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숙박시설은 원래 사설보다는 공설로부터 시작되었다. 신라시대에 등장한 역(驛)이 공설 숙박시설의 시작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조선시대에는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관이나 객사도 있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전주객사도 그중 하나이다. 교통상 중요한 지점에는 원(院)이 설치되었다. 모두가 관용 숙박시설들이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보부상을 비롯한 상인들의 이동이 잦아지자 곳곳에 사설 숙박업소가 생기게 되었는데 객주와 여각 그리고 주막 등이 그것이다. 어찌보면 이러 시설은 서민적인 숙박시설이란 느낌이 풍긴다.
물론 개항이후 근대적인 숙박업이 소개되면서 소규모의 여인숙과 여관들이 나타났고 서양식 호텔과 모텔 등도 곧 이어서 출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규모나 느낌만으로 구분한다면 여인숙, 여관, 모텔, 호텔의 순서로 고급화되는 듯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여관의 시설과 규모가 호텔보다 나은 경우도 있고 여인숙도 아무런 제한없이 호텔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즉, 모두가 여행객들에게 숙소와 식음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서비스 업체일 뿐이다.
서양식 모텔과는 좀 이질적이지만 가장 나중에 도입된 모텔이 오늘날 유행의 선두에 서 있다. 물론 여관과 여인숙은 사회발달과 함께 쇠퇴일로에 놓여 있다.
한류열풍으로 최근 외국인 입국자가 늘면서 고급 호텔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성매매특별법의 영향으로 여관업이 타격을 입고 있어 숙박업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한다. 호프집부터 유흥주점까지의 주점업 뿐만 아니라 미용, 욕탕 및 유사서비스업 등도 덩달아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래 Hotel의 기원은 라틴어의 Hospitale로,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를 뜻한다. 이후 '여행자의 숙소 또는 휴식 장소‘라는 Hostel과 ’병자를 치료하고 고아나 노인들을 쉬게 하는 병원'이라는 Hospital로 분화되기도 했다. 이제 숙박업소들이 어느 정도 어원의 기능을 회복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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