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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인의 총' 복원 서둘러야

9월 26일은 4백년전 정유년(1597)에 임진왜란때 패퇴한 왜구가 다시 쳐들어와 남원성을 공격, 이들을 맞아 싸우다 1만의 군·관· 민이 전사한 날이다.

 

지난날 우리 역사는 참으로 많은 변천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임진왜란(1592)은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대 국난으로 흔히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우리측의 패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전란의 초기 단계에서 우리 관군이 연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전란이 우리의 패배로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잘못은 곧 문헌자료에 대한 정리가 미흡한데서 비롯되었음이 근래의 관련 세미나 등에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전란과 관련하여 지역성의 문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으니, 영남지역이 왜적의 상륙 및 침범지역이었다고 한다면, 호남지역은 병참지역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임진년에 시작된 전쟁에서 얻은 것이 없는 일본은 4년간 계속된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전쟁 당사국인 조선을 배제한 채 명나라와 강화회담에 들어갔으나 토요토미의 거부로 회담은 결렬 되었다. 강화회담이 결렬되자 토요토미는 조선에 대한 재침을 꾀하게 되었는데 그는 전라도에 대하여 특별한 한을 품고 다음과 같이 특별 명령을 내렸다.

 

“전쟁이 이렇게 오래간 것은 전라도민의 조직적인 반항이 심해서이다. 일본군은 전라도에 진격하여 일시에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충청도, 경기도와 그 외의 도에서는 알아서 하라”(豊臣秀吉 高麗再出 蔯法度).

 

임진왜란이 명나라를 친다는 구실이였다면 정유왜란은 전라도를 친다는 목적을 뚜렷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군이 전라도를 침략할 계획을 세우고 하동, 구례를 거쳐 호남의 관문인 남원을 침공하여 오자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은 병력을 남원에 집결, 이를 사수하고자 하였다.

 

당시 9월 23일 왜장 고니시유키나가 이끈 왜군 5만6천의 대군을 맞아 아군 1천명과 원군 3천명이 민초들과 힘을 합하여 이날 밤부터 26일까지 사력을 다하여 싸웠으니 중과부적으로 당하지 못했다. 당시 성을 지키던 모든 장수들과 민간인등 1만여명이 전사하고 성은 함락됐다.

 

북문에서 최후까지 항전하던 우리 군관민의 시신을 한데 모아 무덤을 만드니 그 무덤이 바로 ‘만인의 총’이다.

 

성은 비록 함락되었으나 사력을 다하여 싸운 남원성민의 저항으로 왜군들은 전열이 흐트러지고 전력이 소실, 전선에 이상이 생기자 얼마되지 않아 퇴각하고 말았다.

 

당시 3일 전투에서 전사한 군· 관· 민의 수가 1만에 이른바 이는 세계 전투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큰 싸움이었다.

 

1910년에 조선의 국권을 빼앗은 일본은 전라선 철도를 부설하면서 그들의 패전 기록지인 남원의 북문 밖 ‘만인의 총’을 깔아 뭉개 남원역을 부설하는 잔인함을 보였고 그곳이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조국이 광복된지도 55년이 지났고 또 역사를 되돌아 보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잡을 때도 되었다. 1만의 군·관 ·민이 항전하다 죽은 남원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되었다는 사실만에 초점을 맞추어, 임진왜란때 금산성을 지키다 순절한 ‘칠백의 총’에 비하여 홀대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더 늦기전에 역사를 공부하시는 사학자들은 자료를 모아 왜곡되고 굴절되어 빛 바랜 역사를 바로잡아 1만여명이 순절하여 승전의 계기를 이루어 낸 남원성 전투에 대하여 더 조명하여야 할 것이며,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마침 전라선 철도 이설 계획이 추진중에 있으니 그와 연계하여 격전의 현장인 ‘북문’원래 ‘만인의 총’의 현장을 복원, 바르게 보존하고 가꾸어 민족의 성지로 만들고 애국애족의 교육장으로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하지 않는 민족은 그 슬픔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세계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안한수((사)춘향문화선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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