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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돼지구이論

 

'내 친구 M이 친절하게도 내게 읽고 설명해 준 어떤 중국 문헌에 의하면…'으로 시작하는 찰스 램의 수필 '돼지구이론'은 제목 그대로 돼지구이에 대한 유래를 소재로 한다. 오래 전 읽었던 이 수필의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돼지를 사치품 정도로 알았다는 인식, 우연한 기회에 돼지가 불에 타 죽게 되었다는 사건, 어설픈 아들 보보의 돼지에 대한새로운 경험, 즉 불에 탄 새끼 돼지의 맛을 본 경험, 이런 아들을 징계하는 아버지, 이들 부자에 대한 배심원들의 평결과 재판관의 태도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엉둥하게도 이 돼지구이론이란 작품이 머릿속을 스치게 만든 것은 요즈음의 우리나라 정세 때문이다. 정치에 관한 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알면서도 '생각의 참을 수 없는 유로(流露)'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어리석음의 전철을 밟는다.

 

'돼지구이론'의 중국 사람들은 금기시 하는 관념을 하나 갖고 있다. 즉 돼지는 태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대통령 역시 마구 다뤄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을 예전에는 했었다. 돼지가 불에 탄 것이 우연이었다면 대통령을 험담하는 것은 고의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더 고약하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그 긍정적인 반응, 즉 맛이 좋아서 아버지까지 범죄행위에 동참하게 되는데 대통령에 대한 험담에 영합하는 무리들이 얻으려 하는 것이 과연 나라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잇는지 알 길이 없다. 돼지구이에 대한 사람들의 금기(禁忌)가 깨진 것은 재판관과 배심원 등이 이들 부자의 행위가 이유있다고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이후 북경에서는 돼지우리에 말 그대로 '불 났다'는 찰스 램의 이야기다. 이런 황당할 만큼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돼지의 자리에 대통령을 넣어 부정적으로 패러디된 현실이 한국의 정치판 아닌가 싶다.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권위가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일례로 교사를 평범한 직장인으로 인식하게 된 발판은 사소한 데서 출발했다. 늘상 예비 범죄자로 만드는 촌지 이야기 등이 주된 불쏘시개였다. 특정 사건을 일반화된 관념으로 보편화시키는 것, 나쁘게 말하면 사건의 왜곡과 확대재생산하는 악역은 예나 지금이나 일부 언론이다. 이제는 대통령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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