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雪)은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이다. 눈의 모양은 내릴때의 기상조건에 따라 육각판·별·나뭇가지·육각기둥·바늘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크기는 보통 0.1∼5㎜이며 큰 것은 10㎜가 넘는 것도 있다. 눈이 얼음의 결정이라고 하니까 일반 얼음과 혼동할 수도 있겠으나 눈은 수증기에서 직접 얼음으로 결정된다는 점이 다르다.
눈은 겨울 풍경을 만들어 분위기나 잡게 하는 것쯤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손님이다. 눈이 오지 않으면 무엇보다 수원이 고갈돼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20㎝의 적설량이 1㎝의 강우량과 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눈이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눈 많은 해는 풍년들고, 비 많은 해는 흉년든다’는 속담이 괜히 생겼겠는가.
눈은 우리 생활과 깊은 관계가 있어 그에 대한 기록도 많다. 신라 벌휴이사금 9년(192) 음력 4월 경도(京都)에 석 자의 눈이 내렸고, 신문왕 3년(683) 초여름에는 한 자의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 공민왕 12년(1363ㅁ0 음력 2월에도 석 자의 눈이 내린 적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모두 33차례의 눈재해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삼국시대에 13뢰나 겨울에 눈이 없었다는 무설(無雪)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올해 유난히 전주지방에는 눈이 귀하다. 지난 10일 오후에야 첫 눈을 볼 수 있었으니 눈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이 제법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주의 첫 눈은 빠르면 11월 초순, 늦어도 12월 중·하순을 넘기지 않았는데, 올해는 아마 첫 눈이 늦기로 근래 기록을 세우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적설량이라야 고작 3∼4㎝ 정도에 그쳤다가 하루만에 대부분 사라져버렸으니 오랜만에 겨울 정취에 젖어보려던 시민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사실 눈은 내려서 쌓여있을 때까지가 아름답지 녹기 시작하면 추한 일면도 있다. 더구나 녹았던 눈이 얼어붙으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각종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눈을 기다린다. 요즘처럼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살기가 어려울 때 더욱 그런 것 같다. 눈이 오면 온 세상이 똑같이 하얗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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