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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언어의 접경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배경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회·문화적 배경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접경 지역에서의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나제통문을 지나야 하는 무풍지역은 전라도와 충청도 그리고 경상도가 접한, 언어적으로도 경제지역으로 구분된다. 즉 전북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충청도와 경상도 말투가 섞여 있어서 그 정체성에서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곳이 바로 무풍이다.

 

그런데 그런 접경이 국내가 아니고 국외라면 어떤 모습일까. 그 중 대표적인 지역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인데 ‘서울시 나성구’라고 불릴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이들은 미국땅에서 한국말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들 한국사람은 전적으로 한국말이 모국어라고 할 수 있는 이민 1세대와 한국말을 먼저 배웠지만 미국말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1.5세대 그리고 영어를 먼저 접하며 자라고 있는 이민 2세대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이민세대 중에서 언어 문제로 갈등을 많이 겪는 이들은 1.5세대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만 영어를 구사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미국적 사고방식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거칠게 묘사된 표현들에 대한 거부감이다.

 

‘송송’썬다, ‘살짝’익힌다 등의 표현과 ‘데친다, 삶다’의 차이 등이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또한 ‘너무 센 불’도 아니고 ‘너무 약한 불도 아닌 불’로 하는 요리와 ‘무르게 익힌’요리를 안내하는 책자를 들고서 1.5세대는 어쩔줄 몰라 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한국적인 정서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 것이다.

 

이런 한국적인 그 중에서도 전라도적인 정서를 가득 담은 표현이 바로 ‘거시기’이다.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할 때까지 머시기허자”는 대사는 이러한 정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의 접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표현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직장 등의 일상이 명료하고 투명한 성격을 갖는 이들 1.5세대가 용기를 내어 접하는 한국 관련 정보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감동할 수 있어야 외국인이 한국을 가까이 하게 된다. 문화의 전령사인 이들 교민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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