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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반성과 후회

염려했던 일이 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2차 발해 뗏목 탐사단이 ‘발해 2005호’에 몸을 싣고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출발해 일본 니이가타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항해를 시잔한 지 불과 9시간만에 만난 높이 5미터의 파도는 뗏목을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선실의 바닥이 부서지고 항해를 위한 식량과 장비 등이 유실되거나 손상되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지난 98년 장철수 대장을 비롯 모두 4명의 대원인 탄 ‘발해 1300호’가 25일 동안 발해인들이 거쳐온 물길을 따라 성공적으로 항해를 마쳤지만 갑자기 몰아닥친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던 과거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랄 수 있다.

 

이번 항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다. 제목부터 ‘실패’라고 표현한 일부 언론에 대해서 다른 한 편에서는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는 반박이 드세다. 살펴 보건데 이들 두 의견에서 주목하는 사건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실패’ 또는 ‘좌절’이라 표현한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표현이란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이미 1차 발해 뗏목 탐사단인 ‘발해 1300호’가 항해의 주목적으로 삼았던 조상들의 해상항로를 25일간에 거쳐서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또다시 실패한 것이나 좌절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또다른 사유는 뗏목이 허술했다거나 하필 바다의 파고가 높은 겨울을 택했다는 문제와 연습 한 번 안했다는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은 사실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파도에 휩쓸려 파손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뗏목이 허술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을 택한 지적은 옳지 못하다. 바람이 사계절 내내 한 방향으로 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을 기자가 계절을 탓할 때에는 다른 연유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 연습 역시 이들 대원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기간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잘못된 경우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아주 위험하고 극한적인 탐험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었으면 더 좋았었을 것이란 점이다. 반성과 후회는 다르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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