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걸림돌이 먼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늘상 접하면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로 우리말에 대한 표기를 꼽는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면서 그 정확한 표기가 무엇인지 갈등을 겪을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한글 맞춤법’이란 규정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규정이 없는 나라는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만큼 우리 표기규정은 정제되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정제된 규정이라 하더라도 실제 언어사용의 모습을 담아 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 표준어를 최대한 느슨하게 적용해야 하고 표기규범은 최대한 관대하게 정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그런 표기규범 자체의 문제와 연결된, 더 현실적으로 부닥치게 되는 문제는 표기를 바르게 하려는 일반 언어대중들의 고민에 있다. 전문가들이야 그래도 그 까닭을 알고 어느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갈등의 본질이 있다고 한다면 일반 언어대중은 별다른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말로 하던 표현에 대한 표기를 어찌해야 될 지 가늠할 수 없어서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표기규범은 그 구속력이 약한 편이다. 한글을 창제하였던 세종대왕조차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를 보급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보아도 일반 언어대중들에게 표기규범이 주는 구속력이 얼마나 미약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언어연구원이 언어 생활에서 느끼는 궁금증을 전화로 물어오면 그 의문을 해소해 주는 상담전화 ‘가나다 전화’(02-771-9909)를 활용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이 상담전화인 ‘가나다 전화’는 1992년부터 운용되었는데 일반 언어대중이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가꾸고 다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아 해 오고 있다.
‘가나다’ 전화는 맞춤범, 표준어, 띄어쓰기,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 등 언어 규범을 확인할 수도 있고 호칭 및 지칭어, 인사말 등 언어예절과 우리말로 아기 이름이나 상호·상품의 이름을 짓는 일, 정부의 어문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상담·확인할 수 있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 아무리 바로 쓰고 싶어도 그 규범에 대한 이해가 앞서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언어규범과 관련된 사소한 문제이더라도 ‘가나다 전화’나 전문가들에게 확인해 보는 조그만 관심이 우리말과 글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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