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山鳥飛絶하고 萬徑人 滅인데 孤舟 笠翁이 獨釣寒江雪이라
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고주사립옹 독조한강설
산이란 산은 모두 새의 날음도 끊기고 길이란 길엔 다 사람의 종적이 사라졌는데 외딴 배 한 척에 도롱이를 쓰고 앉은 노인은 홀로 찬 강(江)의 눈을 낚고 있네.
당나라 때의 문장가이자 시인인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강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이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의 고요한 풍경을 너무나도 깔끔하게 표현한 시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외딴 배에 앉아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노인은 과연 고기를 낚고 있을까? 아니면 눈을 낚고 있을까? "눈을 낚고 있다"고 한 유종원의 표현이 신선하다. 2∼30년 전 만 하여도 눈 내리는 풍경은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답고 정겨웠었다.
눈이 내리면 아예 바깥출입을 멈춘 채 방에 군불을 따뜻하게 지펴 넣고 고구마라도 한 소쿠리 쪄놓고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삼대가 한집에서 아늑하고 평화롭게 지내던 그런 겨울,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와 눈발이 한데 섞여 어쩌다 한 사람, 길가는 이의 뒷모습을 더욱 뿌연 빛으로 가려주던 그런 눈발이 있는 겨울,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아이는 책을 읽고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며 건넌방에서는 아버지의 가마니 치는 소리가 들리던 그런 겨울이 바로 2∼30년 전 우리의 겨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풍경이 없다.
산골 마을까지 호화롭게 들어선 리조트의 눈썰매장이 요란하고, 거리는 온통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량들로 불안하고, T.V는 시시각각 교통 정보를 알리느라 부산하다. 아! 이제 정말 고요한 겨울은 언제 어느 곳에서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絶:끊어질 절 徑:길 경 :자취 종 滅:멸할 멸 :도롱이 사 笠:삿갓 입 釣:낚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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