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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계절음식이 되어버린,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아니? 아직도 겪고 있는 나의 상황이다. 퇴근하고 저녁을 대충 때우고자 근처 편의점에서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날 밤부터 37.8도부터 시작해서 새벽을 넘기니 38.8도까지 열이 펄펄 오르기 시작하며 나의 몸과의 위태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새벽 4시, 가까스로 잠에 든 내가 모기의 '위잉~' 소리에 잠이 깨어 '잠도 깬 마당에 약이나 찾아보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에 약을 찾아보았다. 타이레놀은 이미 없다고 생각하여 약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웬걸! 수 일 전에 몸살로 처방받아온 약에 소염진통제와 해열제가 있었다. 약을 꼴딱 삼킨 후 방으로 가서 모기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승리자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게 오한으로 발발 떨며 하루를 시작하는 바람에 당장 집 근처 의원으로 향했다. 코로나, 독감은 당연히 아니었다. 감기 증상은 하나도 없었거든. 감기 증상뿐만 아닌 소화기관이나 신경계의 증상도 하나 없었다. 그저 고열로 인한 두통, 현기증, 오한, 식욕부진 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원인도 모른 채 약만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그렇게 약으로 다른 증상을 감춘 채 보냈을 지도 모른다. 다음 날 밤, 슬슬 배가 아프더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집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WBC(백혈구 수치, 정상 : 5,000-10,000uL)은 18,000uL까지 올랐고 CRP(염증 수치, 정상 : 0.5mg/dL)는 23mg/dL 만큼 올라 있었다. 피검사 결과를 듣자마자 나도 참 바보같이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혹여 췌장이나 맹장, 담낭이나 간 등 큰 장기들에 문제가 있을까 무섭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만 흘렀다. CT 결과, 상행결장과 횡행결장에 전체적으로 염증이 껴있었고 염증수치로 미뤄보아 심각한 장염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기서 상행결장은 대장이 맹장과 이어지는 부위이며 우측 하복부에 위치해 있고 횡행결장은 상행결장과 하행결장을 이어주는 부위로 우상복부로부터 좌상복부를 향해 뻗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참 간사한게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했던 내가 진짜 장염이라는 진단을 들으니 또 '무슨 장염이 이렇게까지 날 힘들게 해?'라고 생각하며 원망스러웠다. 평소에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과식으로 장염이 자주 걸렸었는데 내 한 손에 들어올까 말까 하는 그 '삼각김밥' 때문에 이렇게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김밥으로 식중독을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보긴 했지만 '삼각'김밥으로 장염에 걸린 사례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그 날로 바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치료를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병실이고 여전히 금식 중에 있다. 사실 삼각김밥이 나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전 날 먹었던 빵과 우유가, 삼각김밥과 함께 먹었던 천하장사 소시지가 또는 엄마가 해주신 된장찌개 이 모든 게 화근이었을지 모른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들 또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계절음식이 되지 않도록 여름이니 만큼 삼각김밥을 포함한 모든 음식에게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유세현 간호사 △유세현 간호사는 전주 출신으로 예수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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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0 15:48

‘떠나는 전북 청년들’이라는데 안 떠나?

제목과 같은 맥락의 질문을 여러 차례 받는다. 그럼 나는 질문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답을 한다. 그리고 100% 확률로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묻는다. 후반부에 나오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이후 나는 반대로 묻는다.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돌아오는 답 역시도 너무나도 간단하다. 물론 다양한 답변들이 돌아오지만 종합하면 일자리가 없다는 내용으로 결론이 난다. 나는 아직 만으로 30년도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다를 순 있어도, 일반적으로 사회의 막내나 다름없다. 사회에 나온 시간은 고작 인생의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위의 문답을 나눈 이들도 필자와 정말 많아봐야 위아래로 3살에서 4살 정도 터울인 또래들이다. 이러한 내 또래들은 취업시장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고군분투하며 셀 수도 없는 양의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그 자료를 토대로 수십, 수백 곳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의 최신화가 거의 완성된 청년들을 다른 지역에 모두 뺏기는 것이 나는 너무 안타깝다. 내가 평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이곳 전북의 청년정책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떠나는 전북 청년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북에서 양성된 인재가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며 터전을 잡는 상황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4년 전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의 직책을 맡고 있을 때 정치, 언론, 시민단체, 공직에 계신 분들과 함께 떠나는 전북 청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아니 4년간 결과는 달라진 것 없이 꾸준하게 전북의 인구, 특히 청년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억지가 아니다. 이미 통계·데이터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유출을 막아내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유입이 되지는 않더라도 유지라도 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그조차도 되지 않는다. 초반에 떠나지 않는 이유에 간단한 답변은 이미 살고 있고, 지내면서 느낀 전북의 정이 좋고, 부모님이 계시고, 나와 함께한 추억이 있는 지인들이 있고, 먹고 살 수 있는 방안들이 충분해서다. 그럼 여기서 떠나는 전북 청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초반부에 언급했던 일자리 문제? 쉽게 말해서 돈 버는 문제다. 떠나기 전인 전북 청년들의 궁극적인 수요는 결국 돈을 버는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해결책들이 존재하겠지만 전북을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온라인에서 찾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노마드가 되어서 소득을 발생시키고 주 생활공간인 전북에서 소비를 함과 동시에, 나와 같은 이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나아가 전북을 대표하는 온라인 사업가 육성기업이 되어 지역에 이바지하고 싶다. 디지털노마드임과 동시에 로컬 크리에이터로의 삶을 함께 살고 싶은 게 내 목표다. 새만금에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상당수 입주한다는 새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경력이 없어서, 전공이 아니라 또는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어 기회가 되지 않는 청년들과 새만금과 관련 없이 아직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에게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1달에 1번의 나의 얘기가 도움이 되리라고.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박지석 대표는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온라인 창업과 블로그 마케팅 교육 등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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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3 15:14

언제까지 청년일 수 있을까

나는 대체 언제까지 청년일 수 있을까. 만 29세부터 만 45세까지, 청년을 정하는 기준은 기관과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인구에 대한 걱정이 많은 지역으로 갈수록 청년 기준 연령이 높아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게 인근지역으로 이주해 몇 년간 ‘청년’을 더 ‘해먹으라고’ 농담을 하기도, 우리 지역도 현실에 맞게 ‘청년’의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두 경우 다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대체 청년이, 그깟 나이가 뭐길래. 청년에 대한 연령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지원정책 때문이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현재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기준연령을 별도로 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법적 효력이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조례를 통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한 지자체는 총 48곳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조례변경을 통해 청년정책의 수혜자를 늘리고자 한다. 물론 지역적 특징, 현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구소멸 위기에 마주하여 청년 이탈을 방지하고, 정착을 유치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역의 성장동력이자, 지역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2014년부터 2016년 즈음까지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청년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은 이런 목적이 아니었다. 경쟁사회에서 청년들의 사회 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그 자체로 특혜 또는 수단으로 대우받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청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많이 늘어난 국가와 지자체 청년정책을 바라보며 아쉬움과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원정책은 언젠가는 끝난다. 아무리 나이 기준을 늘린다고 해도 청년이라는 정체성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청년정책을 통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나는 청년 정책의 수혜를 그다지 많이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솔직히 아쉽다. 청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어떻게 펼쳐질지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곧 도래할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며,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에서의 노년의 삶을 바라보며 슬쩍 걱정도 앞선다. 자발적으로 ‘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인구’라는 단어는 마치 지역을 위한 ‘수단’이라는 단어처럼 들린다. 많은 경우 지역이 바라는 청년은 다양한 삶의 주체이자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주체보다는 지역소멸을 막는 출산 및 육아의 주체, 노동력으로만 상정된다. 과거에는 마치 그러한 관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시대와 관점이 바뀌어 간다. 그리고 청년은 기성세대가 그리는 것처럼 그렇게 전형적이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은 세대의 문제를 자꾸 기존의, 전형적인 지원정책의 관점으로 보고 한정 지으니 불일치가 일어난다. 여전히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과 목적이 청년에 있지 않고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를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인구’로 접근하기 때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정책으로서 청년을 ‘인구’바라보는 관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청년과 청년정책의 불일치를 좁혀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오민정 팀장은 전주시 청년다울마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완주문화재단 정책기획팀을 거쳐 현재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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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6 17:02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까지

얼마 전 전주에 학술대회가 있어 갈 일이 있었다. 대회 장소에 가던 중에 어느 가게의 홍보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이라도 오세요. 인연처럼 여기겠습니다.”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문구를 보면서 우연과 인연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우연이 저절로 좋은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물과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관계 인구란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지역에 속해 있는 인구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한다. 그러기 때문에 관계 인구는 정주 인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많은 지자체에서 인구감소로 인해서 정주 인구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특히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사업장을 열면 지원금이나 다른 혜택 등을 주는 방식으로 지자체 대부분의 정책 방향성이 정주 인구 만드는 데 중점이 되어있다. 하지만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을 정주 인구로 유인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먼저 관계 인구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점점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있다. 전입하지 않아도 되고, 그 지역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지역의 인구가 일주일 또는 한 달 등을 살며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과 연을 맺어가게 되고 관계 인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역과 연을 맺는 방법의 하나가 지역 축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지역 축제들이 열리지 못하다가 이제 점점 지역 축제들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지역마다 대표적인 지역 축제들이 있는데, 그때 많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오게 된다. 최근 강원도의 모 지자체 축제 먹거리 바가지 문제로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우리 지역에서도 유명 연예인의 행사로 인해 숙박시설의 바가지요금 문제도 지적되었다. 또한 귀농, 귀촌한 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귀농, 귀촌 인구와 원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특히 농촌이 많은 우리 전라북도는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행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 자세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있다. 연고도 전혀 없는 지인이어서 어떻게 여기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지인이 하는 말이 우연한 계기로 여기 지역을 오게 됐는데 지역과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그 지인이 만났던 사람들과 환경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신중현의 ‘미인’이라는 노래에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사는 지역이 누군가에게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자꾸만 가고 싶은 지역이 되도록 지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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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9 16:39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이후

어떻게 동네가 깔끔하니 될까 하는 기대가 되고요.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주면 또 나이 드신 분들이 편하게 사실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폐가가 된 집들도 정화되면 좋겠고. 그래서 좀 더 발전하고 좋은 신복리가 되면 저도 좋고, 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갈 때마다 좋지 않겠어요?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124쪽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대상지의 주민들은 깨끗한 환경, 발전하는 주변 여건 등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더 나아지는 우리 마을을 꿈꾼다. 그렇기에 사업을 통해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기대를 담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인 제시하기도 하고, 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참여·실행을 위해 교육 등 다양한 사업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사업은 주민들의 의견과 대상지 계획 및 상황에 따라 예산과 시간을 투여하여 거점공간 마련, 외관 정비 등 그 외에 다양한 사업의 진행을 통해 완료된다. 사업이 완료된 대상지의 변화된 모습은 정비된 외관을 통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전보다 좋아진 여건이 갖춰지고 사업이 종료되면 주민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와 관련 주무과 행정의 도움 없이 공간 등을 스스로 운영하며 홀로서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동안 주민들은 현장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함께 계획하고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 또한 센터에서도 앞으로 주민이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떻게 자생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 의지와 올바른 관점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사업종료 이후를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시하는 의견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이 도화지라면 색을 정하고, 그 위에 색칠하는 건 참여하는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바로 주민이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일정 기간 행정 등 기관의 지원 및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스스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힘을 지속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복마을도 내년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앞으로 만들어질 거점시설을 염두에 주민들이 변화의 과정을 체감하고 그에 따라 교육, 협동조합 설립 등의 과정을 통해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의 과정은 주민들이 사업이 완료된 이후 마을의 거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 나갈지에 대해 적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5년정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기간동안 모든 것을 한순간에 새것처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업이 종료된 이후, 지속적인 고민을 통한 활용과 관리가 있을 때 대상지는 재생사업을 시작으로 더욱 더 나아질 것이고 그 때, 재생사업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환경이 정비되어 개선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운영해 나갈 때, 그곳을 찾는 사람과 공간의 쓰임이 지속되고, 활용을 통해 나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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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2 16:08

청년농부들의 울퉁불퉁한 발걸음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의 귀농을 권장하며 여러 우대사항과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여러 청년은 인생의 선택지 중에서 농촌에 방점을 찍고 귀농을 결정하기도 한다. 2018년도에 청년창업농 1기로 선정된 이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귀농 상담과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는 그러한 정책의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더욱 많은 청년에게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농촌에 청년들의 역할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해온 재능기부였다. 헌데 갈수록 귀농한 청년들이 볼멘소리와 힘들다는 하소연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귀농한 여성청년농업인은 몸이 부서지라 농사를 지어 집에 있던 빚도 갚고 착실히 일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5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농사를 지었던 하우스에 무슨 문제가 생겨 다른 농가들에 비해 수확이 늦었고 크기도 작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거래를 통해 판매했었지만, 작년에 택배사고가 많아 개인 택배 보내는 것도 무섭다고 하고, 공판장으로 납품을 하기엔 도저히 가격이 맞지 않아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농촌지도사업에 선정되어 하우스를 신축하기로 했지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견적서를 받아본 결과 오히려 더욱 심란해졌다고 한다. 다른 지역 업체의 설비단가와 해당 지역의 업체 단가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다른 지역의 저렴한 업체를 선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방비가 투입되는 지원사업의 특성상 특정한 사유가 없이는 관내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계속 고민을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그리고 또 한 청년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 귀농한 경우인데 인연이 닿아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컨설팅을 했고 다행히 선정되어 곧바로 토지구매와 함께 하우스 건축을 시작하였다. 헌데 한참 공사 중 정책자금 대출업무를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청년창업형후계농 사업에 선정되면 저 이자로 최대 5억까지 대출된다고 했으나 사실상 1.5% 저이자 기준은 이전의 정책이었던 3억만 해당하며 추가되는 2억의 경우는 별도의 담보대출 형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지자체와 은행을 왔다 갔다 하며 애끓는 심정으로 알아보고 다니는 모습에 참, 씁쓸해졌다. 농촌에 청년이 필요하다고 귀농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만큼 녹록하지만은 않다. 다행히 농사에 실패한 것 같지만 가을에 다시 농사를 다시 짓기로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지자체와 충분히 상의 후 다른 지역의 업체를 선정하기로 협의를 보기도 하며 대출 문제로 힘들어하던 청년 또한 다른 지역의 농협을 통해 대안이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올해 여름, 익산시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농생명 분야에서 진로를 결정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익산시의 농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할 예정으로 다원적 농업 현실을 보여주며 농촌의 과소화 현상을 직접 느끼고 청년농업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현장들을 섭외하고 코스를 구성 중이다. 농촌에 터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를 소개하고 그곳에서의 길을 발견하도록 안내를 하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발걸음일 지라고 도전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치가 농촌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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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5:06

직장인 아닌 직업인으로 살기

며칠 전 나는 대학교 학과 후배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는데, 졸업 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그동안에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재학생들에게 공유해주는 특강 같은 것이었다. 사실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둔 입장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뻔뻔스럽게’ 요청을 받아드렸다. 후배들이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상’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실에는 스무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고, 후배들이 꽤나 재미있게 들어주어 다행이었다. 여전히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관, 자격증 따위 없는 문화기획자로서의 직업 또는 직장인에 대해 설명하기란 1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나 또한 쉽지 않았다. 예상대로 후배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과 어떤 종류의 대외활동을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왔다. 순간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서 말해줄까? 하지만 나는 기왕에 한 걸음, 문화기획자의 현실세상을 이야기해주러 온 김에 ‘현타’가 될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장 말고 직업’을 갖기. 이것이 결국은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자격증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학과의 특성상, 문화기획, 기획자라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경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내 이야기를 풀어놨고, 특히 기획자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직장을 잃어도 ‘직업’은 남는 경험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 말미에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본인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공 이외에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이것이 시간낭비가 아닐지, 나중에 취업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장 하나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그 외의 경험들은 정말로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자유롭게 실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기이다. 이때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기도 한다. 작은 시행착오조차 큰 실수가 될까 염려하는 모습에서 그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던 내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이 친구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담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직장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요구하는 자격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시대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는 직업인을 찾는 직장은 꼭 있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정년의 나이가 무색하고 수명은 길어졌다. 나의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결정권을 위탁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토대로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형태로서 기준도 결과값도 스스로에게 거짓이나 꾸밈없이 당당하게. 직장은 우리가 그만두면 잃게 되지만 직업은 내가 그만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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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5:35

나의 고향사랑기부제 체험기

차를 타고 라디오를 듣다 보면 심심찮게 유명인사들의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광고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세를 모티브로 만든 기부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에 기부를 하게 되면 기부자는 해당 기부금의 30% 범위 내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연말 정산시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기부제다. 아직은 활성화 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잘 모르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 또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을 하며, 고향사랑기부를 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에 들어갔다. 기부도 기부지만 아마 기부자 최대의 관심사는 답례품목일 것이다. 지자체마다 어떤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이것저것 살펴본 후에 그래도 전라북도 내에 기부하자는 마음으로 전라북도 시·군 중 한 곳에 기부를 했다.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답례품에는 체험권도 있고 지역상품권도 있지만 매우 적은 숫자였고, 가장 많은 분야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종류였다. 나는 고향사랑기부 답례품목들을 살펴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지역만큼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에 특화 되어있는 지역은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역 내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에서 다양한 식품 관련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청년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 상품들을 지역에서 답례품으로 이용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익산의 경우 입주기업 상품이 답례품으로 선정이 되어 납품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지만 각 지자체와 특히,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입주업체들이 기부자들의 욕구에 맞는 답례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데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와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과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해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지자체에서 기부금을 사용했을 때 기부한 기부자들에게 어디에 사용이 되었는지 결과를 회신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어떤 결과를 내었는지 궁금해 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는 기부금의 투명성과도 연결이 되어있으며, 투명성은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나도 고향사랑기부를 할 때 막연히 좋은 곳에 쓰이겠지 하고 기부를 했지만 후에 내 기부금이 어떤 좋은 결과를 냈지는 알게 된다면 더 큰 보람과 지속적인 기부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직 고향사랑기부제가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다. 홈페이지 기부시스템의 불편함을 해결해야하고, 답례품으로 인한 지역 쏠림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나가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견인역할을 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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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1 17:29

도시농업으로 일궈가는 마을 공동체

다양한 가치 창출과 발전·성장을 위해 6차 산업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 농업은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곳곳의 공간을 활용하여 농사를 지으며 건강과 더욱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토대로 변화하고 있다. 6차 산업의 일환인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이다. 도시에서 1차 산업인 농산물 재배를 시작으로 가공과 유통 그리고 서비스, 체험 등을 개발하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도시에서 능동적으로 기존 휴식 공간을 공동 텃밭 등으로 만들어 공동의 작물을 재배하고, 아파트·사무실 자투리 공간을 가꾸며 과거 대부분 농촌에서만 이뤄졌던 농업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복마을도 주민들과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매입한 마을의 공간을 활용하여 도시농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과 서로 소통함을 기반으로 공동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텃밭을 조성하였다.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해 마을경쟁력 재생을 하고자 한다. 2021년, 농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작물 심기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작물 외에 미래먹거리로 부상한 곤충 사육을 경험해 보았다.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전문가와 함께 마을에서 직접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농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그 물품들을 활용하여 조별로 텃밭을 개간·재배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마을잔치를 통해 재배되는 작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현재 도시농업을 함께하고 있는 주민을 시작으로 더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그 전에 주민들간의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몰랐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친밀감도 생기고 함께 가꾸는 즐거움이 있어”,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과 새롭게 대화도 해 볼 수 있고, 당번이 있어서 일거리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아” 평소 집 앞마당에 하나씩 작은 텃밭을 가꾸어 농업이라는 콘텐츠가 일상 중 하나로 어색함이 없는 주민들은 마을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키우는 작물들 덕분에 책임감과 일궈내는 재미가 생겨 공간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 어려움도 있지만 연차별 과정이 마을에 테스트 베드가 되어 우리 마을만의 도시농업 콘텐츠를 만드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혼자 먹어,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먹어야지” 키우는 수고로움에도 자연스레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움트는 걸 보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신복마을 도시농업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앞으로 마을에 지어질 도시농업 발전소을 염두하고 마을에서 주민들이 향후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아름다움과 나누는 정을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며 시작은 미미할 수 있으나 조화로운 마을 공동체로 성장 되기를 바란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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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6:52

사회적농업의 현장, “모두 다 꽃이야!”

한적한 시골길, 하얀 데이지꽃이 바람결을 따라 하늘거리며 반겨주고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곳, 간혹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산새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있다. 익산시 낭산면에 위치한 연화산방이라는 교육농장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정갈하게 쪽지어 올리신 모습의 대표님은 자신을 머슴이라 지칭하신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라 의아스러웠으나 이내 곧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익산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 중인 필자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회적농업 활성화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연화산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첫 만남에서의 대표님은 말 그대로 차 교육을 하시는 원장님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어투에 조금만 대화하면 저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며 지난 20여 년간 10월 초만 되면 향기로운 가을 찻자리라는 행사를 운영해오셨으며 2021년 익산시특수교육지원청과 연계하여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회적농업이란 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며 돌봄이나 교육, 일자리를 통해 사회 참여기회를 제공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해주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발달장애 시설 이용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하는 날. 야외 교육장에서 장화와 펑퍼짐한 일바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시며 교육장 정리하다가 해맑게 반겨주시는 모습에 왜 자신을 머슴이라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곧 시설에서 차량이 도착했고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신 분들께서 인솔자에 의해 교육장으로 들어오셨다. 더러는 소리도 지르시고 걸음이 어색한 분도 계셨으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도 계셨다. 10여 명 되는 장애인들과 서로 공손히 인사를 하고 기분을 물어보자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좋다고 한다. 농장 주변을 찬찬히 산책하며 피어있는 꽃을 만나고 나무들을 만나면서 걸으니 활동하기 위한 텃밭이 나온다. 장애인분들이 앞으로 직접 가꾸어갈 텃밭이다. 느리지만 안내에 따라 풀도 뽑고 다음에 와서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기 위해 새로운 흙도 채워 넣는다. 앞으로 이곳에 심을 작물이 무엇이 좋을지 같이 고민도 하며 대화하는데 이미 수확이라도 한 듯 넉넉한 표정에 필자는 왠지 모르게 순간 뭉클해지기도 했다. 다음 교육 진행을 위해 이동하다 보니 향긋한 꽃향기가 바람을 따라 코끝을 스치는데 그 순간 이동 중이던 분들을 멈춰 세우고 눈을 감도록 했다. 눈을 감자 장애인분들은 동시에 탄성을 부르며 아카시아 향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내 더욱 집중하자 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러한 꿈같은 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봤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이 시대에 이렇게 잠깐이나마 눈감고 차분히 돌아볼 시간을 얼마나 갖고 살아갈까. 마지막은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화분도 만들며 작은 팻말에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졌는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등등 사랑으로 넘쳐났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이곳에 함께 있는 순간. 산에 피나 들에 피나, 이 순간 우린 모두 다 꽃이었다.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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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16:41

한 끼의 가치

밖에서 사먹는 밥 한 끼의 가격이 만원을 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요즘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 밥값이라고 안 오를리 없다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매일 한 끼는 꼭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끼니를 거르기에는 남은 하루, 해야할 일들이 걱정이다. 식사는 단지 밥 한 공기, 국밥 한 그릇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냥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 이번 달, 올해를 힘차게 살아갈 동력이 된다. 얼마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국의 대학교를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17년 처음 시행된 이 사업은 학생들이 천원으로 학생식당에서 아침을 사먹을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 준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편의점 삼각김밥 한 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고, 농식품부에서는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사업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보니 의문이 생겼다. 의미가 있는 사업이고, 학생들의 호응도 높은 사업이라 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대학은 전국에 41곳이 전부였다. 그리고 올해 두 배로 확대했다는 예산은 15억8800만원으로 정부에서 전국단위로 공모하는 사업임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학생과 정부가 각각 천 원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대학에서 부담을 한다. 요즘 물가를 고려했을 때 대학은 학생 1인당 천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대학 학생식당은 외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과 외주업체 간의 협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은 사업에 참여 신청해야 하는 주체인 대학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MZ세대의 표심을 사기 위한 ‘값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도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사업의 가성비와 한계에 대해 이해한다. 하지만 고학하는 청년들의 값진 한 끼를 천원짜리 선심성 사업의 산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예로 ‘십시일밥’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있다. 2014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청년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식사지원사업’ 및 ‘생필품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은 아주 간단한 구조로 시작됐다. 공강시간 한 시간 동안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그 값 만큼 식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식권을 필요한 학우에게 기부한다. 운영구조는 간단하지만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무척 특별하다.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며 한 끼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어떤 한 끼는 값싼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로 폄하 되고, 또 어떤 한 끼는 지속적이고 확산되어야 할 사회적 활동의 결과물로 인정받는걸까. 결국은 당사자로서의 고민과 실천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누군가 선심쓰듯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우리가 실천을 통해 내놓는 해답. 누구도 폄하하지 못할 가치는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밥 먹는 것 외에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똑같다. ‘당사자’라는 말이 익숙치 않은 필자는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사자로서 나서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고.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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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1 15:22

뽀로로와 펭수는 과연 남극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방학숙제로 독후감 써오기를 내주셨다. 숙제를 하기 위해서 집 책장을 뒤적이다가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지구가 아파요’ 그런 비슷한 제목 이였다. 내용은 이랬다.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오염된 물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서 지구가 아프게 되고 결국 인간에게도 위험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나이에 크게 깨 닫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많이 듣는 단어 중에 하나가 기후위기다. 어릴 적 읽었던 책 내용처럼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병들게 했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홍수와 가뭄,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어느덧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 내에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들 사이에 플로깅처럼 운동을 하며 자연환경을 돌보는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청년들이 나서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지인 중에도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대표가 있다. 올해 제로웨이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전라북도에서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유일하게 이 청년대표가 선정되었다. 나 또한 올해 하반기에 청년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을 하고 있었기에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이뤄지는 것이 있는데 ‘내가 편할수록 지구는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반짝하다 어느 순간에 사라지는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삶에 녹아들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가능한 한 텀블러를 이용하고 목욕제품을 비누로 이용하고 식사 시 잔반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하나하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25일이 세계 펭귄의 날이었다. 미국 맥머도 남극관측기지에서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새끼 펭귄의 털은 방수기능이 없다고 한다. 기후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간 남극에 비가 내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새끼 펭귄의 털이 물에 젖게 되어 저체온 증으로 동사해서 죽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뽀로로와 펭수는 과연 몇 십 년 뒤에 남극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대로 간다면 뽀로로와 펭수는 고향 남극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고향인 지구도 잃어버릴 것이다. 고향을 잃고 서식지를 잃게 되는 동·식물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뽀로로와 펭수가 몇 십 년 뒤에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고향인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지 않을까.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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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7 17:26

기록을 통해 생동(生動)하는 우리 마을

“지금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길도 좀 깨끗해지고요. 제가 여기 1993년도에 이사 왔는데 그 뒤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쓰레기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데 그 문제도 많이 완화되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변화해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보기 좋게 꽃길이나 가꾸면 어찔까 싶어. 단순히 한 번 심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계절 내내. 여름 끝나면 가을 꽃 피고, 가을 끝나면 겨울 꽃 피고. 운치 있는 걸로. 사계절 꽃길이 되면 외부 사람들도 놀러 오고, 입소문 나서 북적대고. 그래야 살맛도 나고 하는 거지.”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70, 177쪽 위 내용은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곳, 신복마을> 이라는 기록집 내용 중 일부이다. 인터뷰를 하고자 마을 모정, 경로당에 방문할 때면 그곳에는 언제나 살갑게 맞아주시는 주민들이 계신다. 질문마다 정성껏 답변해 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마을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아카이빙 사업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때 작가의 언어로 정돈하여 작성할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말투 그대로 글을 정리할 때, 그 따듯한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배어든다. 아카이빙은 사전적 의미로 기록의 보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을에 도시재생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마을이 변화되고 있는 과정, 전경, 사람 등의 이야기를 담아 주제별 사진, 영상, 인터뷰, 책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제작하고 있다. 제작물들은 외부기관과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상·사진 촬영을 통해 사업 대상 구역을 기록하고, 소식지로 제작하였다. 2022년도에는 주민, 사업 담당자, 활동 주체를 대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업에 대해 주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분기별 소식지에 그 내용을 담았다. 그 외에도 계절별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집, 연간 기록화집 등을 발간하였다. 올해는 기존의 소식지, 사진집, 기록화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가, 디자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우리 마을의 도시재생사업 현황과 주민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월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매달, 월간지를 통해 마을 내 곳곳의 소식을 알리는 알리미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사업이 진행되는 4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록의 보관이 신복마을 도시재생사업만의 정체성과 일련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마을에 대한 기록들이 모여 사업 이후에도 기억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마을 콘텐츠로 자리 잡아 주민간 소통의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공간·시간이 기록을 통해 생동할 수 있도록, 그 때의 좋았던 감정·기억이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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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또다시 봄, 아빠가 되어가는 중...

2023년, 어김없이 또다시 봄!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기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4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 덕에 올해의 벚꽃은 유독 빠르게 만개했고 청년꿀벌농부의 꿀벌들도 정신을 차릴 새 없이 분주하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화사한 색감이 여기저기 만발하니, 어디로든 꽃놀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 덕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익산시 성당포구의 벚꽃길을 거닐며 봄맞이를 했다. 귀농하고서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에 딸아이가 태어난 뒤 어느덧 18개월이 지났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니며 온갖 이쁜 짓을 다 하는 요즘, 아빠가 되고 나서 최고 난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 작은아이와의 신경전이랄까? 아이와 아빠인 내가 다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기 싸움인 건지 뭔지. 육아용어로 “재접근기”라 하여 생후 16~18개월, 길게는 24개월까지 아이의 정신 성장 발달 단계로써 양육자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취하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자신의 신체 제어가 숙달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쉬운 말로 풀어보면 엄마 껌딱지 시기이다. 엄마 뒤만 따라다니고 가능하면 엄마를 자기 옆에 붙잡아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빠는 언제나 뒷전이다. 안아주려고 하면 싫다고 떼쓰고 울면서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정말 속을 모를 일이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이 시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아이 엄마는 지쳐가지만, 딱히 아빠로서 아이를 돌봐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 손길은 아이가 원치 않기 때문에. 이게 나에겐 오히려 다행인 걸까? 허허 그러다가 이번 달부터 아내가 파트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를 온전히 봐야 하는 날이 생겼다. 꿀벌이 한창 바쁠 때 이긴 하지만 농장의 일은 오전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작업을 마치고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는데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 생각했는지 아빠인 나에게 “쏙”하고 안긴다. 처음엔 너무 이쁘게 안겨서 그저 좋았는데, 그러고서 안 떨어진다. 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떠주려 해도 안겨서 안 떨어지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깎아주려 하는데도 꼭 안겨있어야겠다고 한다. 아, 재접근기! 그제야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던 재작년 9월의 가을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한창 말벌과의 전쟁에서 꿀벌들을 지켜내야 했기에 양봉장에서 떠날 수가 없었고 하필 딸아이가 태어나는 날 전라북도농식품인력개발원 귀농·귀촌 사례 강의가 예정되어있었기에 태어난 아이를 보자마자 강의하러 출발해야했었고 또, 익산시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하는 날이어서 유튜브 영상 촬영이 예정되어있었다. 말 그대로 일복이 터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새벽에 농장일을 하고 낮에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가 쪽잠을 자면서도 그저 행복했다. 자그마한 우리의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잠잠히 그때를 생각해보면 또 한 번의 전쟁이 지나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가 처음인지라 잘 모르고 어색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동안 힘든 것보다는 아이를 보며 행복하기에 두 번째 봄을 맞이하며 좀 더 부모로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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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7:37

MZ는 피로하다

정부가 발표한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해당 정책은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이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대한 내용 등 긍정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주요 골자인 최대 주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확대하겠다는 연장근로유연화에 대한 부분은 무척 염려스럽다. 단순히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면된다는 논리는 근로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발표가 난 직후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당장에 작년에 사용하지 못했던 연차가 며칠이나 있었는지 헤아려보았다. 대부분 절반을 다 쓰지 못하고 해를 넘겼더랬다. 일이란 몰아서 끝낸다고 남는 시간만큼의 여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가 쉬는 만큼 내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대체해주어야 한다. 더군다나 단순 업무가 아닌 이상 남이 하던 일을 대신 맡아 공백 없이 처리한다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결국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 권리니까 쉬고 오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69시간 근무제는 ‘연장근로’ 시간을 유연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다.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8시간씩 근무를 하고도 최대 29시간을 더 ‘초과근무’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말을 포함한 7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에는 최대 80.5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돈도 더 벌고 좋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소모되어야 하는 걸까? 아침 9시에 출근하여 8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면 저녁 6시가 된다. 저녁 6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근로자가 아니라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이유도 ‘나’로서 지내는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함이다. 근로시간이 길어지고 격무에 시달릴수록 ‘나’는 지워지고, 일과 회사가 자리를 채운다. 그 이후 주어지는 휴식은 어떨까? 피로에 파묻혀 여행이나 취미는 남의 이야기가 되기 쉽다. 기본적인 건강을 챙기기에도 빠듯하다. 각종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개선되지 않고 근로시간만 확대하려는 현재의 상황은 내가, 우리가 단순히 어떤 조직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용도를 다하면 그대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게 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MZ세대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연장근로시간유연화 제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할 고용노동부장관은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제도의 불합리성을 MZ세대의 당돌함으로 무마하려 했다. MZ세대인 필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근로자는 MZ세대만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생계와 직결된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일이 갖는 무게는 같다.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정부의 정책이 왜 특정 세대만을 언급하는 걸까? 다른 세대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MZ세대에게 만큼은 통용될 수 있다는 걸까? MZ세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말한 ‘권리의식’이 내포한 의미를 생각해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동시에 근로현장과 괴리가 있는 제도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세대가 사용됨에 깊은 피로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정중히 여쭙고 싶다. 대통령님과 장관님은 주당 몇 시간을 일하고 계시는지.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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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6 16:08

'더글로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

무척 추웠던 2015년 12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의견은 무시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같타결되었다.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추운 겨울 살을 에는 듯 한 바람을 맞으며 밤낮없이 소녀상을 지켰다. 나 또한 연대하고자 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들과 둥그러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룻밤을 그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시민들이 힘내라고 보내주신 빵과 음료가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록 하룻밤 이였지만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해 8월 나는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 집회에서 최현열 선생이 분신했던 그 집회 장소에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은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했고 내 가치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3년 3월 정부는 한국 정부 산하 지원 재단이 일본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았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그리고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으며 했던 정부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국익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언제까지 일본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냐.”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가 생각났다. 문동은이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학교담임선생 심지어 엄마조차 문동은을 감싸주지 않고 문동은의 입을 막고 오히려 가해자의 편에 섰다. 그들은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문동은에게 더 큰 가해를 끼치려고 했다. 그들은 문동은에게 “너는 잘못이 없느냐”, “너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냐”며 윽박질렀다. 상식적인 담임이고 부모였다면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현실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 “학교에 큰 피해가 간다”, “너도 맞을 짓을 하지 않았냐”는 등 오히려 피해자를 설득하고 입막음을 하여 쉬쉬하고 덮은 경우들이 있다. 이것 모두 피해자에게 행해지는 2차 가해다.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해해달라는 한국 정부와 문동은의 담임선생과 문동은의 엄마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한일 위안부 문제협상 합의와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도 다 발표를 하고 난 이후에 피해자들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국익을 위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방법인가. 왜 피해자들에게 이해를 해달라고 강요하는가. 이것은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제2차 폭력,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국가폭력이다. 그들은 나라를 잃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꽃다운 어린 나이에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강제동원을 당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있음에도 보호를 받지를 못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을 보면서 항상 비교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유태인 학살의 책임을 깊게 통감하며 그들에게 지금까지도 사죄를 빌고 있으며, 전범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 사과는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해야는게 사과다. 드라마 “더글로리”가 일본에서도 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를 해왔다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와 기시다 일본총리에게 문동은이 학교를 그만두면서 박연진의 딸 하예솔에게 했던 이 대사를 전해주고 싶다. "하예솔, 네가 하라고 하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 사과할 거야. 너한텐 진심으로 미안하거든"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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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0 17:52

청년 예술인, 주민들과 예술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더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신도시가 건설되고 그에 따라 주요 기관들이 이전되며 중심지도 이동한다. 내가 근무하는 현장지원센터가 위치한 마을, 지역도 한 때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많은 인구가 살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차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그에 따라 사람들도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였다. 자연스레 인구가 감소 되었고 마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이 70~80대인 고령화 마을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보다 떠나가는 사람이 많은 마을이 되었다. 2021년, 마을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 중 <살롱기획단>은 마을 문화환경 개선을 주제로 청년 예술인들이 각 분야의 예술을 마을에 접목하여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자문회의, 연계 프로젝트 기획·진행 등 체계적인 구성을 통해 3년째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장르가 생소한 마을의 어르신, 주민들에게 청년 예술인들은 예술을 경험하고 표현해 볼 수 있도록 각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펼쳐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사진 등의 분야별 청년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진행하였다. 진행한 프로젝트 중 ‘장수사진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현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이를 매개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유·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진행하지 못해서 사전 예약을 받았었는데 “부끄러워서 나는 못해”라고 하시며 진행 초기 예약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1회차 이후 다녀가신 분들이 평소 애정하는 소장품, 소중한 친구와 같이 촬영하고 싶으시다며, 경로당에서는 여기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단체 사진을 남기고 싶으시다며 찾아오셨다. 서로의 모습을 정돈해 주며 오순도순 돌보는 모습에서 주민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은 사진관이 많이 사라진 요즘, 마을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이렇게 액자로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하신 한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자연스레 수요일은 사진 찍는 날이 되었다. 그 날 그 시간이 되면 도시재생살롱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주민들이 모였고, 순서를 기다리는동안 예전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동안 소문을 따라 예상했던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성황리에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마을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걷거나 이동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많은데 어떻게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자주 만나 뵙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예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활동하는 모습에서 그 고민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때로는 꺄르르 웃으며, 때로는 집중해서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순간들에서 소녀같은 감성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끝나고 가실 때는“오늘도 즐거웠어~고마워, 고맙다!”라고 연신 말씀하시며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런 따듯한 말들이 진행하는동안 예술인들, 사업을 진행하는 나에게 보람과 감동을 주었다. 행복하게 참여해 주시는 주민들과 예술인들의 예술, 열정, 젊음이 더해지며 자연스레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올해도 우리는 4개 분야 예술인들과 마을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연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의 감흥을 이어 예술을 통해 마을 곳곳에서 ‘문화예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갈 것이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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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3 17:49

“이러다가는 다 죽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선보였던 콘텐츠 '오징어게임'에서 등장인물 오일남(노인)이 외친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어서 생략하지만, 결론은 자신들의 생존이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결국 구성원 모두가 파국에 치닫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자 노인이 두려움에 떨며 외치는 한 줄의 절규였다. “이러다가는 다 죽어!” 나는 농촌으로 귀농한 지 5년이 되었다. 강산의 반절쯤은 변했을 시간일까? 문제는 강산이 어떤 한 공익광고처럼 푸르게 푸르게 변해왔다면 30대 청년이 농촌으로 들어와 그저 잘 정착해 가고 있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강산은, 사회는, 환경은 그렇게 푸르게 변한 것만은 아닌듯싶다. 양봉을 시작하여 매해 위기가 찾아왔고 그때마다 극복해나가고 있었지만 2022년부터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청년꿀벌농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필자의 모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2022년 봄, 월동에 들어갔던 꿀벌들을 입춘을 기점으로 깨워 본격적인 꿀 농사를 준비하는데 벌통 안에 있어야 할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그 당시 언론사는 꿀벌 집단실종사건, 72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등의 타이틀로 연일 꿀벌 군집 붕괴 현상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려했던 대로 올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 가을부터 양봉농가들로부터 꿀벌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그러한 현상은 올해 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023년 2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약 40~50만 봉 군(약 100억 마리)가 사라졌지만, 양봉산업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적이라 발표하였고 또한 폐사의 원인이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방제 실패, 즉 양봉농가의 관리부실을 주원인으로 단정 지으며 기후변화는 꿀벌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봉업에 종사하며 매일매일 일기예보와 날씨 앱을 끼고 사는 입장에서 월동준비를 해야 했던 2022년 가을에 평년보다 2도나 높았기에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꿀벌들, 2023년 초봄에 따뜻해지다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파의 영향 등 이전과는 다른 이상기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산에 헬기를 이용해 살포하는 항공방제와 논에 드론을 이용한 방제, 꽃이 피는 시기에 과수농가에서 뿌리는 유독성 살충제 등 꿀벌을 위협하는 위험요인까지 수많은 가능성이 묵과된 발표이기에 안타깝다. 꽃을 수없이 옮겨 다니며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꿀벌.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0여 개의 작물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처럼 꿀벌의 역할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식물의 수정을 돕는 역할의 부재는 결국 초식동물, 육식동물, 인간에게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보일 것이고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내로 멸종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농부의 입장뿐만 아니라 18개월 딸아이를 두고 있는 아빠로서 꿀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단순하게 넘어갈 사항은 아니다. 우리의 단순한 문제의식과 원인 규명이 다음 세대의 생존에 크나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다 같이 살기 위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넝쿨(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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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6 17:08

챗GPT, 우리는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나?

약 한 달 전 필자는 유튜브에서 믿기지 않는 영상 하나를 보았다. 미국 교육계가 어떤 AI(인공지능)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미국 학생들이 레포트나 시험 답안을 AI로 작성해 가는 통에 숙제가 사라지고 학교는 AI가 대필한 답지를 걸러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레포트에 담아야 할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걸 완결된 문단, 한 편의 글로 쓸 수 있다고? 더군다나 이게 미국 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챗GPT’ 이게 그 AI의 이름이었다.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검색엔진. 단순히 검색한 정보를 나열하기만 하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걸러내어 완결된 문장과 문단으로 정리해준다는 AI. 당혹스러웠다. 필자가 AI에 대해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AI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이긴지 오래고, AI가 고흐나 렘브란트 같은 거장의 화풍을 따라 그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시대이다. 필자가 당혹스러웠던 지점은 AI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연산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AI가 ‘그럴듯한’ 정보를 새롭게 생산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정보들이 AI가 주는 인상만큼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핫한 챗GPT 역시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가 일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당장에 챗GPT만 해도 2021년도까지 정보만을 학습한 채 22년 11월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므로 23년도 현재의 최신 정보에는 취약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데이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습득한 정보가 항상 공신력 있고 검증된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정보의 파도 속에 휩쓸리며 살고 있다. 온갖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검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정보가 확실한 정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판단을 할 때 한 가지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정보를 비교하고 거기서 나름대로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별’해낸다. 그 선별의 과정이 정교할수록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챗GPT는 이러한 선별의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AI가 제안한 검색 결과물을 우리가 의심하는 것이 쉬울까? 압도적으로 똑똑한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대체로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쌀 한 톨 만큼의 오차는 눈 감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훨씬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내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대신 답을 찾아주는 정답지나 해결사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이미 와버린 인공지능의 시대.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는 의심하고 판단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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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9 18:20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

“코로나 양성입니다. 바로 집에 들어가셔서 일주일 동안 격리하셔야 합니다.” 기침과 인후통이 심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가 작년 2월 달 이였으니 딱 1년 만에 두 번째 확진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의무에서 권고사항으로 바뀐 시기에 느닷없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장 모레 연구실에 필자가 담당인 큰 행사가 있는데 가지 못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다. 부랴부랴 동료 연구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하고 행사 관련 준비는 다 했으니 모레 행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다행히 흔쾌히 알겠다고 해서 한시름 놓고 집에 들어갔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때 필자는 서울에 일정이 있어서 3달 정도 친한 형이 살고 있는 서울 반지하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필자가 코로나19 확진이 되면서 본이 아니게 집주인 형을 본가로 쫓아내게 되면서 필자 혼자 집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모님과 남동생이 함께 살고 있었기에 2평 남짓한 방에서 방문을 닫고 일주일의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식사시간이 되면 부모님이 음식이 담긴 상을 방문 앞에 놓고 방문을 똑똑하고 두드리면 문을 열고 음식을 받았다. 이 웃지 못 할 상황을 겪으면서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인 최민식이 이유도 모른채 15여 년 동안 감금되어 군만두를 받아먹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나오는 정려원이 부모님이 문 앞에 차려놓은 음식을 받아가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방안에만 있는 게 갑갑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방에만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먹고 자고 핸드폰 보고, 다시 먹고 자고 핸드폰 보는 단조로운 삶의 방식에 어느 순간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무기력감과 고립감이 들었다. 비록 필자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인한 짧은 기간의 격리였지만 격리를 마치고 생각이 난 단어가 ‘은둔형 외톨이’였다. 격리기간 느꼈던 무기력감과 고립감은 강도는 다르겠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경험하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경제적 또는 정서적인 이유로 인해 고립·은둔 청년과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12만 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으로 보자면 61만여 명의 고립·은둔 청년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라북도를 비롯해서 기타 지역에서 이런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립·은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여러 가지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주광역시 경우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은둔형 외톨이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조례가 제정 된 만큼 실태조사를 진행해서 전라북도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관련 사업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고립·은둔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줄 때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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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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