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배정 이후 학부모와 전주교육청간 갈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 학부모들은 연일 교육청을 찾아 학교 재배정을 요구하며 재배정이 안될 경우 중학교 입학 포기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이다. 학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릴 만도 하다.
나란이 붙어있는 다른 아파트단지들의 경우 인근 학교에 갈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유독 자신들의 아파트 단지만 인근 학교에 갈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킨 교육행정에 대한 납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먼 거리에다 신축도 덜 된 상태에서 이제 막 개교하는 학교에 어느 부모인들 선뜻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특히 평수가 적은 아파트에 사는 약자이기에 '무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더욱 화 날 일이다.
단체 행동에 나서 두드러져 보일 뿐이지 실제 학교 배정에 불만을 갖는 학부모들은 이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 때문에 학교 옆으로 이사를 했는 데 결과는 인근 학교를 2개씩이나 거치며 교통도 불편한 먼 곳에 배정됐다는 학부모도 있고, 걸어서 1시간 걸리는 먼거리에 배치돼 중학교도 재수를 해야 하느냐는 학부모의 하소연도 나온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혼자만 특정 중학교에 배정돼 하루 종일 우는 아이 때문에 속상해 하는 학부모도 안타깝다.
학교 재배정을 받으려고 재배정 신청을 한 경우도 벌써 2백명이 넘었다. 겉으로는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이라지만 내막은 소위 '기피 학교'로 낙인찍인 중학교에 배정된 이유가 대부분이다.
실제 이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소만 옮기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기피 대상 학교의 경우 지난해 배정된 신입생 중 학급당 3∼4명씩 빠져나갔을 정도다.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자신의 아이가 공부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아파트 평수가 작은 집 아이들과는 결코 같이 공부시킬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부모를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거짓으로라도 주소를 옮겨 기피학교를 떠나는 게 아이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교육청의 잘잘못과 제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왜 하필 우리냐'는 생각보다 '나의 작은 불편이 다른 사람의 더 큰 불편을 덜어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을까.
/ 김원용(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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