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에 대한 '전북경찰의 짝사랑'은 어처구니 없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블랙 코미디였다. 또 경찰은 코미디라는 장르(genre)에 '편지의 감동(?)'까지 간간이 섞는 기교까지 부려 무겁기만한 코미디에 또다른 무게를 실었다.
왜 전북경찰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택했을까? '웃기는 일'에 능숙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3년전 형확정판결로 이미 종결된 사건에 새로운 용의자가 등장함으로써 코미디의 1막은 시작된다.
지난5일 군산경찰은 2000년 8월10일 익산 영등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김모씨(22)를 긴급체포했으며, 용의자로부터 범행사실을 자백 받는데 성공했다.
그럴듯한 주제때문인지 차츰 무대는 밝아졌고, 신바람이 난 군산경찰은 상부에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뿔사 군산경찰이여! 이미 10년형의 형확정판결로 종결된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라니….”
1막이 끝날즈음 공조수사의 허점을 드러낸 군산경찰은 상부의 질책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허둥대던 배우(경찰)들은 하나둘씩 자신감을 잃어갔으며 그때부터 관객(언론)들을 몰아내기 위한 숨막히는 작전이 전개됐다. 관객없는 극장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준비하려던 군산경찰은 마지막 승부수로서 구속영장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이 눈치 저 눈치 그리고 증거부족 때문에 여의치 않게 됐다. 무대는 잠시 불이 꺼진 상태다.
그 순간 코미디 2막을 시작한 익산경찰.
군산의 '진범 사랑'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뒤질세라'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펼쳐보인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들에 대한 고마움과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천안 소년교도소 최모군(19)의 편지.
"진짜 사랑이란 이런거야. 사랑한다는 말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자신있게 꺼냈다.
확정판결까지 거친 살인사건의 범인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전전긍긍하던 익산경찰은 군산 용의자의 방면과 함께 편지의 위력을 한껏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진범에 대한 군산과 익산경찰의 희비. 곧 3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찰은 이제 희비를 생각하기보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홍성오(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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