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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자기 배만 불리는 은행

권순택 경제부장

 

요즘 은행권에 쏟아지는 불만과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계와 기업 등 금융소비자는 물론이고 금융감독기관마저 잇속만 챙기는 은행들의 행태를 잇따라 질타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이에 은행들도 앞을 다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2%∼0.25%포인트까지 일제히 내렸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차일피일 미루던 끝에 0.05%포인트만 내리기로 했다. 예금금리 인하 폭의 1/5수준에 불과, 결국 쥐꼬리만큼 내리고 생색만 낸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금금리는 몽땅 내리는 대신 대출금리는 찔끔찔끔 내리는 방식으로 막대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액)만 챙겨오고 있다. 지난 2002년말부터 올 6월말까지 은행의 예대마진은 1.89%포인트에서 2.23%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은행들의 장삿속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은행마다 수수료 현실화를 이유로 각종 수수료를 대폭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올들어 자행환 및 타행환 송금수수료를 최고 33.3%까지 인상했다. CD 등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와 계좌이체 수수료,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이체 수수료,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등 제반 수수료를 20%∼50%씩 올렸다. 궁극적으론 은행 창구를 통해 이뤄지는 모든 고객업무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물리겠다는게 은행권의 발상이다.

 

덕분에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3조5천8백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총 자산 역시 2001년 8백30조원에서 올 3월 1천1백40조원으로 무려 3백10조원이 늘어났다. 반면 대출금 총액은 3백83조원에서 5백93조원으로 2백10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신 남는 자금 1백조원은 채권 투자 등 안전자산 운영에만 주력해왔다.

 

극심한 경기불황속에서도 은행권만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금감원과 한국은행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얼마전 취임한 윤증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 가진 상견례에서 “금융이 실물 경제를 리드하고 선순환으로 연결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IMF 환란이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회생한 은행들이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취지다.

 

최근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던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은행장들에게 “콜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예금금리 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콜금리 인하 폭만큼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은행의 각종 수수료 원가를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강력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보면 최소의 투자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줄이 풀려야 실물 경제가 회복되고 민생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기업과 가계경제가 파산하고나면 그 여파는 결국 은행권에 부메랑이 될 수 밖에 없다. 벤처업계 대부로 꼽히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회장은 최근 “금융권이 대출에 너무 몸을 사린다. 기술과 신용을 보고 돈을 꿔주는 시스템을 마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리대금업과 다를 것이 없다”고 쓴소리를 토했다.

 

은행이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우리 경제의 선순환에 앞장서야 할때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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