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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법의 슬기를 기대한다

조상진 정치부장

 

우리나라 헌법 교과서 첫장을 열면 '헌법의 개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서 헌법은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정치적 사실이요, 또 하나는 법규범 측면이다. 정치적 측면은 헌법의 성립과 개정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독일 나치시대의 법학자 칼 슈미트(Carl Schumitt)의 입을 빌면 '헌법은 헌법제정권자가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 대립하는 정치적 세력들이 항쟁한 결과 장차의 지배체제를 문서로 확인한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까지 말한다. 이에 반해 법규범으로서의 헌법은 두말할 것 없이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최상위의 법을 일컫는다. 이처럼 헌법은 법이면서도 고도의 정치성을 띠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대통령 탄핵문제도 이같은 헌법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정치적 행위와 법적 측면의 접점에서 충돌하는 모양새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인 3·12 대통령 탄핵안은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경제파

 

탄, 측근비리 등 3가지 사유로 되어있다. 이 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2/3를 훨씬 넘기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 대표로 이루어진 국회가 적법절차를 거쳐 통과시킨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셈이다. 이후 수십만명이 광화문을 비롯 전국적으로 촛불시위를 벌였다. 또한 대한변협과 법학교수, 시민단체 등에서 탄핵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4·15 총선에서 국민들은 탄핵안에 반대했던 47석의 미니정당 열린우리당에 152석이라는 과반이 넘는 지지를 몰아줬다. 이는 국회가 정지시킨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풀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이라는 외양으로 나타났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치(다수의 지배)와 법치(법의 지배)의 괴리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같은 괴리현상은 탄핵 철회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줄다리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탄핵철회론은 선거기간중 한나라당 서울지역 후보자와 소장파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 우수수 표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나온 것이다. 그러다 선거막바지에 박근혜 효과와 정동영 의장의 노풍(老風)발언에 힘입어 백중세를 보이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리고 총선 결과가 나온후 우리당측이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오자 완강하게 거부하는 몸짓을 보였다. 탄핵요구가 그만큼 선거용이었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측에서는 헌재 결정 수용여부를 노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아직도 보수진영에서는 노대통령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결국 정치와 법치의 충돌은 헌법재판소의 몫이 되었다. 탄핵심판은 국회 소추위측과 대통령 대리인단 사이의 신경전속에,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판결이 나오겠지만 헌법재판관 9인의 손에 나라의 운명이 놓여있다. 헌재 운영철 소장은"정치적 고려없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치적 사법기관'으로서 헌재가 왜 존재하며 헌법정신과 살아있는 법률해석이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로마인들은 판결(jurisprudentia)을 법(juris)의 슬기(prudentia)라고 했다. 이번 재판과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확대에 값비싼 교훈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9인의 지혜와 슬기를 바라보고 있다.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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