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부안주민을 사랑합니다. 부안이 원전수거물 유치신청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가고 얼마 전에는 전국 10개 지역에서 유치청원을 신청하여 수거물 사업도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원전수거물을 서로 유치하겠다는 지자체 간에 경쟁구도로 바뀌었습니다.
그 동안 부안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향에 대한 사랑 또한 이해합니다. 성난 촛불집회는 부안주민들의 지역사랑에 대한 자연적인 표현이며 정부와 국민에 대한 애절한 호소이기도 했습니다. 왜 하필 우리지역이냐며 서운함과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에 대한 분노의 표출인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진정한 주인은 그 지역 사람들의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주민자치원칙의 재천명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국가의 심장이자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에너지 사업에 몸담아 오면서 에너지 빈국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원자력발전에 강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원전의 안전을 추구하고자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일해 오다 이 사업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부안문제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책사업이 다 그렇지 뭐, 시골 사람들이니까 안돼, 우리지역으로 왔으면 수용했을 텐데, 민의를 저버린 결과지, 정말 수거물시설은 안전하긴 한거야, 선진국은 이미 여러 곳에서 시설을 운영한다는데 무엇이 문제지'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부안주민들의 진실을 저들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외지사람 그 누가 부안을 내 지역의 현안으로 인식하고 내 이웃의 문제로 받아들였을까요? 결국 부안문제는 부안사람들이 결정하고 판단해야 했습니다. 부안문제는 부안지역공동체와 부안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대동체로서의 역할이 필요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반핵관련자들이 '핵은 죽음이다'라는 말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핵은 분명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폭탄과 원자력을 혼동하는 그들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나 사업자는 수거물시설의 안전성을 지역주민이나 그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여러차례 제의했지만 쉽게 묵살하고 말았습니다. 설명회의 기회마저 차단하고 진실을 보고자 하는 일부 주민들의 귀와 눈을 막는 행동이 과연 국민을 대표한다는 그들의 정체성입니까?
최근 반핵관련 단체는 신규 유치청원이후 성명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안전에 대한 대국민 설명회의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어떻게 국민들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확신하며, 선진국이 운영하는 기존시설들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인가요? 무엇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이익이란 말입니까? 더 이상 그들의 비논리적인 선동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언제까지 그들과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해야 합니까?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 중 40%를 충당하는 원자력은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반면 원전수거물은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시설이며, 최근 계속되는 안전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원자력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관리는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 전반에 대한 정책결정을 시민·사회단체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자인 한수원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습니다. 원전수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유치청원 부지조사 및 부지선정의 모든 과정에 지역주민과 정부 그리고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공동참여단'을 운영하여 대국민 신뢰성을 제고해 나아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를 확보하여 전문성도 확보하고, 모든 분야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백정석(한수원(주) 기술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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