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을 교육현장에서 보낸 어느 중등학교 교장은 교육계의 갈등을 지켜볼 때마다 ‘취훼동지시(嘴喙同之時)’라는 명구를 든다.
알속의 병아리가 부화할 시기가 되면 부리로 껍질을 톡톡 쪼아대고 이때 생명 탄생의 신호를 감지한 어미닭이 역시 밖에서 껍질을 쪼아 부화를 돕는다는 뜻으로 우주의 신비한 조화 원리를 강조한 문구다.
전북대 교수회가 개교 이래 최초로 실시, 대내·외적 관심을 모은 총장 중간평가의 결과를 놓고 캠퍼스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 결과를 대학 홍보부가 아전인수격으로 왜곡 발표했다는 게 교수회측의 주장이다. 홍보부는 이미 교수회가 인터넷을 통해 발표한 평가결과 내용이 불명확한 까닭에 설명자료를 냈다고 해명한다.
처음으로 시행된 총장 중간평가에 구성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명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그 결과를 제대로 알리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논쟁이 길어지면 결국 상처는 대학이 입을 게 뻔하다.
더욱이 대학의 큰 축인 집행부와 교수회의 대립 시기가 좋지 않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신입생 모집난으로 인해 각 지방대학이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땀흘려 지은 1년농사를 거두는 수확철에 때아닌 태풍을 맞는 격이다. 지방화시대 지역혁신의 중심축임을 선언하고 나선 대학이 내부 문제로 추진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총장 중간평가 결과를 놓고 빚어진 논란이 뜻하지 않게 외부인들이 대학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특정 사안의 속내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이미지만 존재할 뿐이다.
교수회와 집행부가 안팎에서 알 껍질을 쪼아 새 생명을 맞이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논란의 원인이나 배경을 떠나 양측이 한 발씩 양보, 대학발전을 위해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기 위한 대승적 결단과 노력이 어느때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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