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18:38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수지金’망령

 



14년전에 홍콩서 죽은‘수지 김’망령이 끝내 잘 나가던 전직 경찰 총수의 발목을 잡았다. 이무영(李茂永) 전 청장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그에겐 국정원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경찰 호남인맥의 대표주자로 현 정권들어 승승장구했던 그가 뜻밖의 사건으로 비운을 맞게된데 대해 도민들의 시선이 안타깝다. 재임중 하위직 처우개선과 파출소 3교대 근무확립,시위현장의 ‘무(無)최루탄’원칙고수등 경찰개혁에 광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그였다. ‘포돌이’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친근한 경찰상을 심어준 발상도 인상적이다.

 

임기 2년의 청장직을 물러난 그의 다음 목표는 고향인 전북 도지사 출마였다.

 

공식적으로 표명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발빠른 행보로 지평을 넓혀 나가는 중이었다. 여론의 향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꿈은 이번 사건으로 한낱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정치 현실이 그가 이러한 악재를 딛고 일어서더라도 재기할수 있을만큼 결코 평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이 전 청장의 소환설이 나왔을때만 해도 사람들은 ‘설마 구속까지야...’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측을 깨고 그는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검찰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는 이제 법정에서 판가름날 수 밖에 없다. 검찰은‘수지 김’사건당시의 안기부장이던 장세동(張世東)씨와 이학봉(李鶴棒)전차장등도 소환해 수사 확대하고 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죽은 ‘수지 김’과 그 가족들의 피맺힌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권력구조로 볼때 과연 ‘경찰의 책임’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것도 사실이다.

 

경찰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희생양’이라는 분노에 찬 항의 목소리들도 간과할수 없다는 말이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이 이 전 청장에게 주는 교훈도 있다. 사기(史記)에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반대로 난(亂)을 초래한다’고 기록해 있다.

 

지난해 2월 15일 국정원측이 수사중단을 요구했을때 이전 청장은 냉철한 이성으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오늘 그가 겪는 시련의 단초는 바로 거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