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두 트릿한 대목이 있긴 하지만 도박처럼 그 실체가 애매한 구석이 잇는 것도 드문 것 같다. 도박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여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상응한 노력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우연한 행운에 기대 불로소득을 하려고 하는 허황된 행위를 도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은 사람의 사행심을 자극,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하여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에서 어떤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고 액수가 큰 도박이라도 장려사항이 되는 것이다. 경마나 카지노 복권과 같은 도박이 대표적이다. 이같이 국가가 허가한 도박은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나 특정기관이 관리·운영하도록 법으로 뒷받침마저 해주고 있다. 게다가 사안이 비슷한 도박사건을 놓고도 법원의 판결이 오락가락하여 일반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경우가 도박죄에 해당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최근 서울 남부지법에서 억대의 ‘내기골프’를 한 피고인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리자 국민들 사이에 도박에 대한 법적 해석과 범위를 놓고 뜨거운 설절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 부는 판결문에서 “운동경기는 화투처럼 우연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기량이나 당사자의 육체적 정신적 조건에 의해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형법 제246조의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법조인들은 “실력이 결과의 주된 결정요소인 운동경기라 할지라도 우연이 조금이라도 개입됐고 경기 당사자가 승부에 돈을 걸었다면 도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운동경기라고 해서 도박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까운 판례도 작년 1월 서울고법이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게 도박혐의를 인정 유죄(집행유예)를 선고한 바가 있다.
형법상 도박죄에 ‘우연’이라는 조건이 들어있다 해도 ‘재물’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우연의 경우가 크다 하더라도 돈이 걸리지 않으면 도박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까지는 골프가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터여서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인들끼리 고스톱쳤더라도 액수가 부담스러우면 도박죄로 처벌받는것이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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