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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열심히들 산다, 정말 열심히 살아

레트로 열풍이 식지 않는다. 90-00년대 인기 노래들이 하나 둘씩 리메이크 되며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산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 시절을 다시 마주친 반가움으로, “너도 알아?”라며 느끼는 공감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러한 ‘추억’을 키워드로 잡고, 한때를 풍미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재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포켓몬빵’이다. 지난 2월 24일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누적 판매량 1천만 개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빵과 함께 동봉된 스티커가 인기 요소인데, 단순히 재미로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가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포켓몬빵은 하루 평균 약 23만개가 팔리며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이를 이용한 판매자의 도넘은 상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숨겨놓고 단골손님에게만 몰래 판매하거나, 억지로 일정 금액을 채우게 하고 다른 고가의 물건이랑 끼워 강매하는 등의 행위들이 실제로 판을 치고 있다.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빵이 정가에 서너 배 뻥튀기 된 가격으로 웃돈이 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켓몬빵 품귀 현상은 판매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소유욕도 한몫했다. 판매하려고 진열해둔 포켓몬빵이 망가지는 사례들이 발생하는데, 바로 스티커 때문이다. 빵을 먹는 것보단 함께 동봉된 스티커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흔들거나 밀어서 상품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빵을 살펴본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빵을 판매할 수 없는 판매자는 억울한 손해를 입게 된다. 또한 명품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오픈런 현상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한 활용되기도 한다. 편의점 물류 차량 시간에 맞춰 입고된 제품을 대기했다가 즉시 구매하거나, 대형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오랜 시간을 기다려 번호표를 받는 모습 등이 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한다. 심지어 포켓몬빵을 악용한 여러 사건도 일어났다. 포켓몬빵을 찾던 소비자가 제품 품절로 구매하지 못하자 “거짓말 아니냐”며, “진짜 포켓몬 빵 없냐”고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편의점 직원이 포켓몬빵으로 여아를 유인해 성추행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필자는 다시 마주한 포켓몬빵이 오늘날에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본인도 어릴 때 포켓몬빵을 많이 사 먹고 스티커 모으며 소소한 재미를 즐겼지만, 앞선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그깟 빵이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8년 전 허니버터칩 대란이 재연된 듯하다. 2014년에 출시된 허니버터칩도 판매에 대한 여러 논란과 현재의 포켓몬빵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추억’, ‘동심’ 등의 단어를 앞세워 소비자의 향수병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부러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은 다 있는데 나만 없네’라는 구매심리는 이용한 자극적인 마케팅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남는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것을 파는 판매자, 사고 싶은 소비자까지 특정지어 누가 잘못했다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씁쓸한 소식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다들 열심히들 산다, 정말 열심히들 살아’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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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0 14:33

사람의 마음을 낚는 범죄, 보이스피싱

2년 전 순창군의 한 20대 취업 준비생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거액의 돈을 건넨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위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일단 돈을 찾아 자신에게 건네주어야 하고, 수사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 피해자는 돈을 건네고 난 후 조직원과 연락이 되지 않자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전라북도 내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 관심 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보이스피싱은 생각보다 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한 단속과 수사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범죄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거래 및 언택트 환경 또한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필자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실무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을 자주 접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안한 마음, 절박한 마음 을 이용한다. 자녀와 부모의 전화번호 등을 사전에 알고 있는 사기범이 마치 자녀가 납치 상태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타인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하여 로그인한 후 이미 등록되어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교통사고 합의금 등을 요청하거나, 경찰 및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여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고 기망하거나,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여 대출을 해주겠다고 유인하고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기존 카드론 대출 약관에 위반되므로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기망하는 것 등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가족이 위험하거나 본인이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대출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를 사실상 심리적으로 항거 불능한 상태로 만들어 금원을 편취한다. 사람의 마음을 낚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기 범행을 계획, 지시하는 총책, 범죄에 필요한 통장 및 체크카드 등을 모집하는 모집책, 이를 전달하는 전달책,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원의 인출을 지시하는 관리책, 피해금을 받아 송금하거나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수거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점조직 형태로 범죄를 수행하는데 각 조직원들끼리도 그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사이의 연락 또한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범행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총책이 아닌 수거책이나 전달, 관리책 등이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실제 범죄 수익을 보유하지 않고 수고비 명목으로 한 건 당 소액의 이득만 얻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가 이들로부터 피해금액을 전액 변제받거나 높은 금액으로 합의하여 피해 회복을 하기 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수법 및 사례를 숙지하고 해당 사례와 비슷한 연락 등을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을 적극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미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한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배상명령신청을 통해 별도의 민사 소송 없이 가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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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3 14:09

해양 오염의 민낯 ‘씨스피라시’

해변을 걷다 해안가 곳곳에 쓰레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 초장통, 초록 그물더미, 하얀 부표 부스러기,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있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약 100만톤에 다다른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은 3년 동안 평균적으로 해양쓰레기의 83%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쓰레기에 해당했다. 수년 전 거북이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강조되어왔고, 현재 많은 카페에서 친환경 빨대 혹은 종이 빨대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큰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플라스틱 빨대가 해양쓰레기에서 차지하는 양은 0.03%밖에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섬유형, 발포형, 경질형, 필름형으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해안에서 3년동안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11.3%는 어업용 밧줄, 10.9%는 부서진 부표에서 나온 발포형 파편이 차지했다. 이렇게 항목을 정리해보면 어업용 쓰레기가 27.6%, 생활 쓰레기가 37.6%에 해당했다. 하지만 섬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사람이 적다는 특징때문에 스티로폼 부표와 어업용 밧줄이 55.8%를 차지했다. 해양쓰레기의 원인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닌, 상업적 어업용 쓰레기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씨스피라시’란 ‘sea’와 ‘conspiracy’를 합친 말로 ‘바다에 관한 음모’라는 뜻을 가진다. ‘씨스피라시’는 해양쓰레기의 44.6%가 그물이었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매일 하루에 지구 500바퀴를 감을 수 있는 양의 낚시줄이 바다에 설치되고 있다. 바다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해양쓰레기와 부수 어획으로 인한 남획으로 인해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죽고 있다. 부수 어획이란 어획 대상이 아닌 어종을 잡는 일을 뜻한다. 어획 대상이 아니기에 바다에 돌려보내지만 이미 손상을 입어 죽는 경우도 많고, 어획되더라도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단체에서는 플라스틱때문에 죽는 바다거북은 1천마리로 계산한다. 하지만 부수어획으로 죽는 바다거북은 연간 25만 마리이다. 심지어 가장 극심한 바다오염 사고로 유명한 딥워터 호라이호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3달간 죽은 물고기의 숫자보다 단 하루의 어업으로 죽은 물고기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전세계에서는 하루에 2조 7천억마리의 물고기가 잡히고 있다. 부수 어획을 통해 상어, 고래, 바다 거북 등 멸종 위기종도 잡히고 있고,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한 고래와 상어와 같은 종들이 사라지면 하위 생물들이 최상층이 되며 바다생물의 멸종을 앞당기게 된다. 이 속도로 남획이 지속된다면 2048년에는 바다가 텅 비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단체에서는 상업적 어업이 해양오염의 원인이라 지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환경 단체의 후원 단체가 상업적 어업을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이라는 말로 소비자들을 관심을 돌리고 현혹시키지만 ‘씨스피라시’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어업’의 정의가 없을 뿐더러 소비자가 현재 어류가 지속가능한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생선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해양 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생선 소비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위의 행태들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해양생태계는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양생태계의 소중함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 지금부터 실천한다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씨스피라시’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하나 전북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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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7 14:03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장기전으로 접어든 코로나 19로 모두가 지쳐있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초반에는 2주 자가격리도 해본 적이 없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걸리는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끝까지 살아남을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10만이 넘어가며 번호표를 뽑아놓고 순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코로나를 생각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 저번 주, 저자의 집에도 코로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판정일로부터 일주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일주일간 꼼짝없이 가족끼리 동시에 격리에 들어갔다. 아침마다 아버지가 버려주신 덕분에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 큰 생각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는 저절로 현관 앞에 쌓이기 시작했다. 평소 쓰레기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자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비닐봉지, 종이, 음식물 할 것 없이 가족 구성원들이 배출해내는 쓰레기양은 어마어마했다.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19에 대비한 개인위생 강화로 라이프 스타일이 비대면으로 변화되며, 배달음식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플라스틱 배달 용기 사용량도 증가하여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음식 배달 앱의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를 조사한 결과 메뉴 1개당 평균 18.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에 평균 2.8회 배달음식을 주문한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연간 10.8k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내가 분리 배출한 재활용 폐기물이 100% 재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플라스틱 배달 용기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비율은 45.5%밖에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는 매립 또는 소각된다. 평소 개인 컵을 애용하는 편이다. 처음 개인 컵을 사용했던 이유는 환경보호에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멋있어 보여서였다. 그러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보고 심각성을 직면한 이후 외출 필수품이 되었다. 처음엔 짐이 늘었다는 사실에 귀찮았지만, 점점 적응하니 장점이 하나둘씩 보였고 나 자신이 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문제로 오는 6월부터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하면 자연순환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이 일회용 컵에는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이 모두 포함된다. 컵을 해당 매장에 가져다주면 돌려받는 돈이고, 일부는 고작 300원으로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처음부터 개인 컵 할인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모두가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의병은 될 수 있다. 우리가 의병이 될 방법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개인 컵 사용, 장바구니 챙기기, 안 쓰는 코드 뽑기, 재활용 폐기물 세척 해서 분리수거 하기 등이 있다. 번거롭고 어색하겠지만 음료를 주문할 때 용기를 내 말 해보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개인 컵 사용할게요!”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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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0 14:30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더운 게 좋아, 아니면 추운 게 좋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한다. 더위를 잘 타서 땀이 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어릴 때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재밌게 보냈었던 시간들은 대부분 눈 내리던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름보단 겨울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하얀 눈, 크리스마스, 새해맞이 등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요소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곤 한다. 언제나 들어도 안타까운 산불 피해 소식이다.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산불 피해 소식은 올해 겨울에도 발생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의 영향으로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11일)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고, 최근 10년간 겪은 산불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를 발생했다는 예측도 뒤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2만 3천993ha의(11일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 면적인 2만 3천794ha을 넘어섰다. 축구장 면적(0.714㏊)과 비교하면 3만 3천604배 가량이다.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 일대에서 난 산불은 14일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피해 면적은 약 25ha로 울진·삼척 산불 피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 5일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재발화하며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 충남 서산과 공주, 경기 용인과 여주까지 전국 곳곳 산불 피해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끊이지 않는 산불에 예방하긴 위해선 그 원인과 이후 조치에 신경 써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산림청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 620건의 원인자 검거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검거율은 39.7%(24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속 CCTV는 많지 않고 목격자 확보도 어려워 산불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을 일으킨 실화자나 방화범에 대한 이후 처벌 조치도 경미하다는 의견이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과실로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명확한 처벌 기준이 있지만, 실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쓰레기 소각 도중 0.01㏊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벌금 300만 원, 같은 해 3월 농산폐기물 소각 도중 4.42㏊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된 바 있다. 어떤 이유든지 화재가 가져오는 피해는 참담하다. 실화 또는 방화 구분 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사례로 경각심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작은 불씨라도 빠르게 퍼져 산불이 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많은 산이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산불에 매위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의 주된 원인을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및 쓰레기 불법 소각, 무심코 버리는 담뱃불 등 개인의 부주위로 꼽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를 되새길 때이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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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14

방역패스와 국민의 기본권 제한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 벌써 2년 이상 경과하였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착용이 어색하고 답답했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코로나 초기 사람들은 백신 개발을 손꼽아 기다렸고, 백신이 개발되자 코로나의 공포에서 조금은 해방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대와 기쁨도 잠시,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접하고,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인지, 맞는다면 어떠한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방역’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서 정한 시기에, 정해진 종류의 백신을 접종해야 했다. 2021년 11월부터는 ‘방역패스’ 제도가 시행되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는 식당, 카페 등의 출입이 제한되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고통보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1, 2차 접종과 달리 3차 접종은, 방역패스 기한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늦추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었다. 감염자의 대부분이 확산율은 높고,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달라진 현실이 고려되었고, 방역패스 적용 효력정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 또한 고려되었다. 서울, 대구, 경기도 등 각 지역의 법원에서 방역패스 적용 일부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된 헌법 제10조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는 것이고,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자기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국민은 자의에 따라 질병에 의한 의료적 치료나 그에 대한 예방조치를 받을지 여부와 그 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국가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고 그러한 제한은 수단의 적합성, 최소 침해성, 비례성 등의 한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위 판례는 현 시점에서 예방조치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형량 하였을 때, ‘방역패스’는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활필수시설에도 일률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시켜 백신 미접종자들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이용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구체적인 이유이다(서울행정법원 2021아13539 결정).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각 기관 및 시설 통제 출입 통제가 더 엄격한 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제한되고 있었다. 이러한 기본권 제한으로 인해 더욱 심해지는 국민들의 ‘코로나 블루’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대처해야할 때이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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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6 13:29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2022년 2월 4일 시작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0일 막을 내렸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억울함과 분노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판정 논란이 있었던 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실격은 물론, 갑작스러운 IOC의 불허로 인해 기존 헬멧 이용이 불가했던 스켈레톤, 도핑 양성반응임에도 출전이 허용된 피겨 등 “스포츠 정신”이 위배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보다 못한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눈뜨고 코베이징”이라는 이름으로 반칙 상황들을 엮어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올림픽에서 이러한 모습이 보여서 실망스럽기도 하다. 논란이 되었던 판정 모두 안타깝지만 이 중 도핑 양성반응을 보였음에도 경기 출전이 허용되었던 피겨 종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러시아 카밀라 발리예바의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리예바 선수는 총 3가지의 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이 중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금지약물에 해당한다. 3번 검사 중 3번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IOC에서는 프리 경기 출전을 허용하였다. 이에 김연아 선수는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리는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며 일침을 가하는 글을 SNS에 업로드 하였다. 폭발적인 힘으로 승부하는 경기도 아니고,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도 아닌데 피겨 종목에서 도핑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겨는 점프의 안정화를 통해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고난도 점프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큰 부상 혹은 점프의 감각을 잃는 순간, 점프에 실패하게 되고 이는 점수와 직결된다. 또한, 프로그램에서의 체력도 중요하다. 쇼트 프로그램의 경우 약 2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수행하지만, 프리에서는 약 4분으로 꽤 긴 시간동안 프로그램을 수행하기에 체력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프리에서는 후반부에 뛰는 점프에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특히 고난도 점프를 해내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주고, 체력을 향상하는 것이 도핑의 효과인 것이다. 도핑은 “스포츠 정신”뿐만 아니라 “선수 보호”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합성 의약품의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도핑이 시작되었고,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선수가 약물 복용으로 인해 경기 중 사망하였다. 이에 위험성을 인지한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도핑을 금지하였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본격적으로 도핑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도핑 약물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될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하다. 도핑한 선수가 프로그램 내내 동일한 힘으로, 후반부에도 고난도 점프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타 선수들은 악착같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였을 것이다.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습하다 점프 안정화에 실패하고 부상을 입으 선수도 더러 있다. 결국 선수 본인과 다른 모든 선수를 위해서 반도핑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신, 즉 공정성에도 직결되며 바른 사회를 위해서 반도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한 경기기 이루어지도록 힘쓰고, 반도핑을 통해 모든 선수가 보호되는 스포츠가 되길 응원한다. /서하나 전북대 간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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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7 14:19

밥 먹여주는 후회는 없다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한 ‘어른’은 운동을 즐기며 자기 관리가 꾸준한 사람,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 연애를 쉬지 않고 하는 사람, 멋들어진 취미로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 편식하지 않는 사람, 술을 잘 마시고, 외박이 일상인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24살인 내가 느낀 현실은 다이어트에는 꽤 많은 여유로운 삶이 필요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생각보단 큰마음을 먹어야 했다. 현실에선 운명적인 첫눈에 반하는 만남은 극히 드물고, 나에게 적합한 취미 하나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도 주변에 가득하다. 나는 아직까지 두부를 싫어하고, 소주 한 병은 꽤나 독하게 느껴지고, 통금시간을 지키기 위해 헐레벌떡 집까지 뛰는 늦잠이 일상인 성인이다. 한때는 이런 나에게 많은 실망도 했었고, SNS 속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과 실망스러운 나 자신을 비교할 때면 무기력함이 들기도 했다. 내 무기력함은 나의 부정적 사고를 먹이로 하여 나를 집어삼켜 점점 헤어나오기 힘들어졌다. 승부욕이 강하진 않지만 없지는 않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도 지기 싫어서다. 2년 전, 이부자리에 누워 온갖 잡생각을 하던 중 ‘내가 이렇게 뒤처지는 동안 남들은 계속 전진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병풍이 되어주긴 싫고, 그들에게 지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이불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였다. 그 뒤로 부정적 기분이 들면 탁한 공기를 내보내려 환기를 하는 듯, 몸을 움직이려 노력한다.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 산책을 하고 빨래를 한다. 이후로 자신을 스스로 단순하고 회피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복잡한 상황이 생기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내버려 둔다. 그러다 보면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을 해주기 때문이다. “나 내일부터 갓 생 산다!”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오는 발언이다. 여기서 갓 생이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내가 꿈꾸는 ‘갓 생’은 별거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아침 운동을 다녀와 산뜻한 저열량의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2월 중순의 나는 5kg은 가볍게 감량했을 것이고, 적어도 자격증 1개 정도는 취득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밭을 태우는 냄새와 찬 공기 냄새가 합쳐져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금, 거울 속 나는 5kg 감량은커녕 체중이 증가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고, 하루에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감지덕지하는 지경이다. 2년 전 나였다면 우울감에 빠져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작심삼일도 33번이면 100일이라는 말이 있듯 ‘갓 생’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더욱 단단한 계획을 세우면 된다. 이제 겨우 겨울이 끝났을 뿐이다. 봄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같은 기회가 다시 돌아오긴 힘들겠지만, 다음 기회가 더 큰 복일지, 똥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복으로 유인할 수는 있을 거라 예상한다. 지나간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버스를 놓친 것을 후회하는 시간으로 허송세월 낭비하지 말고 시간에 얼른 다른 경로를 검색해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란다.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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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0 14:13

벌써 또 올림픽을 한다고? 근데 왜 이래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해 8월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 종료 이후 6개월 만에 찾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과거 1992년 제16회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후 하계올림픽과 간격이 가장 짧은 동계올림픽이 됐다. 전 세계가 스포츠로 하나 되고 한 나라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다지는 올림픽은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지만, 코로나19 발발 이후 치러지는 두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작부터 우려와 따가운 눈총이 많았다. 베이징에서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참가 선수단들의 불안감을 조성했고, 지속돼온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로 위구르족, 티베트, 홍콩 운동가들의 시위는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활성화됐다. 심지어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나라에서는 고위관리를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지만, 어찌 됐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개최됐다. 대외적으로 조금은 쌀쌀 맞긴 했어도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답게 화려한 개막식이 펼쳐졌고, 여러 종목에서 호각을 다투는 선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경기들이 펼쳐지고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대감은 의아함과 비판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쉬운 대회 환경과 안일한 경기 운영, 그리고 명백한 오심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매번 메달을 획득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던 우리나라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서는 계속된 오심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경기에 참여한 황대헌 선수와 이준서 선수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당했다. 이번 판정에 대해 외신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사유라며 의아함을 보였고, 대한체육회에서는 이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시켜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다시는 이처럼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이외에도 스키점프 종목에서 복장 규격 위반으로 무더기 실격, 스켈레톤 남자 부문 우리나라 윤성빈 선수 헬멧 금지 등의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림픽의 가치는 Excellence(우수성), Friendship(우정), Respcet(존중)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와 문화 및 교육을 증진 시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이기는 것이 아닌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하며 어떠한 국가, 개인, 인종, 종교, 정치적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차례 올림픽에서 이를 무시하고 훼손된 경우가 더러 있다. 개최국은 자국을 과시하며 개최국의 이점을 이용해 차별을 일삼고,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를 이기고 더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무한 경쟁의 수단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4년 동안 피땀 흘려 노력해온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도전과 승부를 존중해야 하며, 개최국은 선수들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시설과 환경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국경을 초월해 하나 되는 가장 큰 스포츠 축제 올림픽의 본질을 상기해야 한다. 유독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많았던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남은 경기도 무사히 치르길 바라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임지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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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3 18:00

생애 첫 투표

김은강 변호사 2005년 선거연령을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하향하기로 하는 결정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권 연령이 만 21세였고, 1960년대 만 20세로 하향되었는데, 그 후 약 50여년이 지나 만 19세로 하향된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떠한 후보를 뽑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신중하게, 떨리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 선거일 기준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9세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할 수 없는 친구들은 투표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막 성인이 된 나이였고 첫 투표였지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국가,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했다. 그 후 약 15년이 지나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었다. 20세에서 19세가 되기까지 약 50년이 필요했는데, 19세에서 18세가 되기까지는 약 15년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기 전 이미 OECD 국가 35개국 중 11개 국가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정하고 있었고, 오스트리아의 경우 만 16세였으며, 전세계적으로 만 16세로 선거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확대되었다. 2021년 12월 31일 총선과 지방선거 출마연령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 참정권은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자 권리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하여 일부 직접민주주의를 취하기도 하지만(헌법 제72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통해 주권을 실현하는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제를 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모든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여 결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청소년,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형성, 법령 제정 및 개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 하향뿐만 아니라 정치 참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예를 들면, 정당 가입연령 삭제, 기탁금 감액 등의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교육 문제의 경우 청소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바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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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6 19:54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

서하나 전북대 간호학과 4학년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컬러 증명사진의 유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강렬한 빨강, 산뜻한 연두, 차분한 남색.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배경을 가지고 자신을 표현한다. 현재 사진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증명사진은 그야말로 필요에 의해 촬영되었다. 주민등록증, 여권, 이력서 등에 사용되며 정해진 규격에 맞춰 촬영했고, 사진의 배경은 하양, 파랑과 같이 극히 한정된 색상들로 구성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형형색색의 배경을 바탕으로 찍은 사진들이 나타났다. 다양한 색을 배경으로 한 사진으로도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이러한 컬러 증명사진은 더욱 유행하였다. 물론 주민등록증 사진 규격과 조건에 맞게 촬영해야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배경색을 통해 독특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에는 컬러 증명사진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이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프로필 사진을 일반인이 찍는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필 사진의 경우 증명사진에 비해 더욱 가격이 나가지만 유명한 사진관의 경우, 2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소장용 사진 열풍이 불면서 잘 찍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매달 하루만 예약을 받고, 넘치는 예약을 수용하기 위해 분점을 내기도 한다. 여러 사진관들은 SNS를 포트폴리오 삼아 사진관의 콘셉트를 보여주고, 이에 고객들은 자신을 기록하기 위해 티켓팅처럼 치열하게 예약을 완료한다. 또한,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메이크업 샵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메이크업 샵은 사진관과 제휴를 맺어 저렴하게 메이크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프로필 사진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 예약이 많은 덕분인지, 사진이 잘 나오는 메이크업을 따로 항목으로 만든 메이크업 샵도 더러 있다. 조금 더 값을 지불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콘셉트와 색감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사진을 남기는 것. 요즘은 그야말로 자신을 기록하는 시대인 것이다. 필자도 최근 컬러 증명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였다. 사진관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스튜디오와 사뭇 달랐다. 곳곳이 생화와 감성 넘치는 오브제로 꾸며져 있었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사진을 찍기 전 작가님과 이야기하며, 배경 색상을 선정한다. 촬영 중에는 그야말로 칭찬 감옥에서 작가님들의 칭찬과 감탄 속에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하다 보니 훨씬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촬영 후에는 1 대 1로 보정하며 원하는 부분을 얘기하며 보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겪어보니, 2달의 기간과 약간의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관 자체의 서비스도 좋았지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소장 용인만큼 나만의 포즈와 표정을 기록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혹 사진 찍는 것에 자신이 없더라도 사진관에는 많은 경험을 가진 숙련된 사진작가가 코치해 주니 문제없을 것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나만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사진을 찍어보는 걸 추천한다. /서하나 전북대 간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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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18:52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는 학보사가 되기를

- 임지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조교 지난해 11월 서울에 위치한 S 대학 학보사 소식을 접했다. 해당 학교와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보 발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소속 기자 전원을 해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학보사에서 입장문을 통해 위 내용들이 철회됐다고 밝혀 사소한 갈등이 만든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이 다시 재조명됐다. 지난달 17일 이번 교내 언론 탄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주최 측인 언론 탄압 사태 대응 TF는 기자 전원을 해임시키고 사전 검열과 발행 중단을 통보한 학교의 만행을 규탄했으며, 반민주주의에 저항하는 학보사 장례식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또한 당시 학보사 편집국장의 ‘학보사 길들이기에 저항하며’라는 글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러 대학 언론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글 내용에 따르면 학보사에서는 총장이 외부 언론을 통해 실언한 내용을 기사화하려 했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및 학생 200여 명의 시위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기사화하는 내용이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헌법 제21조 4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답변을 보였다. 게다가 총장은 ‘편집국장에게 지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N번방 가해자 조주빈도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는 서슴없는 발언도 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등은 단 하나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 필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대학 생활 4년 중 3년, 하루 반나절을 모교 학보사 기자로 생활했던 필자로서 저들이 마주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 필요한 정보를 실었는가. 학교 홍보에 치중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스스로 되묻던 물음에 필자는 매번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온전히 만족한 신문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주체적인 학보사의 시선으로 속 시원하게 꼬집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작스런 학과 통폐합 추진, 미숙한 수업 운영 방식 등에 대한 학교 소식을 비판적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퇴고를 거치며 비판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준비한 취재와 기획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급급해 긍정적인 소식들로 지면을 채워야 했고, 어쨌거나 신문을 발행하기 위한 금전적인 지원 결정 여부는 학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도나 기획 기사가 힘들다면 학생 사설로, 기사화가 힘들다면 관련 사진 한 장이라도 게재해 학보사의 존립 이유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학보사가 학교의 홍보지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니냐’는 학생들의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발판 삼아 고군분투해 왔다. 전국 학보사들은 올해도 학기가 시작하면 신문을 발행할 것이다. 기사를 기획하며 의견 충돌로 갈등이 생기거나, 밤새 원고 작성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학업과 병행하는 학보사 생활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벅차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힘듦을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길 바란다.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과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학보사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시선으로 앞으로도 좋은 기사가 쓰이길 기대한다. * 임지환 조교는 원광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원광대 신문방송사 교육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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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9 13:56

표현의 유통기한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용돈을 받지 않는 대학생에겐 8000원에 250g인 그릭 요거트는 결코 저렴한 음식이 아니다. 특히 형제가 많은 집에선 말이다. 그 많은 경쟁자 속에서 지켜낸 요구르트를 아껴 먹기 위해서 오늘 참고 내일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한 뒤, 냉장고 문을 닫아 버린다. 황금 시간을 놓친 아끼던 요구르트는 그렇게 유통기한이 지난 썩은 음식으로 바뀌고 만다. 음식과 표현은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상황과 어울리는 음식을 먹는 듯, 말도 상황과 어울리는 말이 필요하다. 상황뿐이겠는가. 봄이면 향긋한 쑥국과 두릅을 먹어줘야 하는 듯이 시기에 따라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 다르고, 돼지고기라는 재료를 굽고, 삶고, 소스를 뿌리고, 훈연하는 등 조리과정에 따라 다른 음식이 되는 듯, 한 어간이 다양한 어미를 만나면 다른 뜻이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7살의 나는 표현이 풍부했던 것 같다. 어린이집에 다닌 나는 소위 말하는 골목대장이었다. 모르는 친구들이 놀이터에 놀고 있으면 그들이 몇 살 이건 이름이 무엇이건 상관하지 않고 "같이 놀자"를 남발했다. 그렇게 모두와 어울려 놀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작은언니가 말했다. 넌 왜 모르는 애들이랑 놀아? 어른이 아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우리 언니들이 전부일 세상에 살 땐 나의 동경의 대상은 우리 언니들이었다. 언니가 입고 먹고 하는 것은 뭐든 멋져 보였다. 언니들에겐 나보다 사춘기가 먼저 왔고 그런 언니들을 보고자라는 한 목소리 했던 나는 그렇게 표현이 줄어갔다.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그렇게 철저히 감추고 속였다. 내 속을 보여준다는 것은 멋지지 못한 행동, 유치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년이 흐르니, 친구들에게 고맙다., 보고 싶다.라는 말을 담백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의 삶은 피곤했다. 먹기 싫은 음식을 먹듯,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조별과제에서 발표해야 했고. 좋아하는 음식을 아끼다 썩혀버리는 듯,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의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그렇게 내 고백은 유통기한이 지난 그릭 요거트 꼴이 됐다. 표현을 못 한다는 것은 꽤 많은 것과 연관되어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아는 듯, 뭐든 경험자가 능숙한 법이다. 표현에 미숙한 사람은 받는 것에도 미숙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따뜻한 칭찬을 건네면 민망해진 나는 스스로 광대를 자처하며 나 자신을 갉아먹는 발언을 늘어놓곤 한다. 결국, 손해 보는 사람이 나인 걸 알면서도 겸손을 빙자한 자기혐오를 몸소 실천하는 쳇바퀴를 돌게 된다. 책상 정리를 하다 사진첩 추억으로 빠지는 일이 일상일 정도로 개인적으로 사진을 좋아하고 기록물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겐 과거는 존재하는 것이라 잠정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생각 없이 본 글귀가 이 글을 쓰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했던 것이며, 현재만이 존재한다. (크루시포시) 눈꺼풀을 한번 깜빡일 때마다 제일 젊었던 나는 없어지고, 현재의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표현을 쏟아 내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이불킥을 하며 이렇고 저렇고 할 것이 아니라. 불쾌하면 빨간색, 눈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홍색, 슬프면 파란색, 약간의 까탈은 초록색 등으로 변하는 무지개로 살아보자.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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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6 18:24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는 학보사가 되기를

임지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조교 지난해 11월 서울에 위치한 S 대학 학보사 소식을 접했다. 해당 학교와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보 발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소속 기자 전원을 해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학보사에서 입장문을 통해 위 내용들이 철회됐다고 밝혀 사소한 갈등이 만든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이 다시 재조명됐다. 지난달 17일 이번 교내 언론 탄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주최 측인 언론 탄압 사태 대응 TF는 기자 전원을 해임시키고 사전 검열과 발행 중단을 통보한 학교의 만행을 규탄했으며, 반민주주의에 저항하는 학보사 장례식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또한 당시 학보사 편집국장의 학보사 길들이기에 저항하며라는 글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러 대학 언론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글 내용에 따르면 학보사에서는 총장이 외부 언론을 통해 실언한 내용을 기사화하려 했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및 학생 200여 명의 시위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기사화하는 내용이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헌법 제21조 4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답변을 보였다. 게다가 총장은 편집국장에게 지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N번방 가해자 조주빈도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는 서슴없는 발언도 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등은 단 하나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 필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대학 생활 4년 중 3년, 하루 반나절을 모교 학보사 기자로 생활했던 필자로서 저들이 마주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 필요한 정보를 실었는가. 학교 홍보에 치중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스스로 되묻던 물음에 필자는 매번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온전히 만족한 신문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주체적인 학보사의 시선으로 속 시원하게 꼬집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작스런 학과 통폐합 추진, 미숙한 수업 운영 방식 등에 대한 학교 소식을 비판적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퇴고를 거치며 비판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준비한 취재와 기획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급급해 긍정적인 소식들로 지면을 채워야 했고, 어쨌거나 신문을 발행하기 위한 금전적인 지원 결정 여부는 학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도나 기획 기사가 힘들다면 학생 사설로, 기사화가 힘들다면 관련 사진 한 장이라도 게재해 학보사의 존립 이유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학보사가 학교의 홍보지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니냐는 학생들의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발판 삼아 고군분투해 왔다. 전국 학보사들은 올해도 학기가 시작하면 신문을 발행할 것이다. 기사를 기획하며 의견 충돌로 갈등이 생기거나, 밤새 원고 작성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학업과 병행하는 학보사 생활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벅차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힘듦을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길 바란다.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과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학보사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시선으로 앞으로도 좋은 기사가 쓰이길 기대한다. /임지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조교 * 임지환 조교는 원광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원광대 신문방송사 교육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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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9 18:28

나도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김은강 변호사 2018년 서지현 검사 사건,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씨 사건으로 인하여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 수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있었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법원의 입장도 달라졌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 예산제도 등으로 정책과 입안에서 이미 사용되어온 개념인데, 대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위 판결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던 법원의 반성적인 고려에서 나온 판결이다.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성폭력 상황에서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았거나, 피해 즉시 신고하지 않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인 경우 등에는 피해자 답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각 법원은 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 권력의 불균형,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 또한 높아진 편이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최근 디지털 성폭력이 특히 많이 문제 되는데, 2020. 4. 29.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의 벌금(이전 법률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관련 법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이 개정되는 등 처벌의 수위가 높아졌고, 사회적인 경각심 또한 커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수행한 위 범죄의 사건에서 달라진 성인식, 피해자의 태도를 체감했다. 일면식도 없던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사건이었는데,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합의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를 만나는 것이 괜찮을지,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고 피해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피해자를 말릴 특별한 사정은 없었기에 약속을 잡아 필자의 사무실에서 함께 만나게 되었다. 나도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혹시 사진을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 하더라도 절대 유포하지 마세요. 피해자는 가해자를 대면한 자리에서 2차 가해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말은, 가해자를 대면하려 하는 피해자에 대해 잠시피해자 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필자를 반성하게 하였다. 피해자마다 생각, 성향이 다르고 자신을 드러내는지 여부에 대해 무엇이 옳다 할 수는 없으며 그 어떤 선택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제3자의 입장에서 기존의 통념에 따라 피해자를 대하는 일, 피해자 다움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이 더 이상 없어야 함은 분명하다. /김은강 변호사 * 김은강 변호사는 법무법인 연, 법률사무소 해민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랜드마크에 몸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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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2 17:17

변화의 새해가 되길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어느새 날이 많이 추워졌다. 그저께는 눈이 내렸다. 딱히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 오는 풍경은 좋아한다. 주변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어릴 적의 낭만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스라한 기억이 스쳐지나가기도 해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겨울이 되면 추억에 젖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겨울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아무래도 눈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그러나 곧 녹아 사라져버릴 눈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의 유한한 것들을 떠올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2021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당연히 각자 대상은 다르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일상일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구를 만나고, 이따금씩 밤을 새워 놀기도 했던.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도 지겨울 지경이다. 글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작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백신 패스가 논란이다. 코로나19의 기승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예방법이라는 의견도 있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위도 벌어지면서 열심히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지만, 확실한 건 우리 모두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것이다. 이 팬데믹의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가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코로나 블루. 피할 수 없는 우울이 점차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다 같이 힘내서 이겨내보자는 말이 잘 안 나오게 되었다. 밤이 되면 거리는 온통 어두컴컴하고, 사람과의 만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보다 더한 고개를 넘은 적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형편이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 『인간실격』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오지 않는가.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올 겨울이 지나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리움의 계절에서 아, 그땐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참 힘들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숨 가쁘게 달려왔던 올해도 이제 끝이다. 어느덧 새해가 바투 다가왔다. 전 세계가 병들어 가고 있는 와중에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2022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해이니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가벼운 감기 취급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부, 그리고 다음 정부까지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K-방역이 조롱이 담긴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확실한 판단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올해였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김정환 원광대 문창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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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6 18:31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룩해 나간 최고의 브랜드 가치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지난 12월 5일에 전북 현대가 K리그 최초로 5연패(連?)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만삭의 아내와 함께 첫 우승 현장을 함께한지 12년 만에 무려 9번의 우승과 5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1993-1995년과 2001-2003년에 각각 3연패를 이룬 성남 일화가 최고의 기록이었지만 전북 현대가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여기에는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행정, 팬들의 사랑이 어우러지면서 전북 현대가 강팀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사실 전북 현대의 찬란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호남 최초의 프로구단이기는 했지만, K리그가 출범할 때부터 창단된 구단도 아니었고, 전북 버팔로라는 이름으로 1994년에 힘겹게 리그에 참여하였다. 이후 전북 다이노스를 거쳐 현대자동차가 모기업으로 오게 되면서 전북 현대 모터스로 이름이 변경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팀과는 거리가 먼 그저 그런 팀 중 하나였다. 필자가 기억하는 전주공설운동장 시기의 전북은 어쩌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도 하였지만 속절없이 무너졌던 팀이었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 체계로 들어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점차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결국 2006년에 ACL 우승을 터닝 포인트로 강팀의 위상을 갖추어 나갔다. 모기업의 지원도 있었지만, 좋은 선수들을 해외 구단 등에 보내고, 이때의 이적료로 다른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였다. 또한, 국내 최고 시설의 클럽하우스 등을 만들어 훈련 토대를 만들었으며 지역 유스팀인 영생고 등과 긴밀한 관계를 통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었다. 아울러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전라북도, 전주시 등 지역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전북도민에게 우리팀이라는 신뢰감을 주며 그 어느 팀 못지않은 강력한 서포터즈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전북 현대 프론트의 비전과 체계적인 발전 계획,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단 등 모두가 최강팀을 만들자는 목표로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이제 전북 현대는 전북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으로 자리한다. 전북 현대의 약진은 점차 도세가 약화되어 많은 평가 지표에서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전라북도의 상황과 대조되며 전북의 자긍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 현대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프로 축구계에서 지역의 위상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서포터즈 걸개에 있는 전봉준 장군의 그림은 전북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북 현대의 성공 사례는 비단 프로 스포츠 구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라북도에 큰 울림을 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단과 지역의 긴밀한 연대 속에서 전북 현대는 작은 마켓과 리그 후발 주자, 지방에 위치하여 우수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웠던 여러 악조건을 훌쩍 넘어서며 점차 성장해 나갔다. 여러 개혁과 합의를 통한 일련의 과정들을 차곡차곡 쌓아간 끝에 이제 전북 현대는 리그 최강 팀이다. 우리는 전북 현대의 성공 사례를 차용하여 전라북도가 처한 각종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갈 혁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소통과 혁신을 통해 최고의 팀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나간 역사는 곧 전라북도민의 자긍심과 정체성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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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9 19:22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자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2022년이 다가온다. 벌써 연말이다. 연말이면 그것은 끝나겠지. 현실은 달랐다. 하루 확진자 7천 명.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난다. 2021년 가장 많이 했던 말.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 중 20~30대가 코로나 우울증이 가장 높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60대의 2배라니. 삶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청년의 일, 공부, 휴식의 경계가 무너졌다. 인생 중 가장 활발해야 할 시기에 교류가 줄고 있다. 그럴수록 청년의 삶은 온라인에 더 의존한다. SNS에 올라온 누군가의 사진에 자존감도 떨어진다. 외로움도 사회적 문제다. 외로움을 사회적 감염병으로 정의한 국가도 있다. 마스크 없이 숨 쉬던 삶. 크리스마스에 북적이던 길거리. 모르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듣던 타종 소리. 돌아보니 소중했다. 이제는 그리움이 된 당연한 것들. 코로나의 원인은 무엇일까? 2021년, 미국과 영국의 대학 연구소에서 원인을 발표했다. 코로나는 기후변화 때문.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품고 있다. 박쥐는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 바이러스에 대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박쥐를 바이러스의 저수지라 불린다.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는 바이러스를 품은 박쥐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박쥐 포획과 거래가 늘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갔다. 국내 포유류 중 25%가 박쥐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박쥐를 잡으러 나가야 할까.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생각났다.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를 발견한다. 1958년, 중국 전역에서 2억 마리의 참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참새가 사라지자, 쌀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다. 벼도 먹지만, 해충도 먹는 참새였다. 늘어난 해충이 벼를 갉아 먹었다. 중국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약 4천만 명이 죽었다. 그 후, 마오쩌둥은 소련에서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다. 1962년, 마오쩌둥은 국가주석에서 물러났다. 박쥐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박쥐는 지구를 위해 필요한 자연의 일원이다. 코로나는 박쥐 때문이 아니다. 박쥐를 잡아 내다 팔던 야생동물 시장 때문이다. 음식이나 약품으로 쓰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원인도 마찬가지다. 머리에 뿌리는 스프레이,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매연 때문이다. 코로나로 우리가 불행해진 이유는 결국 우리 때문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연을 지키자. 그래 안다. 어려서부터 알았다. 당연한 사실을 또 말하는가. 하지만 모른다. 우리는 알지만, 모른다. 내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에, 몰랐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더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지 말 것을. 인간이 욕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코로나보다 더 심한 재앙을 주겠다는 자연의 경고다. 막으면 막을수록 전염성도 더 강하고, 더 치명적인 무언가가 올 것을 우리는 안다. 지금부터 인간의 삶은 생존의 문제다. 친(親)환경 시대가 아니다. 필(必)환경 시대다. 기후를 지키는 데 나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은 누구겠는가. 청년이다. 지구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일이 청년으로부터 커져야 한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가 생각난다. 공해와 싸우는 우리의 영웅. 지구를 위해 뭉쳤다. 지구 특공대. 자연을 살리자. 지구를 지키자.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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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2 14:19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던 한 해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친구들과 만나며 올해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우리는 2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면서도 내년은 기다려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도 나는 그대로인데 책임감의 무게는 늘어갔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올해의 목표를 점검해야 했다. 벌써 겨울이 오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온 것이다. 작년 코로나 19로 인해 이루고자 했던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그 덕에 올해의 목표는 간소해졌고 일상에서 이뤄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하게 됐다. 새로운 도시 방문 계획이 새로운 가게 방문 계획으로 바뀌었고 대외활동 참가하기 대신 집에서 자격증 취득하기로 바뀌었다. 전에는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는 편이었는데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가지게 됐다. 목표를 정하다 보면 내가 지키는 것과 지키지 못하는 것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올해는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가능한 목표를 세웠다. 나는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 생각을 많이 하다가 결국 포기하곤 했다. 생각이 길어지면 용기가 사라지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 많은 것은 나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올해는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운동 시작하기, 면허 학원 등록하기, 악기 배우기, 블로그 시작하기 등 일단 도전해 보고 후회하자는 생각이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운동하러 밖에 나오는 것부터 힘들지만 막상 운동하고 땀이 나면 뿌듯하다. 졸업반이 되어 악기를 배우는 것을 늦었다 생각했지만, 학원에 다니는 수강생들을 보자마자 배우는 것에 나이는 없다 생각했다. 올해의 나는 시작이 중요했지 결과는 상관없었다. 결과는 노력하는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의 목표는 생각보다 많이 이뤘다. 내년의 목표를 하나둘씩 적어가면서 다시 나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으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헷갈리는 감정이 드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좋아하는 것을 해도 싫은 감정이 침투하면 싫어지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알았을 때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OTT 플랫폼에 접근하기 전까지 줄곧 영화를 싫어한다 생각했다. 집에서 영화 보는 매력에 푹 빠지고 난 후 난 영화를 싫어한 것이 아닌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같이 정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을 싫어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계획이 커지기 마련이다. 꿈은 크게 가지되 계획은 사소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좋은 것을 많이 모아야 한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올 때가 있다. 사소한 계획을 이뤘을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목표를 정할 때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 그 목표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김유진 우석대 미디어영상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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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5 14:29

차별을 낳는 차별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세상에는 달이 두 개가 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 살고 있고, 1Q84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다. 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엇이든 휙휙 바뀌어버리는 사회의 흐름을 느끼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달이 두 개인 세계로 흘러들어왔나 싶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것처럼 낯설기만 하고, 평범한 학생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는 사회가 그렇다.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서 싸우고, 서로 다른 인종이 대립하는 등 총과 칼이 없을 뿐이지 이 사회가 온통 소리 없는 전쟁통 속인 것 같다. 특히 내게 가장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다. pc는 꽤 오래 전부터 범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 문화, 예술 등 pc의 손길이 뻗지 않은 곳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pc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디즈니를 꼽을 수 있겠다. pc의 열풍으로 할리우드가 각종 주연에 흑인을 캐스팅하고 있다는 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양한 인종이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디즈니 pc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주연 캐스팅에 대한 문제다. 영화 알라딘의 흥행으로 본격적으로 실사 영화에 뛰어든 디즈니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피터팬 등 자신들의 수많은 만화를 실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만화들의 주연 캐스팅을 발표했는데, 백설공주 역에 배우 레이첼 지글러, 인어공주 역에 배우 할리 베일리, 팅커벨 역에 배우 야라 샤히디가 캐스팅됐다. 원작을 보면 알겠지만 상술한 만화 속 인물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배우들을 살펴보면 흑인라틴계 배우로 원작과 다르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디즈니가 인종 다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회 인식 개선에 힘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pc적 요소로 인해 원작을 파괴하고 나아가 훼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디즈니의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지나친 원작 파괴 캐스팅은 역 화이트워싱, 즉 블랙워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기득권층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야 할 동화를 통해 pc를 강요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차별을 지양하자는 pc가 되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 pc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은 지구 공동체 시대를 아우르는 중요 과제다. 그러나 작금의 pc는 지나친 강요와 주입으로 인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또한 얼마 전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여자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 아닌 경찰의 본분을 저버린 한 명의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처럼 pc에 눈이 멀어 사회적 혼란을 낳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pc는 목적일 뿐 수단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무고하게 피를 흘린다면 우리는 그 사회를 정녕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모두가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바투 다가올 것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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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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