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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베이징의 洋弓

 



고구려 무용총(舞踊塚)의 서쪽에는 고구려인의 기상이 담긴 채색 수렵도가 있다. 벽화에는 큰 나무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소가 끄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고 왼쪽에는 사냥을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사냥은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5명의 말 탄 사람이 활시위를 힘껏 당기며 사슴과 호랑이를 쫓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냥하는 모습이 참으로 희한하다. 활을 쏘는 사람들이 사슴과 호랑이를 쫓으며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슴과 호랑이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사냥감을 쫓으면서 거리를 좁혀서 활을 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라 재미가 없으니 사냥감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활을 쏴야 제 맛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신궁(神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궁이라면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를 빼 놓을 수 없다. 황산대첩에서 왜구의 적장은 아지발도(阿只拔都)라는 장수로서 나이 겨우 십 오륙세되는 약관이지만 흰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는데 빠르고 날래기가 어느 누구와 비길 데 없이 용맹하였다고 한다. 아지발도가 말을 달려 지나칠 때마다 쓰러지는 고려 군사가 부지기수라 감히 당할 자가 없었다.

 

적장 아지발도는 얼굴까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활을 쏠만한 틈이 없었으니, 이를 본 이성계는 활로 아지발도의 투구를 쏘아 맞추어 떨어지게 한 후 그의 의동생 이두란으로 하여금 아지발도의 목을 쏘게 하여 적장을 제압하였다는 전사(戰史)가 전해지고 있다.

 

선조들의 신들린 활 솜씨를 이어 받기라도 하듯이 우리 한국의 양궁은 세계 제일이다. 한국 여자 양궁이 LA대회 이후 시드니 올림픽까지 5연패(連覇)를 달성하고 남자 양궁도 이에 못지 않게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런 우리 남녀 양궁 선수들이 최근 제41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각기 본선에 올라 중국 베이징의 양궁센터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선수들의 활시위를 지켜보면서 그 옛날 안시성 싸움에서 활을 쏘아 중국 당태종의 눈을 맞추어 간담을 서늘케 했다는 양만춘 장군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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