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대상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 쓰이는 말이다. 기실 우리가 접하는 일상 중에서 이러한 비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만져 보려고조차 않는다면 코끼리의 실체는 더더욱 알기 어려울 것이다. 무관심과 일상적 태도로 코끼리를 만질 것이냐 아니면 지적인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만져볼 것이냐의 차이만이 있다고 본다.
낯선 곳을 찾아가다 보면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지리적인 문제다. 교통수단도 문제이지만 지명도 만만치 않은 문제거리가 된다. 이럴 때 지도 한 장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이도 안되면 다음으로 좋은 방법이 전화번호부를 들추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화번호부에는 제일 앞장에 그 지역의 지도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접 발로 찾아 다니며 그 지역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여러 제약으로 그리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제약 속에서 그 지역의 실정을 비교적 쉽게 그리고 거칠게나마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신문 등의 대중매체에 실린 광고를 통해서이다.
광고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인쇄 형태를 한 판매술’(제임스.E.케니디, 1849) 이라거나 ‘광고주의 이익에 따라 행동을 하게 하기위한 아이디어, 서어비스, 상품에 관한 정보의 전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전적 정의와 달리, 정보 취득자의 관점에서 광고를 보면 낯선 사회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19세기 말 독립신문 등의 광고를 통해서 그 사회상을 유추해 보는 것도 이러한 관점이라할 수 있다.
미국 로스 엔젤리스에서 발행되는 한인 신문 등의 광고매체를 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관련 광고였고 건강식품에 관련된 광고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들 광고의 분량은 눈가늠으로 보아도 전체 광고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잇었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부동산 광고는 우리 교민들의 경제적인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건강식품에 관한 광고가 활발한 것은 당연히 건강에 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한데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는 창이 아닌가 싶다. 이런 미주사회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들 교민이 주류사회의 주역으로 서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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