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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직장인 극단 '심심' 정기공연

 

'나는 왜 아버지를 잡아먹었나'. 제목부터 과격하다. 아버지를 잡아먹다니…. 영국 기자출신 작가 로이 루이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직장인극단 '심심'의 세 번째 정기공연(6일 오후 7시 전주창작소극장).

 

극은 불을 발견하고 수렵 생활을 시작한 원시인 일가족의 생활이 주요 소재다. 나무 위에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보수'에 맞서 과학자이자 철학자로 상징되는 아버지(서대원 분)가 불을 이용하고, 가축을 길들이고, 예술을 향유하고, 족외혼 관습을 정착시키면서 드러나는 다양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인터넷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인류문명 변화의 1순위는 직립보행이나 불의 발견. 서툴게 내뱉는 아버지의 대사나 코끼리 다리 한쪽을 느려터진 속도로 야금야금 뜯어대는 어머니(심재순 분)처럼 인류의 문명도 한 걸음씩 가끔은 더듬거리기도 하면서 시작했을 것이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곱씹어 볼만한 일화들이 많다. 철학, 사랑, 꿈, 예술 등 진보를 꿈꾸는 원시인의 생각은 이 단어들의 원래 의미를 생각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옥의 티는 '인류학'이란 이름을 빌어 뱉어내는 여성에 대한 편견. 극의 내용에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직장인극단이 아니었다면 곱지 못한 시선들도 있었을 것이다. 조명이 꺼지면, (배우들이 어둠 속에서 동선을 잡기 위해 붙여놓은) 형광 테이프들이 별처럼 반짝이던 무대도 마찬가지다.

 

극의 시작 무렵, 제작자 김병수씨는 "무대 배경과 소품을 제작하는데 5만원 들었다”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연극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객석은 쉽게 동요(?)하지 않았다. 한 작품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자신의 일정을 포기하는 열정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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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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