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오 경제부기자
하나은행 전주지점 여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린 뒤 잠적한 사실이 본보 보도(3월15일자 19면)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중은행의 ‘금융 윤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은행측의 태도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 내정자가 지난 7일 본부부서장 회의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정직과 공정성 등을 내세운 뒤 “기업의 무기가 기술이라면 은행의 무기는 정직”이라고 밝힌 대목에 의구심까지 생길 정도다. 김 내정자는 “‘이다와 아니다, 있다와 없다’에 대해서는 솔직해야 하며 동료의 거짓을 방치하거나 묵인하면 금융사고로 연결되는 곳이 바로 은행”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하나은행의 태도는 자신들이 직접 전주 중부경찰서에 고객 돈을 횡령한 여직원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해 놓고서도 사건에 대해 ‘잘모르겠다.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심지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답변까지 늘어놓아 ‘금융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하나은행장 내정자의 지적이 제대로 적중한 셈이다.
이번 은행측의 사건 축소를 위한 ‘노코멘트 입장’. 은행권의 도덕 불감증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 금융 윤리에 대한 재정립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지난 2003년 10월29일 해당은행 전주지점에서 40대 남자가 직원 책상위에 놓여있던 미발행수표 다발을 훔쳐 달아났을 당시에도 은행측은 역시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최근 한 은행의 금융사고가 자칫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내부 횡령사건이 자칫 신뢰도 저하 및 또다른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 때문에 높아지고 있다.
은행측은 이번 사건의 진실에 대해 고객과 도민에게 명명백백히 밝힌 뒤 머리숙여 사죄하고 적절한 내부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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