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주된 갈등 요인은 경제적 능력과 가정환경을 우선시하는 당사자 부모로 부터 비롯되고 있으며, 결혼 준비과정에서 혼수와 예단, 결혼비용 등 때문에 잦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자기중심적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결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등의 전통적 결혼관이 변화하고 있으나, 기성세대의 봉건식 혼례의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가치관의 갈등과 혼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주부클럽 전주·전북지회가 지난 4월20일부터 5월18일까지 전주, 군산, 익산에 소재한 예식장의 도움을 받아 예비신랑·신부 3백61명(남자 1백11명·여자 2백50명)을 대상으로 '결혼 전 갈등과 대처방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여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결혼 전 갈등의 원인이 되는 대인관계'를 묻는 질문에 부모님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고 응답한 대상자가 30.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당사자 30.3%, 형제자매 17.9%, 친구 15.9%, 친척 5.3% 등의 순이었다. 특히 결혼 연령대가 낮을수록 부모와의 갈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녀가 아직 어리다'고 판단하는 부모의 태도와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상대를 결정한 연애 커플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모가 결혼 상대방을 탐탐히 여기지 않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경제적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2백4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가정환경(2백8명), 성격(1백87명), 사회적지위(1백44명), 종교(1백31명), 학력(1백23명), 인상(1백20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부모가 결혼 상대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격'(2백26명), '인상'(1백79명), '가정환경'(1백74명), '건강'(1백69명), '경제적 능력'(1백5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가진 부모는 며느리감의 가정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반면 딸을 가진 부모는 사윗감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성별에 따라 사위는 외형적 측면을, 며느리는 내면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자녀 세대에 까지 그대로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부부는 또 결혼준비 과정에서 예물이나 예단 때문에 잦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생활수준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앞서 겪는 결혼의례상 갈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혼수준비(2백52명), 예단(2백25명), 결혼비용(2백13명)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결혼 전 갈등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서는 '부모의 간섭이 신경쓰인다', '친구에 대한 간섭이 심하다' 등 대인관계에서 적잖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대인관계는 물론 애정과 성문제, 습관의 차이 등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겪는 갈등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중 성문제에 있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과거 연애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여성(19%)이 남성(8.1%)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또 남성의 건강을 염려하며 겪는 갈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갈등 요인에 대한 대처 방법에 있어 애정과 성문제, 습관의 차이가 폭력적 요인으로 나타나 친밀감을 높게 지각할수록 갈등 상황에서 폭력적 양상을 띠는 반면 애정과 성문제에서 갈등을 적게 느낄수록 협동적 대처 방식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이혼율 증가와 가정붕괴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겪는 갈등을 파악하고 초기 이혼율을 낮추고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주부클럽 전주·전북지회 유미옥 부장은 "전통적 결혼관과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남녀 차별의식은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결혼 전 자녀를 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나 성개방 풍조에 따른 여성들의 대처방안도 아울러 논의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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