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 군산본부장
토목직 공무원들사이에 나도는 이론(理論)이 있다.
방죽론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방죽을 파면 고기가 몰린다는 뜻이다. 방죽도 없는데 무슨 고기가 놀겠는가 하는 이치다.
그동안 낙후지역에 살아온 우리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에 적극적인 투자(공급)를 함으로써 지방에도 큰 방죽을 만들어 많은 인구가 몰려들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절규하다시피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수요가 있는 곳에만 공급을 해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철저하게 외면, 수도권에만 모든 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를 집중함으로써 큰 방죽을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수도권에만 인구는 물론 국내 거의 모든 기관과 기업등이 몰릴대로 몰려 비대현상이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군산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어 그나마 있는 방죽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약 2년전 당시 전북출신의 한 군산해양청장은 토목직공무원을 청장실로 불러 들였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는 5만톤급의 파나막스급 선박이 운항을 하고 있는데 군산항에는 그껏해야 2만톤급부두가 고작이냐”면서 현재 3만톤급으로 계획된 부두를 5만톤급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그 토목직 공무원의 대답은 ‘NO’였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연발했다.
그러나 그는 “안되는게 어디에 있느냐”고 다그쳤고 결국 5만톤급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가 마련돼 마침내 오는 5월 준공된다.
당시 그 청장은 자체 감사에서 기본계획조차 무시했다며 지적을 받았지만 그의 이같은 노력으로 5만톤급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와 양곡부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부두의 탄생은 그동안 인천이나 광양항으로 드나들던 많은 컨테이너선박을 군산항으로 몰려들게 함으로써 침체된 군산경제의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한 공무원의 의지와 고집이 하나의 방죽을 만들어 놓은 셈이었다.
최근 비응항 개발사업에 대한 시민환영대회가 열렸다.
이 사업은 당시 군산시에서 폐항이 거론됐던 비응항을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만들어 놓은 대역사다.
당시 공무원들도 눈을 돌리지 않았던 이 사업을 시민들이 힙을 합해 정부에 제안을 했고 이 사업은 정부로부터 타당성을 높이 인정받아 추진되게 됐다.
약 1천4백억원이 투자되고 국내 최초로 관광개념이 도입된 어항을 만드는 이 사업은 군산항을 무역항으로 만들고 그동안 침체된 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안됐지만 새만금방조제와 함께 군산으로 많은 인구를 몰려들게 하는 또 하나의 큰 방죽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정부가 방죽파주기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니 기대할 수도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 준다는 정부의 고집스런 논리를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방죽을 파야 한다.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도 미적인 감각을 동원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고 기업유치를 적극 지원해 투자를 유인하는 것도 외부 인구를 지역내로 끌어들이는 작지만 소중한 방죽이 될 것이다.
군산은 아직 발전여지가 많은 미완(未完)의 도시다.
시민들이 머리를 짜내고 힘을 합해 만들어 놓은 비응도개발사업과 한 공무원의 의지로 건설된 5만톤급의 부두에서 볼 수 있듯이 방죽을 만들기 위한 시민과 공무원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군산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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