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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진화하는 전통

우리는‘전통’이라는 말에 연쇄반응 하듯 ‘보존’ 혹은 ‘복원’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고집스러울 만큼 형태복원에 매달린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지녀온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여느 도시 못지않게 전통도시로서의 이미지가 중시되고 있는 우리 고장에서는 조그만 사업조차도 이러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몇 해 전 입담 좋은 한 도시계획가는 그의 저서에서 ‘전통이 화석이 되어버리면 맛이 덜하다. 이것이 옛 모습 그대로의 복원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이다’, ‘가장 강력한 전통은 옛 모습 그대로보다도 오히려 현재 우리 곁에 끈끈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라면서, 신식 동네에서 전통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진화되어온 동네를 소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가 소개한 곳은 전주한옥마을이었다.

 

전주성의 성곽이 허물어지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한옥마을에는 방 두 칸이 앞뒤로 들어간 겹집에 부엌을 집안으로 들여 공간 활용도를 높인 신식 한옥주택들이 건립되었다. 새롭게 건립된 개량한옥들은 당시로서는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최신식의 주거양식이었고, 한옥마을은 이러한 신식 주택들이 즐비한 고급주택가였다. 하지만, 한옥보존지구 지정과 같은 박제식 보존정책이 추진되면서 동네의 진화는 제한되었고, 한옥마을내의 건축물들은 기본적인 정비조차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민선자치단체의 출범이후 박제식 보존정책이 주민의 삶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전통한옥에서 진화한 도시한옥-도시한옥은 1900년대 초반에 도시의 협소한 대지여건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건축 재료와 기술의 도입으로 만들어진 개량한옥이다- 이 보존가치를 인정받게 되면서 동네는 다시 진화의 활기를 띄고 있다.

 

이와 같은 한옥마을의 일대기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비단 신식 주택들을 자랑하던 동네가 전통주거문화를 대표하는 동네로 변화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라. 한 동네를, 마을을, 나아가 도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전통이며, 전통은 화석처럼 굳어버린 것이 아닌 우리 곁에서 숨 쉬며 진화하는 전통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들은 이러한 선례를 앞에 두고도 전통을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잊는다. 오히려,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회귀하여 그릇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지난 한 해, 전라북도청사의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도청사 이전부지의 활용논의 역시 그러했다.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도심부에 남겨질 이전부지가 비단 이곳만이 아닌데도, 전통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개념이 부각되면서 유난히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고, 대립되는 논의 속에서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전통의 해석과 계승방법에 대한 편협된 관념이 자유로운 논의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우리의 도시가 전통의 도시로,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통을 어떻게 진화시켜나가야 할지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통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고, 전통을 진화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번 똑같은 과오로 인해 뒷걸음치는 도시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윤정란(전주시정발전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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