 적고 배고프던 시절이었지요. 서울로 서울로 형과 누이들이 입을 덜기 시작했습니다. 설, 추석에 내려와 또 한 사람씩 달고 갔습니다. 촌놈들을 사람대접해 줄 시절이 아니었지요. 눈 감지 않아도 떠오르는 건 어머니요, 고향이었습니다. 손꼽아 명절이면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돌아왔지요. 바리바리 선물을 싸 들고요. 새마을호, 무궁화호, 비둘기호가 엄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읍내 역에서 내려 이십 리, 걸음을 재촉하거나 두어 시간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길가에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만발했었지요. 행여 머릿수건을 쓴 어머니가 마중 나오기도 했던가요? 치마꼬리 따라온 어린 누이 손에 몇 송이 코스모스가 들려있었던가요? 얼굴이 박꽃처럼 희었지요. 수돗물 덕이다, 부러웠지요. ‘물레방아 도는데’, ‘머나먼 고향’ 실꾸리 풀리듯 모르는 노래가 없었지요. 베짱이처럼 노래만 부르다 왔는갑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요. 한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지하 봉제공장, 감기는 눈 치켜떠라 켜둔 라디오 때문이란 걸 꿈에도 생각 못 했지요. ‘고향역’, 임종수가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습니다. 자전적 이야기랍니다. 1972년 나훈아가 불렀지요. 지금은 닫아건 황등역 마당에 노래비가 있습니다. 천하제일이라는 황등석에서 박제된 시절이 걸어 나옵니다.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우리들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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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4 08:00

[추석 특집] '황금연휴' 추석 때 뭐하지?…전북 곳곳 문화·체험 행사 '풍성'

연일 늦더위로 지친 마음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추석 연휴라도 괜찮다. 한가위 연휴에도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은 관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어 공연을 즐기거나, 박물관에서 세시풍속을 체험하고 미술관을 찾아 여유롭게 거닐 수도 있다. 가족 단위로 찾기에 더없이 좋다. 예향의 도시답게 올해 추석 연휴 역시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가득하다. 5일간의 넉넉한 연휴를 보다 더 슬기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 등을 소개한다. △국립전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14일부터 18일까지 ‘2024 한가위 민속놀이마당’을 박물관 옥외 뜨락에서 진행한다. ‘온 가족 함께 즐기는 한가위’라는 주제로 가족이 함께 박물관을 찾아 옛 생활 도구 체험, 민속놀이 체험, 전래놀이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물관에서 도량형과 맷돌, 지게 등 전통 생활도구를 직접 만져보거나 사용법을 배워 체험하고, 사물놀이, 연날리기, 활쏘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따로 마련한 전래놀이 부스에서는 비석 치기와 딱지치기 등 추억 속 놀이와 투호, 초대형 윷놀이, 강강술래 등 전래놀이 체험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추석 당일(17일)은 휴관. △전주대사습청 전주대사습청(이사장 송재영/관장 유영수)은 14일 희로애락이 담긴 해학 마당창극 ‘HI~심생원’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7시 전주대사습청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전을 각색한 작품이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효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낼 예정이다. 극은 여는 마당, 타루비, 심봉사 집, 주막, 방아타령, 황성궁궐, 닫는 마당 등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주요 배역에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정민영이 맡았으며 뺑파 역은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김수아, 황 봉사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박현영, 심청이(심황후)는 정읍시립국악단의 김유빈이 연기한다. 이 외에도 앙상블의 패기 넘치는 소리와 연기,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로 무대 위를 풍성하게 꾸민다. 15일 오후 3시에는 ‘2024 전주대사습청 브랜드공연 국악한마당, 한가위만 같아라!’ 공연이 펼쳐진다. 300여 년의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농경 공동체 사회의 전통 민속예능에서 비롯된 국가 무형유산 임실필봉농악의 무대로 시작되는 이날 공연 역시 제45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 최영인,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이중규 등 국내 정상급 국악인들이 올라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에서 전북 미술사 연구 시리즈 3번째 전시 ‘문복철 : 특수한 변화’ 전시회가 열린다. 이와 함께 ‘전북 청년 2024’ 기획전이 10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전북미술사 연구 시리즈의 일환으로 실험미술의 대표 작가인 문복철(1941~2003) 작가를 재조명하고 그가 추구한 특수하고 고유한 형(型)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공모와 심의를 거쳐 선정된 ‘전북청년 2024’ 참여 작가 김연경, 문민, 이보영, 홍경태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권력과 구태의연한 것들에서 탈피하고자 새로운 매체로의 접근과 주제 확장을 통해 완성한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은 정기 휴무일(16일)과 추석 당일(17일)을 제외하고 정상 개관한다.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추석 당일인 17일 오후 3시, 추석 특별 공연 ‘추풍명월(秋風明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태평소와 관현악의 흥겨운 협연으로 시작한다. 이어 강강술래와 창극, 판굿연회 등 다양한 국악 공연을 통해 추석 명절의 풍성함과 국악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더불어 공연 당일 오후 1시부터는 사전 행사로 윷놀이, 투호 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과 함께 소원 성취 기원 나무에 소원 적기 프로그램이 준비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다. 또 전통 다과와 차 시식 행사도 예정돼 풍요로운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관람 예약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 또는 전화(063-620-2329)나 카카오톡 채널로 가능하다. △한국전통문화전당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은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시민을 위해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추석맞이 특별행사’를 갖는다. 전당에서는 15일에 △전통음식 구절판 만들기 △가족사진 촬영이 진행되고 15일과 18일에는 △한지 체험(한지풍경, 한지그립톡) △전통 수공예 체험(패브릭 매듭 가방, 옛챗티코스터) 등을 운영해 더욱 풍성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또 가족 간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십이간지 윷놀이 체험이 14일부터 18일까지 운영된다. 전주 흑석골에 위치한 전주천년한지관에서는 14일부터 15일까지 △한지 제조 △추석 등 만들기 △한지 엽서 제작 등의 한지 체험과 함께 대형 한지 그림판에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와 전통놀이 체험을 운영한다. 이와함께 전주한옥마을에서는 주말동안(14∼15일) 우리놀이 미션 수행 프로그램인 '돌아돌아 송편여행'과 '장금이를 찾아라'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사회적 기업 합굿마을 사회적 기업 합굿마을(대표 김여명)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추석 연휴인 14일부터 18일까지 공연 ‘전주 마당놀이 여의주’를 선보인다. 오후 7시 30분 전주 기접놀이 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당놀이로, 전통적인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공연은 모악산 자락 삼천을 배경으로 여의주를 둘러싼 이무기와 십이지신, 염라대왕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대립과 화해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티켓은 2만 원이며,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네이버 예약, 인터파크, 예스24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고 전화구매도 가능하다. △국립익산박물관 익산박물관(관장 김울림)은 13일부터 18일까지 추석맞이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소원 엽서 적기 체험, 전통 민속놀이, 전시 관람 인증사진 이벤트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린이박물관 앞마당에서는 투호 놀이와 오재미 던지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국보 순회전 : 모두의 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인증사진을 박물관 인스타그램 채널에 게시하면 안내데스크에서 캐릭터 자수 파우치를 선물로 증정한다. 이외에도 소원 엽서 적기 체험도 참여할 수 있다. 박물관은 추석 당일(17일)을 제외하고 연휴 기간 정상 운영한다. △전주기접놀이전수관 전주기접놀이전수관(대표 심영배)은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추석 민속 놀이마당’을 펼친다. 행사 기간 전수관에서는 투호, 딱지치기, 비석 치기, 윷놀이 등의 민속놀이 체험을 상시로 즐길 수 있다. 또 오후 2시부터는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친 후 여러 마을이 농기를 가지고 벌였던 민속놀이인 기접놀이 공연도 예정돼 방문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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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외(1)
  • 2024.09.13 00:00

색채와 형상으로 해방의 경험 직조하다, 교동미술관 ‘CHROMA 주역의 해방들’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예술가들이 ‘CHROMA 주역의 해방들’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22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주역의 해방들’은 언뜻 해방의 주체를 주목하는 듯 보이지만, 뒤바뀐 어순이 가리키는 주체는 주역이 아닌 ‘해방들’이다. 전시는 예술가가 해방을 경험하고, 살아내는 과정과 그 일환으로서 빚어내고 직조되는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이들의 개인적 서사는 예술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각각의 색채와 형상으로 해방의 경험을 길어 나른다. 전시 참여 작가는 강정이, 김완순, 김이재, 송수미, 유경희 등 5명이다. 이들은 도자와 섬유공예 분야에서 현대적 형식을 탐구하면서도 전통적 재료인 한지를 접목한 신작을 통해 공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개별의 작품세계를 비롯해 각 구성원의 개인적 경험과 작가로서의 삶 사이를 매개하는 도구로서의 예술을 조명한다. 강정이 작가는 작가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현대 도자공예의 조형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소위 전통적인 실용성이나 장식성보다는 작가의 이상, 감정, 개념, 인식 등을 표현하는 작가주의적 양상이 도드라진다. 특히 작가는 조소로서 도자를 다룬다. 흙을 재료로 하지만 유약을 활용한 표면처리는 청동의 질감을 자아내며 야외에 전시될 수 있는 물성을 지닌다. ‘자아실현’의 꿈이 움트던 소녀는 뒤늦게 호원대학교에 편입해 섬유공예에 입문했다. 이후 태피스트리, 민화, 한지, 염색 등 섬유공예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실험하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김완순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갔다. 한지사를 이용한 씨실과 날실의 반복적인 교차로 사람과의 인연‧관계‧ 상생과 같은 연결망을 조형화한다. 김이재 작가는 ‘플라스틱’과 CHROMA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꾸준하게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지역 공예협회의 회원으로 연례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오방색을 이용한 색채 표현과 스티치, 직조, 염색, 아상블라주 등의 기법으로 반추상의 섬유공예 작업이 주를 이룬다. 이후 작업에서는 한지 또는 잡지를 손으로 찢고, 찢긴 단면을 드러내 선의 유기적 질서를 화면 안에서 실험하는 경향으로 발전했다. 과거와 현재가 계속해서 상호작용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송수미 작가는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한 회복의 일환으로서 ‘비움’을 정의한다. 작가에게 비움의 반대말은 채움이 아닌 과거이고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화면의 상당 부분을 비워두는 미적 실천을 지향하면서도 과거의 시간과 개인적 경험을 대체하는 오브제를 화면 곳곳에 배치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메신저처럼 자리한 오브제들은 상이한 시간을 매개하고 동기화하는 셈이다. 과거의 일부였던 사물들은 현재로 소환되면서 의미가 확장된다. 유경희 작가는 삶과 죽음처럼 인간사에 반복되는 생성과 소멸에 집중한다. 그는 평면에 나뭇가지 오브제와 동선을 이용한 바스켓 트리 기법으로 조형적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염색한 한지를 떠 결합한 작품으로 개인의 기억과 경험으로 상징되는 기호체계를 실험하고자 했다. 교동미술관 박진영 학예연구원은 “해방을 둘러싼 교차적 관점들은 계속해서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며 “전시를 통해 예술가 5인의 ‘해방들’이 개인적 경험담에 머물지 않고 보편의 메시지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9.12 15:41

산과 강에 뿌리내린 삶과 문화유산 기록…신정일의 신 택리지 '산과 강의 풍수'

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북으로는 백두대간부터 땅끝 해남까지, 동서로는 울릉도와 안면도까지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도의 한라산 백록담까지. 도보여행가 신정일 작가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얽힌 지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두발로 걸어온 도보 답사가 신정일 작가는 크고 작은 4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남한의 8대강과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그리고 동해 해파랑길을 따라가며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과 땅에 뿌리내린 삶을 만났다. 그렇게 수십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그는 자신의 경험과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2019년부터 <신정일의 신 택리지>(쌤앤파커) 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다. 책은 서울, 경기, 전라, 북한, 제주, 강원, 경상, 충청, ‘명당과 길지’ 편까지 우리 땅의 역사와 인문 지리학적 통찰을 녹여낸 종합 교양서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 답사기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완결편 ‘산과 강의 풍수’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산과 강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이루는 근원적 개념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산(山)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는 정신적·물질적 의미와 생명의 근간을 이루고 지역과 물산의 경계를 나누는 강(江) 줄기의 생명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멋진 서사로 꿰어낸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는 추천사에서 “신정일 선생의 주특기는 ‘맨땅의 헤딩’이다. 이마에 피가 흘러도 이를 인생수업으로 생각하는 끈기와 집념의 소유자”라며 “택리지의 현장 정신을 계승해 산천 곳곳의 생생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책은 ‘산수만민이 우러러보는 우리 산하’,‘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여덟 개 명산 백두산이 오지랖을 벌리고’,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백두대간은 이어지고 높다란 사면 푸른 연꽃 같은 봉우리’ 등 세부적인 테마를 정해 산과 강의 특색, 풍토, 물산, 역사와 전설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살 곳을 찾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이중환의 삶에 매료돼 운명처럼 시작된 방랑”이었다며 “홀로 떠돌았던 시절을 접고 ‘황토현문화연구소’와 ‘우리땅 걷기’라는 이름을 걸고 20여 년간에 걸친 국토 편력을 정리해 책을 썼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스승 이중환의 택리지를 신정일의 신택리지로 다시 쓰게 된 것은 다시없는 행운이자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정일 선생은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 10대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5대강과 압록강‧두만강‧ 대동강 기슭을 걸었다. 그동안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11 17:37

문인화를 사랑한 권윤희 철학 박사, ‘너와 나의 그림, Feeling, Telling‘ 펴내

“우리 옛 문인의 그림은 문인화이다. 때문에 문인화에는 우리 옛 문인들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삶이 담겨있다. 문인화가 가지고 있는 그 함의와 가치는 무한히 넓다. 이에 대한 감상은 사실상 자신과의 대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감상은 정해진 답이 없다. 곧 그림 감상의 세계는 상상력의 지극을 통해서 더욱 깊고 넓게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원칙을 보여준다.”(책 ‘너와 나의 그림 Feeling, Telling’ 중 발췌) 권윤희 철학 박사가 문인화에 대한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 행복을 발굴하는 책<너와 나의 그림 Feeling, Telling>(Uni-lab)을 펴냈다. 문인화의 개념과 가치, 심미를 연구 주제로 삼아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하는 등 문인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진 권 박사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 옛 그림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감성을 전한다. 특이한 점은 책장을 채우고 있는 글이 우리의 대표적인 옛 그림, 문인화에 대한 권 박사 본인의 견해가 아닌, 젊은 MZ 세대들의 감상이라는 점이다. 책은 과거 권 박사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의 속 마주했던 젊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담긴 감성의 세계를 수정 보완을 거쳐, 엮어낸 것이다. 책에는 단원 김홍도의 ‘무이귀도도’를 비롯해 안견의 ‘몽유도원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공민왕의 ‘이양도’, 사임당 신 씨의 ‘초충도’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 작품을 통해, 꿈속의 이상향, 조선 선비의 정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수 등에 대한 젊은 대학생들의 감상으로 가득하다. 권 박사는 “젊은 학생들의 그림을 보는 눈은 뛰어나다”며 “이는 곧 그들의 감성이 뛰어난 결과이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결국 그림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그림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예술가는 자기 삶이 곧 예술이다”라며 “그가 누리는 삶은 이상의 추구이면서 가치 경계의 체현이다. 감성 지능적 감상은 곧 더욱 깊은 행복의 세계에 나아가는 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젊은 학생들의 감상이 현대인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동양미학)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또 동양의 미학과 예술정신에 대해 중앙대와 한국외대의 접경 인문학 연구단에서도 활동했다. 저자는 문인화의 개념과 가치, 심미를 연구의 주제로 삼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했으며 풍죽 문인 화가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에서 동양미술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철학 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 서예협회 문인화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11 17:36

절절한 그리움으로 빚어낸 이대순 시와 산문집 '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

그리움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리움은 시들지 않고 더욱 절절히 다가온다. 이대순 시인이 등단 후 22년 만에 출간한 시와 산문집 <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북매니저)에는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시인은 사랑하는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남편과 주고받았던 사랑을 회상하며 글로 기록했다. “당신은 내 손을 놓고/ 야속하게 떠나셨지만/ 내 마음은 당신을/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홀로 남은 외로움에/ 긴 밤 지새우며 그림을 그립니다//(…중략…)//그리움이 아픔일지라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는 것은/살아있는 의미라고 위로하면서…(‘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 중에서)” 책에는 ‘그리움은 시들지 않는다’를 비롯해 ‘삶이란’, ‘내 마음의 별’‘저녁노을’, ‘풀꽃’ 등 시인의 대표시와 생활시 90편이 수록돼 있다. 또한 고향의 정서를 담은 수필 17편과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여정이 소설처럼 쓰여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고희가 넘은 나이에 부족한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망설임이 컸다”며 “어두운 책상 서랍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글이 가여워 세상 밖으로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고창 태생인 시인은 2002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해 한국신문학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9.11 17:36

부안 출신 양정숙 아동문학가, 그림책 '와! 알을 낳았어요' 발간

부안 출신 양정숙 작가가 신간 <와! 알을 낳았어요>(가문비 어린이)를 발간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현수의 엄마가 선물 받은 유정란에서 까만 병아리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이후 현수는 병아리에게 ‘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정성을 다해 어른 닭으로 키워낸다. 양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생명’을 천방지축 까망이가 어른 닭으로 성장하며 발생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플어냈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생명’이라고 답할 정도로 저에게 생명은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다”라며 “그러나 생명 존중의 범위가 사람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자연에 포함된 한 포기의 풀과 한 그루의 나무, 작은 짐승까지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 이야기는 소중한 ‘생명’에 관한 것”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광주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1995년에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동화 창작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게 되었다. 저서로는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위 꿀단지>, <충노, 먹쇠와 점돌이>, <알롱이>, <까망이> 등이 있으며, 수필로 대한문학상, 단편소설로 여수 해양문학상, 동화로 천강문학상과 광주전남아동문학상, 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9.11 17:36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전주의 아침을 누리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이다. 지난 2001년 ‘소리사랑 온누리에’라는 주제로 축제의 문을 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그동안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월드뮤직과 재즈, 클래식과 즉흥 음악 등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소리를 전하며 축제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성장하였다. 그동안 매년 주제를 정해 전통의 깊은 멋과 고유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선보여 예술 지평을 확장해 왔다. 2024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로컬 프리즘: 시선의 확장’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임실필봉농악을 기반으로 한 개막공연 <잡색X>를 비롯해 다각적이며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축제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었다. 전주는 전주향교, 경기전, 전동성당 등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국가문화유산과 70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한 전주한옥마을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공연장뿐 아니라 아름다운 공간에서 원형의 음악부터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음악을 선사했다.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전주 전라감영과 익산 나바위성당 두 공간에서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선사했다. 마티네 공연 <전주의 아침>은 전라감영 대청마루 선화당에서 펼쳐졌다. 전라감영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제주도의 행정, 사법을 관할하던 관찰사의 집무실로 2020년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복원된 문화유산이다. 이 아름다운 전라감영에서 15일 <리코더와 정가가 들려주는 노래>, 16일 <랜디 레인 루쉬와 메이 한의 월드뮤직>, 17일 <시대가 전하는 춤 이야기>로 이어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해설과 함께 공연되었다. <리코더와 정가가 들려주는 노래>는 바로크 리코더 연주자 전현호, 그리고 정가 보컬리스트 김나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롭게 기획, 제작한 공연이다. 국내에서도 고음악 거장들의 공연이나 고음악과 국악 연주가들이 함께한 협업 무대는 여러 기획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크 리코더와 정가 가객이 담아내는 원전에 가까운 고음악과 풍류 음악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이번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친숙한 리코더가 아닌 생경한 중세 더블 리코더(medieval double recorder)를 연주하며 시작되었다. “이 악기는 1200~1300년대,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악기이고, 박물관에 그림으로만 남아있는 실존하지 않는 악기로 고문헌 그림을 보고 만들어서 연주했다.”는 전현호의 해설이 이어졌는데, 악기를 복원하고 소리를 탐구하며 13세기 중세 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공연에 대한 흥미를 이끌었다. 이어서 구예선, 최경선과 함께 연주한 <빛나는 별> 등 바로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악기와 구성을 바꿔가며 아름다운 하모니로 선사했다. 바로크 리코더의 따듯하고 맑은 소리와 섬세한 앙상블이 고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으며, 정가보컬리스트 김나리는 1600년대 만들어진 'Upon La Mi Re’선율에 12가사(歌詞) <춘면곡春眠曲>을, 친숙한 캐논 반주에 시창 <관산융마關山戎馬>를 노래했다. 이어서 백석의 시를 가사로 한 <늙은 갈대의 독백>과 싱어송라이터의 면모가 돋보이는 김나리의 단상을 담은 <꽃이 있다>는 정가의 서정성과 노랫말의 철학적 깊이를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16세기부터 문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지성인들이 모여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교류하던 공간이 바로 유럽의 살롱, 조선의 풍류방이었다. <리코더와 정가가 들려주는 노래>에서 살롱음악을 대표하는 고악기 리코더와 풍류방 음악을 대표하는 정가를 선화당 대청마루에서 들으며 동·서양 풍류의 멋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복원한 악기가 생명력을 갖고 계속 연주되기란 쉽지 않다. 바로크 리코더 연주자 전현호와 정가 가객 김나리는 악기와 노래에 생명력을 찾기 위해 서로 다른 음악과 문화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고음악과 정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전해진 이번 무대가 매우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전주국악방송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한옥방송국이다. 한옥방송국에서 근무했던 시절, 아름다운 한옥마을을 자주 산책했다. 길을 걷다 보면 경기전, 향교, 전동성당을 비롯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옛집(공간)은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미래를 기억하는 일이다.”라는 임형남 건축가의 말처럼 뜻밖의 순간이 오래도록 그 도시의 흔적으로 기억된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찾은 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흔적이 깃든 공간에서 접한 음악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로 기억될 것이다. 장수홍 피디는 국악방송 라디오 피디로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며, 변화하는 음악과 공연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시도와 실천에 관심을 갖고 방송과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석준의 문화시대>를 통해 한국문화의 다양한 시선과 확장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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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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