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설립자인 수당(秀堂) 김연수가 1963년 3월 제44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완공된 전주종합경기장의 조성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하였다. 전라북도는 이를 기념하여 그의 호를 따, 들어가는 문을 수당문이라 부르고 수당문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지난 19일 오후 전주시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하는 운동을 하는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와 함께 현판을 뗐다. 시는 떼어낸 현판을 수당문 조성·철거 경위를 적어 전주역사박물관에 보관한다고 한다.
김연수는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를 세운 김성수의 동생이다. 전 김상협 총리의 아버지이다. 그는 22년 경성방직 상무를 거쳐 24년 삼양사를 설립하고, 35년 경성방직 사장, 38년 만주의 남만방적 사장, 40년 조선방적 이사장, 만주의 동광중학교 재단이사장이 되었다. 그는 일제강점 시기에 만주국 명예총영사, 중추원참의, 국민총력조선연맹 후생부장 등을 지내면서 친일 활동에 앞장섰다. 그는 국방헌금 2만원(1937년), 육해군기금 10만원(1938년) 등 수많은 전쟁헌금을 냈고, 적극적으로 학병권유를 했다. 그는 "학병에 입대하여 죽을 때에야 조선이 '제국'의 일원이 될 수 있고, 조선인이 '황국신민'이 될 때에야 '신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경성일보 1944년 1월19일자).
친일잔재물을 철거하거나 또는 친일잔재물임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바람직하다. 반민족행위를 제대로 평가하고 알려야 사람들이 그러한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있었던 과거를 철거하여 기억에서 지운다고 해서 과거가 없어지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일잔재물이 있는 자리에 친일행적과 그 의미를 제대로 적어 게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친일파였던 사람이 남겼던 흔적과 친일잔재물은 구별되어야 한다. 수당문 현판은 친일잔재물이 아니다. 단순히 친일파였던 사람의 것이라 하여 모두 철거해버리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겠다는 것이 된다. 그 보다는 그 사람이 지닌 功과 過를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도록 하여 우리 스스로 그 동안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반성하고 또한 앞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지침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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