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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우리는 언제까지 천사인가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을 무렵 발생한 서해교전은 모처럼 조성된 자부심과 민족화합 분위기를 일순간에 깨뜨려 버렸다. 태극전사들의 선전과 온 국민이 하나된 신명나는 응원으로 전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한편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화합은 일순간 온데 간데 없고 북한에 대한 성토, 정부의 대응자세 및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 나아가 일전불사의 분위기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도대체 지구상 어디에 이와 같이 천당과 지옥이 동시에 교차하는 곳이 또 있단 말인가. 

파울했더라도 흥분하면 손해

우리는 왕왕 분단국가가 치뤄야 할 대가를 잊고 살기 때문에 우리만 당하는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서해교전의 현장인 백령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북한 땅 장산곶이 빤히 보여 북한이 과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곳이다. 문제의 북방한계선은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정전협정이 아닌 유엔군 단독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북한이 트집을 잡는데 빌미가 되고 있다. 

또한 꽃게 한 마리도 더 잡겠다는 어부들의 지나친 부지런함이 때로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해교전이란 말은 귀에 익어도 동해교전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하지 않았는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간의 분쟁에 있어 어느 일방은 천사이고 어느 일방이 악마이며, 어느 일방은 피해자이고 어느 일방이 가해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북한과의 이해충돌이 있을 때마다 과거 독재정권 및 극우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은 항상 악마이며 가해자이고 우리는 항상 천사이고 피해자라는 논리로 국민들의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이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그 이전까지 어렵게 이루어 놓은 대북관계개선을 원점으로 돌려놓던가 아니면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관계복구비용을 지불하게 하였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도 보았듯이 상대방이 아무리 악랄한 파울을 했더라도 흥분하면 결국 더 큰 손해를 본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은 우리 민족이요 이웃이다. 서투른 감상론이나 알량한 동정론으로 북한을 이해하거나 옹호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처해있는 이 분단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여 대처하자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마음이 잘 맞는 이웃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령 마음에 맞지 않는 이웃을 만난다 하더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마음에 안 맞는 이웃이라 해서 사사건건 다툰다면 얼마나 삶이 피곤하겠는가. 

결국 내 손해다. 북한과 아예 상대를 안하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가능한 이야기인가.

야생마 조련사같이 냉정해야

북한의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우리만 천사이고 피해자며, 우리만 무조건 옳고, 나아가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에 대해 이를 이적행위로 몰아 부치는 처사는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설령 북한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맞대응 한다면 우리도 북한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체제경쟁은 끝난 것 아닌가. 아직도 공산주의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교도소에 보낼 것이 아니라 정신감정을 통해 정신병원에 보내야 할 것이다. 

사나운 야생마를 노련하게 길들이는 조련사와 같이 냉정하자. 힘들고 답답하다고 조련사가 야생마와 같이 날뛴다면 명마 만들기는 이미 틀린 것이다. 냉정하자.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정하자. 아무리 야생마같은 북한이라도 주저앉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남천현(우석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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