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군산세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농산물을 들여 온 보따리상 2명이 기준량(5㎏) 초과분을 세관에 유치당한데 항의, 압수된 물량을 되찾은 뒤 입국장을 나섰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적용된 혐의는 밀수.
현행범으로 붙잡힌 보따리상 정모씨(34)는 "당시 입국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홧김에 취한 제스쳐였는데도, 세관 직원이 입국장 문을 의도적으로 열어줘 밖으로 나서게 됐다”고 세관측의 '함정 체포'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정씨 등 2명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기준량을 훨씬 웃돈 농산물을 들여온 것과 세관측의 처사에 화가 나 소란을 피운 것 정도다'고 털어놨다. 군산세관의 조사를 받은 이들은 '무역 경험이 없는데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바로 풀려났다.
봇따리상과 세관 직원의 밀고 당기는 실랑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운을 남겼다. 군산세관은 지난 12일부터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자, 보따리상 등 소무역상의 빈축을 사고 집단농성 등 노골적인 반발로 이어졌다.
하루 평균 70∼80명이 군산세관을 통해 입국하고 있지만, 정씨처럼 중국산 농산물을 들여오는 보따리상은 60∼7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행처럼 되풀이됐던 세관의 관대함은 더 이상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떼쓰기식'으로 밀어부쳤던 소무역상은 1백80도 자세가 달라진 세관의 모습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영세하다'는 이유로 묵인돼 왔던 엉성한 통관절차. 첨예한 대립속에 조금씩 정착돼 가고 있으나 어딘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세관 관계자는 말한다. 운삯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이득을 챙길 수 없는 처지인데도 '세관만 잘 통과하면'하는 안일한 생각, 그리고 '막연히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지. 이런데도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갑자기 확 달라진 통관절차에 당장의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보따리상들. 그들을 방관할 수 없는 건, 세관의 관행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논리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안태성(본사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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