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 감금, 인신매매…….
대명동 참사로 윤락과 감금 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당시 관련 기관들이 앞다퉈 ‘재발방지 약속’을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다시 대형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감금과 윤락강요, 인신매매 등 유흥가의 여종업원들의 인권유린 행위가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개복동 참사는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유흥·윤락업소 여종업원들에게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르는 ‘참사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복동참사를 계기로 또다시 불거진 윤락가의 ‘인권사각지대’문제와 대안을 점검해본다.
◇화재발생과 수사진행 상황
지난달 29일 정오께 군산 개복동 유흥가에 있는 유흥주점 ‘대가’에서 불이 나 여종업원 등 14명이 숨졌다. 사상자들은 이날 업소 1층에서 현관문과 2층 계단 등의 문이 잠긴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사고현장에서 경찰이 수거한 유류품 가운데는 인신매매가 이뤄졌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현금보관증서와 노예윤락을 위한 취업각서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고업소의 실질적인 업주는 초호화주택을 신축중이었으며 고급 외제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성단체 등에서 대책위를 꾸리고 공무원 유착관계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참사는 1년 반 전에는 1㎞ 떨어진 대명동 무허가 윤락가에서 5명이 화재사고로 참변을 당했으며 1년 전에는 부산의 대표적인 윤락가 ‘완월동’에서 4명이 숨지는 사고에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충격을 더했다.
그러나 잇단 화재 참사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은 사후약방문 격으로 또다시 재발방지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도 공무원 유착의혹과 함께 경찰 자체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강한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
◇참사로 드러난 윤락가 인권실태
이번 참사는 윤락녀들의 인간이하의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독버섯처럼 흩어져 있는 윤락가 업주들은 예외없이 여종업원들을 감시,통제하는 등 사실상의 감금상태에서 착취를 일삼고 있다.
군산시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현장에서 밝혀졌듯 이들 업소는 출입문과 탈출구를 봉쇄하고 목욕탕과 미용실 등 10여명씩 단체로 출입하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본보가 단독취재 보도한 ‘대가’의 전 여종업원 0양(23)에 따르면, “생리를 억제하는 약을 먹으며 손님을 받아야 했고 규칙을 어길 때는 짐승처럼 매를 맞았다”면서 “일이 끝나는 이른 아침에야 잠을 잘 수 있지만 몸이 녹초가 돼 꿈조차 제대로 꿀 수 없었다”고 치를 떨었다.
0양은 또 통상 ‘삼촌’이라 부르는 감시원들의 철저한 통제 속에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1평 남짓한 쪽방에서 기거하거나 단체로 잠을 자야 하는 등 감옥이나 다를바 없었다며 몸서리쳤다.
윤락 자체가 불법이어서 포주나 손님에게 얻어맞거나 착취를 당해도 벌금과 전과가 뒤따를 것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갖은 수모와 희생을 감수해 왔다는 것이다.
◇어정쩡한 법률 처벌강도 문제
성매매를 범죄로 간주하고 이를 조장하거나 착취하는 자는 물론 성을 매매한 행위자도 처벌하는 금지 위주의 어정쩡한 법률과 경찰의 형식적인 단속, 솜방망이 처벌이 사고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복동 화재참사가 난 업소 ‘대가’가 지난 2000년 9월 ‘윤락과 감금혐의’로 단속됐지만 벌금 70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동 화재 이후 ‘윤락강요와 감금’이 없다고 강조해온 사법당국이 정작 윤락·감금 처벌을 수십만원대의 벌금수준에 마무리한 것은 ‘봐주기식 처벌’이라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불법 매매춘의 근본원인은 외면한 채 감금과 착취가 일상화된 윤락가 내부의 인권유린을 단속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경찰과 행정기관이 처벌의 강도를 높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공권력이 윤락가 내부의 인권을 문제삼는 것은 불법인 성매매를 인정하는 자기모순이어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바람에 이를 악용한 업주들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업주들은 주택을 불법개조해 1평 남짓한 쪽방을 여러개 만들어 영업장소로 사용하고 탈출을 막기 위해 비상구를 합판으로 봉쇄하는 한편 2중 잠금장치 등 특수 자물쇠를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들의 단속과정에서의 유착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이 경찰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보이고 있어 수사결과에 논란이 예상된다.
<일지(日誌)로 본 개복동 화재참사>
△29일
-화재발생(오전 11시 32분, 추정)
-군산시·경찰서·소방서 합동 브리핑(오후 3시30분)
(사망자 11명, 4명 중태. 사상자 2층에서 자고있었다 소방서 추정발표)
-사망자 1명 추가(오후 10시30분)
△30일
-경찰, 개복동 화재참사 수사본부 설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사상자 1층에서 2층 탈출시도 감식결과 발표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13개 단체, 화재참사대책위 구성
-화재현장 수거한 유류품 등 공개(오후 4시 군산경찰서)
△31일
-경찰, 사고 업소 현관문 특수키 설치 인정
-실질적인 업주 이성일씨 공개수배
△1일
-이성일 소유 차량 익산서 발견
-유가족 대책위 군산시장에게 항의서 전달
-최초목격자 임모씨 자진출석
△2일
-대책위, 성매매 근절과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진상규명 집회
-여야 여성의원 현장조사, ‘성매매방지 특별법’발의 결의
△3일
-경찰, 이성일씨 부인 김용자씨 공개수배.
(현상금 5백만원에 일계급특진)
△4일
-군산시장 유족들에게 사죄성명발표
-화재업소 실질적인 업주 이성일 검거
-사망자 1명 추가, 부상자 2명도 뇌사상태
△5일
-경찰, 이성일씨 조사 중간 브리핑
-군산시·유족, 위로금·장례일정 등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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