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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장한 아내·며느리 상으로 위안되나

허명숙 편집부국장

 

 

5월 가정의 달도 며칠 남지 않았다.
5월이면 장한 아내, 장한 며느리상 그리고 시군에서 시민의 장, 군민의 장 등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 쯤 신문지상에서 고생으로 찌든 얼굴에 웬지 어색스런 표정의 50대 이상 여성 또는 할머니들의 얼굴 사진을 어김없이 보게 된다.

 

한결같이 일생일대 처음으로 사진이란 것을 찍은데다 어거지로 찍힌듯한 표정들이다.

 

'효' 여성에 전가된 듯한

 

자신의 과거는 물론 현재 미래도 없이 오로지 일방적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 봉사한 얼굴. 이들의 일생은 소설보다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아릴 정도다.

 

따뜻한 배려와 진실한 도움, 친절한 위로의 말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다. 상으로 이들을 위로할 수만 있다면 수십번, 수백번 시상을 해도 모자라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여성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슬함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담아 외치는 '효'를 온통 여성쪽의 일로만 잡아놓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가 효라는 거대한 이름으로 여성에게 책임을 손쉽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함께, 왜 기관에서 여성에게 주는 상은 치매 앓고 중풍으로 누워있는 가족 수발로 한평생을 보내는 '효행' 위주로만 한정해서 선정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기 때문이다.

 

양성 평등을 국가적인 과업으로 내걸고 추진해나가는 현 시대에도, 여전히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무조건 자신을 양보하는 여성을 추구해야 할 여성의 전범(典範)으로 내세워야 하는가.
이웃에 60대 초반의 손주까지 본 할머니가 계신다.

 

이 할머니는 젊었을 때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시절을 다 보내고, 그 나이에도 시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며느리 역할하느라 별다른 일이 아니면 집안을 지켜야 한다. 하루 세끼 시부모님 식사 챙기고 돌보느라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조차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효는 여성들에게 당연하지만 피하고 싶은 것, 사람 잡는 괴물, 죄스러움이나 부담, 답답하고 억압적인 이미지, 며느리가 고생하는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효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남성들이 효를 의무나 책임으로 부담스럽게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과 또 다르다. 이에 대해 혹자는 혀를 차며 버릇없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탓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사노동을 여성이 떠안고 있는데다 책임 역시 여성이 지는 상황에서 효 등 가족의 문제를 개개 가정이 담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 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 3자의 손길이 항상 필요한 노인환자를 각 가정에서 감당하기는 너무 버겁다. 부부가 충분한 상의도 없이 일방 특히 남성이 무조건 부모를 모시고 여성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가정불화에 가정이 해체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제, 어떤 정책자라도 가족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는 가족 해체에 따른 사회적인 불안과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에너지 역할 여성도 박수를

 

물론 자신을 오롯이 다 바쳐 가정을 지켜온 여성들을 격려하는 자리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각자의 일을 성실히 하면서 사회 에너지 역할을 해온 여성들에 박수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일전 안양시가 안양을 빛낸 여성상과 화목 평등 부부상 추천을 발표했다. 여성상은 문화 체육 환경 의료 사회복지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편 여성, 부부상은 결혼한지 10년 이상된 부부로 부부간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이 평등하고 가사노동 자녀양육 등에서 모범이 되는 부부가 해당된다고 안양시는 밝혔다.

 

가정의 달,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뒤에 묶여 있는 여성들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때다.

 

/허명숙(본사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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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숙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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