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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익산축구센터 유치 실패 이후

엄철호 익산본부장

삼국지에서 조조를 간웅으로 그린 장면이 여러번 나오지만 망매지갈(望梅止渴)의 고사는 그의 천부적인 임기응변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조가 장수(張繡)를 치러가는 길.

 

한여름 날씨는 무덥고 먹을 물이 바닥나 군사들이 기진맥진 했다.

 

이대로 가다간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군사들이 다 쓰러지고 말것 같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조조는 장시간 궁리 끝에 채찍을 들어 멀리 보이는 언덕을 가리켰다.

 

“저 언덕만 넘으면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마음껏 배부르게 먹을수가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군사들은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새콤달콤한 매실을 실컷 따먹는 상상으로 갈증을 이겨낸 군사들은 다시 생기를 되찾아 행군을 계속했다는 얘기다.

 

구랍 30일 익산 채규정시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 회견을 했다.

 

익산시와 시민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학수고대 했던 익산 축구센터 유치가 물거품이 되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부지선정위원들의 현지 실사를 통해 축구센터 유치 후보지로써 최적지임을 평가 받고도 이번 최종 선정에서 탈락한것은 도저히 납득키 어려운 정치적 결정에 불과했다며 불만과 격노에 찬 채시장은 회견 내내 격앙돼 있었다.

 

호남권 축구센터 부지를 사전에 이미 선정(목포) 해 놓고 그 지역에 짜맞추기 위해 추진했던 이번 축구센터 선정 결과는 지역안배라는 정치적 시나리오였다는 지적이다.

 

축구센터 유치 후보지를 최종 발표한 이날, 정치적 결정을 성토하는 불평 불만과 실망감은 하루종일 계속됐다.

 

다른 경쟁 도시와는 달리 1년여동안이나 심혈을 기울여온 축구센터 유치가 전혀예상치 못한 결과로 최종 결판이 나자 충격과 허탈로 받아들인 익산시와 시민 전체는 말 그대로 격노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익산의 축구 센터 유치 실패는 정치적 음모다.이미 짜고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그럴바에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결정해 버리지 뭐하러 설명회를 갖고 실사단까지 파견하여 현지 실사를 벌였는지 모르겠다.

 

현지 실사단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 높은 평가 점수를 얻기 위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과 공무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로변에 서서 환영 플랭가드를 흔들고 박수 친 결과가 고작 이렇게 끝날지는 정말 몰랐다.”

 

축구센터 유치라는 지역 현안 사업을 통해 나름대로 지역 발전을 보다 가속화 시켜보겠다는 익산시와 시민들은 축구센터 유치 최종 후보지가 결정 나기 전까지만 해도 크게 희망을 갖고 있었다.

 

과거 경주마 육성 목장 유치를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익산시와 시민들은 다시한번 찾아온 축구센터 유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남다른 각오와 의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선정 기준으로 유치 실패라는 뚜껑이 열리면서 익산시와 시민들은 정부에 커다란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며 허탈해 했던 것이다.

 

축구센터 유치 실패에 익산시와 시민들이 이토록 격노한 이유를 정부와 타지역에서 십분 이해해주길 바란다.

 

축구센터 유치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유치 활동을 통해 보여준 익산시와 시민들의 저력과 선전은 크게 박수받을만 했다.

 

때로는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하기도 했지만 축구센터 유치라는 지역 현안 사업을 앞에두고 익산시와 시민들이 보여준 역동적인 모습은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꼴찌에게 박수를 치는것은 앞으로 일등을 할수 있는 저력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축구센터 유치전을 통해 익산시와 시민들이 보여준 최선의 모습은 향후 많은 다른 유치 활동에 있어 큰 보탬과 힘이 될것이다.

 

따라서 익산시와 시민들에게 또다른 숙제와 앞으로의 많은 다른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일을 하루빨리 잊어버리자고 요구하고 싶다.

 

지역 발전을 앞세운 유치 활동이 축구센터만 있는것도 아닌데 너무 집착하다 보면 조조가 가리킨 저 언덕 넘어 목을 적셔줄 매화나무밭마저 아득할수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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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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