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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속 지혜] 돌이 모래 되도록

 

만약 꿈속에 달려간 나의 혼에 발자취가 있다면 아마 그대 집 문 앞의 돌길은 이미 모래 길이 되었을 것이오.

 

若使夢魂行有跡이면 門前石路已成沙라

약사몽혼행유적 문전석로이성사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으로 알려진 이옥봉(李玉峰)이 쓴 〈몽혼(夢魂)〉이라는 시의 3,4구이다.

 

꿈속에서라도 찾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수도 없이 그대의 문전에 찾아갔을 테니 그대 집 앞의 돌길은 내 발걸음으로 인해 닳고닳아서 진작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는 표현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렇게 표현했을까? 요즈음도 이렇게 가슴 타는 보고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교환하고 차만 타면 불과 몇 시간 안에 어디라도 가서 만나볼 수 있는 이 개명 천지에 그런 보고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한 맺힌 보고픔과 그리움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남북 이산가족이 바로 그런 분들이고 이라크의 전쟁 복구를 위해 이역 땅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장만하지 못하여 친척집에 얹혀 살거나 떠돌이로 살면서 그리운 가족을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고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며 사는 사람이 있다.

 

쌀쌀한 가을, 왠지 슬퍼지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보고픔을 참고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가을에 우리 가슴 안에도 아름다운 보고픔이라면 그런 보고픔 하나를 장만해 보도록 하자.

 

若:만일 약 使:하여금 사 夢:꿈 몽 魂:영혼 혼 跡:자취 적 沙:모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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