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1만2천명과 5천명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이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새만금논쟁종식 전북도민궐기대회'행사의 참가인원을 매체들이 각각 보도한 것이다. 1만2천여명은 도내 언론, 5천여명은 대안언론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인터넷 신문에 올라 있다.
논란 첨예 보도성향도 극과 극
새만금을 둘러싼 논쟁에서 찬반론자의 시각차는 이같은 숫자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찬성론자들은 가능한 부풀리고 반대론자들은 가능한 줄이려 든다. 언론의 논조 또한 이 사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거리를 갖는다. 이러한 편향성을 '언론 보도의 새만금현상'이라고 하면 어떨까.
새만금 논쟁은 91년 착공 이후 크게 두차례 불꽃튀는 접전을 보였다.
하나는 1999-2001년의 민관공동조사와 국민토론회요, 또 하나는 지난해말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이후 중단요구와 방어의 공방은 섬광이 번뜩일 정도다. 또한 지난번 공방이 말과 논리의 대결이었다면 이번 공방은 몸을 던져 행동하는 형세다. 그만큼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절박감이 배어있다.
이번 공방의 선제공격은 반대측의 3보1배(三步一拜)라는 종교의식으로 시작되었다. 65일간 부안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이 행사로, 새만금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죽하면 성직자들이 목숨을 걸고 나섰겠느냐”는 울림을 주었다. 인간의 원초적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이 먹혀든 것이다.
반면 찬성측은 서울 여의도에서 도민총궐기대회로 맞섰다.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등이 삭발함으로써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같은 첨예한 논란을 비추는 언론의 보도성향은 극과 극이다. 환경단체나 언론모니터단체는 전북의 언론이 지나치게 찬성측에 편향적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나아가 새만금 반대운동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만 힘쓸뿐 진지하게 대안을 고민하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부추킨다는 것이다.
상당부분 옳은 지적이다. 최근의 보도만 보아도 '새만금 사수 도민봉기''조개살리자고 전북 짓밟나''난도질 더는 못참겠다''새만금 환경논쟁, 판을 거둬라'등이 1면과 사설란을 도배하고 있다. 이것만 보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비록 상당수 도민들의, 개발로 부터 소외된 한서린 정서를 반영한 것이긴 하나 반대측 의견이 너무 묵살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똑 같은 잣대로 중앙언론을 보라. 거의 같은 정도의 편향성을 보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니,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더 큰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TV나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은 새만금을 해서는 안될 사업으로 분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략적으로 출발했고 전북의 지역이기주의로 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매체들은 3보1배는 성스러운 것이요, 도민궐기대회는 관제데모로 묘사하고 있다.
전북 '왕따된 섬'으로 고립시켜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은 악(惡)의 편이요 수구·보수 이기주의 집단이며, 새만금에 반대하는 사람은 선(善)의 편이요 양심세력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결과적으로 언론의 편향성은 전북을 '왕따된 섬'으로 고립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찬성이든 반대든 팩트에 충실하고 반대편의 의견에 귀기울이는게 보도의 ABC가 아니던가. 그래야만 1만2천명과 5천명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상진(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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