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 정세균 의원(진안 무주 장수 임실)이 당선되면서 국회에 ‘전북천하(天下)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정 의원은 24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 단독출마, 예상대로 무난히 당선되었다. 경제통인데다 합리적인 성품으로 구당파나 재야파 모두로 부터 후한 점수를 얻은 것이다.
이로써 국회를 움직이는 3대 핵심포스트인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모두 전북출신이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전북인으로서, 가히 경하할 일이다. ‘소외’와‘낙후’만을 되씹었던 전북으로서 실로 얼마만의 경사이던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김원기 의장은 정읍출신이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서울 서초을)는 익산출신이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이 가세한 것이다.
더구나 김덕규 국회부의장(서울 중랑을)은 무주출신이다. 또 오는 4월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 출마를 선언한 장영달 의원(전주 완산갑),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 의장에 가장 유력했지만 역차별을 받은 강봉균 의원(군산), 집권여당의 살림을 맡고있는 사무처장 최규성 의원(김제 완주) 등이 포진하고 있다. 전북이 243명의 지역구 의원중 11명인 4.5%, 전국 인구대비 4.2%, 경제력 대비 2%에 불과한 것 치고는 대단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정치권에서 전북의 위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너무 위축되어 제 몫을 찾지 못했지만 어느 곳 못지 않은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 굳이 조선왕조가 발상한 어향(御鄕)으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해방전후 공간에서 전북이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김성수 함태영 임영신 백관수 김병로 나용균 윤제술 소선규 조한백 유진산(금산) 양일동 이철승 등은 말할 것 없고 좌파의 김철수 백남운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즐비했다. 이들은 한민당 창당 등 정부수립의 주역이었고 공산당에서도 거물로 자리했다. 현대사의 도도한 물줄기를 이끌었던 것이다.
특히 1948년 제헌국회가 닻을 올렸을 때만 해도 전북은 9개의 상임위원장 가운데 4개 자리를 차지할 정도였다. 5·16 쿠데타 이후 30여년간 군부및 지역패권정치가 장기화 되면서 전북출신들은 정치적 역량을 펼치지 못했다.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이철승은 한동안 김대중 김영삼 못지 않은 영향력으로 맏형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 전북정치는 DJ의 우산아래 양육되었고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도 조연 수준에 그쳤다. 그러한 가운데 김원기 의원이 꾸준히 생명력을 키워왔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권주자로서 꿈을 가꾸어 왔다. 이들에게 거는 전북인들의 기대는 자못 크다.
그러나 도민들이 ‘전북정치의 르네상스’를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데 대한 냉소가 깔려있다. 물 건너 간 동계올림픽이며, 민심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방폐장 사태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새만금사업 등이 세번째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어 더욱 그렇다. 다행히 태권도공원이 지난해 무주로 결정돼 희망의 싹은 남긴 셈이다.
전북의 낙후도는 이제 더 떨어질 수 없는 바닥이다. 이를 극복키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지만 정치권이 앞장설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지역현안만을 챙길 수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도약과 비례해서 도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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