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황해도 출생으로 본관은 청도(淸道).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지리학자로 대동여지도(大動與地圖)를 집대성한 의지와 집념의 표상이다.
1804년에 출생하여 1866년에 ‘국가 기밀 누설죄’로 감옥에서 타계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정확한 기록이 없다. 그러나 그는 30여년의 각고 끝에 청구도(靑邱圖) 2첩(순조 34년)과 대동여지도 2첩(철종 12년)을 완성하여 마침내 완벽에 가까운 한국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것도 숫제 맨주먹으로.
위성영상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실측자료를 근거로 1백년 만에 오류를 바로잡은 정밀한 한반도 산맥지도가 나와 화제다. 정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위성영상 처리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그리고 공간분석기법과 각종 실측자료를 활용하여 한반도 산악지형을 3차원으로 재현한 산맥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새로 완성된 산맥지도를 보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산맥지도가 얼마나 엉터리였는가를 알 수 있다. 현행 지리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에는 한반도에 모두 14개의 산맥체계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수록돼 있으나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 우리나라에는 총 48개의 크고작은 산맥들이 형성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낭림산맥과 강남·적유령·묘향·차령·노령산맥 등은 아예 실재하지 않거나 방향과 위치가 터무니 없이 잘못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써 지난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小 文)가 제작하여 그동안 학계와 교육계 등에서 무비판적으로 사용해온 산맥지도는 휴지조각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한데 놀라운 것은 이번에 완성된 3D 산맥지도가 조선시대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의 산줄기 체계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이 “대동여지도와 새 산맥지도는 구체적으로 백두대간 산줄기의 세세한 방향과 갈래는 물론, 개마고원 지역과 평안북도·전라남북도 지역의 산줄기들이 자로 잰듯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을 정도니 대동여지도의 역사적 가치가 새삼 돋보인다.
요즘처럼 자동차나 등산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조사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그렇게 정밀한 지도를 만들었는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전국 각지를 세번씩이나 답사를 하고 백두산을 여덟번씩이나 오르내린 그의 불굴의 정신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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