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구조조정이 한참 논의중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논리에 모순이 숨어 있다. 특히, 통폐합을 한 후, 뭘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안도 없으면서 무작정 통폐합을 하는 것은 대학을 더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지방대학들이다. 어려움이란 다름아닌 신입생 모집난이다. 학생 모집의 걱정이 없는 서울 지역 대학들에게 통폐합은 남의 일이다. 정부에서 지방대학들을 향해서 경쟁력 운운하면서 학생 충원을 못하면 문을 닫아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다. 애초부터 조건이 상이한 대학을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조건은 대학마다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서울로 대도시로 떠나버려 어쩔 수 없이 정원을 못채우는 현상을 두고 대학의 경쟁력 부족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에 문제가 있다. 지금 정부에서 구조조정의 잣대로 삼겠다는 학생 충원률도 대학에서 서울까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현재 추진중인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일개 부서인 교육부에서 추진해야할 사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할 중요한 문제이다. 오히려 학생 모집에 걱정이 없는 서울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의 일정부분을 줄이는 통폐합의 방법이 장기적으로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다. 서울에 소재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경쟁력이 없어도 살아남고, 인구가 부족한 지방에 소재하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구조조정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서울, 서울, 서울 바로 이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대학구조조정에서 과연 살아남을 학교가 어디인지는 뻔하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한 대학, 특성화 교육을 하는 대학, 학생 수준이 높은 대학이 아니다. 정답은 서울에서 거리가 가까운 대학이라는데 그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엄청난 지원와 특혜가 주어진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와 일년내내 학생모집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녀야하는 다른 지방대학들은 조건부터가 심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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