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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새만금의 날' 단상

 

우리네 세상사 바쁘기만 하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등 국경일도 잊고 사는 마당이다. 하물며 전라도 개땅쇠들이 만들어 놓고, 1년에 한번씩 자위하듯 결의문 낭독하고 소리 몇 번 외치는 ‘새만금의 날(11월 1일)’이야 누군들 기억할 수 있으랴.

 

오늘이 바로 그 새만금의 날이다. 새만금의 날을 왜, 누가 무엇을 하자고 제정했는지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헛기침이 나온다. 아직도 진행중이기에 새만금 사업의 준공을 기념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할진대 말이다.

 

그렇다. 언제나 그랬다. 전라도 개땅쇠들에게,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그래봤자 저쪽 동네의 몇분의 일도 안되는) 투입하겠다고 나선 사업들은 항상 시혜 차원에서 온정을 베풀듯 시작되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재진행형’으로 한 세대 이상의 세월을 흘려 보내곤 했다.

 

시간이 오래도록 지체되면서, 개땅쇠들은 또 자기들끼리 옥신각신하기 일쑤였다. 개발이 어쩌고 환경이 어쩌고, 내가 옳네 네가 옳네 티격태격 바람 잘 날이 없었던 것이다. 저쪽 동네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 이리저리 훈수를 둔다.

 

아직도 법원에 계류중인 상태인 새만금사업을 한 번 되돌아보자. 도대체 국가시책사업이 사법적 판단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이지만, 확고한 정책 추진 의지조차 결여되어 있는 정부의 꼬락서니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새만금사업이 우리나라 모든 지역과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전지전능한 사업은 아니다. 환경론자들의 주장처럼 불가피하게 갯벌을 상당기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농지의 경제적 가치보다 높을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돌아보자. 우리 전라북도의 현실을.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은 더욱 많은 전라북도 아니던가. 김제공항의 현주소는 어떻게 되었는가. 또 무주동계올림픽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리고 새만금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군사정권으로부터 30수년 받아온 차별대우도 억울한데, 정권교체의 주역이었던 전라북도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해 과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무대접도 이런 무대접은 정도가 지나치다.

 

흑자는 말한다. 개발된 타 지역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점들을 생각해보면 개발되지 않은 전라북도가 오히려 미래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낙후로 인해 도민들이 떠나서 200만명 밑으로 떨어진 인구만 보아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전북도민은 앞으로도 무한정 감상적 이상만 붙들고 살아 갈 수 있는가.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백그라운드가 있지 않고서야 출향 행렬은 분명 끊이질 않을 것이다.

 

10여년 이상 지속된 새만금에 관한 수많은 논쟁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를 성숙하게 했지만 그 논쟁 기간이 너무 길고 소모적이었다는 점에서 또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잃게 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낙후된 전북도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너무 깊고 고통스럽다.

 

조금 과장해서 전라북도는 새만금 하나만 믿고 지난 10여년 동안 이렇다 할 국책사업 하나 제대로 추진한 것이 없다. 그것은 전북의 미래를 담보했던 희망이면서 일종의 전북 발전의 멍에로까지 작용했다. ‘새만금의 날’을 맞아 우리 전라북도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전북도민의 가난한 마음에 다시는 상처를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고상순(전주대 새만금개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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